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식하는 네크로맨서-67화 (67/200)

제67화

223번!

223번 손님은 7번 룸으로 가시면 되겠습니다!

30분 정도 기다린 끝에 제로의 차례가 다가왔다.

제로는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직원의 말에 따라 7번 룸으로 들어갔다.

“도둑 길드 정보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손님. 어떤 정보를 원하십니까?”

흔히 도둑 길드 하면 음침하고 음습한 도적들의 아지트라는 인상이 강했다.

그것은 다른 게임들 또한 다를 바 없었지만, 로스트 월드의 도둑 길드는 ‘도둑들의 아지트’라기 보다는, ‘하나의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 증거로 제로를 맞이한 직원의 복장은 상당히 깔끔했다. 그것은 도둑 길드 자체의 건물 또한 마찬가지였다.

“내가 원하는 정보는 어떠한 장소에 관한 정보야.”

“장소… 말씀입니까?”

“그래.”

직원의 반문에 고개를 끄덕인 제로가 입을 열었다.

세 가지 색이 교차하는 순간,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가 만나 지식의 보고로 향하는 길이 모습을 드러낼지어다.

그러한 제로의 말을 들은 정보과의 직원이 으음…, 하는 낮은 신음을 흘렸다.

직원은 도둑 길드에 속해, 10년간 온갖 종류의 정보들을 다뤄 왔다.

그럼에도 제로가 말한 수수께끼에 관해선 미지수였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얼마든지.”

직원의 물음에 제로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가 장소를 찾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모될지,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다소의 기다림이 동반된다 하더라도 도둑 길드의 도움을 받는 편이 좋았다.

그렇게 제로의 허락이 떨어지자, 직원이 뒷문을 통해 사라졌다.

직원이 사라지고 몇 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제로가 ‘언제 돌아오는 거야?’라는 생각을 품기 무섭게, 뒷문이 열리며 사라졌던 직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7번 룸에 모습을 드러낸 직원의 손에는 한 장의 종이가 쥐어져 있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자리에 앉은 직원이 꾸벅, 제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다만 애석하게도 손님께서 원하시는 장소에 관한 정보는 저희 도둑 길드 내에도 없었습니다.”

“그런가.”

직원의 말에 제로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려 현자가 잠들어 있는 장소이다. 제아무리 도둑 길드라 하더라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닐 터였다.

그렇다면….

‘그 늙은이는 이런 정보를 어떻게 구한 거야?’

제로는 잿빛 마탑의 수장, 네크로 마스터 베드로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이 세상 모든 정보가 잠들어 있다는 말을 쓸 정도로 정보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앞서 있는 단체가 도둑 길드인데.

그런 도둑 길드에서조차 모르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니.

제로가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직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만 길드에 잠들어 있던 정보 중, 손님께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있었습니다.”

“도움이 될 정보?”

“예.”

제로의 반문에 고개를 끄덕인 직원이 손에 쥐고 있던 서류를 넘겼다.

직원이 넘긴 서류에는….

“지도?”

“고대어가 적혀 있는 지도입니다. 소실된 단어들이 많아 온전하게 해석이 끝난 상태는 아니지만, 그 지도의 목적지가 고대어로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세 가지 색의 교차점’이라고.”

“흐음.”

직원의 말에 제로는 무겁게 가라앉은 눈으로 지도를 바라봤다.

고대어로 만들어졌을 정도로 지도는 오래되어, 그 상태가 썩 좋지만은 않았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훼손되지는 않았다.

“고마워.”

“도움이 되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결제는 1층의 카운터로 가시면 되겠습니다.”

* * *

“으음.”

도둑 길드를 빠져나온 제로가 지도를 바라봤다.

지도는 현자가 활동했던 과거. 흔히 고대 시대나 마도 시대. 그것도 아니라면 신화시대라 불리던 그때 작성되었기에 현재의 지형과는 다소 차이가 존재했다.

다만….

“아무리 봐도 이 지도에 나온 장소가….”

시작의 도시.

로스트 월드를 즐기는 유저들의 진정한 시발점이자, 현 로스트 월드의 중심.

유일 제국의 수도이자 삼대 마탑이 모여 있고, 오딘교의 대신전까지 자리 잡은 장소.

그리고 현재 제로가 있는 장소기도 한….

“시작의 도시를 가리키는 것 같단 말이지.”

지도에는 세 개의 점이 찍혀 있었다.

그 점의 색은 푸른색과 검은색. 그리고 회색빛으로, 마치 삼대 마탑인 푸른 마탑과 검은 마탑. 잿빛 마탑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다만 제로조차 유추할 수 있는 목적지를 도둑 길드가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

그게 어찌 됐든 지도가 가리키는 목적지인 세 개의 점 중앙에는 울부짖는 드래곤이 새겨진 방패에 두 개의 지팡이가 교차하듯 꽂혀 있는 상징이 새겨져 있었다.

그 문양은 현시대를 지배하는 유일 제국 이전에 건국된, 마도 시대에 존재했던 한 왕국을 뜻하는 상징이었다.

마도 시대.

그때는 개개인이 단순한 마법을 다룰 수 있을 정도로 마법이 발달되었던 시대였다.

현재의 마법을 마도 시대의 유물들을 긁어모아 재편성한, 이른바 열화된 마법이라고 부를 정도로 마법이 발달되었던 시대.

수백 명의 대마법사가 난립하고, 수십 명의 대마도사가 군림했던 시대.

지금도 간간이 발굴되는 마도 시대의 유산은 터무니없는 힘을 간직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모르겠다, 일단 목적지로 가 보면 알겠지.”

한참 동안 지도를 바라보며 씨름하던 제로가 벌떡 일어섰다.

이렇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것은 제로와 어울리지 않았다.

무엇이 되었든 일단 부딪히고 본다. 그것이 제로의 모토였다.

그러한 생각과 함께 제로는 망설임 없이 지도가 가리키는 장소로 향했다.

드넓은 시작의 도시를 거닐며 지도가 가리키는 목적지에 도착한 제로는….

“미치겠네.”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세 개의 점.

푸른 마탑과 검은 마탑, 잿빛 마탑을 암시하는 듯한 그것들의 중심지에는 황성이 자리 잡았다.

어쩌면 시작의 도시의 과거는 마도 시대를 이끌었던 왕국의 수도였던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제국의 황성이 존재하고, 세 마탑이 자리 잡고 있으며. 오딘교의 대신전까지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 그러한 생각은 지금의 상황에서 하등 쓸모가 없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려나.”

제로는 황궁을 보호하듯 세워져 있는 성벽을 따라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지도가 정확하다면 황궁 어딘가에 입구가 있다는 것인데. 황궁은 무슨 동네 상점처럼 마음대로 들어갔다 나왔다 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현재의 유저들이 아무리 기를 써도 만날 수 있는 NPC의 한계는 백작급이다.

지금까지 단 한 명도 황궁 내부에 발가락 하나 걸치지 못한 것을 생각해 본다면 제아무리 제로라 하더라도 황궁 내부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제로가 그렇게 성벽 밖을 거닐고 있을 때였다.

돌연 손에 쥐고 있던 지도가 푸른 불꽃에 휩싸이며 타올랐다.

“무, 무슨?”

갑작스레 타오르는 지도에 제로가 당황하는 순간, 지도를 집어삼킨 푸른 불꽃이 제로의 손등에 빨려 들 듯 스며들었다.

푸른 불꽃이 스며든 제로의 손등에는 지도에 그려져 있던 상징.

과거 마도 시대를 이끌었던 왕궁을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졌다.

“여기가 맞다, 이거냐?”

제로는 손등에 새겨진 문양에 더더욱 인상을 찌푸렸다.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고 황궁 내부로 들어가야 했다.

애초에 황궁이 목적지가 아니었다면 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생각을 정리한 제로가 터벅터벅 걸어 나갔다.

그렇게 걸어 나간 제로가 도착한 장소는 황궁에서도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아니, 시작의 도시의 구석 중의 구석이라 할 수 있는 장소였다.

유저도, NPC도 존재하지 않는 그곳에 도착한 제로를 반기는 것은 짙은 어둠을 머금은 거대한 구멍이었는데.

그 구멍은 흔히 말하는 ‘하수도’였다.

지금은 버려진 하수도였지만,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 하수도는 황궁 내부와 이어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의 황제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만든 비밀 통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잊혀 버린 장소였지만.

“가 볼까.”

꿀꺽, 마른침을 삼킨 제로가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내디뎠다.

버려졌다 하지만, 비밀 통로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증명하듯 이곳에는 다양한 함정들이 존재했다.

오랜 시간 방치되어 대부분이 망가졌을지 모르지만, 아직도 작동하는 함정이 있다 한들 하등 이상하지 않았다.

아니, 그 이상으로….

스킬 발동, 데스 본 스피어.

후웅-!

퍼걱!

하수도 내부로 진입하기 무섭게 몬스터가 제로를 반겨 줬다.

제로는 자신을 보며 흉흉한 붉은 안광을 토해 내는 몬스터를 향해 데스 본 스피어를 날렸다.

제로의 손짓에 따라 날아간 거대한 흑골의 창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 몬스터의 머리통을 산산이 깨부쉈다.

“랫 맨? 아니, 뭔가 달라.”

제로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몬스터의 시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 형태는 하급 몬스터 중 하나인 랫 맨을 연상시켰지만, 그 덩치와 흉성은 평범한 랫 맨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법 한 번에 죽어 버리긴 했지만, 그 기세만 본다면 최소 200레벨 이상의 몬스터였다.

키륵?

키르륵!

키에에엑!

불빛이 닿지 않는 하수도 내부.

그곳에 깃들어 있는 어둠 속에서 흉흉한 붉은 안광을 터트리며 수십 마리의 변종 랫 맨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들의 입에는 수십 개의 날카로운 이빨이 돋아나 있었으며, 입가에는 진득한 침이 흘러내렸다.

“날 먹이로 본다 이거지?”

제로는 자신을 노려보는 변종 랫 맨에 네크로노미콘을 꺼내 쥐었다.

수십 마리의 변종 랫 맨들은 제로를 ‘적’으로 보지 않았다.

저것들의 눈에 깃들어 있는 것은 오롯이 식욕뿐.

변종 랫 맨들은 제로를 단순히 먹이로 생각할 뿐이었다.

“쥐새끼들 따위가….”

조용히 중얼거린 제로가 네크로노미콘을 들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스킬 발동, 데스 웨이브.

콰가강-!

제로를 중심으로 죽음이 뻗어 나갔다.

방사형으로 뻗어 나가는 죽음은 거대한 해일이 되어 변종 랫 맨들을 뒤덮었다.

변종 랫 맨들은 자신들을 뒤덮는 거대한 죽음의 탁류에 휩쓸리며 시체 하나 남기지 못하고 썩어 문드러졌다.

“지금부터는 타임 어택이다.”

타닷-!

속삭이듯 중얼거린 제로가 앞으로 튀어 나갔다.

아무리 버려진 비밀 통로라고는 하지만, 한때 황궁이 관리했던 장소다.

그런 장소에서 마법을 사용했으니.

몬스터라고는 하지만 대량 학살을 동반한 마법이었다.

황궁 측에서 눈치를 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렇기에 제로는 최대한 빨리 이 하수도를 빠져나가야 했다.

“거슬린단 말이다!”

스킬 발동, 명계의 폭풍.

콰가가-!

제로를 중심으로 폭풍이 휘몰아쳤다.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에는 명계의 냉기가 깃들어 있다.

그것들이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은 갈기갈기 찢기고 얼어붙어 부서져 내렸다.

그렇게 앞을 가로막는 몬스터들.

변종 랫 맨을 시작으로 거대한 악어. 수십 마리의 거대 쥐 등등의 것들을 처리하며 얼마나 나아갔을까.

거침없이 달려 나가던 제로가 돌연 발을 멈췄다.

“미치겠네.”

제로는 슬쩍 짙은 어둠 속에 몸을 숨기며 중얼거렸다.

최대한 빠르게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황궁 지하에 이런 통로가 있었군요.”

“긴장 풀지 마라. 황실 마법사가 이곳에서 다수의 마법이 발동했다고 했다.”

“몬스터들의 소행일까요?”

“그것을 알아내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철컹철컹.

한 기사의 인솔에 따라, 다수의 병사가 버려진 지하 하수도 내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하는 말을 엿들은 제로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상대 또한 제로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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