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식하는 네크로맨서-62화 (62/200)

제62화

스킬 발동, 본 스피어.

후웅-!

콰직!

흑골의 창이 날아가며 스켈레톤 워 메이지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머리가 산산이 터져 나간 스켈레톤 워 메이지의 육체가 무너지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이걸로 몇 개더라?”

제로는 스켈레톤 워 메이지가 남긴 마법사의 뼛조각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으며 중얼거렸다.

현재 제로가 사냥하고 있는 사냥터는 마법사의 무덤이었다.

등장 몬스터는 스켈레톤 메이지와 워 메이지. 스켈레톤 방패병 따위의 몬스터로. 보스로는 스켈레톤 세이지가 있는 사냥터로, 권장 레벨 320의 고레벨 사냥터였다.

“제작서가 없으니 최대한 많이 모아야 하는데 말이지.”

제로가 마법사의 무덤에서 사냥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과거 블랙마켓에서 구한 백의 저주를 품은 보석을 통해 리치를 제작하기 위한 재료를 모으기 위해서였다.

지금까지 모은 재료는 하급 마법사의 뼛조각 327개와, 마법사의 뼛조각 182개. 그 외의 기타 등등 잡템들이었다.

“으음. 슬슬 여기도 질리는데.”

레벨 업이 목적이었다면 고레벨 사냥터에서 사냥해도 괜찮았다.

하지만 지금 제로의 목적은 리치 제작. 그렇기에 다소 지루함이 감돌더라도 마법사의 사냥터에서 사냥하는 것이 가장 효율이 좋았다.

스킬 발동, 데스 웨이브.

콰가강-!

리젠된 한 마리의 스켈레톤 메이지와 세 마리의 스켈레톤 방패병으로 이루어진 무리를 공격했다.

방사형으로 퍼져 나가는 죽음에 얻어맞은 스켈레톤 무리가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얼마간 사냥을 이어 나갔을까.

슬슬 지루해져 마법사의 뼛조각 외의 다른 재료들을 수집하기 위해 사냥터를 옮기려는 그때였다.

쿨럭쿨럭-!

어디선가 병자의 그것과 같은 기침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에 제로의 눈동자가 의아함으로 가득 찼다.

제로가 알기로 마법사의 무덤에는 이렇다 할 NPC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유저라고 하기에는 애초에 마법사의 무덤은 유저들에게 인기 없는 사냥터였다.

고레벨 사냥터인 주제에 제대로 된 드랍템도 없어, 이른바 버려진 사냥터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 마법사의 무덤이었다.

그렇기에 제로는 의아함과 궁금증을 가지고 기침 소리의 근원지로 향했다.

“허, 여기에 NPC가 있다고?”

도착한 장소는 말라비틀어진 고목나무였다.

수백 년을 살아온 것인지, 고목나무는 상당한 크기를 자랑했다.

그런 나무 밑에는 사제의 복장을 한 중년의 남성이 쓰러져 있었다.

연신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는 것 하며.

병색이 완연한 낯빛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바스락.

“쿨럭, 음? 누, 누구인가?”

제로의 인기척을 느낀 사제가 고개를 들었다.

그런 사제의 눈동자는 생명이 빠져나가 탁해져 있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쿨럭, 설마 여기서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이야. 이것 또한 주신 오딘 님의 은총이 아닌가.”

제로의 질문에 사제가 쓸데없는 말을 지껄였다.

주신 오딘의 은총은 개뿔.

제로가 그렇게 투덜거릴 때, 사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 자네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네.”

“부탁…, 말씀이십니까?”

사제의 말에 제로는 확신했다.

이것이 히든 퀘스트의 전조라는 것을.

하지만 제로의 기억상으로 마법사의 무덤에서 진행하는 히든 퀘스트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 또한 자신에 의해 미래가 개변된 영향일까? 아니면 그저 자신이 몰랐던 히든 퀘스트인 것일까.

제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사제가 부스럭거리며 몸을 움직였다.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덜덜 떨리는 손으로 품에서 꺼낸 것은 한 장의 서류였다.

“이, 이것을 시작의 도시에 있는 대주교님께 전해 줄 수 있겠나?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네. 쿨럭.”

덜덜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내민 사제가 돌연 한 움큼 피를 토했다.

사제의 육체는 죽음이 만연해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저 품고 있는 신성력으로 억지로 생명줄을 붙잡고 있을 뿐이었다.

이 정도라면 어떤 수를 쓰더라도 사제를 살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나저나….

‘하필이면 퀘스트가….’

제로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자신도 몰랐던 히든 퀘스트를 발견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퀘스트의 목적이 다소 무리였다.

자신은 오딘교의 주적인 네크로맨서.

그런 자신에게 시작의 도시에 가서, 오딘교의 대주교에게 서류를 건네라니.

도둑에게 경비대에 가서 자수하란 소리나 다름없었다.

제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퀘스트-사제의 마지막 부탁(A)를 수락하시겠습니까?]

눈앞에 퀘스트를 수락하겠냐는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제로는 그 창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이걸 받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난이도가 A급인 것을 보아. 그리고 이것이 히든 퀘스트인 것을 보아 보상은 상당히 짭짤할 것이다.

하지만….

‘역시 오딘교라는 게 걸린단 말이지.’

대주교급 사제의 평균 레벨은 550 정도 된다.

그 정도의 레벨이라면 자신의 아바타를 꿰뚫어 보게 될 것이다.

아니, 그 이상으로 애초에 대주교가 자리 잡은 장소는 시작의 도시의 대신전이다. 들어가기만 해도 아바타는 벗겨질 것이며, 자신이 망자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까발려질 것이다.

‘으음.’

“부, 부탁하겠… 쿨럭!”

제로가 선뜻 퀘스트를 받아들이지 않자 사제가 애원했다.

신성력이 떨어져 가는 것인지, 사제의 몸 상태는 빠르게 나빠졌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제로는 모 아니면 도다! 라는 마인드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 알겠습니다.”

[퀘스트-사제의 마지막 부탁(A)을 수락하였습니다.]

[의문의 서류를 획득하였습니다.]

“고맙… 네….”

털썩.

제로가 퀘스트를 받아들이기 무섭게 사제의 몸이 쓰러졌다.

제로는 죽은 사제의 시체를 인벤토리에 저장하며 ‘의문의 서류’를 내려다봤다.

“아이템 확인.”

[의문의 서류.]

분류: 퀘스트 아이템.

주신 오딘을 신앙하는 사제가 남긴 서류입니다.

서류에는 마법사의 무덤에서 시작되어, 주변 마을을 집어삼킨 역병과 역병의 근원인 던전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역병!”

제로는 역병이라는 단어에 놀라 소리쳤다.

설마 이건…!

“역병 의사 퀘스트였어?”

역병 의사 퀘스트.

과거 최상위 랭커이자 역병의 흑마도사라 불리었던 유저가 진행했던 퀘스트다.

그는 이 퀘스트를 통해 레전더리급 아이템인 역병 의사 가면을 획득했으며, 그 외에도 각종 독과 질병에 관련된 특수 스킬을 획득했다고 자랑했었다.

설마하니 그 퀘스트의 실마리가 마법사의 무덤이었을 줄이야.

“굳이 퀘스트를 진행할 필요가 없어졌어.”

물론 이 퀘스트를 클리어한다면 막대한 보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네크로맨서로 분류되는 제로가 받을 수 있는 보상은 타 유저보다 한정될 터.

그렇다면 차라리 역병 의사 가면을 노리는 편이 더욱 좋았다.

그때의 랭커 또한….

“퀘스트를 진행하기보다는 던전으로 직행했다고 했었지?”

로월의 퀘스트는 무작정 내용대로 진행할 필요가 없다. 로월이 가진 리얼리티와 자유도로 말미암아 어떻게든 결과만 달성한다면 그에 걸맞은 보상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가 볼까?”

꾸깃!

제로는 손에 쥔 서류를 움켜쥐며 눈을 빛냈다.

* * *

“여기가 역병이 퍼진 마을인가?”

제로는 목책으로 둘러싸인 마을에 들어가며 중얼거렸다.

마을 입구에는 그 흔한 경비병 한 명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역병이 퍼진 마을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듯, 마을 내부를 돌아다니는 NPC들의 낯빛은 하나같이 좋지 않았다.

누군가는 병색이 완연한 표정으로 콜록거리고 있었으며, 누군가는 의자에 앉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특히나 역병은 인간에게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듯, 마을 곳곳에는 질병에 걸려 죽어 버린 가축들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었다.

“으음, 심각하네.”

심각하다.

그것이 마을을 둘러본 제로의 감상이었다.

과거 역병 의사 퀘스트를 진행했던 흑마법사의 자랑에 따르면….

“이 역병도 한 흑마법사가 실험을 위해 퍼트린 거라 했었지, 아마?”

그 어떤 사제도, 마법사도 치료할 수 없는 병을 만들어 자신의 힘을 과시하겠다.

그러한 이유로 역병 의사 퀘스트가 발생했다.

다만, 기억이 온전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획득한 역병 의사 가면과 스킬만 자랑했던 것일까.

정작 중요한, 역병을 퍼트린 흑마법사의 위치에 관한 정보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게 제로가 정처 없이 마을 내부를 거닐고 있을 때.

한 꼬마 NPC가 제로의 로브 자락을 쥐어 잡았다.

“저기, 형.”

“무슨 일이니?”

꼬마의 부름에 제로가 대답했다.

“형 마법사야? 마법사 맞지?”

“맞긴 한데.”

네크로맨서 또한 마법사라면 마법사가 맞다.

그렇게 생각한 제로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이 마을에선 악명 수치가 통하지 않는 건가?’

역병 의사 퀘스트용으로 제작된 마을이기에 그러한 것일까?

아니면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기에 악명을 쌓은 유저라는 것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일까.

제로가 그러한 의문을 품고 있을 때, 꼬마가 입을 열었다.

“저기 있잖아. 우리 엄마 좀 도와주면 안 돼? 엄마가 아침부터 움직이질 않아. 응?”

꼬마의 부탁에 제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치료제가 없는 역병이 퍼진 마을.

아침부터 움직이지 않는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제로는 자신에게 말을 건 꼬마의 엄마가 죽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꼬마야. 미안하….”

말을 하던 제로가 입을 다물었다.

주변에도 역병에 걸린 NPC들은 많았다.

그런 NPC들 중, 이 꼬마만이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다는 뜻은….

‘이 꼬마가 퀘스트의 열쇠?’

그러한 생각을 품은 제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형이 한번 봐줄게. 엄마에게 안내하렴.”

“고마워!”

제로의 승낙에 꼬마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그렇게 꼬마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집 안에는….

“역시.”

꼬마의 엄마로 보이는 NPC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다만 그것은 더 이상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미 상당히 부패가 진행된 시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엄마. 엄마. 제가 마법사 형 데려왔어요.”

꼬마는 아직 죽음이라는 개념을 모르는 듯, 엄마의 시체를 붙잡으며 말했다.

제로는 그런 꼬마를 내버려 둔 채, 집 안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별건 없…, 이건?”

한쪽 구석에 마련된 탁자에 한 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제로는 망설임 없이 책을 들어 올리며 펼쳤다.

[xx월 xx일.]

뒤편에 처음 보는 동굴을 발견했다.

동굴에는 처음 보는 약초가 자라고 있었다.

청량한 향을 풍기는 그것은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궁금증에 약초를 채집해 가져왔다.

약초에는 치료 효과가 있었는지, 그것을 달여 마시자 욱신거리던 무릎의 통증이 완화되었다.

나는 다시 동굴에 들러, 있는 대로 약초를 뜯어와 마을 사람들과 공유했다.

[xx월 xx일.]

무언가 이상했다.

약초를 달여 마시기 시작한 지 3일.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약초를 달여 만든 물을 마신 마을 사람 모두에게 같은 증상이 일어났다.

회복 효과가 있다고 처음 보는 약초를 너무 맹신한 탓일까?

[xx월 xx일.]

몸이 점차 썩어 가기 시작했다.

무언가 잘못됐다.

당장 도움을 요청해야….

책의 내용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동굴에 자라난 처음 보는 약초. 그것을 먹은 사람들은 살아 있는 채로 온몸이 썩어 문드러지는 고통을 겪었다.

“끔찍하구만.”

제로는 쯧쯧 혀를 찼다.

아무리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고 싶다 해도, 이런 끔찍한 역병을 퍼트리다니.

뭐, 그래도….

“나도 인류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지만 말이야.”

이 역병을 퍼트린 흑마법사를 찾는 것도, 놈의 모든 것을 취해 강해지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그렇게 따지자면 이 흑마법사나 자신이나 딱히 다를 바 없었다.

제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꼬마 아이가 울먹이며 제로를 향해 말했다.

“형. 엄마가 움직이지 않아.”

울먹이며 말하는 꼬마에 제로가 입을 열었다.

“네 엄마는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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