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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하는 네크로맨서-33화 (33/200)

제33화

“이건 또 뭐야?”

무너지는 본 실드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제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홀리몰리를 놓쳐 버렸다.

제로의 앞에 있던 홀리몰리는 어느새 저 뒤로 물러나, 신성 길드의 길드원들의 회복을 받고 있었다.

제로는 그런 홀리몰리에게서, 기습이 가해진 장소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암흑신교?”

암흑성기사를 필두로, 암흑사제들로 이루어진 집단이 제로와 신성 길드. 양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암흑신교의 등장에 신성 길드 또한 적잖이 놀랐다는 듯,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네놈! 결국 마신의 졸개들에게 붙은 거냐!”

홀리몰리가 제로를 향해 버럭 외쳤다.

제로는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저런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내비쳤다.

딱 봐도 암흑신교 측에서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저런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과연 정상일까?

아니면 말 그대로 ‘오딘의 종’이라는 컨셉에 잡아먹혀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일까.

어찌 되었든….

‘성가셔졌네.’

상황이 참으로 성가셔졌다.

홀리몰리와 신성 길드야 다소 무리를 감행하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지만, 암흑신교 측은 달랐다.

척 봐도 개개인의 강함이 300레벨 이상이다. 현 랭커들에 필적하는 강적들이 최소 30명.

아무리 제로라 하더라도 그들을 상대하는 것은 말 그대로 ‘목숨을 걸어야’했다.

‘적어도 전직을 끝마쳤으면 어찌어찌 비벼 보겠는데 말이야.’

속으로 중얼거린 제로는 망자의 창을 없애고, 네크로노미콘을 들어 올렸다.

우선은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망자의 보옥에는 충분할 정도로 죽음이 쌓여 있었다.

그렇게 제로가 네크로노미콘을 들어 올리자, 그에 맞춰 홀리몰리와 신성 길드. 그리고 암흑신교 측에서도 반응을 보였다.

홀리몰리는 다시 한번 전신에 각종 버프를 두르며 언제든지 제로에게 달려들 준비를 끝냈으며.

암흑신교의 암흑성기사들 또한 암흑사제들의 버프를 받으며 제로를 덮칠 준비를 끝냈다.

“미안한데, 내가 좀 바빠서 말이야. 너희들은 다음에 놀아 줄게. 다크 크라우드.”

푸확-!

제로의 발밑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지며 사방을 뒤덮었다.

홀리몰리와 신성 길드의 길드원들, 그리고 암흑신교 측에서는 갑작스레 뿜어져 시야를 가리는 검은 연기에 당황하며 달려들었다.

“어딜 도망가려는 거냐! 단죄의 일격!”

스칵-!

홀리몰리가 휘두른 검격에 맞춰 사방을 뒤덮은 검은 연기가 이등분되어 갈라졌다.

그 뒤를 이어 신성 길드원들의 각종 신성 마법이 제로를 노리며 쏟아졌다.

암흑신교 또한 움직였다.

암흑성기사들은 암흑사제의 보조와, 본인들의 막강한 방어력을 믿으며 신성 길드원들이 쏟아내는 신성 마법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제로를 향해 돌진했다.

다크 크라우드에 숨어 움직이고 있던 제로는 순식간에 다가오는 암흑성기사와 홀리몰리에 쯧! 하며 혀를 찼다.

“아 그냥 물러나겠다니깐? 데스 스파이크.”

콰가강-!

제로의 발밑으로, 이번엔 검은 연기가 아닌 죽음을 머금은 가시들이 튀어나왔다.

그에 암흑성기사와 홀리몰리는 손에 쥐고 있던 거대한 방패로 제로의 데스 스파이크를 막아 냈다.

허나 그 충격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그들은 데스 스파이크와 충돌하는 순간, 뒤로 튕겨져 나갔다.

‘진짜 저건 너프해야…, 아니 전쟁을 생각하면 더 버프해 줘야 하나?’

나름 사마력을 담은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제로가 투덜거렸다.

전쟁을 생각하면 각 직업들을 더욱 강화해야겠지만, 현 상황을 따져 보면 폭풍 너프를 시키고 싶었다.

제로가 그렇게 의미 없는 불평불만을 생각하고 있을 때, 홀리몰리를 필두로 암흑성기사들이 다시 한번 움직였다.

“홀리 대쉬!”

“암흑신의 진노!”

콰가가강-!

홀리몰리와 암흑성기사들이 방패를 앞세워 돌진했다.

홀리몰리의 방패에는 순백을 띠는 오딘의 신성력이. 암흑성기사들의 방패에는 칠흑처럼 검은 마신 알루타의 신성력이 깃들었다.

방패를 앞세워, 정면에서 짓이겨 드는 그들의 공격은 마치 거대한 해일이 다가오는 듯한 위압감을 만들었다.

“니들은 앙숙 아니었냐?”

제로는 자신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서로 앙숙이나 다름없는 오딘교와 암흑신교가 서로를 묵인하는 상황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 암흑신교가 나타났을 땐, 나름 몸을 빼내기 쉬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로 마주하기만 해도 으르렁거리다 못해 칼부림을 일으키는 암흑신교와 오딘교이지 않은가?

그런데 현 상황은 어떠한가.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묵인하며, 오직 자신에게만 공세를 집중시킨다.

로스트 월드 특유의 뛰어난 리얼리티와 현실감. 그리고 자유도가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 냈다.

‘뭐, 일단은….’

“여기서 도망치는 것부터 생각해야겠네. 데스 웨이브.”

쩌어어엉-!

제로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퍼져 나가는 죽음의 파동이 달려드는 홀리몰리와 암흑성기사들의 방패와 충돌했다.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충격에 대지가 뒤엎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리몰리와 암흑성기사들은 그 특유의 압도적인 방어력. 그리고 뒤쪽에 있는 사제들의 보조에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아무래도 압도적인 방어력을 바탕으로 날 말려 죽이려 하나 본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데스 웨이브에 밀려난 홀리몰리와 암흑성기사들에 의해 만들어진 잠깐의 틈.

제로는 그 틈 사이에 씨익 웃어 보이며 다음 마법을 발동시켰다.

애초에 다수의 적에게 둘러싸여 있는 상황은 전쟁 때 숱하게 겪어 왔다.

한번 죽으면 그것으로 끝인 그때와 달리, 지금은 극심한 페널티가 있으나 다시 부활할 수 있다.

그때의 압박감과 지금의 압박감. 비교할 가치도 없었다.

“쉐도우 점핑.”

쑤욱-!

제로의 몸뚱어리가 그림자에 먹혀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뒤늦게 도착한 암흑성기사들의 무기와, 홀리몰리의 검이 제로가 서 있던 대지에 파고들었다.

“무슨-!”

홀리몰리는 순식간에 사라진 제로에 당황하며 이리저리 시선을 옮겼다.

암흑성기사들 또한 홀리몰리와 딱히 다르지 않았다.

한편, 그렇게 모습을 감춘 제로가 다시 나타난 장소는….

“■■ ■ ■■■ ■ ■■■ ■ ■■, 망자의 심판.”

수십 명의 암흑사제가 모여 있는 장소의 한가운데에 모습을 드러낸 제로가 마법을 시전했다.

순식간에 끝낸 영창과 함께 발동되는 마법, 망자의 심판.

제로를 중심으로 귀곡성이 울려 퍼지며, 사방에서 산자에 대한 분노를 품은 망자들이 튀어나왔다.

그것들은 제로를 중심으로 휘몰아치다 돌연, 허공에 뭉쳐 들다 수십 줄기의 낙뢰로 변해 떨어져 내렸다.

망자들로 이루어진 수십 줄의 낙뢰는 제로를 제외한 암흑사제들에게만 정확히 내리꽂혔다.

하지만.

“그럴 거 같았어.”

나름 영창까지 한 상위 마법이었지만, 역시나 레벨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었다.

암흑사제들은 망자의 심판이 떨어지기 직전, 다수의 방어 마법을 발동시키며 되받아쳤다.

몇몇 사제들이 신성력이 역류해 피를 토하는 게 보였지만, 거의 대부분의 암흑사제들은 멀쩡한 모습으로 제로를 노려봤다.

“놈! 순순히 검은 성배를 내놓거라! 검은 신성의 화살!”

푸부부북-!

한 사제가 버럭 외치며 공격했다.

그는 스스로를 중심으로 검은 화살을 만들어 내며 제로를 향해 쏘아 댔다.

검은 화살, 검은 신성의 화살은 언뜻 보면 흑마법에 가까웠다.

하지만 나름 마신의 신성력으로 이루어졌다고, 그것들은 제로에게 있어 통상의 위력에 배 이상을 발휘했다.

제로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검은 화살에 쯧! 하며 네크로노미콘을 펼쳤다.

“본 실드.”

꽈가가강-!

제로를 뒤덮은 뼈의 벽과 검은 화살이 충돌하며 폭발이 일어났다.

제로는 그러한 폭발이 만들어 낸 먼지구름에 틈타 다시 한번 쉐도우 점핑을 발동시켰다.

“아놔.”

쉐도우 점핑을 통해 이동한 제로가 인상을 찌푸렸다.

암흑사제들의 틈바구니에서 빠져나온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번에 도착한 장소는 신성 길드원들이 모여 있는 장소의 정 중앙이었다.

쉐도우 점핑은 그 시전 속도나, 소모되는 사마력의 양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반대로 ‘어디로 이동할지’ 시전자가 정할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과거 이벤트 때는 운 좋게 시작의 도시 성벽 안쪽에 도착했었는데, 이번에는 재수 없게도 신성 길드의 한복판에 나타났다.

“제로다!”

“죽여!”

“죽여 버려!”

신성 길드의 길드원들은 갑자기 나타난 제로에 당황하기를 잠시.

곧 제로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며 각종 마법을 발동시켰다.

왜 사용한 것인지 의미 모를 힐링 계열의 마법부터 각종 공격 마법이 제로에게 쏟아졌다.

“미치겠네, 본 월.”

콰르르-!

쏟아지는 신성 마법에 제로가 본 월을 사용했다.

검은 스켈레톤들이 이리저리 얽힌 거대한 뼈의 벽이 제로를 중심으로 사방에서 솟아오르며 신성 길드원들의 공격을 막아 냈다.

“이것도 얼마 못 가겠네.”

제로는 벽 밖에서 들려오는 폭음에 중얼거렸다.

신성 길드의 길드원들의 평균 레벨은 제로에 비해 낮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약한 공격이라 하더라도 수백, 수십 명이 동시에 사용하면 그것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여기서 소모하기엔 아까운데, 어쩔 수 없지.”

제로는 아쉬움 가득한 마음을 담으며 영창에 들어갔다.

현 상황을 아무런 손해 없이 빠져나가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 ■■ ■■■■■ ■■ ■■■ ■■ ■, 그 몸을 일으켜라. 망자의 거병.”

콰르르-!

제로가 딛고 있던 대지가 들썩이며 곧 거대한 거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온갖 종류의 시체들이 짜깁기되어, 보는 것만으로도 혐오감과 역겨움을 불러일으키는 그것은 망자의 거병.

과거 암흑신교의 침공 이벤트 때 크나큰 활약을 벌였던 망자의 거병이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냈다.

“시체 거인이다!”

“저거부터 처리해!”

“놈을 놓치지 마라!”

망자의 거병의 등장에 신성 길드원들과 암흑사제들이 동시에 외쳤다.

그들 또한 제로가 소환한 망자의 거병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

“망자의 거병, 데스 하울링.”

그아아아아아아아-!

어깨에 탄 제로의 명령에 망자의 거병이 입을 쩍! 벌리며 괴성을 내질렀다.

데스 하울링.

망자의 거병이 사용할 수 있는 스킬들 중 하나로, 흔히 고레벨 몬스터들이 사용할 수 있는 피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데스 하울링이 퍼져 나가자, 다소 레벨이 낮은 신성 길드원들중 몇몇이 즉사 효과에 픽픽 쓰러졌다.

즉사 효과에 저항한 유저나 암흑사제들이라 해도 멀쩡하지 못했다.

그들 또한 각종 디버프를 받으며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노오오옴-! 네놈에겐 생명에 대한 존엄성이 없는 것이냐!”

“이건 게임이라고. 그리고 나에겐….”

고작 게임 속의 생명보단 현실의 생명이 더욱 중요해.

속으로 뒷말을 삼킨 제로가 영창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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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창이 이어질수록 제로를 중심으로 짙은 죽음이 휘몰아친다.

그것은 제정신을 차린 암흑사제나, 신성 길드의 길드원들. 그리고 홀리몰리와 암흑성기사들의 공격을 튕겨 냈다.

“그럼 난 이만. 데스 게이트.”

쩌억-!

영창을 끝낸 제로의 앞으로 공간이 갈라지며 하나의 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로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게이트로 몸을 내던지며 홀리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다음에 또 보자고.”

“네노오옴-!”

제로를 집어삼킨 데스 게이트가 자취를 감추고. 홀리몰리는 사라진 제로를 향해 노호를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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