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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하는 네크로맨서-70화 (70/200)

제70화

저쪽으로 갔어!

찾아라!

잡아라!

죽여라!

병사들이 우르르 달려 나갔다.

그들이 사라지자, 복도 구석의 그림자가 꿀렁이며 제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앞으로 200m.”

제로는 슬쩍 문양을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이대로 200m만 가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하지만….

“침입자 발견!”

후웅-!

콰직!

등 뒤에서 기사의 검이 날아와 바닥에 내리꽂혔다.

사방으로 비산하는 파편들 사이로 제로는 기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스킬 발동, 다크 스피어.

후웅-!

콰앙!

어둠의 창이 튀어나와 기사를 향해 날아갔다.

가슴팍에 은색의 사자가 새겨진 기사는 검에 불완전한 오러를 두르며 다크 스피어를 쳐 냈다.

‘은빛 사자. 은사자 기사단인가.’

제로는 무겁게 가라앉은 눈으로 기사를 바라봤다.

눈앞의 은사자 기사 외에도, 하울링 기사단 소속의 기사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얼핏 보이는 기사들의 숫자만 10명이 넘어간다.

기감에 걸리는,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기사들의 숫자까지 합친다면 최소 30명 이상의 기사들이 제로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한다.’

하울링 기사단 소속 기사들이 슬금슬금 움직이며 제로의 퇴로를 막아서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을 끌면 안 된다.

그렇게 판단을 내린 제로가 움직였다.

스킬 발동, 다크 미스트.

푸확-!

제로의 발밑에서 검은 연기가 터져 나왔다.

복도를 가득 메우는 검은 연기가 기사들의 시야를 가리는 순간….

스킬 발동, 데스 부스터.

쾅!

제로가 움직였다.

발바닥에서 터져 나가는 죽음을 통해 가속한 제로는 순식간에 하울링 기사단 소속 기사들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허나 상대는 기사.

그것도 황궁에서 활동할 정도로, 잔뼈가 굵은 기사들이었다.

기사들은 자신들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는 제로를 향해 망설임 없이 검을 내질렀다.

몇몇은 허공을 찔렀지만, 몇몇은 확실하게 제로의 몸에 파고들었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스킬 발동, 더미 블링크.

제로의 몸이 사라지는 순간, 더미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기사들의 검이 꿰뚫은 것은 제로가 만들어 낸 더미였다.

“칫-! 모두 움직여!”

은사자 기사단 소속 기사가 버럭 외쳤다.

그의 외침에 나머지 기사들이 제로의 뒤를 쫓아 달려 나갔다.

마나로 신체를 강화한 그들의 이동 속도는 제로를 아득히 뛰어넘었으며, 그로 인해 제로는 채 몇 미터 움직이기도 전에 다시 한번 기사들에게 발이 묶였다.

‘기사는 기사다 이거지.’

제로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확실히 지금은 유저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 봐야 NPC들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유저들이 NPC를 넘어서려면 최소 반년은 더 있어야 할 것이다.

‘뭐, 그건 나와 상관없지만. 지금은….’

스킬 발동, 더미 블링….

“어딜 가려는 것이냐.”

파앗-!

발동 중이던 더미 블링크가 해제됐다.

그에 제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황실 마법사.”

“클클.”

제로의 중얼거림에 맞춰, 기사들 사이로 노년의 마법사가 걸어 나왔다.

그는 황금색 로브를 걸치고 있었으며, 한 손에는 천 년 묵은 고목나무로 만든 스태프를 쥐고 있었다.

황금색 로브를 걸칠 수 있는 마법사는 오직 단 하나, 제국에 속한 황실 마법사뿐이었다.

“미치겠네.”

“끌끌. 한낱 이방인 따위가 감히 황궁에 숨어들어 온 것이더냐. 황제 폐하께선 목숨만 붙어 있으면 상관없다 하셨으니….”

스킬 발동, 아이스 체인.

스킬 발동, 다크 파이어.

치이이이익-!

황실 마법사의 발밑에서 튀어나온 얼음의 사슬이, 제로가 만들어 낸 검은 불꽃과 충돌하며 증발했다.

불과 얼음의 만남에 복도는 순식간에 짙은 수증기로 가득 찼다.

“기사 제군들은 알아서 피하시게나.”

스킬 발동, 라이트닝 체인.

파지직-!

황실 마법사로부터 시작된 전격이 수증기를 타고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기사들은 수증기를 타고 움직이는 전격에 인상을 찌푸리며, 전신에 마나를 둘렀다.

제로는 설마 같은 편에게까지 피해를 입힐 줄은 몰랐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주 막 나가자 이거지?”

황실 마법사까지 움직인 이상, 망설임은 독이 된다.

차라리 다소의 피해가 있더라도 힘으로 찍어 눌러 이 자리를 피해야 했다.

자칫 잘못했다간….

‘제국에 존재하는 3명의 괴물. 개중에서 황제는 몰라도 나머지 둘을 만나기라도 하면 그대로 끝이야.’

아니, 어쩌면 벌써 움직였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며 제로가 마법을 사용했다.

스킬 발동, 다크 익스플로전.

콰아앙-!

황실 마법사를 중심으로 검은 폭발이 퍼져 나갔다.

다만, 상대가 상대인 이상 제로가 사용한 다크 익스플로전은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황실 마법사는 폭발이 일어나기 직전 실드 마법을 통해 몸을 보호했으며.

기사들 또한 전신에 마나를 두르며 움직이는 것으로 다크 익스플로전의 폭발에서 빠져나갔다.

“끌끌, 멍청한 흑마법-! 무엇이!”

콰앙-!

실드 뒤에서 제로를 비웃던 황실 마법사가 다급히 물러섰다.

도망칠 것이라 예상했던 제로가 도리어 달려드는 것은 그 또한 예상하지 못했다.

더더욱이 달려드는 제로의 손에 쥐어진 거대한 대검 또한.

“이, 이런! 기사들은 무엇 하는 것이냐! 당장 날 지키지 못할-!”

서걱!

다급히 외치던 황실 마법사의 머리통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머리를 잃은 몸뚱어리는 힘없이 쓰러졌으며, 그 모습을 지켜본 기사들의 표정은 한없이 딱딱해졌다.

“왜. 마법사는 검 사용하면 안 되냐?”

제로는 손에 쥐고 있던 대검, 망자의 폭거를 쥐며 다시 한번 움직였다.

발밑으로 데스 부스터가 폭발하는 순간, 기사들이 검을 뽑아 쥐며 방어 태세를 행했다.

하지만.

‘미안하지만 목적은 너희들이 아니거든.’

속으로 중얼거린 제로가 움직인 장소는 기사들이 아닌 그 뒤였다.

순간의 기지로 황실 마법사를 죽이기는 했지만, 이 이상 시간을 허비할 순 없었다.

그러한 생각과 함께 제로는 연신 데스 부스터를 사용하며 문양이 가리키는 목적지를 향해 달려 나갔다.

“이, 이런! 쫓아라! 절대 놓쳐선 안 된다!”

자신들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기사들이 후다닥 움직였다.

그들 또한 전신을 마나로 강화시켜 폭발적인 속도를 자랑했지만, 데스 부스터에 블링크까지 사용하며 움직이는 제로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대로 30m!’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는 단 30m!

허나 그렇게 달려 나가는 제로의 몸에는 무수히 많은 상처가 자리 잡았다.

오직 ‘빠르게 움직인다’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기에, 앞을 가로막는 병사나 기사들의 공격은 물론. 각종 함정마저 제대로 피할 수 없었다.

그나마 아바타에 저주-죽을 수 없는 육체에 의한 불사지체가 적용되지 않았다면 진즉에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15m!’

10m.

5m.

‘바로 여기!’

쾅!

문양이 가리키는 목적지에는 하나의 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제로는 그 문을 걷어차며 구르듯 들어갔는데, 그 목적지는….

“도서… 관…?”

도서관이었다.

그것도 평범한 도서관이 아닌, 로스트 월드 속 모든 지식이 잠들어 있다는 황실 도서관이 문양이 가리키는 목적지였다.

“여기가 목적지.”

주변을 훑어보며 제로가 중얼거렸다.

다행히도 제대로 찾아온 것인지, 황실 도서관에 들어왔을 때부터 쭉 제로의 손등에 새겨진 문양이 웅웅 떨리고 있었다.

그렇게 제로가 주변을 가득 메운 책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을 때….

후웅.

콰앙!

황금빛 오러가 제로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 폭발했다.

‘미친-!’

폭발하는 황금빛 오러에 제로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이곳에 있는 책 하나, 하나에는 모두 중요한 정보가 기재되어 있다.

그런 책들이 망가지는 것조차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러를 날리다니.

제로는 어떤 미친놈이 망설임 없이 오러를 날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그런 제로의 눈에 비친 것은….

“기껏 도망친 곳이 황실 도서관이었단 말인가. 이거, 흑마법사라 해도 마법사는 마법사다 이건가. 아니면…, 황실 도서관에 잠들어 있는 금서를 노린 것이더냐.”

한 손에 검을 쥔 기사가 터벅터벅 제로를 향해 걸어갔다.

그 기사의 검에는 찬란한 황금빛 오러 블레이드가 휘황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황룡 기사단의 기사단장. 드래곤 슬레이어 켄드로….”

제로가 낮게 중얼거렸다.

상정하고 있던 최악과 만나 버렸다.

상대는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를 이룩한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그런 켄드로의 강함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그의 이명인 드래곤 슬레이어다.

그는 이명 그대로 단신으로 골드 드래곤을 죽인 전적이 있었다.

비록 그 드래곤이 이제 막 성룡이 된, 드래곤들 중에서 최약체였다고는 하나 드래곤은 드래곤이다.

단신으로 하나의 왕국을 멸망시킬 수 있는 괴물을 사냥한 괴물이 바로 켄드로였다.

“미치겠네.”

제로는 점차 가까워지는 켄드로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목적지까지 온 것은 좋았지만, 여기서 이제 어디로 가야 되는지를 몰랐다.

문양 또한 웅웅 떨리기만 할 뿐, 이렇다 할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대로 켄드로를 상대하면 죽는다. 지금이라도 의태의 반지를 뺄까?’

제로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의태의 반지는 인간형 아바타를 부여하는 대신, 힘의 30%를 봉인한다.

하지만….

‘전력을 다한다 한들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의태의 반지를 뺀다 한들 켄드로를 ‘이길 수 있을까’가 아니었다.

켄드로에게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였다.

제로는 이기는 것이 아닌 살아남는 것부터 생각했다.

그만큼 지금의 켄드로는 괴물이었다.

제로가 전력을 다한다 한들 이길 수 없는 괴물.

“무엇을 그리 깊게 생각하는고?”

후웅.

바람이 휘몰아친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어느새 제로의 등 뒤로 켄드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움직임이 보이지도 않았어.’

아무리 자신이 마법사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상대가 괴물 켄드로라고는 하지만.

설마하니 잔상조차 보지 못할 줄이야.

제로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설마 당신이 나설 줄은 몰랐어, 켄드로.”

“호. 노부를 알고 있는가?”

“제국에 존재하는 세 명의 괴물 중 하나인 당신을 모르는 이방인은 없을 거야.”

“끌.”

제로의 말에 켄드로가 낮은 웃음을 토해 냈다.

“노부를 알고 있다면…, 자네는 도망칠 수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겠지.”

끄덕.

켄드로의 말에 제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순순히 노부와 함께 황제 폐하께 가겠나? 아니면 쓸데없는 반항을 통해 팔다리가 잘려 개처럼 끌려가겠나.”

“미안하지만….”

‘둘 다 싫거든?’

스킬 발동, 다크 스톰.

콰가가가강-!

켄드로를 중심으로 어둠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상대가 아무리 켄드로라지만,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 것은 제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켄드로는 자신을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어둠의 폭풍에 끌!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그렇게 나오겠다 이건가. 허나….”

푸확-!

켄드로의 몸에서 황금빛 오러가 폭발하며 다크 스톰을 찢어발겼다.

“어설픈 흑마법으로는 노부의 몸에 상처하나 입히지 못한다네, 어리석은 네크로맨서여.”

‘칫.’

켄드로의 말에 제로가 혀를 찼다.

예상은 했지만, 켄드로는 자신이 네크로맨서인 것을 한눈에 꿰뚫어 봤다.

“이왕 들킨 거 최대한 발악해 주…!”

더 이상 숨기지 않겠다.

제로가 그러한 생각과 함께 네크로노미콘을 꺼내 쥐는 순간, 손등에 새겨진 문양이 환한 빛을 뿜어냈다.

“음? 무슨!”

눈을 멀게 하는 압도적인 빛에 켄드로마저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물러섰다.

그와 동시에….

[지식의 보고로 이동합니다.]

눈앞에 알림창이 떠오르며 제로는 빛에 집어삼켜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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