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281화 (281/283)

<권속. 민정이 충전을 바랍니다. 허락하시겠습니까?>

"허락."

대답과 동시에 허공에 떠 있던 금색의 구에서 마나의 파동이 쏘아진다. 거리가 워낙 가까웠기에 손실마나는 0테라에 가깝다.

<권속 민정의 마나를 3500테라 회복시켰습니다!>

"흠 좋아. 잘 되는군."

"대단하군요. 원 거리에서도 힘을 주입할 수 있는 시스템인가요?"

"그래. 일단은 권속만 등록되어 있지만 잘만 사용하면 범위를 늘릴 수 있겠지. 어쩌면 거리의 제약이 없는 새로운 에너지원이 될지도 모르겠는데?"

무심코 만든 게 이 정도라니 과연 나. 하고 자화자찬하며 황금색의 구를 지하 창고로 공간이동시켰다. 감히 내 물건에 손 댈 녀석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대충 굴러다니게 둘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아, 그러고 보니 지금 국회에서 새로운 헌법제정에 대해 논의 중이랬지?"

"예 교황님. 마가리타가 사정없이 휩쓸고 있지요."

"하여간 그 녀석 의외로 권력을 좋아한단 말이야."

자신의 영역을 지키던 재앙들이 폭주하기 시작한지 어느새 14개월. 당연한 말이지만 세계의 파워밸런스는 완전히 재개편되었다. 미국은 여전히 강대국이었지만 아크데몬과 여러 재앙들로 인해 입은 피해로 예전 같은 힘을 발휘하는 게 불가능했고 유럽의 강대국 중 몇 개는 아예 국가의 틀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다. 중국은 정권이 붕괴하면서 4개의 나라로 쪼개져 버렸고 일본 역시 7대 재앙 중 하나인 무라사메(村雨) 때문에 무정부 상태에 몰린 상황.

사실 상황이 이리 되었으면 제 3차 대전이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다.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여 국군주의를 내세우거나 이틈에 다른 나라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지배하려는 나라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어디에서도 전쟁은 없다. 바로 나라는 존재 때문이다.

나는 이미 재앙들을 물리치며 내가 가진 힘을 전 세계에 숨김없이 보여주었다. 주먹질 한방에 산을 날려버린 적도 있고 바다 속으로 들어간 재앙을 제압하기 위해 수천 톤의 물을 단번에 증발시킨 적도 있다.

내가 세계 각지에서 싸운 모습은 이미 신화시대의 전신이나 보일 수준이고 내가 한 일 하나하나는 모두 전설로 남았다. 나 홀로 나라 하나 멸망시키는데 한나절도 걸리지 않으니 어찌 함부로 움직일 수 있겠는가? 만약 내가 [세계 정복이다!]라고 소리치면 막을 방법조차 없는 것이다.

팟!

민정과 함께 공간을 넘어 국회의사당으로 이동한다. 안은 이런저런 의견들로 꽤 소란스러운 상태였다.

끼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시끌시끌하던 국회의사당이 단숨에 조용해진다. 국회의사당........ 이라지만 사실 국회의원은 별로 없다. 대부분 죽었기 때문이다.

'어이구. 그러니까 평소 이미지 관리 좀 하지.'

우리나라에서 폭주를 시작한 재앙. 불가살이(不可殺伊)는 재앙 중에는 의례적으로 폭주를 시작하자마자 국회의사당으로 달려와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을 살해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국회의원들까지 싸그리 추적해 잡아먹었다. 마침내 불가살이를 해치울 때 녀석은 단말마로 다음과 같은 [사명]을 토해냈다.

[개 같은 권력자 놈들! 너희 같은 놈들 때문에--!]불가살이를 만든 밀리언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알 방법이 없지만 하여튼 덕분에 우리나

라도 무정부 상태에 빠질 뻔 했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장관들은 물론이고 대법관도 죽었다고 했었지. 검찰청은 박살이 나서 국회의사당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앗 지훈아! 무슨 일이야?"

의장석에 앉아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던 마가리타가 반색하며 공간을 넘어 내 옆으로 내려선다. 애교 넘치는 그녀의 모습에 한참 그녀에게 시달렸을 거라고 생각되는 중년 남자 중 하나가 고함을 지른다.

"교황님!! 저 여자는 마왕입니다! 멀리하십시오!"

"........ 아니 이 녀석을 마왕으로 만든 게 난데 마왕이니 멀리 하라는 건 무슨 소리야?"

황당해한다. 그러고 보면 신 입장에서 보면 천사고 악마고 다 내새끼인데. 악마를 신의 적으로 표현하는 이들을 보면 기가 차겠군. 이렇게 난데없이 신의 처지를 공감하게 될 줄이야.

============================ 작품 후기 ============================이제 몇편 안 남았군요. 으으 아슬하게 2월을 넘길 것 같은데 ㅠㅠ 2월 28일까지 에필로그를 올리려고 했거늘 간추렸음에도 이러다니;;PS. 아차. 현재 캔슬러 1권 E북으로 나와있는 상태입니다. 네이버에서 캔슬러라고 치면 바로 나오는군요(.................) 2권도 빨리 올릴게요. 출판사에서 작가수정이 왜 이리 안 오지;;PS. 아차. 현재 캔슬러 1권 E북으로 나와있는 상태입니다. 네이버에서 캔슬러라고 치면 바로 나오는군요(.................) 2권도 빨리 올릴게요. 출판사에서 작가수정이 왜 이리 안 오지;;

평점 :

평점 :

< --종장(終章). 현대의 신.

-- >

"속으면 안 됩니다. 교황! 저 계집은 사악한 목적을 위해 우리 대한민국을 지배하려 하고 있어요! 하물며 저 녀석은 한국인도 아닙니다!!"

머리를 긁적인다. 체면조차 내팽개친 채 버럭버럭 소리 지르고 있는 걸 보니 마가리타에게 어지간히 당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제대로 된 근거조차 못 내밀고 있는 걸 보니 논리에서는 완벽하게 밀린 모양.

웅-!

눈동자에 은은한 금빛이 어린다. 호루스의 눈이 가동한 것이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이것으로 저 녀석이 나에게 절대 복종하고 마가리타에게도 호감을 보이도록 할 수 있지만 그런 짓은 할 생각이 없다. 정신제압 같은 유지 기술은 외부에서 얼마든지 알아챌 수 있는 종류이니 함부로 사용했다가는 일반인에게조차 공포의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신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는 이가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이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오호 그래. 내 이름을 팔아 타국에서 개인적인 재산을 불리고 있었군. 그런데 요번 입법 과정에서 그게 불가능한 법을 마가리타가 제정하려 하니 그게 눈에 거슬린 거야."

"교, 교, 교황님?! 오해십니다! 나는.........!"

경악한 표정으로 뭔가 더 호소하려 하는 녀석을 보며 싸늘하게 웃는다,

"그만."

가볍게 말했지만 결과는 가볍지 않다. 내 말은 이미 그냥 말이 아니다. 막대한 영력의 보정을 받아 뿜어지는 위엄을 담은 목소리는 단지 주변에 퍼져 나가는 것만으로 모든 이들의 심령(心靈)을 짓누른다.

"마가리타가 너희들 일에 간섭하는 게 마음에 안 드나? 내 이름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어서?"

"아, 아닙니다. 저, 저, 전 다만 우리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입에서 나온다고 다 말이 아니야 아저......... 오호 이것 봐라 유명한 목사분이셨군. 막대한 교인들의 지지를 등에 입고 이 자리에 오셨어. 그런데 교인들 돈은 왜 이렇게 많이 챙겨 드셨나? 오~ 간통도 27건이나 되네. 교인들을 몸으로도 사랑하시나봐. 어이쿠? 강간도

11건이나 되네?"

극성으로 전개된 호루스의 눈이 황금색으로 빛난다. 이미 녀석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내 시야를 스치고 지나가고 있다. 녀석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교, 교황님. 설마 마음을........"

"읽을 수 있어. 당연한 거 아닌가? 네가 상상할 수 있는 일중에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단 하나도 없어."

차분한 목소리에 국회의사당에 모인 모든 인간들이 부르르 떠는 게 느껴진다. 마음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존재만큼은 아니지만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존재 역시 두렵고 꺼려지는 인간인 건 똑같다. 심지어 세계 그 누구도 감히 저항하거나 배재할 수 없는 내가 마음까지 읽을 수 있다면?

"정치는 너희 끼리 해. 어차피 전 세계적으로 혼란한 상황에 새 정부가 수립되고 있는데 국가와 민족 같은 개소리를 들어줄 생각은 없으니까. 마가리타가 잘못을 한다면 당연히 비난받아야겠지만 똥 묻은 개가 누굴 보고 짖는 거야? 왜. 그렇게 불만이 많으면 내가 직접 정치 해볼까? 국회가 진짜 청정지역이 되고 모든 정치인들이 존경받게 해 줘봐?"

언뜻 좋아 보이는 말이겠지만 정치인들에게는 숨 막히는 상황일 것이다.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그것도 영원히 힘을 잃을 일 없는 국정운영자라는 건 정치인들에게 재앙이나 다름없으니까. 물론 완전히 적응하고 내가 국정운영에 힘쓴다면 내가 한 말대로 국민에게 존경받는 깨끗한 정치인들만 남겠지만 그렇게 되면 이들 중 몇 명이나 남을 수 있을까?

털썩.

내 기세에 완전히 눌려 버린 목사 녀석이 주저앉는 모습을 보며 좌우를 둘러본다. 국회의사당에 모여 있는 모든 존재가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움찔움찔 하는 게 보인다.

"날 귀찮게 하지 마. 나라를 만들려고 했으면 세계 통합 정부조차 만들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능력과 별개로 나는 사람을 다스리는 일에 별다른 취미가 없다. 물욕과 권력욕이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이미 그 모든 분야에서 충분할 정도로 만족하고 있는데 왜 괜한 자리를 맡아서 골을 썩이겠는가?

"그나저나 여기는 왜 온 거야 로안?"

"로안 아니고 지훈."

"응 지훈아."

지금 나는 로안이 아니라 지훈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다만 과거 내 모습은 거의 사라졌다. 아직 동양인의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이미 지훈의 몸조차 올스텟 200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조화령의 권능은 내가 타인에게 베풀 때 내 스텟의 절반 밖에 베풀어 줄 수 없지만 내가 타인의 스텟을 따라 갈 때는 100%따라갈 수 있으니까. 200스텟을 맞춘 상대가 있다면. 그리고 그 상대가 나와 관계하기를 원한다면(사실 이건 너무 당연한 거지만.)얼마든지 스텟 200을 맞출 수 있다.

나는 민정과 보람. 그리고 마가리타 셋을 전생(轉生)시켜 1레벨에 99스텟으로 맞춰 주었다. 스텟을 가져오지 않아도 되니 업적 포인트도 남아돌아 스킬을 다 챙겨온 그녀들은 올스텟 99였던 내가 포인트 내고 포인트 먹기(?)를 했을 때처럼 막대한 포인트를 얻어 올스텟 200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게 성공하게 되면 내가 올스텟 200맞추는 것 역시 금방이다.

"천신과 마신이 나왔어."

"아니 이제야 나왔어? 뒷북하고는....... 능력은?"

"그저 그래. 천신과 마신으로는 현현이 불가능한 모양이더라고. 그러고 보면 천신과 마신이 아니라 용사와 마왕이라고 해야겠군."

물론 여기서의 마왕이란 마계에 존재하는 마왕과는 조금 다르다. 마신 에레보스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마왕은 마계에 항상 존재하는 다른 왕들과 달리 마신이 원할 때 태어나 물질계를 외유할 때 쓰는 일종의 아바타라고 할 수 있으니까.

"지금 어디 있어?"

"지하벙커에. [네버랜드]의 바로 앞에서 나타나더군. 결계를 잔뜩 짜 놔서 못 나오는 중이야."

과거 내가 해치웠던 아크데몬이 만들어냈던 언데드는 수십만에 가까웠지만 아크데몬이 죽는 순간 그 모든 언데드가 모조리 평범한 시체로 돌아가거나 사라졌다.

즉.

네버랜드가 파괴되거나 사라지면 모든 유저들이 마스터로서의 능력을 상실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에게 네버랜드는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역린(逆鱗)이기 때문에 지상에서 수십 킬로 깊이로 파고들어가 수백 겹이나 되는 방어 장치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이제 와서는 지구가 멸망해도 유지될 정도이니 누구에게 파괴될 일은 절대 없으리라.

"자 그럼 수고들 하길. 내가 다시 돌아오지 않도록."

슬쩍 몸을 돌려 국회의사당에 있는 각 단체 대표들을 향해 인사하고 마가리타와 함께 공간을 넘는다. 계속해서 내 뒤에 차분히 서 있던 민정 역시 따라온 건 물론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 호문클루스라는 게 현실에 육체를 만들 수 있다면 그 용족 녀석들을 포함한 NPC들도 실체화 할 수 있지 않아?"

"물론 그렇긴 하지만 청명과 다르게 실체가 없어서 시간제한이 걸린다고 하더라고. 물론 한 달도 넘으니 꽤 길기는 하지만."

어차피 경험치는 수십 수백억을 넘어 수천억 단위이기 때문에 뭘 해도 썩어 도는 상황이니 NPC들에게 현실구경 시켜주는 거야 일도

아니다. 그러나 과연 그런 필요까지 있을까? 시스템 NPC인 청명과 다르게 그녀들은 자신의 세계가 전부인 줄 알고 산다. 괜히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할 필요는 없겠지.

파앗!

또다시 공간을 넘는다. 원래 벙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수십 개가 넘는 보안 장치를 넘어야 하지만 어차피 그 모든 시스템의 주인으로 인식되고 있는 나는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상당히 늦게 나왔군."

"어쩔 수 없어. 호문클루스를 얻는다 해도 NPC가 나오는 데에는 온갖 과정이 다 필요하니까. 아오 얻을 것도 없는 현실 행에.........."

도착한 곳에 서 있던 한 쌍의 남녀 중 타오르듯 붉은 적발을 허리 아래까지 늘어트린 미남자가 투덜거린다. 흑단 같은 흑발을 포니테일로 묶고 있는 미녀는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는 상황. 둘 다 생소한. 난생 처음 보는 인물들이었지만 당연히 나는 그들이 네버랜드를 만들어낸 두 밀리언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

"....... 세상에."

그런데 그때 나를 가만히 보고 있던 은비가 신음하는 소리가 들린다. 왜 그런가 하고 돌아보니 그녀의 주위로 묘하게 일그러지는 영기가 느껴진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용사 카리나가 레전드 스킬 세상만사(世上萬事)를 사용 중입니다!>

"오. 역시 원류인가. 세상만사 사용이 능하군."

밝게 말하지만 경고의 의미였다. 함부로 나를 [읽지]말라는 경고. 그런데 그녀는 그런 의미조차 느끼지 못한 듯 나를 멍하니 바라본다. 그녀가 우둔해서 그런 게 아니라, 뭔가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너, 너........ 마나량이 얼마나 되?"

"1212억."

"혀, 현실에서?"

"당연하지. 네버랜드에서는 1경(京)도 넘는 걸 확인하고도 그런 소리라니."

아무래도 네버랜드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보니 현실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모양이다. 아니 현실이라 해도 내가 재앙을 제압한 후 흡수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내가 재앙과 싸우는 게 내 이득 때문이 아니라 자기희생에서 나오는 행동으로 보이는 게 더 좋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벌써 특이점(特異點)의 기반을 다 마련하다니.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특이점?"

의외의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특별히 다른 점. 이라는 의미의 특이점인지 부피가 0이고 밀도가 무한대가 되어 블랙홀이 되는 질량체가 붕괴하게 된다는 이론적인 점을 말하는 것인지 중력의 고유 세기가 무한대로 발산하는 시공(時空)의 영역을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녀석은, 정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자, 잠깐 로안. 아니 지훈. 둘만의 공간으로 갈 수 있을까?"

"뭐? 이 녀석은 뜬금없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 뒤에서 가만히 있던 마가리타가 눈썹을 추켜올렸지만 손을 내저어 말린다.

"흐음 잠깐. 뭔가 중요한 것 같은데........ 좋아."

<권능(權能). 아프로디테의 신전이 발동합니다!>가벼운 말과 동시에 어느새 지하 벙커는 화사한 꽃들이 가득 찬 그리스풍의 신전으로 변해있다. 누구에게도 침범 받지 않는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낸 것이다.

"특이점?"

의외의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특별히 다른 점. 이라는 의미의 특이점인지 부피가 0이고 밀도가 무한대가 되어 블랙홀이 되는 질량체가 붕괴하게 된다는 이론적인 점을 말하는 것인지 중력의 고유 세기가 무한대로 발산하는 시공(時空)의 영역을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녀석은, 정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자, 잠깐 로안. 아니 지훈. 둘만의 공간으로 갈 수 있을까?"

"뭐? 이 녀석은 뜬금없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 뒤에서 가만히 있던 마가리타가 눈썹을 추켜올렸지만 손을 내저어 말린다.

"흐음 잠깐. 뭔가 중요한 것 같은데........ 좋아."

<권능(權能). 아프로디테의 신전이 발동합니다!>가벼운 말과 동시에 어느새 지하 벙커는 화사한 꽃들이 가득 찬 그리스풍의 신전으로 변해있다. 누구에게도 침범 받지 않는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그 영역에 들어서 주변에 아무도 우리의 말을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된 은비가 말한다.

"지금의 지구가 정상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어? 대우주에서도 희귀한 별이라는 걸."

"대우주?"

쓸데없이 장대한 스케일의 시작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녀가 흥분한 어조로 말한다.

"우주에는 수많은 차원과 셀 수 없이 많은 별이 있어. 당연하지만 셀 수 없이 많은 종족들이 살아가고 있고 인류와 지구는 그중에서 먼지만한 존재에 불과하지! 네가 세상만사를 초월자까지 올렸다면 스스로도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그녀가 말하는 건 더 큰 스케일의. 그러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관의 [밖]에 대한 것이었다.

============================ 작품 후기 ============================새로운 떡밥이지만 회수할 생각까지는 없습니다. 어찌어찌 상황이 잘 풀리면 2부 떡밥으로 풀어볼지도??

물론 기약 따위는 절대 없으니 기다리시면 안됩니다. 써야할 게 지천이에요;;

"대우주?"

"대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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