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273화 (273/283)

< --26장. 마지막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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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 이상 밀리언이 아니니까."

유품을 만든 밀리언은 어떠한 경우에도 살아남을 수 없다. 왜냐하면 유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밀리언의 생명]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유품을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밀리언들은 자신의 자의식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고 마침 거기에 걸맞은 능력을 가지고 있던 두 밀리언. 그러니까 은비와 하루키는 네버랜드를 만들어 천신과 마신이라는 [역할]에 자신들의 자의식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과연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두 명이. 정말로 네버랜드를 만들어낸 밀리언들일까?

그들이 가짜라거나 나를 속인다거나 하는 그런 소리가 아니다. 과연 [유품을 만들어 사망]한 밀리언이 자의식이나마 남길 수 있는 것이 정말로 가능한가?

'물론 이런 확인도 불가능한 가정은 의미가 없지만.'

다만 중요한 건 유품이 만들어지면서 바쳐진 [밀리언의 생명]에는 밀리언이 가지고 있는 능력 또한 속해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밀리언이 가진 능력의 정수(精髓)같은 게 있고 그게 네버랜드를 만들며 소모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연마하지? 이건 기예가 아닌데."

"레전드 스킬이니까 연마는 필요 없어. 퀘스트만 클리어 하면 되지."

"하긴."

피식 웃으며 오른손을 들어올린다. 정신을 집중하고, 마력을 엮어 완성한다.

키잉-!

내가 가지고 있던 마나 중 일부분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게 느껴진다. 무공이나 마법을 사용할 때처럼 소모된다는 개념이 아니라 최대치의 마나가 소모된다. 즉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마나가 줄어드는 기술]이라 할 수 있겠지.

'마치 무속성 주문 창생(創生)과도 비슷하군.'

다만 다른 게 있다면 창생으로 만든 물질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과 달리 이 능력은 진정한 [창조]의 영역이라 존재하지 않는 물질조차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키 녀석이 특이한 장비를 많이 가지고 있는 모양인데 그게 바로 이 능력의 결과인 모양이다.

"윽. 뭐야? 뭐 이리 쉽게 사용해?"

"천재라서?"

황당해하는 하루키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자 탄식이 새어나온다.

"....... 아 그래. 오대계열 전부 초월지경이었지."

"아아 말도 안 돼. 이런 어처구니없는 녀석이 튀어나와서 이 꼴이 되다니."

좌절하는 두 신의 모습을 보며 웃는다. 천신과 마신이라지만 이렇게 보면 꽤 귀엽기까지 하다. 그냥 동생들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나저나 어쩔까.'

잠시 고민한다. 다른 이유 때문은 아니다. 내가 평소 그렇게 필요로 하던. [레전드 스킬을 지닌 상대]들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조화령이 초월지경에 이르며 얻은 보조스킬 반려지정(伴侶指定)이 있으니 레전드 스킬을 지닌 그들이라면 반려지정의 특수효과 [스킬공유]가 활성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다만 문제는 마신 이 녀석이 남자라는 거지.'

물론 색공은 꼭 [이성]에게만 쓸 수 있는 스킬이 아니다. 익숙해진다면 여자가 여자에게도 쓸 수도 남자가 남자에게 쓰는 것 역시 가능하니까. 그게 아니라면 여성 유저는 마스터 시험에서 청명을 상대하는 게 불가능하리라.

'스킬 공유는 아무 페널티 없이 레전드 고유 스킬이 생기는 셈이라고 할 수 있으니 이왕이면 많은 게 좋은데 말이야.'

그러나 [레전드]급의 스킬은 기본적으로 신적 존재들에게서만 나오기 때문에 숫자에 제한이 있다. 심지어 그 레전드 스킬의 대부분을 내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유할 대상이 별로 없는 것도 사실.

다만 중요한 건 시선만으로 상대를 몇 번이고 보낼 수 있는 내 경지와 상관없이 이 반려지정은 무조건 [관계]를 가져야만 발동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상대방과 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이 녀석 꽤 예쁘군.'

과거 나는 아름다운 여인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그 아름다운 미녀보다 나. 그러니까 로안 필스타인이라는 녀석이 더더욱 아름다운 존재라는 걸 알고 있었다. 농담이 아니라 여장이라도 하면 이 대륙 모든 여성이 패배감에 눈물을 흘리게 될 정도로 빼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었던 것.

그리고 로안이 그러했듯 여기 있는 마신 에레보스. 즉 하루키 또한 성별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매우 뛰어난 미남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매력 200스텟의 소유자인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진행되니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까지 생각이 진행된다.

'확 후장을.........?'

"머머머머뭐야.........?!?! 왜 그런 눈으로 날 봐?"

내 시선에 얻어(?)맞은 하루키가 기겁하며 뒤로 물러선다. 나는 그를 진정시키며 답했다.

"너무 겁내지 마. 죽인다는 것도 아닌데."

"죽일 것 같은 살기보다 더 무서운 눈이었어!!!"

기겁하며 파닥거린다. 그렇게 소리치는 모습을 보니 약간 귀여운 느낌까지 들었다.

"후후. 잠깐 꾹 참으면 곧 즐기게 될........."

"나, 난 갈게! 용무 있으면 기도로 보내! 그쪽만 아니면 무조건 네 말 다 들을 테니까 협상도 필요 없어!"

파앗!

그림자가 세차게 일어나더니 삽시간에 하루키의 모습을 삼켜 버린다. 나는 어느새 그가 자신의 세계. 마계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부끄러워 하기는."

"자, 잠깐. 지금 설마 너 하루키 녀석한테 추파를 던진 거야?"

"철저히 실용적인 목적이니 오해는 말았으면 좋겠........ 음? 너 왜 이렇게 좋아해?"

"조, 조, 좋아하긴 누가 좋아한다는 거야!?"

지금까지의 차가운 인상에서 전혀 상상할 수 없던 헤벌쭉한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은비를 보며 헛웃음을 짓는다. 역시나 꽤 귀여운 녀석들이라니까.

"뭐, 둘 다 챙기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하나로 만족해야겠군."

"........ 엑. 에? 아, 하하하! 나도 용무 끝났으면 가 볼게!"

"어림없는 소리."

빛으로 변해 흩어지려는 은비를 보며 정신을 집중한다.

<권능(權能). 아프로디테의 신전이 발동합니다!>

어느새 빛과 어둠으로 가득 차 있던 공간은 화사한 꽃들이 가득 찬 그리스풍의 신전으로 변해있다. 아프로디테의 신전은 신성 스킬. 아프로디테의 신성이 초월자에 올라 얻은 권능으로 누구에게도 침범 받지 않는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내는 권능이다. 크기는 가로세로 5킬로미터 정도이며 그 안에서 나는 상당한 어드밴티지를 약속받으며 일단 들어온 상대는 나를 이겨내기 전에는 빠져나갈 수 없다.

"이, 이게 뭐야. 결계 계통의 권능?"

"미안한 말이지만 너까지 가는 걸 두고 봐 줄 수는 없거든."

여자만큼이나 아름답다고 해도 결국은 남자인. 더불어 뚜렷한 남자로서의 가치관을 가진 하루키를 어떻게 하는 건 내 취향이 아니어서 도망가는 걸 두고봐줬지만 절세미녀이자 얻을 것도 많은 은비까지 그냥 보내준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나는 허공을 날아다니던 불의 검을 보며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파스스스스---!

화염발화의 힘을 담은 재앙의 정수가 빠져나감과 동시에 6개의 용광검-A타입 전부가 재가 되어 흩어진다. 네버랜드의 [룰] 바깥에 있는 재앙의 정수는 레전드급 아이템조차 얼마 버티지 못하고 데이터가 삭제될 정도로 강력하기 때문. 다른 유저가 비슷한 능력을 얻는다면 제대로 활용조차 못할 정도로 악독한 대가지만 어차피 레전드 템이고 뭐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나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러고 보니 이대로 싸우면 이 녀석을 이길 수가 없겠군.'

재앙의 정수를 담아내는 건 그 대상에게도 어마어마한 부담이지만 [아이템]따위에 깃드는 건 재앙의 정수로서도 부담되는 일이라서 이렇게 한번 사용하고 나면 한동안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즉 사실 지금 난 조금 위험한 상태라는 뜻이지만 어차피 이 녀석이 그 사실을 모르니 소용없다.

늘 그러하듯 정 일이 꼬이면 시간을 돌리면 그만이고 말이다.

"잠깐 너. 왜 나만 이렇게 붙잡는 거야? 먼저 관심을 보인 하루키 녀석이나 잡아!"

"안됐지만 녀석보다는 네 쪽에 관심이 더 많은데."

"관심이라니........ 너, 너 설마 날 강간하려고?"

이미 한번 졌기 때문일까? 전의를 상실한 채 뒤로 물러서는 은비를 보며 묻는다.

"강간이라니. 혹시 그걸 하는 게 싫어?"

"당연하지! 싫어! 애초에 날 몇 번이나 봤다고 그딴 생각을 하는 거야?"

유저들이 그러하듯 네버랜드에 예속되지 않는 정신을 가진. 더해서 올스텟 200을 가진 그녀였기에 단순히 내 매력에 혹해서 넘어가는 일은 없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천신이 아닌가?

"벌써 잊었나 싶지만 난 널 죽일 수 있는데?"

"너........ 진짜 최악이야! 목숨을 위협삼아 날 강간하겠다고?"

버럭 소리 지르며 빛의 검을 만들어낸다. 죽더라도 저항하겠다는 태도인 걸 보니 아무래도 제법 보수적인 스타일인 모양이다.

"죽더라도 저항하겠다라........"

그렇게 중얼거리며 한 발짝 앞으로 내딛자 화들짝 놀라 두 발짝 뒤로 물러선다.

"하, 하지 마! 싫어! 싫다고!"

눈물까지 그렁그렁해지는 그녀의 모습에 발을 멈추고 잠시 생각한다. 그리고 말한다.

"흠. 그렇다면 키스는 어때? 딱 키스만 하고 끝낼게."

"키, 키스?"

단번에 요구조건이 내려가자 완강하던 태도가 좀 누그러든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꽤 미남이고, 목숨의 대가가 키스라면 아무래도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 키스."

"지, 진짜 키스만 하는 거지?"

"잠깐 너. 왜 나만 이렇게 붙잡는 거야? 먼저 관심을 보인 하루키 녀석이나 잡아!"

"안됐지만 녀석보다는 네 쪽에 관심이 더 많은데."

"관심이라니........ 너, 너 설마 날 강간하려고?"

이미 한번 졌기 때문일까? 전의를 상실한 채 뒤로 물러서는 은비를 보며 묻는다.

"강간이라니. 혹시 그걸 하는 게 싫어?"

"당연하지! 싫어! 애초에 날 몇 번이나 봤다고 그딴 생각을 하는 거야?"

유저들이 그러하듯 네버랜드에 예속되지 않는 정신을 가진. 더해서 올스텟 200을 가진 그녀였기에 단순히 내 매력에 혹해서 넘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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