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282화 (282/283)

< --종장(終章). 현대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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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의 존재에 대해 하는 말이야?"

"그뿐이 아니라 온갖 차원과 문명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 사실 너도 눈치를 채고 있지? 네가 익히고 있는 마법이나 무공이 기나긴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네버랜드에 존재하는 마법과 무공. 정령술은 새로이 만들어낸 가짜가 아니라 은비의 세상만사로 어디에선가 [가져]온 종류다. 말하자면 이 우주 어딘가에는 마법과 드래곤이 존재하는 환상의 별이나 무공이 실존하는 차원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말.

"하지만 그런 걸 내가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머나먼 차원의 일인데. 게다가 마법과 무공 같은 이능이 있는 세상이 있다고 해서."

그러나 내 답변에 은비가 고개를 흔든다.

"바로 그게 문제야. 지금 지구에는 이능이 없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마나 자체가 동결되어 있지."

"음?"

뜻밖의 말에 의문을 표하자 그녀가 설명한다.

"지금 지구의 상태는 명확히 비정상이야. 원래 종족적으로 마나를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열등한 것도 아닌데 인간 정도의 지성체들이 그 어떤 이능도 개발하지 못하는 건 있을 수 없으니까."

"즉 마법 무공 있는 게 정상이라는 말?"

"그래. 하지만 현재 지구는 모든 영맥이 강제로 틀어 막혀 있지. 그 누구도 초인으로 각성할 수 없는 마나 봉인 상태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지금 나는 마법도 무공도 쓸 수 있는데."

"단 그마나는 온전히 유품과 재앙의 것이지. 말하자면.......... 현재 지구에만 존재하는 [밀리언]이라는 존재는 천지자연에 가득해야 할 영기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거든."

밀리언은 계속해서 태어난다.

지금 나는 반 이상의 재앙을 처리했지만 지금 있는 재앙을 다 처리한다고 상황이 끝나는 건 아니다. 아직 능력을 각성하지 못한 밀리언이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고 그들이 재앙을 만드는 일 역시 가능하니까. 밀리언의 유래가 100만분의 1이라는 발생확률 때문이니 극단적으로 말하면 지구에 수천 명 이상의 밀리언도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열람]이 불가능한 최상위 정보라서 정확한 사정까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으로부터 대략 400년 전 지구에 아주아주 강력한 힘을 가진 신이 지구에 떨어져 별의 정수와 융합되었다고 해. 덕분에 지구에는 너무나 많은 영기가 가득 차게 되었고....... 지구가 가진 방어기제가 작동해 마나가 봉인된 거라고 할 수 있지."

세계의 [기록]을 읽어낼 수 있는 세상만사 능력을 가지고 있던 은비는 꽤나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이제 그녀는 죽어 네버랜드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망령 같은 존재가 되었지만 그렇다 해도 아티펙트급 유품 네버랜드를 만들어냄으로 어느 정도 그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렇게나 네버랜드에서 나오려고 했던 게 거기와 관련된 일 때문인가?"

"그래. 다른 재앙이나 유품의 힘을 흡수하는 건 나 역시 생각했던 일이야. 절대권능 폭식(暴食)과 흡수(吸收)는 사실 그걸 위해 만들었던 스킬이니까."

"하지만 내가 먼저 해 버렸다?"

"그래 그것도 확실히. 이제 너는 완벽히 특이점(特異點)이 되어 버렸어. 이미 별의 정수조차 너에게 관심을 가지는 그런 존재가 되어 버린 거야."

한숨 쉬는 그녀의 모습에 황당해 한다. 왜냐하면 이 녀석의 목표가 뭔지 슬슬 감이 왔기 때문이다.

"너 이 녀석 설마?"

"그래. 나는 그 특이점이 되어 네버랜드 정도가 아니라 지구에서도 강대한 힘을 발휘하는........ 아니, 대우주. 대차원에서조차 우습게보지 못할 정도로 강대한 존재가 되길 원했어. 그거야 말로 신이 되는 길이지."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야망이다. 아무래도 이 녀석은 세상만사로 세계의 진실을 알아낸 순간부터 이런 일을 꿈꾸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울 것 같지는 않은데? 실제로 나도 이미 마나량의 증가가 멈췄어. 세상에 존재해야 해야 하는 밀리언이 수천 명이라는데 그중 100명 조금 넘는 밀리언의 마나조차 다 흡수하지 못하는데 무슨 신?"

아닌 게 아니라 신의 자리라는 게 그리 쉽게 도달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할 리 없지 않은가? 물론 나는 이미 신위와 신성을 손에 넣었고 5대 신의 통합교황이 되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네버랜드 속에서의 일일 뿐이다. 과연 현실에서도 내가 신성과 신위를 갖춘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하급 신위야."

"음? 신위에 등급도 있나?"

"물론. 다만 중급 이상의 신위는 네버랜드 속에서도 구현이 불가능해서 신적 존재들에게는 절대권능과 권능을 나눠준 거지. 우리 정도의 경지를 대우주. 혹은 대차원에서는 하급 신위와 신성이라고 불러. 초월경(超越境). 입신경(入神境)이라고 불리고 당연하지만 아주 강력한 수준이야. 물론 대우주를 다 뒤지면 수천수만 명도 넘게 있겠지만."

무슨 유명한 게임이나 소설 팬이 설정집 읊는 것처럼 줄줄 흘러나오는 설명을 들으며 이 녀석이 더 큰 세계. 그러니까 우주나 그 대차원이라고 불리는 공간을 동경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내색하지 않으며 어깨를 으쓱인다.

"하지만 그걸로 안 되잖아? 난 지금 오대계열 모두 초월자인데."

"그, 그건 나로서도 예측 못 하던 상황이라........ 그냥 초월 지경 정도이면 될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격(格)이 모자란 모양이야. 만약 격이 충분하다면 별의 정수를 아주 네 것으로 만들어 중급 이상의 신성을 획득할 수 있을 텐데."

격이라면 나 역시 대충 느끼고 있다. 육체의 격. 정신의 격. 나아가 영혼의 격까지. 계속해서 스스로를 단련하고 이런저런 힘을 흡수해 오며 어느새 일반인들과는 전혀 다른 격을 지닌 존재가 된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여기서 격을 더 올리는데?"

"그, 글쎄. 오대계열 전부 MAX레벨까지 올리면 되려나?"

"........"

황당한 표정으로 그녀를 들여다본다. 아아 그래 참 쉽게 말하시는구려.

누누이 말해왔지만 나는 마법에도. 검술에도. 정령술에도 그리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온갖 기연과 타임슬립을 이용한 무한한 반복학습을 이용했음에도 억지로 초월자 1레벨에 발을 걸치는 정도가 한계였으니까.

애초에 내 실력은 아직도 초월자에 걸맞지 않은 수준이라서 이이상 성장하려면 억지로 끌어올린 [간격]만큼 더 노력해야 한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100년 200년을 쌩으로 고생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인 것이다.

내가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은비가 당황한다.

"아, 아니면 한 계열이라도 MAX레벨 이상으로 넘어간다거나?"

"........."

두 팔을 파닥거리는 모양새는 제법 귀엽지만 그래봐야 그것 역시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전직업 초월자 MAX레벨이라는 건 100년 200년 고생하면 될 거라는 예상이라도 되지만 MAX레벨 이상으로 넘어간다는 건 아예 감조차 잡히지 않는 일이다. 뭘 해야 그 이상으로 올라서는 일이 가능할까? 당연하지만 지금까지처럼 누구와 대결해 승리해 경험을 쌓는다거나 하는 그런 개념이 아니다. 뭔가 완전히 새로운. 한 차원 위의 경지에 올라서야 하는 것이다.

농담이 아니라 이건 진짜 영원을 수련해도 될지 안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 그래. 열심히 수련해."

"아, 아니! 내가 수련할 게 아니잖아! 이미 특이점은 너라니까?"

"아니 그럼 나보고 그걸 하라고?"

"응."

"왜?"

"왜라니. 신이 될 수 있다니까?"

"그래서?"

"그, 그래서. 그래서........"

뭔가 더 할 말이 떨어진 듯 버벅이는 그녀를 보며 아프로디테의 신전을 해제한다. 괜히 시간을 낭비한 기분이었다.

"이미 이룰 만큼 이뤘어. 그렇게 향상심을 견딜 수 없으면 자격이라도 갖춰 보던지."

"하지만."

파앗!

아프로디테의 신전이 해제되며 유품. 네버랜드의 앞으로 돌아온다.

유품 네버랜드는 가로세로높이 3미터의 정육각형 형태를 가진 황금색의 금속이다. 언뜻 보면 거대한 금괴로까지 보이는 물건인데 크기답지 않게 무게가 200톤이 넘고 핵폭탄을 직격으로 맞아도 흠집 하나 안 나는 강도를 가지고 있다. 다만 강기로 후려치면 금이 가는 걸 확인했었으니(물론 그 후 시간을 돌렸다.)파괴가 불가능 할 정도는 아니다.

"잠시 갔다 오신 사이에 일이 있었습니다. 교황님."

내가 나타나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숙이는 민정에게 답한다.

"보고해."

"네. 러시아에 자리하고 있던 7대재앙 그리즐리(Grizzly)가 활동을 재개했다고 합니다. 러시아 정부에서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

"그 녀석들은 내가 도움을 요청하면 받아들이는 존재라고 생각되는 건가?"

나는 지금까지 꽤 많은 재앙을 처치해 왔지만 그 모든 과정은 내 결정에 따라서이지 누구의 요청을 받고 움직인 적이 없다. 나는 자선사업가도 뭣도 아니고 무엇보다 일일이 사람들 말을 듣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그런 사실을 계속 어필해 왔는데 이런 보고라니?

의아해 하는 나를 보며 민정이 말한다.

"아티펙트급 유품을 보상으로 넘기겠다는군요."

"........ 그런 거라면 움직여야지. 하지만 의외로군 아티펙트를 넘기다니."

"활용조차 쉽지 않은 아티펙트보다는 국가를 지키는 게 낫다고 판단한 모양이죠. 국보(國寶. National treasure)였다면 또 상황은 전혀 달랐겠지만."

당연하지만 네셔널트레져급 유품이 아티펙트급 유품보다 강하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발휘할 수 있는 힘 자체는 아티펙트급이 훨씬 더 강력하니까. 다만 자신의 철학과 설정에 따라 움직일 뿐 강제적인 간섭이 불가능한 아티펙트와 다르게 네셔널트레져급의 유품은 누구라도 그 성능을 이용할 수 있다. 마치

'하루에 한명에 한해 수명을 1년에서 12년까지 증가시킨다.'

라는 설정을 가졌던 [천국의 주사위]처럼 말이다. 이런 보물은 그야말로 무가지보(無價之寶)이니 국가가 위험하다 해도 들고 절대 풀어놓지 않을 것이다.

"그럼 가 볼까."

"자, 잠깐. 너 진짜 그냥 포기..........."

파앗!

뭐라뭐라 떠드는 은비를 무시하고 공간을 넘는다. 재앙들을 꾸준히 흡수해 온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수초 안에 지구 어느 곳이라도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재앙을 감지하고 이동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조차 필요 없다.

"저기 지훈! 촬영해도 돼?"

"어차피 러시아 쪽에서 하는 모양이지만........ 마음대로 해."

자연스럽게 따라온 마가리타를 보다가 다시 정면을 돌아본다. 나도 그녀도 여유롭지만 상황은 제법 급박하다.

[크아아아앙---!]거대한. 농담이 아니라 아크 데몬보다도 거대해 일어서면 족히 70미터는 될 것 같은 거대한 불곰이 공간이 쩌렁 쩌렁 울릴 정도의 괴성을 토해내며 건물을 때려 부수고 있다. 고층건물조차 거대한 불곰. 그리즐리가 어깨로 툭 치고 지나가면 그대로 넘어지고 걸어 나가면 건물이 다 짓밟혀 버린다. 민간인이야 대부분 대피한 모양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건 어마어마한 피해다.

"오호. 쓸데없이 왜 이리 큰 건가 했더니 특성이 중력제어(重力制御)로군."

뭔가 뿜어내거나 특수능력을 발휘하거나 하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육체 자체를 무겁거나 가볍게 하는 것이 가능한 괴물중의 괴물이다. 특히나 중력 뭐 이딴 속성을 가진 재앙은 어마어마하게 강하지 않은 대신 마땅한 약점도 없어서 어지간한 화력으로는 제대로 된 타격조차 줄 수 없다.

"어떻게 할 거야? 맷집이 엄청나 보이니 평범한 수단으로 싸우면 전투시간이 길어질 텐데."

"뭐 그렇다면........ 이쪽의 출력을 올려야지."

그렇게 말하며 오른손을 들어올린다.

<권능(權能). 왕의 부름이 발동합니다!>레전드급 소환스킬. 위대한 영혼을 초월자까지 올려 얻어낸 권능 왕의 부름은 소환에 이런저런 조건과 상황이 필요한 정령을 단지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현계에 등장시킬 수 있는 힘이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내가 부르는 정령은 중급도 상급도 최상급도 아니었다.

쿠오오!

내 등 뒤로 열 두 개채의 정령왕이 소환된다.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부터 전뇌의 정령왕 다이엔. 빛의 정령왕 에트나. 어둠의 정령왕 메그나포는 물론이고 새로이 정령왕의 자리를 차지한 12속성의 정령왕 전부가 소환된 것이다.

[오! 전투인가요! 절 써주세요!][타이탄 전용 필살기는 제가 제일 많아요!][광속성이 12속성 중 제일 화려한 건 아시죠?]소환과 동시에 12정령왕들이 어필을 하기 시작한다. 아아 무한경쟁시대 같으니. 정령왕씩이나 되면서도 경쟁이 끊이지 않으니 참 힘겨운 세상이라고 생각하며 마나를 일으킨다.

"와라 오딘(Odin)."

끼이익----!!!

공간이 찢어진다. 그리고 약 10여 미터 정도의 신장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몸을 가진 거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법 폐인이라 불릴 정도로 마법에 심취해 사는 궁극의 대마법사. 골드 드래곤 에레스티아가 만든 궁극의 타이탄 오딘.

사실 너무나 강력한 마법재료들과 궁극주문들을 중첩해 만들었기 때문에 그 어떤 정령도 제어정령으로 삼을 수 없었던 오딘은 실로 치명적인 미완성품이다. 그러나........ 정령왕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내가 거기에 탑승하면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좋아 시작은 에트나."

[감사합니다!]힘찬 외침과 함께 오딘이 화려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그 강렬하고도 파괴적인 마나의 파동에 도시를 부수고 있던 그리즐리가 몸을 돌리는 모습이 보인다.

"약점은 딱히 없으니 그냥 힘으로 때려잡아야 하는군."

투덜거리지만 걱정은 전혀 없다. 7대 재앙이고 뭐고 이미 수십 개체가 넘는 재앙을 잡아먹은 나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상위의 기적은 하위의 기적을 무시한다. 그것은 법칙이다. 밀리언들 간의. 유품들 간의. 그리고 그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신성(神聖)의 벗어날 수 없는 법칙.

그리고 이미 지구상에 나보다 상위의 존재는 없다.

우우웅--!

빛의 정령왕 에트나의 힘이 깃들어 빛의 특성을 지니게 된 검기가 휘황찬란한 빛을 뿜어내며 뻗어나간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건 너무나 눈에 띄는 힘인데다 지금은 초저녁이었기에 아무리 멀리 있는 이들이라도 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뭐, 화려하게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누구보다 화려하고 강렬하게 나 자신의 모습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다. 실제로. TV로. 심지어 인터넷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이 느껴진다.

검을 휘두른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보고 있다.

바로 현대의 신을.

============================ 작품 후기 ============================최대한 간략하게 하려고 했음에도 마무리다 보니 뭔가 아쉽고 아쉬워서 자꾸 붙는군요;;; 이제 에필로그 하고 후기면 끝.

에필로그랑 후기는 오늘 내로 올릴 거고 캔슬러 2개월(이하일 수도 있음)습작 상태는 내일. 그러니까 3월 2일 오후 10~11시 정도에 전환합니다.

그냥 한 2달 정도 비공개가 되어서 볼 수 없다가 그 후에 다시 볼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E북 관련으로 이렇게 할 수 밖에 없군요;; 그나마 이것도 타협한 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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