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식하는 네크로맨서-15화 (15/200)

제15화

강철의 무덤 내부에도 수많은 유저들이 사냥에 열중이었다.

그들은 아직 입구에서 제로에 의해 자행된 학살을 알지 못한 듯, 던전 안으로 들어온 제로에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았다.

제로는 사냥에 열중인 유저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네크로노미콘도 성장시키긴 해야 하니, 그냥 운이 없었다 생각해.”

제로의 말을 들은 몇몇 유저들이 미친놈 바라보듯 눈을 날카롭게 떴다.

뜬금없이 나타나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 것일까?

유저들이 그러한 생각을 품고 있을 무렵, 제로는 아공간에서 다종다양한 몬스터들의 시체를 꺼냈다.

“썩어 문드러진 몸을 일으켜라, 망자의 병사.”

끼기긱-!

끼긱!

꾸드득!

제로의 스킬이 발동하자, 주변에 널브러진 시체들이 기묘한 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켰다.

살점과 피부, 근육 따위가 빠른 속도로 부패해 떨어져 나가고 드러난 것은 흑골의 스켈레톤이다.

망자의 병사로 재탄생한 뼈다귀의 손에는 하나같이 몸뚱이와 같은 흑골로 이루어진 무기들을 쥐고 있었다.

“네크로맨서다!”

“이런 제길!”

제로가 일으킨 망자의 병사를 본 유저들의 반응이 급변했다.

그들 또한 네크로맨서로 전직하기 위해선 PK가 필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네크로맨서는 일반적이 유저들의 입장에서 ‘머더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한편 제로는 당황하는 유저들을 바라보며 손을 까딱였다.

“모조리 쓸어버려.”

끼아아아악-!

제로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망자의 병사들이 귀곡성을 터트리며 달려들었다.

거의 백 구는 될 스켈레톤들이 달려들자, 유저들은 묘한 압박감을 느꼈다.

하지만.

“놈은 혼자야!”

“네크로맨서를 노려!”

그래도 그들 역시 유저. 당황도 잠시 그들은 제로의 습격에 재빨리 대응했다.

유저들은 평소에는 하나의 몬스터를 두고 경쟁하는 사이였지만, 제로와 같은 공공의 적이 나타나자 빠른 속도로 협력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제로는 의외라는 듯 휘파람을 내뱉었다.

“뭐, 그래도 결말은 바뀌지 않아.”

유저들이 서로 협력해 대응하는 모습이 의외였지만, 그뿐이다.

제로 또한 지금까지 로스트 월드를 플레이해 오면서 성장을 거쳐왔다.

지금 제로가 일으키는 망자의 병사들은 유저로 따지자면 레벨 150이 넘는 괴물들뿐이다.

고작해야 강철의 무덤에서 사냥하는 유저들로는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끄아아악-!

으악!

이것들 뭐야!

평범한 스켈레톤이 아니야!

이런 빌어먹을! 아무리 히든 클래스라지만 이건 선 넘었지!

망자의 병사들을 상대하는 유저들이 입에서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무리 서로 협력한다 한들, 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는 유저들은 그저 머릿수만 많은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제로는 망자의 병사들에 죽어 나가는 유저들을 지나치며 강철의 무덤 안으로 더욱 깊숙이 걸어 들어갔다.

* * *

콰앙-!

콰르르.

강철의 무덤 최심부.

보스 룸 앞을 가로막고 있는 문지기, 스톤 골렘의 육중한 몸이 무너져 내렸다.

그 앞에는 망자의 정예병을 대동한 제로가 서 있었다.

“멀쩡한 골렘의 핵. 이것도 필요했는데 잘됐네.”

제로는 스톤 골렘이 드랍한 골렘의 핵을 회수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내비쳤다.

이제 볼일이 남은 것은 보스 룸에 있는 아이언 골렘뿐이다.

제로는 후딱후딱 처리하고, 히든 피스를 획득해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던전의 입구에서 행했던 학살과 던전 내부에서 행했던 학살.

그 덕분에 지금쯤이면 수많은 유저들이 제로를 죽이기 위해 달려오고 있을 것이다.

귀찮은 일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아이언 골렘을 처리하고, 히든 피스를 획득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제로는 망설임 없이 보스 룸으로 걸어 들어갔다.

거대한 강철 문이 끼이익! 하는 기묘한 소리와 함께 열리며, 천장에 박혀 있는 라이트 스톤이 환한 빛을 내뿜었다.

보스 룸은 거대한 공동의 형태였으며, 그 중심부에는 제로의 등장에 붉은 안광을 뿜어내는 아이언 골렘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3층 건물만 한 크기에, 단단한 강철로 이루어진 아이언 골렘.

그저 단순히 몸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제로는 묘한 압박감을 느꼈다.

“아이언 골렘의 레벨이 아마 170 정도였지? 거기에 보스 몬스터인 걸 감안하면…, 살짝 빡세긴 하겠네.”

쿵! 쿵!

묵직한 울림을 만들며 다가오는 아이언 골렘에 제로가 중얼거렸다.

허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과는 다르게, 제로에게선 단 한 점의 긴장감도 엿볼 수 없었다.

애초에 제로는 아이언 골렘에게 자신이 패배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으니까.

“가서 부숴 버려.”

그아아아-!

제로의 명령이 떨어지자 망자의 정예병들이 움직였다.

입을 쩍 벌린 채 괴성을 내지르며 움직이는 정예병들은 순식간에 아이언 골렘에 접근해서는, 그 몸에 올라타 무기를 휘둘렀다.

쾅! 쾅!

까가가강!

“나름 단단하다 이건가.”

제로는 망자의 정예병들의 공격을 무시하며 달려드는 아이언 골렘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아이언 골렘의 방어력을 잘못 계산한 듯싶었다.

그렇다면.

“망자의 불꽃. 망자의 원한. 명계의 삭풍. 프리즌 소울. 데스 볼.”

제로가 마법을 사용했다.

정예병들의 육체에 망자의 불꽃이 깃들고, 휘두르는 무기에 망자가 품은 냉기와 명계의 삭풍이 깃들었다.

그와 동시에 제로의 발밑에서는 수십의 영혼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허공에는 죽음이 뭉치며 수십 개의 구체가 쏘아졌다.

쩌저적-!

콰아앙!

명계의 냉기를 품은 영혼이 덮치자 아이언 골렘의 겉면이 얼어붙었다.

그 위로 떨어지는 데스 볼의 거대한 폭발에 아이언 골렘의 발이 멈칫했다.

하지만….

쿵! 쿵! 쿵!

잠시 멈칫했던 아이언 골렘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언 골렘의 몸체는 데스 볼의 폭발에 군데군데 망가졌으나, 육체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마나석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수복해 나갔다.

“아, 거슬리네. 본 스피어.”

후웅-!

쾅!

흑골의 거대한 창이 튀어나와 아이언 골렘의 가슴을 강타했다.

허나 본 스피어 조차 아이언 골렘을 침묵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막대한 방어력을 바탕으로 무식하게 돌진한 아이언 골렘은 어느새 제로의 코앞까지 당도했다.

[침입자를 배제한다.]

구우웅-!

뭐라 지껄인 아이언 골렘이 육중한 주먹을 휘둘렀다.

제로는 허공을 가로지르며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아이언 골렘에 쯧! 하며 혀를 차고는, 뒤로 물러났다.

쾅!

아이언 골렘의 주먹이 떨어지며, 제로가 서 있던 대지가 터져 나갔다.

확실히 골렘다운. 그리고 보스 몬스터다운 위력이었다.

저만한 위력의 공격을 한 방이라도 허용한다면….

‘좀 위험하긴 하겠네.’

제로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한편 아이언 골렘은 멈추지 않고 양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아이언 골렘의 주먹이 벽이나 바닥을 강타할 때마다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에 맞춰 제로 또한 다종다양한 마법을 사용하며 아이언 골렘을 공격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이언 골렘의 움직임이 상당히 느리다는 것이었다.

허나 아이언 골렘은 무식한 방어력과 체력으로 제로의 공격을 무시하며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결국 제로는 아이언 골렘과 거리를 벌리며 입을 열었다.

“망자의 정예병, 집합.”

기기긱.

제로의 명령이 떨어지자 아이언 골렘의 몸체에 붙어 있던 정예병들이 집합했다.

다만, 집합한 정예병들의 숫자가 줄어든 것은 물론, 그 육체 또한 다소 망가져 있었다.

“괜히 손해만 봤네.”

제로는 망가진 정예병들을 보며 쯧! 하며 다시 한번 혀를 찼다.

압도적인 화력으로 찍어 누르려고 마법을 난발했던 것이, 역으로 망자의 정예병들만 망가지게 만들어 버렸다.

“확실히 레벨이 높아질수록 정예병들만으로는 부족하긴 하네.”

점차 가까워지는 아이언 골렘을 슬쩍 바라본 제로가 중얼거렸다.

슬슬 더 강한 언데드가 필요했다.

일반적인 잡몹이면 몰라도, 이런 식의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선 더더욱.

다만 현재의 제로에게 망자의 정예병들보다 더욱 강한 언데드는 없었다.

일반적인 네크로맨서였다면 스켈레톤의 상위종인 스켈레톤 워리어나 나이트, 메이지 따위를.

혹은 목 없는 기사로 유명한 중급의 듀라한을 소환할 것이다.

그러나 죽음의 대리자인 제로는 더욱 강한 언데드를 부리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시체가 있어야 하며.

제로가 손수 언데드를 ‘제작’해야 했다.

“아이고 골이야. 어쩔 수 없지.”

쿵-!

혼잣말을 중얼거린 제로가 뒤로 물러나는 순간, 아이언 골렘의 주먹이 종이 한 장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나 죽음의 대리자로서 명한다. 죽음의 축복을 받아 되살아난 기사여. 나의 죽음의 대리자의 종복이여. 주인의 부름에 따라 그 모습을 드러내라.”

우우웅-!

제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허공에 마법진이 새겨졌다.

마법진에선 짙은 죽음이 물씬 풍겨 나왔다. 그것을 느낀 아이언 골렘이 흠칫! 하며 몸을 멈추었다.

한편, 그렇게 만들어진 마법진에서는….

“불렀냐?”

제로의 사자 소생을 통해 사자로 다시 태어나고.

나아가 죽음과의 계약으로 죽음의 기사로 전직한 데스 나이트, 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지금의 벤은 마치 폭력을 빚어 만든 것만 같은 흉악한 외형의 갑옷을 걸치고.

등 뒤에는 제로가 알려 줬던 히든 피스 중 하나, 마검 데스 바인더를 메고 있었다.

“한창 사냥 중에 미안한데 저것 좀 처리해 줄 수 있을까?”

제로의 말에 벤이 시선을 옮겼다.

곧 벤의 두 눈에 가만히 서 있는 아이언 골렘이 들어왔다.

“아이언 골렘? 고작 저걸 처리하라고 날 부른 거야?”

벤이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가 알고 있는 제로의 강함이라면, 눈앞의 아이언 골렘 따위는 충분히 사냥할 수 있었다.

제로는 그러한 벤의 반응에 하하! 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뭐, 처리하려면 처리할 순 있는데 말이야. 그러기엔 너무 오래 걸려서. 부탁 좀 해도 되지?”

“뭐, 상관은 없다만.”

제로의 말에 벤이 등에 메고 있던 데스 바인더를 뽑아 쥐었다.

데스 바인더의 칠흑의 칼날에는 꺼림직한 마력이 깃들어 있었으며, 폼멜에는 데굴데굴 굴러가는 기묘한 눈동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럼 부탁해.”

마검 데스 바인더를 뽑아 쥐고, 아이언 골렘을 향해 달려가는 벤을 바라보며 제로가 입을 열었다.

* * *

강철의 무덤 입구에 수많은 유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강철의 무덤에서 제로에게 죽은 유저들의 친구이자 지인이었다.

하지만 모여든 유저들 중,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것은 가슴팍에 사냥개가 새겨져 있는 유저, 매드독 소속의 길드원들이었다.

개중에는 매드독의 길드 마스터, 젠젠 또한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가 앞으로 걸어 나가며 입을 열었다.

“여기에 있는 게 확실한 거겠지?”

“도둑 길드에서 공인한 정보야. 그리고.”

“그리고?”

매드독의 간부이자 현실 친구의 말에 젠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은 스켈레톤. 그걸 다루는 네크로맨서는 오크 부락에서 깽판쳤던 그놈밖에 없어.”

“좋아.”

친구의 말에 젠젠이 비릿한 웃음을 내비치며 강철의 무덤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제로에게 복수하기 위해 모여든 유저들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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