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식하는 네크로맨서-13화 (13/200)

제13화

[로스트 월드의 히든 클래스, 네크로맨서의 모든 것!]

작성자-로월정보통

추천: 9999+ 비추천: 964

[안녕 형들? 로스트 월드와 관련된 따끈따끈한 정보를 물어 오는 로월정보통이라고 해.

오늘 내가 물어 온 정보는 이미 알고 있는 형들도 많을 거야.

그럼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

오늘 새벽, 3시 20쯤에 시작의 도시 옆에 자리 잡은 오크 부락에서 미친개 놈들하고 웬 유저 두 명이 싸우더라고.

뭐, 미친개 놈들의 악명이야 워낙 유명하지만 설마 진짜로 그놈들하고 한판 붙는 유저가 있을 줄은 몰랐지.

근데 맞서 싸우는 유저 중 한 명이 언데드를 일으키더라고. 스켈레톤으로 보였는데 몸을 이루는 뼈들이 검은색이라 좀 평범한 스켈레톤하곤 좀 달라 보이긴 했어.

아마 그걸 믿고 미친개 놈들하고 싸움을 한 것 같았는데, 뭐 네크로맨서가 히든 클래스는 히든 클래스인가 봐. 아주 그냥 미친개 놈들을 탈탈 털어 버리더라.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그 모습을 보고 내가 좀 알아봤거든? 그러는 와중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어.

왜 하필 오크 부락에서 네크로맨서가 나타났을까? 그 이유는 간단해. 오크 부락. 아니, 정확히는 제로라는 유저가 발견하고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한 불길한 사원에서 네크로맨서로 전직할 수 있더라?

아주 대박이지 않아?

뭐, 전직 조건이 다소 까다롭기는 해도 혹여나 네크로맨서를 꿈꾸는 형, 누나들이 있으면 한번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해.

자세한 전직 내용은 밑에 댓글로 적어 둘게!]

아침 9시.

로스트 월드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 ‘로월의 모든 것’에 올라온 하나의 게시글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히든 클래스로의 전직.

그것도 지금까지 오픈한 수많은 가상 현실 게임에서 나름의 매니아 층을 형성한 네크로맨서로의 전직 방법에 몇몇 유저들은 벌써부터 오크 부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물론 대다수의 유저들은 네크로맨서로 전직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가 ‘3,000 이상의 악명’이라는 점에서 고개를 내저었지만.

평소에도 나름 PK를 해 왔던 몇몇 유저. 그리고 중2병에 집어삼켜진 컨셉충 유저들은 도리어 환호성을 내질렀다.

특히나 컨셉충 유저들은 ‘이게 바로 진정한 네크로맨서다!’ 라며 오히려 악명이 있어야 전직할 수 있는 제한에 로스트 월드를 찬양했다.

애초에 시체를 다루고, 각종 매체에서 악인으로 등장하는 네크로맨서에게 있어 악명은 오히려 필수 조건이라 여기는 것이었다.

한편, 그렇게 로월의 모든 것에 네크로맨서에 관한 정보를 푼 유저, 로월정보통.

아니, 제로는 유저들의 열렬한 반응에 나름 만족스런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막상 네크로맨서로 전직해도 직업 특성상의 극악한 난이도에 캐릭터를 삭제하고 다시 키우는 유저들이 속출하겠지만.

이렇듯 빠른 시일에 네크로맨서가 등장한다면 훗날 허상계와의 전쟁에 나름의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 가 볼까?”

컴퓨터를 끈 제로는 망설임 없이 로월 전용 캡슐에 몸을 맡겼다.

나름의 자세한 정보를 기입한다고 잡아먹은 시간 덕분에, 벤과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 가까워졌다.

* * *

눈앞을 가린 짙은 어둠이 사라지고, 드러난 풍경은 나무들이 수두룩 빽빽한 맹수의 숲이었다.

로월에 접속한 제로가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자, 이미 접속해 제로를 기다리고 있던 벤이 몸을 일으켰다.

“너, 누구야.”

제로의 앞에 멈춰 선 벤이 험악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벤은 제로와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까지 끝없는 생각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제로의 정체에 관해선 특정할 수 없었다.

친구라고 하기에는 다크 게이머로 활동하는 벤에게 있어 현생에서의 친구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타 게임에서 활동하며 로스트 월드로 넘어온 동업자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뜬금없는 접근이었다.

아니, 그것보다도.

“왜 날 암흑 기… 사로 부르는 거냐.”

다소 오글거린다는 듯 암흑 기사라는 단어를 내뱉은 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제로의 머릿속에 벤의 그러한 질문과 궁금증 정도는 이미 예상 범주 내에 있었다.

다만….

‘과연 진실을 말해도 되는 걸까.’

제로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 이 상황은 처음의 계획과는 많이 어그러진 상태다.

당초의 계획으로는 벤이 미친개 놈들에게 시비를 털고, 싸우던 와중 난입해 벤을 도와주고 친구 혹은 동료가 되는 것이다.

벤 정도의 유저라면 굳이 제로의 개입이 없더라도 회귀 전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랭커가 될 가능성을 지녔다.

하지만, 이렇듯 당초의 계획을 수정하며 이러한 상황을 만든 이유는….

‘사자 소생. 이 스킬 때문이지.’

제로는 슬쩍 손에 쥐고 있는 네크로노미콘을 훑어봤다.

네크로노미콘의 특수 스킬, 사자 소생.

지금의 레벨과 네크로노미콘의 성장도에선 단 3명에게 밖에 사용할 수 없지만, 사자 소생은 유저와 NPC, 몬스터를 가리지 않고 ‘사자’로 만들 수 있는 스킬이었다.

다만, 사자 소생으로 만들어지는 종족 ‘사자’는 제로의 ‘하급 망자’와는 그 결을 달리하는 종족이었다.

그렇기에 제로는 이 스킬로 벤을 사자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 뒤로는 과거 거울의 미궁에서 만났던 유저, 켄달과 마찬가지로 퀘스트를 통해 죽음과 연관시킬 생각이었고.

마신의 성기사 루트를 타는 것 또한 벤이 강해질 수 있는 길목이었지만, 죽음을 신봉하는 성기사가 된다면 그 강함은 과거의 배 이상이 될 수도 있었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제로는 벤에게 ‘일부분의 진실’을 들려줘야 했다.

그리고 그 진실을 벤이 ‘믿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었다.

‘여기까지 와서 물러날 순 없어.’

생각을 정리한 제로가 벤을 바라봤다.

밴은 무겁게 가라앉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제로에 의아함을 드러냈다.

“우선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모두 진실이다.”

“진… 실?”

다소 진중한 제로의 목소리에 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그러니깐…, 미래에 로스트 월드를 플레이했던 유저들은 현실에서 그 능력을 지니게 되고. 그와 동시에 하늘이 열리며 허상계라는 차원에 속한 괴물들이 지구를 침공한다? 넌 인류 최후의 생존자였는데, 크로노스의 회중시계라는 아이템을 통해 과거로 돌아온 거고?”

끄덕.

복잡한 눈을 한 벤의 말에 제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제로의 모습은 어느새 의태의 반지를 빼 흑골의 리치, 하급 망자로 되돌아간 상태였다.

“이걸 믿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다소 어이없다는 듯 벤이 중얼거렸다.

허나 벤은 쉽사리 제로의 말을 ‘거짓’이라 치부하지 못했다.

만나지도 않은 자신을 알고 있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제로의 목소리는 거짓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확고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좋아, 좋아. 네 말이 진실이라고 쳐. 그렇다면 어째서 나에게 접근한 거야?”

“허상계와의 전쟁에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강자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나의 목표이자 사명이니깐.”

“그 강자라는 기준에 내가 부합된 거고?”

끄덕.

벤의 질문에 제로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한 제로의 대답에 벤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걸 좋아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어이가 없네. 그래서, 너는 날 어떻게 강하게 만들어 줄 거지? 뭐 네가 알고 있는 히든 피스라도 나에게 넘길 거냐? 아니면 강력한 히든 클래스로 전직할 수 있게 도와주기라도 할 거야?”

“전부 다야.”

“전부… 다…?”

제로의 말에 벤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전부 다라니. 도대체 무슨 의미인 걸까?

그런 벤의 의문에 제로가 말을 덧붙였다.

“그래. 전부 다. 나는 네가 강해질 수 있도록 그 어떤 지원도 아끼지 않을 생각이야. 그것이 아이템이 되었든, 정보가 되었든 혹은 직업이 되었든 간에 말야.”

제로가 내뱉은 말은 진심이었다.

지금은 한 명의 강자가 아쉬운 마당이며, 몸이 열 개가 아닌 이상 제로가 모든 히든 피스를 독점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처럼 미래의 랭커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에게 필요한 히든 피스와 정보 등을 제공해가며 한층 더 강하게 키우는 용도로 사용하는 편이 더욱 적절했다.

“후, 알았어. 그럼 난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잠시간의 생각 끝에 벤이 입을 열었다.

제로의 모든 말을 100% 신뢰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제로의 말에 따르는 편이 더욱 좋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그러한 벤의 질문에 제로가 입을 열었다.

“우선 널 사자로 만들 거야.”

“사자?”

“쉽게 종족을 인간에서 언데드로 바꾼다고 생각하면 편해.”

“그게 가능….”

벤이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리며 중얼거리다 말았다.

아니, 애초에 리치의 모습을 한 제로가 눈앞에 있으니 딱히 불가능한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럼 시작한다.”

제로의 말에 벤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 ■ ■■ ■ ■■■.”

제로의 입에서 명계의 언어로 된 영창이 흘러나왔다.

그러한 영창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제로를 중심으로 짙은 죽음이 휘몰아쳤다.

진득한 죽음의 영향으로 제로가 딛고 있는 대지를 중심으로 주변의 모든 것들의 생명이 사라졌다.

그렇게 어느 정도 영창이 이어졌을까.

제로의 공허한 두 눈구멍에 검은 귀화가 피어오르는 순간.

“■■ ■■■ ■■■ ■ ■■, 사자 소생.”

쩌억-!

영창이 끝나자 네크로노미콘의 겉면에 눈알이 나타나며 벤을 응시했다.

제로를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죽음은 네크로노미콘의 눈알이 응시하는 벤의 몸에 흡수되듯 빨려 들어갔다.

“뭐, 뭐야!”

혈관을 타고 흐르는 죽음이 느껴진다.

그 기묘함에 벤이 당황하며 외쳤다.

허나 시작은 지금부터다.

“아직 멀었어.”

제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진정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시작은 겉모습부터였다.

죽음에 의해 검게 물들어 가는 벤의 육체를 뒤덮은 피부와 살점, 근육 따위가 부패하며 흘러내렸다.

그것들 다음은 눈알.

제로와 마찬가지로 두 눈알이 녹아내리듯 흘러내려 사라진 공허한 구멍에는 잿빛의 귀화가 피어오르며 아른거렸다.

“끄으윽-.”

한편, 변화가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벤의 입에선 억눌린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스스로의 육신이 부패하고, 썩어 문드러지며 무너지는 모습은 맨정신으로 보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랐다.

그것마저도 부족해 마치 인간으로서 중요한 무언가가 떨어져 나가는 감각은 제아무리 벤이라 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허나 변화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벤도 제로와 마찬가지로 흑골의 스켈레톤과 비슷한 몰골이 되었으나, 돌연 바닥에 떨어진 살점들이 육체를 타고 올라와 정중앙에 뭉치기 시작했다.

뭉친 살점들은 두근! 두근! 하는 소리와 함께 뛰기 시작하며 마치 심장과도 같은 형태를 갖추었다.

새롭게 만들어진 심장에서는 촉수와도 같은 신경들이 퍼져나가 흑골의 육체를 뒤덮었으며, 벤이 설정한 아바타가 반투명한 영체의 형태로 덧씌워지며 사자 소생이 끝을 맺었다.

“사자 소생 완료.”

제로는 신기하다는 듯 자신의 몸을 훑어보는 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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