소설리스트

독식하는 네크로맨서-133화 (133/200)

제133화

“괴로워….”

상하 좌우 앞뒤.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이며. 어디가 위쪽이고, 어디가 아래쪽이며. 어디가 왼쪽이고, 어디가 오른쪽인지 모를 공간.

있는 것은 그저 어둠뿐인 공간에 한 소년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괴로워….”

소년이 입을 오물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중얼거리고, 중얼거리고. 또 중얼거릴 때마다 소년은 더욱 움츠러들었고. 그 몸뚱이는 점차 희미해지다 못해 사라지고 있었다.

“엄마 어디 있어…?”

“아빠… 보고 싶어….”

뚝. 뚝.

엄마를 찾고. 아빠를 찾는 소년의 두 눈동자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흘러내리는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이 소년의 볼을 타고 흘러내려가 떨어질 때마다 짙은 어둠에 파문이 생겨났다.

소년의 눈물에 의해 만들어지는 파문은, 처음에는 옅었으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강해져 공간 전체를 집어삼켰다.

그렇게 어둠에 일어난 파문이 극에 달하는 순간, 두 줄기 빛이 어둠을 뚫고 흘러 들어와 사라져가는 소년을 휘감았다.

그와 동시에….

[일어나렴.]

[이제 일어날 시간이란다.]

중년의 여인과 중년의 남성.

그 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파문이 일어난 어둠이 산산이 깨어졌다.

* * *

“이건 또 뭔.”

제로는 눈앞에 있는 소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나이는 끽해봐야 12~13살 정도 되었을까.

제로가 꺼낸 두꺼운 천에 감싸인 소년은 몸을 웅크리고 있었는데, 그러한 소년은 방금 전까지 제로와 싸우고 있던 웨어 울프였다.

“아무리 봐도 플레이어는 아니란 말이지.”

죽음이라는 개념을 흡수해, 그것을 자신의 강함으로 승화시킨다.

그러한 능력은 제아무리 플레이어라 하더라도 취할 수 있는 성질의 강함이 아니었다.

그와 함께, 제로의 눈앞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소년에게선 플레이어 특유의 마나의 향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웨어 울프였을 때 특유의 난폭함도 느껴지지 않는, 눈앞의 소년은 말 그대로 평범한 인간. 평범한 소년에 불과했다.

“미치겠네.”

제로가 흑골의 손가락으로 두개골을 긁적였다.

이런 경우는 난생처음이다.

회귀 전에도 이런 경우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었다.

어쩌면….

“정말로 지구에 웨어 울프가 존재했던 건가?”

스스로가 생각하고, 스스로가 내뱉었음에도 어이가 없었던 걸까.

제로가 돌연 피식 웃었다.

눈앞의 소년은 신화 속의 웨어 울프가 아니었다.

만일 신화와 전설. 도시괴담 속에 나오는 웨어 울프가 실존한다 한들, 그것이 죽음이라는 개념을 먹어 치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도대체 넌 정체가 뭐냐.”

그러한 중얼거림을 내뱉은 제로는 몸을 웅크린 채, 깊은 잠에 빠져있는 소년의 몸을 들쳐멨다.

소년의 정체가 무엇이 되었든 그 무력만큼은 매우 유용했다.

잘만 이용한다면….

“허상괴와의 전쟁에서 쓸만한 전력이 되겠어.”

그러한 말을 내뱉으며, 제로는 소년을 들쳐멘 채 사라졌다.

사라진 제로와 소년, 웨어 울프가 싸움을 벌였던 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 * *

한편, 그렇게 사라진 제로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장소는….

“그 소년은 누굽니까?”

밤늦게까지 남아 일을 처리하고 있던 신성의 앞이었다.

신성은 갑자기 튀어나와 소년을 내려놓는 제로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내비쳤다.

“범인.”

“예?”

뜬금없는 제로의 말에 신성이 당황해 되물었다.

“범인이라고. 지금까지 플레이어를 죽여왔던… 아니, 먹어 치워 왔던.”

“그런…!”

제로의 설명에 신성이 놀라 벌떡 몸을 일으켰다.

눈앞의 소년. 그 나이도 고작 12~13살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이 소년이 정말 플레이어들을 죽여 온 범인이라는 것일까?

제로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소년이 정말 범인이 맞는 겁니까?”

“왜, 내가 구라라도 치는 것처럼 보이냐?”

“그건 아니지만….”

제로의 말에 신성이 뒷말을 흐렸다.

제로의 말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소년에게선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니, 그것을 떠나 이런 어린 소년이, 아무리 저레벨이라지만 플레이어를 죽여왔다니. 쉽사리 믿기지가 않는군요.”

신성의 의심과 의문은 타당했다.

제로 또한 소년이 웨어 울프에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더라면, 개소리하지 말라며 일축했을 것이다.

“이 아이가 진짜 범인이 맞으니 그놈의 의심어린 시선 좀 치워라.”

제로가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저 꼬마, 웨어 울프더라.”

“웨어… 울프 말입니까?”

신성 또한 웨어 울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단, 그 정보는 지구의 웨어 울프가 아닌, 로스트 월드의 웨어 울프에 관한 것이었다.

지구에서의 웨어 울프 또한 인간이 상대할 수 없는 괴물로 묘사되지만, 그것은 단순히 인간보다 튼튼하고. 힘이 더 강하며, 재생력이 뛰어날 뿐인 괴물이다.

하지만 로스트 월드에서의 웨어 울프는 달랐다.

로스트 월드 속 웨어 울프는 털의 색에 따라 강함이 달라진다.

가장 강력한 것은 은색으로 반짝이는, 달빛을 머금은 듯한 털을 가진 웨어 울프로.

그것의 강함은 800레벨에 가까웠으며, 전설 속의 신수 펜리르의 힘을 물려받았다고 전해진다.

다만, 소년이 그 정도의 웨어 울프는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사냥한 플레이어들의 강함을 생각해 본다면 끽 해봐야 200레벨 정도일….

“아, 그리고 그 아이. 플레이어가 아니야.”

쾅-!

제로의 폭탄과도 같은 선언에 신성이 다시 한번 일어섰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신성이 내리친 책상이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플레이어가 아니라니요?”

“말 그대로야. 저 꼬마, 플레이어 특유의 마나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아.”

“그럼 설….”

“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지구에는 웨어 울프니, 뱀파이어니. 도깨비니 하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아. 신화나 전설은 존재하지만, 실존하지 않는 허구의 존재들일 뿐이야. 말 그대로 인간의 상상이 만들어 낸 도시괴담에 불과하지.”

신성의 말을 가로채며 제로가 또한번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에 신성의 표정이 복잡미묘하게 일그러졌다.

플레이어도 아니다.

그렇다고 지구에 신화나 전설로 존재하는 웨어 울프도 아니다.

그렇다면 눈앞의 소년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한 의문을 품은 신성이 제로를 바라보자, 제로가 말을 이어 나갔다.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거든. 그리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어.”

“뭡니까?”

“저 아이. 허상괴야.”

…!

제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신성의 표정이 또 다시 일그러졌다.

언제나 침착하기로 유명한 신성이 단시간에 이 정도로 망가진 것을 다른 누군가가 봤다면,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을 것이다.

“그게 무슨 개소립니까?”

“개소리라니. 말이 좀 심하다?”

“크흠.”

데굴데굴 구르던 사신의 흉안이 자신을 응시하자, 신성이 헛기침을 터트렸다.

너무 당황하 나머지 잊고 있었지만, 자신의 눈앞에 앉아 있는 존재는 제로였다.

“어쨌든 설명을 이어가자면, 저 꼬마. 허상괴이되 허상괴가 아니야. 일종의 돌연변이라 할 수 있겠지.”

“돌연변이…?”

“그래. 돌연변이.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어쩌다 허상괴의 세포가 깃들게 되었고. 그것에 적응해, 영혼의 형태에 걸맞은 형태를 발현한 것이겠지.”

그러한 말을 내뱉은 제로의 사신의 흉안이 이번엔 소년을 응시했다.

그런 사신의 흉안에는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는 소년의 육체와, 피처럼 붉은 선홍빛 털을 가진 웨어 울프의 형태를 한 영혼이 겹쳐 보였다.

즉, 저 꼬마는 지구에서 인간으로 태어났을 뿐. 본래라면 다른 차원에서 웨어 울프로 태어났어야 할 영혼이었다.

그것이 허상괴의 세포와 맞물려 웨어 울프의 영혼이 눈을 뜬 것이고.

“쉽사리 믿음이 가지 않는군요.”

“나도 그래.”

또한 웨어 울프가 된 꼬마가 죽음이라는 개념을 먹어 치우고, 흡수해 그것을 본인의 힘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이유.

그 또한 허상괴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애초에 허상괴에 관한 것은 무엇 하나 밝혀진 것이 없는 미지와 같았으니깐.

한편 신성과 제로로 사이로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는데.

그러한 침묵을 깨트린 것은 신성의 질문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뭘?”

“이 아이의 처분 말입니다.”

“처분… 이라. 그래 처분해야지.”

신성의 물음에 제로가 중얼거렸다.

그런 제로의 모습에 무언가 불길함이라도 느낀 것일까?

신성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

“설마 죽이실 생각은 아니시겠죠?”

“왜? 죽이면 안 돼?”

“아직 아이 아닙니까.”

“아이지. 그리고 십수 명의 플레이어들을 죽인 살인귀이자 거대한 덩치를 가진 웨어 울프이기도 하고.”

제로가 덧붙인 사족에 신성은 입을 다물었다.

맞는 말이었다.

잠들어 있는 저 아이는, 어린아이다.

그와 동시에 수없이 많은 플레이어들을 죽여온 살인마이자 흉악범이며.

제로가 공인한 괴물, 웨어 울프였다.

하지만….

“아직 아이… 아닙니까.”

억눌린 목소리로 말하는 신성을 보며 제로는 그저 입을 다물었다.

신성.

십강이라 불리는 열 개의 거대한 길드 중 하나를 만들어 낸 인간.

로스트 월드의 힘이 현실이 되면서 이제는 하프 엔젤이 되어버린 존재.

하지만 그 속은….

‘여려도 너무 여려.’

아무래도 한순간에 강인한 힘과, 하프 엔젤이라는 육체를 얻었기 때문일까.

신성의 정신은 너무나도 여렸고, 너무나도 나약했다.

그것은 훅! 불면 꺼질 것만 같은 촛불과도 같았다.

지금도 그랬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저 꼬마는 죽어 마땅하다.

벌써 사람을 여럿 죽였으며, 복잡하게 생각하자면 언제 폭주할지 모를 괴물이었다.

어린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그 본질은 웨어 울프.

모든 인류의 적이라 할 수 있는 허상괴와 마찬가지로 괴물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넌 이 인간을 살리고 싶어?”

제로는 아이. 꼬마. 소년… 이라는 단어가 아닌 ‘인간’이라고 말했다.

신성은 그것에 일말의 희망을 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어린아이입니다. 플레이어들의 죽음 또한 제힘을 컨트롤 하지 못해 일어난 사고일 뿐이죠. 그리고….”

“그리고?”

“이 아이가 자기 힘을 온전히 다룰 수 있다면, 제로 님께서 원하시는 허상괴와의 전쟁에서의 승리. 그것에 크나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한다 이거지.”

신성의 말에 제로가 씨익 웃어 보였다.

그러한 제로의 웃음에 신성은 왠지 모를 불길함이 느껴졌다.

* * *

“여긴…?”

천장에 달린 종유석에서 물방울이 똑! 똑! 떨어지는 동굴.

그러한 동굴 끝에 자리 잡은 작은 신전에서 한 여인이 눈을 떴다.

그녀는 대자연의 초목을 담은 듯 녹빛의 머리카락을 지녔으며, 두 눈동자는 드넓은 대해와도 같은 푸른빛을 띠었다.

“여…! 읏!”

몸을 일으키던 여인이 돌연 머리를 감싸 쥐며 신음을 흘렸다.

이름도.

나이도.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도.

어째서, 무엇 때문에 여기에 있는지. 누가 자신을 여기에 데려다 놓은 것인지도.

무엇 하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단 한 가지, 여인이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나는… 생명의 수호… 자.”

“삶을 희롱하고, 죽음에 혼을 판 ‘그’를 죽여야 하는 사명을 품은….”

“나는 생명의 수호자.”

멍한 눈으로 중얼거리던 여인이 몸을 일으키며 걸어 나갔다.

비적비적, 그녀의 걸음걸이는 불안하게 흔들렸으나, 역설적이게도 무척이나 평온해 보이는 걸음걸이였다.

그렇게…, 그녀가 신전을 빠져나오고. 동굴의 입구에 다다르며 본 풍경은….

“바다…?”

여인의 눈동자 색과 마찬가지로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드넓은 대해였다.

여인이 눈을 뜬 동굴은 그런 바다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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