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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하는 네크로맨서-32화 (32/200)

제32화

[이번 이벤트에 관해서]

작성자-로월정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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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 오랜만이야! 오늘은 이번에 벌어진 이벤트에 관한 정보를 풀어 볼까 해!

형들도 알다시피 이번 이벤트에는 승리자가 없어. 오딘의 대신전 측에 서서 암흑신교의 침공을 막은 형들도, 암흑신교의 측에 서서 시작의 도시를 공격한 형들도 말이야.

참 이상하지 않아? 분명 알기로는 암흑신교는 오딘의 대신전에서 검은 성배를 되찾아 갔다고 하는데 말이야.

참고로 말하는데 이번 오딘의 대신전에서 검은 성배를 지키고 있던 npc는 센게라라고 해.

모르는 형들도 있을 테니 짧게 설명하자면 최강의 성기사 중 한 명이자 신의 방패라 불리는 npc야. 속설에는 드래곤의 브레스도 막은 적이 있다고 하더라? 가장 약한 드래곤의 레벨도 900을 훌쩍 넘기는 것을 생각해 보면 센게라의 레벨은 못해도 800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어.

그런 대단한 npc가 지키고 있는데도 검은 성배를 빼앗기다니. 도대체 암흑신교는 어떻게 검은 성배를 되찾아 간 걸까?

그게 너무 궁금해서 내가 좀 알아봤거든? 그랬더니 흥미로운 정보를 입수했다 이 말이야.

다들 알다시피 이번 이벤트에 학살자 제로 또한 참가했어. 암흑신교의 측에 서서 시작의 도시를 공격하던 모습이 확인됐지.

근데 어느 순간 사라졌는데 그 이유가 뭔지 알아? 학살자 제로 혼자서 오딘의 대신전에 쳐들어갔더라고.

그게 무슨 말이냐. 학살자 제로 혼자서 추정 800레벨 이상의 npc를 뚫고 검은 성배를 가져갔다 이 말이야. 물론 이벤트인 것을 감안하면 센게라 또한 너프 아닌 너프를 받았겠지만 참 대단하지 않아?

아, 참고로 난 학살자 제로를 좋아하지 않아. 놈이 한 짓을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리거든. 나도 그놈한테 pk당한 적도 있고.

어쨌든 돌아가서, 이번 이벤트에서 승리자가 아무도 없다고 했잖아? 그 이유가 제로가 검은 성배를 꿀꺽 해 버렸더라고.

증거로 스샷을 첨부할게.

아마 지금쯤 암흑신교와의 우호도는 최악을 찍고, 추격자가 붙었을걸?

* * *

이단 광신도의 소굴의 입구에서 제로가 걸어 나왔다.

그런 제로의 표정은 복잡미묘했다.

“으음. 역시 레벨이 낮은 만큼 쌓이는 양이 적네.”

제로는 손에 쥐어진 망자의 보옥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수천의 유저들을 학살했음에도 망자의 보옥에 쌓인 죽음의 양은 채 40%를 넘지 못했다.

최대한 빨리 조건을 만족시켜 전직하려 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고레벨 사냥터 몇 군데 돌아다니며 pk를 하는 것이 더욱 이득이었을 것이다.

“어디서 눈먼 유저들이 나타나 주지 않으려….”

콰강-!

중얼거리며 한 발 내딛는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순백의 광탄이 직격하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드디어 찾았다.”

광탄이 날아온 장소에는 수십 명의 유저들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들의 선두에 서 있는 유저는 신성 길드의 사냥꾼 홀리몰리였다.

제로는 짙게 피어오른 먼지구름 사이에서 홀리몰리를. 아니, 자신을 찾아온 신성 길드의 유저들을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눈먼 경험치들이 알아서 찾아와 줬네?”

후웅-!

중얼거린 제로의 몸을 중심으로 미약한 바람이 휘몰아치며 먼지구름을 걷어 냈다.

그와 동시에 드러난 제로의 주변에는 날아온 광탄에 박살 난 망자의 병사들의 몸뚱어리가 너부러져 있었다.

“이번엔 도망칠 수 없다! 학살자 제로!”

“내가 도망친 적이 있었던가?”

홀리몰리의 외침에 제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억상으로 자신은 홀리몰리를 피해 도망친 적이 없었다. 그저 잠시. 아주 잠시 자리를 비웠을 뿐이었다.

“놈-!”

한편 홀리몰리는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제로의 태도에 성난 외침을 토해 내며 검을 뽑아 쥐었다.

“신의 이름으로 오늘에야말로 네놈에게 지옥을 보여 주마!”

“그놈의 신, 신. 저놈도 컨셉에 잡아 먹혔단 말이지.”

중얼거린 제로가 손을 휘젓자, 제로의 발밑으로 다수의 뼈로 이루어진 창이 튀어나왔다.

상당한 강도를 자랑하는 수십 개의 뼈의 창으로 정면으로 달려드는 홀리몰리를 노렸으나, 홀리몰리는 방패를 앞세우는 것으로 모조리 막아 냈다.

“으음, 컨셉충이긴 해도 나름 귀찮긴 해.”

후웅-!

제로는 순식간에 다가와 휘둘러지는 홀리몰리의 검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죽어라! 심판의 일격!”

홀리몰리의 검이 다시 한번 휘둘러졌다.

제로의 목을 노리며 휘둘러지는 그의 검에는 이글거리는 신성력이 둘러쳐져 있었는데, 그것을 단 한 방이라도 허용하는 순간 제로는 죽음을 맞이할 것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본 실드.”

쩌엉-!

홀리몰리의 검과 제로의 본 실드가 충돌하며 사방으로 충격이 퍼져 나갔다.

다만, 제로의 몸을 가려주는 본 실드는 그 일격에 산산이 박살 나 사라졌으며. 신성 길드의 유저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온갖 공격을 쏟아 냈다.

확실히 신성 길드원다운 반응이었으며. 확실히 홀리몰리가 데려온 유저다웠다.

“귀찮게.”

제로는 쏟아지는 신성 마법들 속에서 뒤쪽의 유저들을 노려봤다.

그런 제로의 두 눈동자 깊은 곳에서 검은 귀화가 피어오르는 순간, 신성 마법을 펼치던 유저들 중 몇몇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제로가 가진 수많은 칭호들은 그 대부분이 pk에 특화되어 있다.

개중에는 자신보다 약한 유저에게 공포와 혼란 따위의 디버프를 부여하는 효과 또한 있었는데 그것이 발동한 것이다.

“제로! 오딘의 심판!”

콰아앙-!

자신을 상대하면서 한눈을 파는 제로에 홀리몰리가 성난 외침과 함께 강하게 검을 내리찍었다.

이글거리는 신성력이 깃든 홀리몰리의 검은 마치 단두대와도 같이 정확하게 제로의 몸을 세로로 갈랐다.

아니, 세로로 갈라 버린 것 같았다.

“땡! 아쉽지만 분신이었답니다.”

홀리몰리부터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제로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에 홀리몰리가 다급히 자신이 갈라 버린 제로를 바라보았으나, 그가 가른 것은 단순한 검은 스켈레톤. 망자의 병사였다.

그 증거로 세로로 이 등분된 제로의 육신은 빠른 속도로 부패되어 검은 뼈로 이루어진 망자의 병사의 외형을 했다.

“까득-!”

제로에게 농락당했다는 사실에 홀리몰리가 거칠게 이를 갈았다.

“확실하게 죽여 주마! 신성 폭발!”

콰아앙-!

스킬을 발동한 홀리몰리의 몸에서 튀어나온 순백의 기둥이 하늘을 뚫으며 사라졌다.

신성 폭발.

3차 전직을 마친 성기사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킬 중 하나로, 막대한 신성력을 소모해 스탯을 대폭 상승시키는 스킬이었다.

다만, 신성 폭발은 일정 시간 강대한 힘을 얻을 수 있지만, 그 대가로 지속 시간이 끝나면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힘든 상태가 되어 버린다.

그렇기에 허상계와의 전쟁에서 신성 폭발은 최후의 최후. 말 그대로 너 죽고 나 죽자 용으로 사용되었다.

“미…!”

설마 신성 폭발을 사용할 줄은 몰랐다는 듯, 제로가 중얼거렸다.

허나 그 중얼거림이 채 끝을 맺기도 전에 다가온 홀리몰리가 검을 휘둘렀다.

“본 실드!”

카가가각-!

제로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뼈의 방패가 완성되기도 전에 홀리몰리의 검에 사라졌다.

확실히 신성 폭발을 사용하기 전과 후의 차이는 극명했다.

그 사실에 제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도망치지 못한다!”

“후, 알았어. 제대로 하라 이거지?”

홀리몰리의 외침에 제로가 낮은 숨을 토해 냈다.

동시에 홀리몰리를. 그리고 뒤에서 홀리몰리를 향해 각종 버프를 사용하는 신성 길드원들을 바라보는 제로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방금 전의 제로에게서 느껴지는 것이 어린아이의 장난기와도 같았다면.

지금의 제로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상위 포식자의 위압감 그 자체였다.

“사제들 때문에 망자를 사용하기가 거시기하네. 어쩔 수 없지, 넌 내가 직접 상대해 줄게. ■■■ ■ ■■ ■■ ■ ■■■, 망자의 창.”

카앙-!

제로의 손에 창이 쥐어지는 순간, 그것이 한줄기 선이 되어 홀리몰리의 심장을 노렸다.

그에 홀리몰리는 다급히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제로의 일격을 막을 수 있었지만, 그 충격에 뒤로 밀려났다.

“내가 밀려났다고?”

홀리몰리는 아무리 급하게 한 방어라고 해도, 자신의 몸이 밀려났다는 것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홀리몰리의 직업이 이단 심문관이라고는 하지만, 그 힘스탯은 어지간한 성기사 못지않았다.

그런 홀리몰리가 법사 계열의 직업을 가진 제로의 공격에 밀려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도 다른 사제들의 버프를 한몸에 받은 상태에서.

“어때, 꽤 쓸 만하지? 사실 창은 내 전공이 아니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잖아?”

“이놈이….”

이죽거리는 제로의 말에 홀리몰리가 신음에 가까운 낮은 울림을 토해 냈다.

“죽여 버리겠…!”

“넌 할 줄 아는 말이 ‘죽여 버리겠다!’ 밖에 없냐?”

쾅! 쾅! 쾅!

홀리몰리의 말을 끊으며 제로가 창을 내질렀다.

내질러지는 제로의 창에 맞춰 홀리몰리 또한 검을 휘둘렀으며. 그렇게 둘의 무기가 충돌할 때마다 사방으로 거친 충격이 휘몰아쳤다.

‘확실히 전투 센스는 좋아. 명성 값은 한다 이거네. 하지만….’

“스로우가 더 강했어.”

스로우.

놈과 싸운 것은 서로가 10레벨도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로는 지금의 전투보다, 그때 벌어진 스로우의 전투가 더욱 까다롭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스로우의 전투 센스는 천재라는 말로 치장해도 부족했다.

“으아아아-!”

한편 홀리몰리는 자신을 한결같이 무시하는 제로의 태도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아무리 컨셉에 잡아먹힌 홀리몰리라고는 하지만, 그 또한 자신의 강함에 대한 자부심은 뛰어났다.

특히나 지금까지 만나온 그 어떤 유저, 몬스터, npc들도 자신의 맹공을 버티지 못했는데, 지금 눈앞에 있는 제로라는 유저는 오히려 자신을 압도한다.

그것도 대량의 버프를 받고, 신성 폭발까지 사용한 자신을.

그 사실을 홀리몰리는 참을 수 없었다.

“제로!”

“그래그래. 내 이름이 제로인데 뭐 어쩌라고.”

“죽여 버리겠…!”

“넌 정말로 네가 할 줄 아는 말이 ‘죽여 버리겠다!’ 이거 하나뿐이야?”

휘리릭-!

제로의 손에 쥐어진 망자의 창이 풍차와도 같이 돌아가며 홀리몰리를 노렸다.

매서운 파공음을 동반하며, 정확히 목을 노리며 다가오는 창날에 홀리몰리가 다급히 방패를 들어 올렸다.

“홀리 실드!”

쩌엉-!

신성력이 깃든 홀리몰리의 방패와, 죽음이 깃든 제로의 망자의 창이 충돌하며 폭발이 일어났다.

그 거대한 폭발에 홀리몰리는 뒤로 튕겨 나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보통 같으면 이제 ‘승부는 끝났다. 돌아가라’라고 멋지게 한마디 해야 하는 타이밍인데.”

휘리릭.

휘릭.

제로가 손에 쥔 망자의 창을 돌리며, 홀리몰리를 향해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

“나도 전직은 해야 하지 않겠냐? 그러니 그냥 죽어.”

후웅-!

홀리몰리의 앞에 멈춰 선 제로는 망설임 없이 망자의 창을 내질렀다.

잿빛의 죽음이 넘실거리는, 칠흑과도 같은 망자의 창이 허공을 가로지르며 홀리몰리의 머리통을 부숴 버리려는 순간….

콰가강-!

어디선가 쏟아지는 마법들이 폭격을 이루며, 제로를 중심으로 거대한 폭발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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