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장. 마지막 준비.
-- >
"........ 뭐?"
순간 이해하지 못한 듯 반문한다. 그녀가 이해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스텟은 그 자체로 능력이기도 하지만 바꿔 말하면 [재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단련해 키우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어느 선을 넘어가면 그것조차 불가능. 사실 레벨업을 한다고 스텟 보정을 받는 유저들은 아주아주 유리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웃차."
청명이 혼란에 빠져있거나 말거나 옷을 벗기기 시작한다. 이미 내 여성탈의신공(?)은 경지에 올라 있어 한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은 상태에서도 순식간에 상체를 다 벗겨 버린다.
"으, 으엑!? 자, 자자자잠깐!! 지금 바로 하려고?"
"시간 끌다가 스텟 보정 받은 녀석이 튀어나오면 어떻게 하려고? 아, 혹시 특수 NPC라서 신성은 얻어 봐야 가치도 없나?"
"그, 그런 건 물론 아니지만. 아니 사실 신성이 있으면 정말 좋긴 하지만........."
저항이 약해지는 걸 느끼며 잘록한 허리와 쭉쭉 뻗어진 팔다리에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풍만한 가슴을 주무른다. 불과 수초 전만 해도 멈칫멈칫하던 그녀였지만 점점 흥분이 올라오기 시작하자 능숙하게 몸을 틀며 내 움직임에 호응한다. 그녀 역시 175센티미터나 되는 훤칠한 키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마주 안아도 자세에 어색함이 없다.
"아 그러고 보니 지금은 이쪽관련 스킬도 초월자까지 해금 된 거 아니야?"
"흐응....... 아, 그렇지."
"그러면 이렇게 무방비하게 당할 이유가 없잖아?"
"그렇긴 한데 평소에 워낙 능욕을 당했더니 의욕이 별로 안 이는데........ 싸우는 형식으로 가고 싶어?"
그녀와는 대체로 [대결]하는 방식으로 잠자리를 해 왔다. 왜냐하면 스킬 마스터인 청명은 시험이라는 이름으로 유저를 상대하는데 내가 10레벨 시험을 클리어하면서 거꾸로 그녀가 매일 나에게 도전해 왔기 때문이다.
"흠. 생각해 보면 꼭 그럴 필요는 없군. 하지만 초월자 급으로 나를 기쁘게 하는 건 가능하겠지?"
"응♡!"
환하게 웃으며 안겨드는 청명의 모습에 헛웃음 짓는다. 아무래도 그녀는 대결이 아닌 더 본질적인 의미의 사랑이 나누고 싶었던 모양이다. 몸을 섞고 감정을 교환하는 그런 잠자리.
하긴 그게 원래 정상이다.
섹스를 대결로. 그리고 싸움으로 행하는 건 사실 네버랜드의 스킬 시스템으로 첫 경험을 한 후 그걸 수련해 온 나의 안 좋은 버릇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뭐 그것도 슬슬 주변 모든 여자가 상대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하면서 많이 나아진 거지만 말이다.
"아차. 그러고 보니 이거 먹고 해."
그러나 막 그녀와 결합하려다가 멈춘다. 인벤토리를 열고 보라색의 단환 꺼내 든 것이다. 하나만 꺼낸 건 아니고 정확히 50개를 꺼냈다.
"뭐야. 자원단(紫元團)이잖아? 아직도 안 먹고 있었어?"
"스텟이 썩어 돌아서 먹을 필요가 없더라고."
스킬 시험으로 10레벨을 클리어한 뒤 청명을 이기면 관련 스텟을 올릴 수 있는 단환이 지급되며 그 이후에는 하루에 1개씩. 도전을 해 승리 할 때마다 단환이 지급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10레벨에서 청명을 이기기도 힘들지만 그 승리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녀는 온갖 스킬의 버프를 다 받고 있는데다가 현실의 스텟을 가지고 시험을 봐야 하는 유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스텟까지 있으니 수십 수백 번 싸워 어떻게 한번 이긴다 해도 청명 역시 계속 성장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연승은커녕 갈수록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50개나 줘?"
"자원단 하나만 쳐도 아직 100개는 넘게 남았으니 걱정할 필요 없어."
시간이 되돌아가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 후 순식간에 10레벨에 도달해 매일매일 알렌의 신전에 들렸던 만큼 영단은 넘치도록 있었다.
'거래가 가능한 아이템이면 벌써 다 써버렸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나 청원단은 거래가 불가 아이템이고 타인의 손에 들려주는 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유이하게 그걸 잡을 수 있는 존재가 있으니, 그게 바로 영단을 직접 넘겨준 그녀라는 존재였다.
<자원단(紫元團)을 사용했습니다!><청명의 매력이 150포인트에서 200포인트로 상승했습니다!>청명의 주위로 묘한 힘의 파동이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아마 행운이 200에 이르면서 극한에 이른 육신이 신위(神位)에 도달했기 때문이겠지. 지금 그녀는 매력 200에 도달한 상태이니 매력 기반의 권능. 마성(魔性)의 매혹(魅惑)역시 얻었을 것이다.
"후아 설마 이렇게 쉽게 신위를 얻게 될 줄은 몰랐어. 아니 그보다........ 어때 로안? 예뻐졌어?"
갑자기 청명이 뒤로 한 발짝 물러서더니 두 손을 움직여 가녀린 목부터 풍만한 가슴. 배. 허리를 지나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라인을 슥 하고 훑는다. 백옥같이 하얗고 탄력적인 그녀의 피부가 일그러지는 모습은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렇게 아름다운 것과 별개로 175센티미터나 되는 훤칠한 키에 검은 머리칼. 그리고 파란색 눈동자를 가진 그녀의 모습은 사실 별로 바뀐 게 없다. 사실 매력이 50포인트를 넘으면 아무리 더 오른다 해도 그리 어마어마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으니까.
다만 매력이 200스텟에 도달해 신위에 도달한 만큼 그녀에게서는 내가 그러하듯 은은한 후광이 느껴진다. 또한 매력기반의 스킬들. 그러니까 색공이나 지휘. 정치 스킬 등의 위력이 한계치까지 증폭될 것이다.
"넌 원래부터 더 예뻐질 수 없을 정도로 예뻤어."
"흥. 입에 발린 소리 하기는."
툴툴거리지만 싫지 않은 표정으로 슬쩍 까치발을 들어 입술을 마주친다. 시작은 입술과 입술이 마주치는 가벼운 입맞춤에 가까웠으나 이내 혀와 혀가 오가고 몸과 몸이 밀착된다. 나는 그녀의 몸을 살짝 안은 채 공간을 이동해 일종의 격리차원이라고 할 수 있는 유그드라실의 신계에서 하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침실로 이동했다.
푸욱!
"흐읏....... ♡ 아, 역시 좋다. 이거 굉장히.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아."
"뭘 오랜만이야 매일 보면서."
"흥 매일이라고 해 봤자 바깥세상 기준이잖아. 내 체감 시간으로 치면 거의 20일에 가깝거든?"
투덜거리며 내 가슴팍을 밀어 침대에 눕게 만들고 기승위로 올라탄다. 그녀의 질이 내 분신을 단단히 조이며 꿈틀대고 이내 허리가 8자를 그리며 돌기 시작하자 짜릿한 쾌감이 몰려든다.
"후우....... 강력한데. 이거 고유스킬 버프로만 치면 나보다 더 많은 거 아니야?"
"그렇기야 하겠지만 중첩되는 것만큼 겹치는 것도 많아서 문제지. 게다가 네 녀석 버프는 하나같이 효과가 사기잖아."
"그야 레전드니까."
"네가 네버랜드 레전드 고유스킬은 다 챙기고 있는 것 같은....... 하우웃---♡♡"
삽입과 동시에 마나가 쏟아져 들어가자 신음하며 늘씬한 두 다리로 허리를 감싼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녀 역시 무방비로 당하는 건 아니어서 내 전신이 찌릿찌릿 해질 정도로 섬세한 마나의 파동이 쏘아지고 있다.
"그러고 보면 색공은 언제쯤 초월자에 들 것 같아?"
"그, 그게 금방 될 것도 같은데........ 하웃! 하악-♡!"
초월자 스킬이 해금되었다고 하지만 본격적인 이득은 [고유스킬]들이 초월자로 들어서면서 가해지는 어마어마한 버프들이지 그녀가 초월지경에 오른 성장스킬은 [마법] [검술] [정령술]이다. 아무래도 성행위 스킬에서 10레벨에 오른 건 내가 처음이었던 듯 내가 매일 가혹한 스파르타 훈련을 시켜줘도 아직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푸욱! 철썩!
색공의 경지가 높아지고 섹스 경험이 많아진다고 점점 더 해괴한 체위. 그러니까 뭐 헬리콥터 체위라던가 물구나무 체위라던가 풍차 돌리기 체위 같은 걸 할 거라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크나큰 착각이다.
검술의 고수가 실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해괴하게 검을 휘두르고 이상한 자세를 취하던가? 아니다. 정말 완벽한 검술의 고수라면 그냥 검을 내려찍는 단순한 동작만으로 모든 기교를 소용없게 만들 것이다.
'뭐 CAT체위 정도야 충분히 도움이 되는 편이지만.'
슬쩍 엉덩이를 내려 내 분신이 청명의 지스팟과 클리토리스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도록 만든다. 색공이 음양오행에 따른 동양적인 학문이라면 체위는 체질이나 신체구조에 따른 서양적인 학문이라고 할 수 있으니 거기에 따라 움직이는 게 합리적인 것이다. 언뜻 보면 정상위랑 다를 바 없는 체위지만 엄연히 다른 자세였으니까.
남들이 보면 참 웃기지도 않는 일이라고 하겠지만 네버랜드에 처음 접속해 레나에게 강간당하는 바람에 시작되었던 공부(?)는 틀림없이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었다. 당장 내가 하고 있는 CAT체위는 에드워드 에이첼이라는 박사가 [개발] 씩이나 한 것으로 '이 체위를 정확히 사용하면 어떤 여성이든 3분 이내에 오르가슴에 오를 수 있다'고 장담할 정도로 여성이 오르가슴에 오르기에 가장 좋은 체위다.
물론 모든 여성에게 다 먹히는 전가의 보도는 아니다. 질이 요도 쪽보다 항문 쪽에 치우쳐 있는 여성의 경우 이 체위로도 지스폿을 자극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만약 그런 여성을 만난다면?
그럼 뭐 답은 간단하다. 그런 여성의 경우는 후배위 체위를 하면 금방 오르가슴에 이를 수 있는 것. 굳이 예를 들자면 내 첫 상대라고 할 수 있는 웨어타이거 레나가 이런 체형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하으읏---♡ 아아 진짜 뭐가 문제지. 영단을 쏘는 것도 아닌데 벌써 갈 것 같아. 무슨 수라도 쓰고 있는 거야?"
"그냥 디테일이지."
우는 소리를 하는 그녀였지만 눈치 없게
'방어 스킬을 쓰면 되잖아?'
같은 헛소리를 하지는 않는다. 그녀가 바라는 건 [대결]이 아닌 함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섹스였으니까.
'물론 이정도만 해도 보통 여자들은 자지러지면서 난리가 나겠지만.'
본격적인 공격 방어 스킬을 안 쓰고 있을 뿐 나는 물론이고 청명 역시 색공 자체는 아주 강력하게 운용하고 있었다. 그것은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가 기쁨을 느끼기 위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미 깨달음을 얻어 부동심을 완성한 상태이며 그녀 역시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아주 강력한 정신력의 소유자였던 만큼 서로 기쁨만을 느끼며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슬슬 재분배한다."
"아, 그 말은 아까도 들었지만 정말로 가능......... 흐으으윽----♡♡♡?!?!"
순간 차분하게 몸을 섞고 있던 청명의 몸이 마치 영단이라도 얻어맞은 듯 파르르 떨린다. 그리고 그와 동시였다.
<절대권능(絶對權能). 조화령(造化靈)이 발동합니다!><스킬 소요시간 1시간! 재분배 할 스텟을 선택해 주세요!>현재 청명은 150으로 전 스텟이 동일한 수준이다. 다만 내가 자원단을 먹임으로서 매력은 200까지 올라 있다.'사라진다고 당장 문제가 생기거나 하지는 않는 친화력. 체술적성. 마법적성을 깎아야겠군.'
스텟 재분배라고 하지만 어떤 스텟을 0까지 깎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그런 일이 가능했으면 조화령은 필살의 살인스킬이었겠지. 당연한 말이지만 생명력을 0으로 만들면 사망하게 되고 체력을 0으로 만들어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테니까. 지능을 0으로 만들면 단박에 정박아가 될 테고 재생력을 0으로 만들면 조그만 상처만 입어도 돌이킬 수가 없을 테니 재분배에 들어간 순간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모든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청명의 스텟이 다음과 같이 변경됩니다!>친화력(150->15)체술적성(150->15)마법적성(150->15)생명력(150->200)근력(150->200)체력(150->200)재생력(150->200)순발력(150->200)지능(150->200)지혜(150->200)행운(150->200)
"흐아아....... 고문이다 고문. 영단을 쏘아내는 쾌감을 한 시간이나 버텨야 하다니."
"우는 소리 하는 것 치고는 멀쩡히 잘 버텨냈는데 뭘."
"나도 슬슬 초월경을 바라보는 중이니까."
내 오른쪽에 누워 가슴팍에 볼을 기대고 있는 청명의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매력 수치가 올랐기 때문일까? 그녀의 새카만 머릿결이 한층 더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친화력하고 체술적성 마법적성은 내가 차차 100까지 올려줄게. 다른 스텟들에 비하면 좀 떨어져서 안타깝지만........"
만약 한 캐릭터에 조화령을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쓸 수 있었다면 다시 스텟을 한곳으로 몰고 100까지 올리는 과정을 반복해 올스텟 200에 가까운 능력치를 양산할 수 있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렇게까지 상황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레벨 업을 하는 유저라면 보너스 포인트라도 활용할 테지만 NPC인 그녀는 이 정도가 한계인 것.
그러나 청명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고개를 흔든다.
"이 정도로 반칙적인 일을 벌여 놓고 그런 말이라니. 어차피 난 무공도 마법도 정령술도 이미 어느 정도 감을 잡았으니 적성이나 친화력 쪽은 그렇게까지 절대적인 스텟이 아냐. 무엇보다......... 앗?"
번쩍!
난데없이 빛과 함께 배경이 변한다.
<새로운 운명의 신. 청명이 탄생했습니다!>거대한 나무로 이루어져 있던 세계가 빠르게 멀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아무래도 새로이 임명된 운명의 신에 맞춰 신계가 재구성되는 모양이다.
"다행히 잘 되었군."
솔직히 도박이었지만 안 된다고 손해 보는 없었기에 호들갑 떨지 않는다. 사실 청명을 운명의 신으로 만든 건 그녀에게 호감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가 문득 보인 가능성에 친절을 베푼 것 뿐 애초 목적은 등가교환 하나뿐이었으니까.
"슬슬 알만 한 건 다 알았으니 돌아가서-"
웅-!
배경이 변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도착한 장소가 신계에 접속했던 가단차의 세계수 신상 앞일 거라고 생각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진입한 곳에서 나오는 게 정상이니까.
그런데 내가 도착한 곳은 전혀 의외의 곳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오직 백색과 흑색만이 가득한 그런 기묘한 공간.
웅-!
좌측을 본다. 눈처럼 새하얀 세계가 빛나고 있다.
우측을 본다. 그림자처럼 새까만 세계가 일렁이고 있다.
내가 서 있는 곳은 두 공간의 교차점. 그리고 서로 다른 두 공간에서, 각기 다른 존재 둘이 모습을 드러낸다.
"드디어 기회야."
"기회는 무슨 기회. 아 진짜 왜 이렇게 못나가서 안달인 거야?"
당연한 말이지만 초면이었다. 본적도. 대화를 나눈 적도 없는 상대들.
그러나....... 그들을 보는 그 순간 나는 그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천신과 마신인가."
"만나서 반가워. 나는 천신. 천신 헬리오스야. 조은비라고 불러도 돼."
"........ 마신 에레보스."
그렇다. 그들이야말로 천신(天神)과 마신(魔神).
네버랜드라는 강력한 아티펙트(Artifact)를 만들어낸 두 명의 밀리언이자 네버랜드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신들이었다.
============================ 작품 후기 ============================어제 못 올린 대신 분량을 좀 늘려봤습니다. 어떻게든 더 늘려서 2편으로 만들까도 했는데 자를 부분이 애매한지라;;;;;그나저니 기어코(?)설날이 오고 말았습니다. 별로 이뤄논 것도 없는데 하루하루 나이를 먹는 바로 그날!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떡국 맛있게 드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