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270화 (270/283)

< --26장. 마지막 준비.

-- >

화아악-!

당연한 말이지만 지금 내 손에 들린 이 검은 단순히 불타는 그런 검이 아니라 [화염발화]라고 이름 붙여진 능력 그 자체가 깃들어 있다. 단순히 휘둘러 적을 후려치는 것으로도 공격이 가능하지만 조금만 정신을 집중하면....... 화아악----!

"큭!? 뭐, 뭐야 뜨거워!!"

"어떻게 된 거야? [전속성 면역]이 있는데 뜨겁다고?"

"검 자체는 그냥 레전드 아이템 짝퉁이었는데 이게 무슨!?"

당연하지만 이것 자체가 [재앙의 정수]라는 사실을 알 수 없는 그들은 경악하며 나에게서 떨어졌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상상력이 뛰어나도 내가 색공 MAX레벨에 도달했고, 그래서 시선으로 화염발화 능력의 재앙에게 호감을 사고, 그래서 그 존재를 흡수하고 마침내 어마어마한 마나와 함께 그 정수를 활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는 없으리라.

"울어라."

[크아아앙-!!]검을 휘두르며 오러스킬을 완성한다. 만들어낸 것은 금룡진결의 비천룡. 그러나 검에 담긴 힘에 따라 오러스킬은 폭염의 용이 되어 허공을 가로지른다.

"이런 제길! 저리 떨어져!"

폭염의 용이 자신에게 따라붙자 하루키가 인상을 찡그리며 손을 들어올린다. 폭염의 용이 저열하지만 자아를 가진 존재이며 피해봤자 계속 따라올 것이라는 걸 순식간에 눈치 챘기 때문이다.

<절대권능(絶對權能). 마신의 성이 발동합니다!>하루키를 중심으로 빛조차 빨아들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새카만 성이 등장한다. 단순히 누굴 보호하는 정도가 아니라 뭔가 알 수 없는 다수의 절대적인 기능을 가졌을 것이 뻔해 보이는 그런 성. 그러나---쾅!

"뭐!?"

단박에 성벽을 부수고 지나가는 화염의 용을 본 하루키가 비명을 지르거나 말거나 폭염의 용이 그를 향해 날아든다. 그는 공간을 뛰어넘어 그 공격을 피했지만 폭염의 용이 입을 벌려 뿜어낸 불꽃이 그의 팔에 붙었다. 원래는 몸 전체를 노린 것인데 검은색의 방패를 만들어 막아낸 것이다.

"크아악! 뜨, 뜨거워! 뜨거워! 이거 뭐야?"

그가 입고 있던 검은색의 옷이 타버리고 흉하게 화상을 입은 팔이 드러난다. 마신의 자리에 있는 만큼 죽어도 부활해야 하는 그였지만 화상은 그리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꿇어라-!!"

그때 순식간에 파고든 은비가 고함을 지르며 빛의 검을 휘두른다.

<절대권능(絶對權能). 천신의 권세가 발동합니다!><정신계 면역........ 실패! 천신의 권세가 정신계 면역을 돌파해 90%의 효과를 발휘합니다!><관련스킬. 환희마라경(歡喜魔羅經) 발동!><관련스킬. 권능. 혜안(慧眼) 발동!><지혜(200)보정....... 성공! 저항합니다!>잠시 아찔한 느낌이 들었지만 멀쩡히 견뎌낸다. 그리고 이어진 빛의 검은.

쩌엉--!

나 역시 폭염의 검을 들어 막아낸다. 스킬이나 권능에서 뒤쳐진다 해도 스텟은 동등하고 역량은 오히려 내 쪽이 높다. 재앙의 정수가 없다 해도 그리 형편없이 밀릴 정도는 아니었다는 말인데 거기에 불사조의 힘이 더해지자 상황이 압도적으로 변해버린다.

화아악!

"처, 천신의 검을 뚫고 신기 클래스의 무기에 불이 붙는다고? 이게 무슨 미친---꺅!?"

화르륵. 하고 거세지는 불꽃에 놀라 들고 있던 검을 던져버린다. 내가 공격을 한 것도 아니고 그녀의 공격을 막아낸 것만으로 나를 공격했던 그녀의 검에 불이 붙은 것이다.

"이런이런....... 거래를 하려면 좀 더 혹할 조건을 걸거나 간절히 부탁을 했어야지 그 알량한 능력을 믿고 덤빈 거야? 네버랜드에서 신으로 추앙 받으니 정말 자기가 신인 것 같아?"

혼란에 빠져있는 둘을 보며 어깨를 으쓱인다. 애초에 이 불꽃 앞에서는 면역이고 권능이고 절대권능이고 다 소용없다. 물론 유품들이 일으키는 [기적]에는 게 있기 마련이지만 그 모든 걸 넘어서는 아주 심플한 [법칙]이 존재하니까.

-상위의 기적은 하위의 기적을 무시한다.

그렇다. 그것이 바로 가장 핵심이며 절대적인 법칙이다. 아무리 특이한 힘을 발휘한다 해도 힘에서 밀리면 그걸로 끝. 내가 화염면역의 힘으로 화염에 피해를 받지 않아야 하는데도 불사조의 불길에 그냥 타버렸던 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나저나 금룡진결을 아직 가지고 있었으면 장난 아니었겠군.'

새로운 스킬을 받아 들여도 기존에 알던 초식을 사용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금룡진결의 비천룡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금룡진결에 달려 있던 보조스킬이나 특수능력은 다 사라졌다. 금룡진결의 완성형 보조스킬 황금룡(黃金龍)은 상당히 높은 지능을 가진 강기의 용을 만들어내며 보조스킬 영원지속(永遠持續)은 그 강기의 용이 힘이 다할 때 까지 영원히 존재하게 할 수 있다. 스킬 쿨타임이 없다시피 한 내 특성상 잠깐이면 수십 수백 마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 텐데 그게 불가능해 진 것이다.

"아니 굳이 황금룡을 쓸 필요가 없군. 어디보자........"

나는 인벤토리를 열어 용광검-A타입을 5자루 더 꺼내들었다. 이어 정신을 집중하자 불사조의 힘이 퍼져나가 다섯 자루 모두에 붙는다.

<권능(權能). 여섯 개의 손이 발동합니다!>조화령이 초월자에 올라 권능 쌍생(雙生)이 생겨난 것처럼 레전드 스킬 치우검과 팬타그램. 위대한 영혼과 히에로글리프가 초월지경에 오르면서 4개의 권능이 새로 생겨났다. 그중 히에로글리프의 권능 [원천기술(Original technology)]은 비전투 권능이니 당장 쓸 종류는 아니고 위대한 영혼의 권능 [왕의 부름]과 팬타그램의 권능 [72마신]의 경우는 신적인 존재에게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니 패스. 결국 치우검의 권능을 쓰게 된 것이다.

피피핑!

다섯 개의 검이 빛의 속도로 허공을 가른다. 말하자면 이기어검(以氣御劍)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내 역량으로 이만큼이나 빠른 이기어검은 단 한 개 밖에 만들 수 없지만 권능 여섯 개의 손을 사용한다면 [한 개의 스킬을 사용하는 노력으로 여섯 개의 스킬을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

"피해! 방어가 불가능한 공격이야!"

"제길 뜨거워! 점점 뜨거워지잖아!?"

은비와 하루키는 이리저리 공간을 넘어 다니며 폭염의 검을 피했다. 온갖 스킬. 권능. 절대권능을 사용하는 그들이지만 폭염의 검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소용없다. 불러낸 방패도. 펼쳐진 빛의 날개도. 심지어 사용하는 마법까지도 전부 불타버린다. 뿜어지는 열기는 이미 주변 전체를 달궈대고 있었다.

물론 그들도 단순히 당하고만 있는 건 아니다.

"웃차."

쩌엉!

날아들던 별무리를 맞받아 쳐낸다. 빛살 같은 공격이었지만 나 역시 속도에서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수준. 내 공격은 그들이 절대 막으면 안 되고 나는 그들의 모든 공격을 막을 수 있으니 권능이고 나발이고 다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하지만 확실히 네버랜드 안에서는 최강이라 할 만 하군. 다른 유저라면 재앙의 정수가 있다 해도 이길 수가 없겠어.'

만약 보통의 유저가 그냥 어마어마한 마나와 재앙의 정수를 가지고 있었다면 천신과 마신에게 위협이 될 뿐 순식간에 살해당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네버랜드의 [일부]에 불과한 그들의 능력은 오롯한 불사조의 발화능력에 밀릴 수밖에 없지만 사용자가 그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틈도 없이 살해당한다면 다 소용없는 일이니까.

다만 그들에게는 불행하게도........ 나는 스스로도 절대 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충분히 신적인 존재였던 것. 그리고 그 결과는.

"허무하군."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는 불꽃의 검 두 개개를 각각 목에 겨누어진 채 자신들이 처해진 현실을 믿지 못하고 있는 천신과 마신을 내려다본다. 정말 필사적으로 탈출하려 마음먹으면 어떻게 수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확연하게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에 섯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이럴....... 수가."

"제길. 오기 싫은데 끌려와서 이게 무슨 꼴인지."

결과가 나오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애초에 모든 방어를 태워버리는 불꽃이 계속해서 추격해 나가고 힘겹게 한 공격은 쉽사리 막혀버리는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으니까.

그들은 네버랜드를 지배하는 절대적인 신이지만, 더 큰 관점에서 보면 그 네버랜드조차 하나의 유품일 뿐이다. 유품의 또 다른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재앙의 힘을 온전히 쓸 수 있는 내가 상대라면 차포는 물론 졸과 마상까지 다 떼고 싸우는 건 마찬가지의 상황인 것.

"아 궁금해서 그러는데. 너희는 여기서 죽으면 어떻게 되지? 유저들처럼 전생이라도 하나?"

"....... 흥. 내가 왜 그런 거에 답해줘야 하지?"

드디어 협박을 하던 상황에도 유지하던 존대어까지 버리고 뾰족하게 답하는 은비.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뭐 죽여 보면 알겠지."

"!?!?"

"자, 자, 잠깐! 난 그냥 억지로 끌려온 건데!!"

은비의 목을 노리고 있던 검은 물론 하루키의 목을 노리고 있던 검까지 움직이자 기겁해 손을 휘두른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불길에 손이 닿을까봐 극히 조심하고 있다.

'답은 들어볼 필요도 없겠군.'

천신과 마신이라고 하지만 이 녀석들에게는 오대신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연륜]이라는 게 없다. 비록 설정이고 주어진 기억일지 모르나 어쨌든 신적인 존재로 어마어마한 시간을 살아온 그들과 다르게 이들은 그냥 청춘남녀 밀리언으로서 유품을 만들고 죽어 그 자아를 유품 안에 담아놨을 뿐인 존재들이니까.

"왜? 이왕 이렇게 된 거 천신 마신 살해 업적이랑 경험치 좀 얻고 싶은데."

"자, 잠깐. 네버랜드는 나와 은비의 힘으로 만들어졌어. 우리 둘이 사라지면 더 이상 시스템에 간섭할 방법이........"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좋은데 시스템에 간섭할 필요 따위는 없지."

"......."

사색이 된 하루키와 마찬가지로 은비의 얼굴 역시 하얗게 굳어있다. 그들이 고도의 연기로 날 속이려는 게 아니라면, 아마 현체(現體)가 없는 그들은 전생을 하는 대신 그냥 죽어 사라질 거라는 뜻이리라.

'진짜 죽일까?'

죽여서 그들을 [폭식]한다면 강력한 효과를 가진 절대권능 하나씩을 얻을 수 있다. 더불어 막대한 경험치를 얻을 것이고 업적점수 또한 얻을 수 있겠지.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그들을 죽여 얻을 수 있는 건 [겨우 그 정도]에 불과하다.

어차피 경험치는 이미 썩어 도는 수준이고 혹여나 부족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무한대로 뽑아낼 수 있다. 마음먹으면 하루에 드래곤을 비롯한 초월자 수십 명씩 해치울(?)수 있으니 어찌 경험치가 문제이겠는가? 천신과 마신이 주는 경험치야 물론 엄청나겠지만 나라면 금세 모을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더불어 업적점수 역시 이미 지나칠 정도로 많다. 캐릭터 클리어 역시 해 놓은 상태이니 이대로 전생하더라도 모든 스텟과 스킬. 심지어 인벤토리와 마나. 특수능력과 권능 전부를 챙겨갈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결국 남는 건 절대권능 정도인데.'

그러나 절대권능에 그렇게까지 목 멜 필요가 있을까? 물론 있으면 훨씬 좋겠지만 그 대단한 절대권능을 최소 5개에서 최대 10개는 가지고 있을 게 당연한 천신과 마신조차 이 불의 검을 당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게임 속 최강무기보다 더 쎈 게 치트 아이템인 셈이지.'

하긴 네버랜드의 [룰]에 기반을 두고 존재하는 모든 아이템이나 존재들이 에디터 아이템을 당해낼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원래 이런 건 운영자가 차단을 먹여야 하지만 네버랜드에 그런 존재가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흠. 좋아 뭐 불쌍하니 살려주지. 더불어 호문클루스인가 하는 아이템도 팔아주겠어."

"뭐, 뭐?"

"왜 갑자기?"

너무나 급작스러운 태도 변경에 당황하는 둘을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단! 이제는 확연하게 우위인 입장이니 이것저것 더 받아도 되겠지?"

"받다니....... 천신기?"

"그딴 쓰레기 관심도 없거든?"

"쓰, 쓰레기........"

지상계의 모든 존재들이 바라 마지않으며 그걸 얻기 위해 온갖 고난을 마다 않던 보물들이 당하는 취급에 황망해 하는 둘을 보며 잠시 생각을 정리한다.

"어디보자. 일단 너희도 오대신처럼 타인에게 레전드급 고유스킬을 줄 수 있겠지? 그거 내놔."

"알았."

대답하려는 은비였지만 그녀에게는 아쉽게도 아직 안 끝났다.

"더불어 성장스킬도 내놔. 아, 신성력도 있겠군. 둘 다 나를 신관으로 지정하고 신성력도 내놔."

"윽. 좀 과하지만 어떻게든 가."

"아차, 절대권능하고 권능은 못 넘겨주나?"

"자, 잠깐만. 권능하고 절대권능은 좀."

"받다니....... 천신기?"

"그딴 쓰레기 관심도 없거든?"

"쓰, 쓰레기........"

지상계의 모든 존재들이 바라 마지않으며 그걸 얻기 위해 온갖 고난을 마다 않던 보물들이 당하는 취급에 황망해 하는 둘을 보며 잠시 생각을 정리한다.

"어디보자. 일단 너희도 오대신처럼 타인에게 레전드급 고유스킬을 줄 수 있겠지? 그거 내놔."

"알았."

대답하려는 은비였지만 그녀에게는 아쉽게도 아직 안 끝났다.

"더불어 성장스킬도 내놔. 아, 신성력도 있겠군. 둘 다 나를 신관으로 지정하고 신성력도 내놔."

"윽. 좀 과하지만 어떻게든 가."

"아차, 절대권능하고 권능은 못 넘겨주나?"

"자, 잠깐만. 권능하고 절대권능은 좀."

당연한 말이지만 스킬은 상위 존재가 하위 존재에게 [하사]하더라도 사라지거나 하는 종류의 힘이 아니다. 원본이라고 할 수 있는 스킬은 계속 존재하니 일종의 [복사]라고 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권능의 이양은 전혀 다르다. 만약 어떤 존재가 다른 존재에게 권능을 준다면 원래 주인은 권능을 잃어버리게 된다.

"좀?"

"좀, 너무한 거 아냐?"

폭염의 검에서 올라오는 열기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항의하는 하루키의 모습에 깔끔하게 답한다.

"그냥 죽던가."

"이, 이런 날강도가........"

============================ 작품 후기 ============================지금도 충분히 센데 다 뺏어가시면 어떻게 해요 ㅠㅠ 징징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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