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장. 시작되는 음모. 그리고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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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렇게나 신사적으로 나가고 있는 것만 해도 내가 정말 착하다는 반증이다. [캔슬된 원한을 가급적 먼저 징벌하지 말자.]라는 나만의 철학 때문이기도 하지만.
"왜. 순순히 안내하기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나?"
"........ 말을 함부로 하는군요. 저 역시 초월지경의 검사입니다. 두 명이라고 여유를 부리다간."
"뭐? 두 명? 하하하!"
낭랑한 목소리로 그를 비웃는다. 그를 도발하기 위해 일부로 그런 것이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도 조금 웃긴 게 사실이었다.
'억울하겠다. 진짜.'
그는 언리미티드 소속으로 네버랜드의 클로즈 베타 테스트 때부터 플레이해 온 원로멤버 중 하나다. 게임을 한다고 하기 보다는 선발대원 같은 입장으로 네버랜드에 접속해 페이탈이 [그저 그래 보인다고] 평한 재능으로 10년이 훨씬 넘는 시간을 뼈를 깎는 노력을 거듭해 초월자가 되었는데 플레이 타임도 얼마 되지 않는 유저들이 갑자기 초월자가 되어 튀어나온 것이다.
심지어 그 스스로는 모르지만.
"머리."
나는 갓 초월지경에 오른 애송이 [따위]가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쩌어엉-------!!!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아크란의 발밑에 직경 50미터가 넘는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긴다. 그야말로 빛살 같은 쾌속의 참격이었기에 회피조차 하지 못하고 강기를 두른 검으로 내 용광검을 막아낸 아크란의 어깨에서 피가 튄다.
공격은 단순하기 짝이 없었다. 검을 머리 위로 들어 그대로 내려찍는. 솔직히 검술이라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직선적인 공격. 그러나 올 200스텟과 온갖 보조스킬의 보정을 받는 내 공격은 너무나 빠르고 강력하다.
무공 스킬 초월자인 만큼 순순히 당하는 대신 내 공격을 막아낸 아크란이었지만 그 어마어마한 위력을 버텨내지 못하고 한쪽 다리가 부러지고 용광검을 막은 그의 검이 그대로 눌려 어깨에 박히고 말았다. 물리력도 물리력이지만 검강에 담긴 막대한 힘 때문에 내장도 엉망이 되었을 것이다.
"크으....... 쿨럭! 이, 이게 무슨."
강제적으로 한쪽 무릎을 꿇은 자세가 된 아크란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신음을 토한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다시 묻지. 유그드라실도 접속해 있나?"
대답을 안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그가 아니어도 유그드라실과 접촉할 수단을 찾는 게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까.
언리미티드의 대표이자 외부의 인간이 접속한 형태라 해도 12스텟을 대표하는 신성을 가진 세계수. 유그드라실이라면 결국 오대신이 그러하듯 그 역시 신적인 존재일 테고 물질계에 간섭하는데 제한이 걸릴 수밖에 없다. 물질계. 그리고 다른 유저들과 통하기 위해서라면 신전(神殿)을 만들었을 것이란 뜻이기도 하다.
"물론....... 입니다. 그는 언리미티드가 네버랜드에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의 근본이니까요."
용광검을 치워주자 비틀거리면서도 어떻게든 몸을 일으킨다. 뭔가 초회복 계열의 힘을 가진 것인지 부러진 다리도 금세 재생하고 어깨에 난 자상에서도 피가 멈춘 상황. 그러나 내 검격 자체에 실린 영파는 회복이 쉽지 않은 종류였기 때문에 안색은 여전히 파리하다.
"아, 경고가 늦었구나. 우리 로안 완전 짱 세니까 조심해야 해?"
"큭. 빠른 조언 정말 감사하군요. 하지만....... 이런 괴물 같은 힘이라니. 천재라는 게 있다는 것 정도야 마가리타 때문에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건 좀."
놀랍게도 아크란은 상황을 굉장히 빨리 받아들였다. 보통 상황이 이지경이 되면 [말도 안 돼!] 라던가 [믿을 수 없어!]라고 현실을 외면하기 마련인데 이 녀석은 [전혀 모르던 엄청난 힘을 가진 유저]라는 이 상황 자체를 순순히 인정한 것이다.
"이 녀석......... 좀 특이하군?"
"그렇지? 인정과 적응이 엄청 빨라. 하지만 그러면서도 가능성이 보이면 개처럼 물고 뜯어지기도 하지. 바보 주제에 초월지경에 들어설 만 하다고나 할까?"
페이탈이 어깨를 으쓱이며 하는 말에 아크란이 눈썹을 찡그린다.
"누누이 말했지만 저 역시 거르고 걸러 뽑힌 엘리트입니다. 바보라니 말이 너무 심하군요."
"아, 상처받지 마. 나 같은 천재에 비해 별로라는 거니까."
"그걸 위로라고 하는 겁니까?"
짜증이 난 듯 신경질 부리는 그였지만 이내 포기한 듯 한숨 쉬고 나를 돌아본다.
"먼저 묻고 싶군요. 회장님을 찾는 이유가 뭡니까?"
"회장님?"
"모르셨습니까? 유그드라실님은 언리미티드를 만든 장본인입니다. 다국적기업 리전의 대표이시죠."
"오호."
한국과 일본 정부의 후원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언리미티드 녀석들이 국인부 녀석들에게 왜 이렇게 뻣뻣하게 굴 수 있는가 했더니 뒷배가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군."
"........ 뭐가 말입니까?"
"너한테 이유를 말해야 하는 이유. 유그드라실은 만나선 안 되는 존재인가? 아니, 다시 말하지. 그게 네가 판단할 문제인가?"
태연한 내 목소리에 아크란이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고개를 흔든다.
"........ 아뇨. 그렇지는 않군요. 제 역할은 그분께 보고를 드리는 것뿐이니."
자기가 지나쳤다는 듯 말하고 있지만 꺼림칙하다는 표정이다. 뭔가 불길함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감이 좋군.'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유그드라실을 만나는 게 아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나를 만나는 그 순간이 유그드라실. 그러니까 그 회장이라는 녀석이 빙의한 캐릭터의 마지막 날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
하지만 유그드라실이 신적 존재라는 걸 생각하면 내가 그에게 해를 끼칠 거라는 상황 그 자체를 상상하기 어렵다. 애초에 신적 존재라는 건 단 하나만 물질계에 강림해도 전 대륙을 뒤집어엎는 게 가능할 정도로 초월적인 존재들. 제약에 묶여 함부로 하지 못하는 거지 누군가에게 당할 걸 걱정할 만 한 존재가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 신성(神聖)을 획득한 14명의 신들은 기본적으로 신안(神眼). 불멸(不滅). 징벌(懲罰)이라는 세 개의 절대권능(絶對權能)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불멸(不滅)은 그 대상을 죽지도 않을뿐더러 죽는다 하더라도 다시 살아나는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설사 신들끼리 싸운다 해도 자신이 죽을 걱정을 할 이유가 없을 정도이니 초월자라고 해 봤자 인간에 불과한 내가 만나러 가는 걸 걱정할 이유가 없겠지.
"그럼 이동해도 상관없지?"
위이잉-!
가볍게 고개를 내미는 페이탈의 말과 동시에 주변 공간이 변한다. 나와 자신은 물론이고 아크란까지 단숨에 공간이동시킨 것.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아크란이라면 당연히 저항할 수 있었겠지만 그 역시 곱게 따라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 이건 생각보다 굉장하군."
"그래봐야 교황청에 비교하면 먼지만한 수준이지만."
"그거야 당연한 소리고."
"........"
전혀 기대하지 않은 반응에 뻥져하는 아크란을 무시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드디어 도착한 유저들의 도시 가단차는 상상 이상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냥 적당한 규모의 마을이 있을 것이라는 내 생각과 다르게 울부짖는 산맥 깊숙한 것에 있는 가단차는 은은한 금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성벽에 둘러 싸여 있다.
"이게 그 유명한 황금의 성벽이지. 일단 가동하면 반구형의 결계가 성 전체를 뒤덮는데다가 자체적으로 주변 적을 요격하고 성 안에 있는 대상에게 에너지를 보급할 수 있는 강력한 캐쉬 아이템인데........."
금빛 성벽을 둘러본 마가리타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왜 비활성화 상태야?"
"뻔히 짐작하면서 짓궂은 질문이군요. 가단차의 성주이신 자칼님이 비접속 상태입니다. 망할 재앙에 휩쓸려 행방불명 상태라서 비상시 성을 지켜야 하는 가디언들조차 활동을 멈춰 되도 않는 녀석들까지 성을 노리는 상황이죠. 뭐 그것도 제가 다시 접속했으니 다 괜찮아 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되도 않는 괴물이 나타났다 이건가?"
"........ 뭐 그렇죠."
미묘한 표정의 아크란을 두고 가단차에 접근한다. 육중한 성문은 활짝 열려 있었는데 그 안에서 대여섯 명의 유저들이 뛰어나온다.
"아크란님! 괜찮아요? 야만 족 녀석들이 수천이 넘어서..... 음?"
"어디 다치신 데는 없습...... 어? 왠지 익숙한 얼굴이........."
막 달려오다가 나와 페이탈을 보고 멈칫한다. 그러나 이미 내 얼굴 정도는 팬 사이트에도 잔뜩 올라온 상태였던 만큼 알아보는 녀석들이 나온다.
"악! 토, 통합 교황!!"
"뭐?! 레전드급이잖아!!"
"와! 스샷으로만 봤는데 진짜 잘생겼다."
"후광보소......."
그야말로 유저다. 확인을 해 볼 필요조차 없는 100%유저. 네버랜드는 기본적으로 빙의를 기반으로 하는 역할극(Role play)을 모토로 하는지라 유저들끼리도 NPC인지 유저인지 구분을 하기 어렵게 만들어져 있는데 이것들은 그냥 온라인 게임을 하듯 유저들의 언어를 구사하며 움직이고 있다.
"......... NPC사이에 섞여 본 적도 없는 애송이들이군."
============================ 작품 후기 ============================여러분 제가 돌아왔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본업이 끝났다는 건 아니라는게 슬프군요 ㅠㅠ 일이 좀 복잡하게 꼬여서;;;요번에 저희 출판사에서 E북 사업을 하겠다고 캔슬러 완결본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 진짜 어떻게 출판사에서도 아냐-_-라는 건 둘째 치고 제 전작. 더불어 요번 작품을 낸 인연이 있는 곳이라 거부하기가 좀 그래서 완결 후에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날짜가 제한이 걸려서 2월 4째주 까지는 캔슬러 완결이 나야 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ㅠㅠㅠㅠㅠㅠ 그래서[제가 지금 쓰는 그건 어떻게 해요? 반 넘게 썼지만 두개를 다 작업하긴 제 손이 너무 느린데.][뭐 어차피 마감도 엄청 늦었는데 캔슬러 부터 하세요.]
"어디 다치신 데는 없습...... 어? 왠지 익숙한 얼굴이........."
막 달려오다가 나와 페이탈을 보고 멈칫한다. 그러나 이미 내 얼굴 정도는 팬 사이트에도 잔뜩 올라온 상태였던 만큼 알아보는 녀석들이 나온다.
"악! 토, 통합 교황!!"
"뭐?! 레전드급이잖아!!"
"와! 스샷으로만 봤는데 진짜 잘생겼다."
"후광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