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259화 (259/283)

< --25장. 시작되는 음모. 그리고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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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발력(200)보정! 2000배의 신경가속!><무신의 시간이 발동합니다! 신경가속이 2000배->10000배로 증폭됩니다!><무신의 시간이 가동합니다! 가속된 신경속도에 맞춰 움직임이 가속됩니다!><무신의 시간이 가동합니다! 신경 가속 속도가 사용자 설정에 따라 자유 변환됩니다!>나는 당연히 태연할 수밖에 없다. 총알이 너무 느리기 때문이었다.

"매트릭스냐."

소총의 경우 총구속도가 초속 710미터에서 900미터 정도라고 한다. 당연히 일반인은 인식조차 할 수 없는 속도지만, 그 속도조차 1만 배의 가속상태에서 보면 굼벵이처럼 느리다. 설사 탄환의 속도가 초속 1000미터라 해도 1만 배의 가속이면 초속 10센티미터에 불과하니까.

물론 초속 10센티미터면 그렇게까지 느린 건 아니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가 초속 5센티미터라고 말하는 영화제목을 본 적이 있는데 그의 두 배라면 빠르다고는 할 수 없어도 일반인에게 스윽-하고 미끄러지는 정도의 속도는 되기 때문. 그러나 나는 신체능력을 제외하고도 절대고수라는 무경에 이르렀으며, 그냥 오러스킬만 사용해도 어마어마한 가속을 걸 수 있는 능력자였다.

피비빙!

손을 내젓는다. 사실 이렇게나 빨리 손을 휘두르면 손끝의 속도가 마하를 가볍게 넘기 때문에 바람이 찢어지는 소리가 나야 하지만, 나는 바람의 결을 타 별다른 소음 없이 모든 총알을 잡아낼 수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총알을 잡아낸 후

'엉? 뭐야. 왜 이렇게 멀쩡해?'

같은 소리를 태연히 듣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가볍게 한발 내딛어 주먹을 휘두른다.

뻑!

주먹을 휘두른 횟수는 한 번에 불과하고 소리도 하나였지만 수십 명이 동시에 날아간다.

"컥......!"

"끄윽......"

"쿨럭!"

험악한 얼굴로 총을 겨누고 있던 군인들 전부가 거꾸러지고 바닥을 뒹군다. 수 미터 정도 날아 뒹군 것 치고는 어디 한 군데 부러진 곳도 없으니 가볍다 할 수 있는 공격이었지만 타격 자체가 전신에 퍼져나가는 방식으로 쳤으니 제대로 일어날 수가 없으리라.

잠시 주위에 기괴한 정적이 흐른다. 불과 1초도 안 되는 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나저나 왜 그렇게 당한 거야? 너 물리면역 아니야? 물리면역에 화염면역만 있으면 사실상 현대 병기에는 무적일 텐데."

아닌 게 아니라 현대 병기는 대부분 물리력을 내거나 고온을 내는 형태들이다. 거기에서 벗어나는 건 생화학 무기 정도인데 어찌 마스터인 그녀들이 이렇게 당하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그것도 전신에 멍이 든. 명백한 '외상'의 형태로?

그러나 민정은 고개를 흔들며 답한다.

"패시브 능력이라고 발동에 힘이 전혀 안 들어가는 건 아니니까요. 레전드 스킬에 담겨있는 능력을 발휘할 때처럼 정신력이 들어가서 느껴지지 않는 쪽이죠. 처음에야 물리면역에 가까울지 모르지만........ 계속 공격을 당하면 점점 그 힘이 약해져요. 물론 마나가 있다면야 그걸 소모시켜 발동시킬 수 있지만 마나량은 정신력보다도 더 모자라죠."

즉 면역체계가 완전히 무적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긴 다른 사소한 능력은 마나가 없어 쓸 수 없는데 면역체계는 무한히 유지된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기는 했다. 면역 능력이 절대 가벼운 능력이 아닌데 말이다.

"이, 이 개새끼! 죽어!!"

타타타탕!! 탕!

그때 그나마 멀쩡하던 대령 녀석이 근처에 떨어져 있던 총기를 난사했다. 녀석은 비열하게도 그중 태반을 내가 아닌 다른 생존자들에게 쏘아 보내는 기지를 발휘했지만, 꼭 손을 휘둘러 총알을 잡아내야만 하는 이유가 없었다.

툭툭툭툭.

쏘아진 총알이 직각으로 꺾여 바닥에 박혀 들어간다. 총알에 담겨있던 물리에너지 자체도 대부분 사라져 바둑알을 땅에 뿌린 느낌이다.

"민정아. 살 가치가 있는 녀석일까?"

"....... 아뇨."

"믿겠어."

그렇게 말하고 대령 녀석을 바라본다. 녀석은 화들짝 놀라 물러서며 소리친다.

"너, 넌 누구야! 뭐 하는 녀석....... 끄륵?"

뭔가 더 떠들려다가 이내 쓰러진다. 극한의 깨달음이 필요한 로안의 시선마저 사용하는 나에게 눈빛으로 일반인 하나 죽이는 건 그야말로 일도 아니었다.

"이, 이게 뭐야....... 죽었어?"

"쳐다보는 것만으로 죽다니........."

바닥에서 끙끙대고 있던 병사들 사이로 두려움이 퍼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아무리 현실감각이 없어도 이정도 상황이 되었으면 자신들 앞에 있는 내가 도저히 항거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테니까.

"우와 진짜 칼 같은 타이밍이다. 무슨 영화 주인공도 아니고........ 설마 노리고 온 거야?"

"노리고 오기는 무슨. 일이 있어서 한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어."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완벽한 타이밍인데........ 혹시 플래그 회수를 노리고 상황을 보던 건 아니지?"

눈을 가늘게 뜨는 보람의 모습에 피식하고 웃는다.

"굳이 신경 써서 회수해야 할 정도의 플래그는 아닌데."

"뭐, 뭣이라!?"

기가 차다는 듯 눈을 부라리는 보람의 모습에 다시 웃는다. 확실히 그녀는 네버랜드의 여인들과 반응이 전혀 다르다. 지금의 난 로안 상태라 몹시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에서 누군가 잘생겼다고 거기에 최면처럼 빨려 들어가는 건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그나저나 이게 무슨 상황이야? 신영그룹의 자제라면 상황이 이래도 경호원 정도는 데리고 다녀야 할 것 같은데 이 모양 이 꼴이라니."

현실의 상황을 모를 때 들었던 마가리타의 말을 떠올린다.

당연하지. 사상 최악의 재앙이라지만 지구가 멸망할 위기에 처한 건 아냐. 힘 있는 자들은 다 멀쩡하거든. 천문학적인 숫자가 죽었다지만 그래봐야 사상자는 고작 1억 2000만 명에 불과하니까.

그렇다. 그녀는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지구가 멸망할 정도의 위기는 아니라고. 그러나 그런 내 모습에 민정이 고개를 흔들었다.

"한국은 물론이고 북한까지 군대가 몰살당하고 정부가 붕괴한 상태에요. 이 와중에 서로를 못 믿고 전투가 벌어지는데다 쿠데타까지 일어났으니 부자라고 별 방법이 있는 건 아니죠. 심지어........ 재앙은 여전히 어슬렁거리고 있고요."

"외국으로 뜨는 방법은?"

내 물음에 민정이 고개를 흔들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괴물이 있어요. 전 세계를 소리의 5배의 속도로 날아다니며 비행기를 죄다 떨어트리고 있다던데."

"....... 개판이군."

"그래도 저희는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많아서 일반인 보다는 잘 지내오고 있었어요. 저 말할 자경단 놈들이 우리 물자를 탐내고 저희가 발휘하는 힘에 욕심을 내서 이 꼴이 된 거죠."

그녀의 설명에 나는 마가리타의 설명에 중대한 착각을 일으켰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군. 지구가 멸망할 정도의 위기는 아니어도........ 충분히 전 세계가 암흑기라는 건가."

1억 2000만이라는 숫자를 보고 70억 인구 중 50분의 1도 죽지 않은 셈이라고 한다면 너무나 거시적인 시각이다. 냉정히 생각해 보면 2차 세계대전의 전사자 숫자를 다 합쳐도 6천만 명이 안 되는데 한 달 만에 1억 2000만 명이 죽었다면 기존에 존재하던 질서가 유지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나저나 어디 계셨던 거예요? 아무리 찾아다녀도 없어서 걱정했어요. 기별조차 안 남기시고........."

약간은 섭섭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쓰게 웃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네버랜드 안에서 이런저런 일을 다 처리하고 있었으면서도 그녀에 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물론 불사조 녀석을 흡수하느라 현실에서 움직일 수 없었던 건 사실이지만 나는 마가리타를 시키는 것으로 얼마든지 그녀를 도울 수 있었거늘

'신영그룹의 보호를 받을 테니 괜찮겠지.'

라는 식으로 가볍게 넘긴 것이다.

'내가 이렇게 차가운 놈이었나? 아니면 그녀들을 가볍게 생각해서?'

그러나 그런 건 아니다. 나는 민정과 보람을 좋아하는 편이고 그중에서도 특히 민정. 그리고 그 아바타인 크리스티나와 깊은 사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에게 이렇게 신경 쓰지 못했다는 것은.

'시간을........ 돌릴 예정이니까.'

그렇다. 그게 문제였다. 마가리타에게 현실 상황을 그리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던 것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재앙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돌릴 건데 구해서 뭐해?

어차피 없던 일이 될 텐데.

"........ 이거, 까딱 잘못해도 큰일 나겠군."

"네?"

"아니. 미안. 일이 좀 있었어. 재앙 중 한 녀석과 싸웠거든. 간신히 처리할 수 있었지."

정확히 말하면 처리했다고 하기보다는 유혹해 흡수한 쪽이지만 말할 필요는 없는 상황. 그리고 태연한 내 태도에 민정의 표정이 굳는다.

"네에....... 네?"

"뭐, 뭐라고?"

"이게 무슨 소리야! 그 괴물을 죽였다고?"

주변에서 조용히 우리들의 모습을 보기만 하고 있던 보람과 민정의 친인척들. 그리고 쓰러져 있던 병사들 사이로 경악이 퍼져나간다.

"저, 저기 오빠? 그 괴물. 그러니까 재앙인가 하는 녀석 죽에서 처리된 건 핵무기에 얻어맞은 녀석들뿐인데?"

당황하는 보람의 말에 놀란다. 오호. 핵무기가 통하는 녀석이 있긴 하나보군. 물론 낮은 등급의 유품이겠지만 현대병기도 아주 호구는 아니라는 건가.

"일단 이동하자. 일행이 더 있어?"

"아, 아뇨. 일단 여기 있는 게 전부......."

파앗!

보람과 민정. 그리고 그 친인척을 포함한 16명의 인원을 전부 공간이동시킨다. 목적지는 지하에 만들어 둔 거주구역이었다.

"여, 여기는 어디야?"

"전기가 정상적으로 들어오고 있어. 부서진 곧도 없고....... 이런 곳이 남아있었나?"

"천장이 없는데. 지하인가?"

수군거리는. 그러면서도 감히 나에게 말 걸지 못하는 사람들을 둘러보는데 한쪽에서 1미터 남짓한 금속 몸체를 가진 가디언이 모습을 드러낸다.

[앗! 오랜만입니다. 주인님! 새 거주인원들인가요?]

"거주인원?"

내 의문에 가디언이 고개를 끄덕이고 답한다.

[거주인원은 현재 지하도시 '아름'에 거주하고 있는 인원들을 말합니다. 제 2명령권자 마가리타님에 의해 뽑힌 인원들로 최고의 과학자나 기술자. 그리고 그 가족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원은 57명이며 특수 보호 인물은 제외한 숫자입니다.]녀석의 말에 마가리타가 만들고 싶은 게 있어 사람들을 모은다고 이야기 했던 것을 기억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특수 보호 인물은 나의 유일한 가족. 아버지였다.

"저기 교...... 아니. 로안님. 여기는 어디죠?"

"일종의 아지트라고 해야겠군. 87번. 여기 인원들에게 방을 배정해. 식사와 샤워도 해결해 줬으면 좋겠군. 옷도 여유가 있으면 구해다 주고."

[알겠습니다. 주인님! 자자 이리로 따라오세요!]여러 번 해본 일인 듯 능숙하게 사람들을 이끌기 시작하는 녀석을 보다가 민정에게 말한다.

"일단은 씻고 옷을 갈아입어. 조금 있다가 찾아갈 테니까."

"네. 그, 늦었지만 감사합니다."

"쓸데없는 소릴."

멋쩍게 웃으며 공간을 넘는다. 그래서 잔뜩 파 놓은. 그러나 아직 건물은 제대로 만들어 놓지 못한 최하층에 도착한다.

쿵!

가볍게 벽을 후려치자 단단한 암석지대가 쩍하고 금이 가는 모습에 허탈하게 웃는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물론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다. 애초에 타임슬립은 사람들이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는]종류의 힘이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까지 이렇게 멀쩡한 정신을 가질 수 있는 게 대단한 일일 것이다.

"구해야지. 효율이 좋지 않더라도. 쓸데없는 일이더라도."

설사 몇 번이나 똑같이 구해야만 하더라도 그래야 한다. 소중한 것이라면, 설사 그게 감쪽같이 복구된다 하더라도 쉽사리 버려선 안 되는 것이다.

내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서......... ============================ 작품 후기 ============================당연하지만 인간성에 대한 철학 드립을 시전할 생각은 없습니다. 문제점을 파악하면 금세 고치는 성격이니 알아서 잘 해결할 거에요.

그나저나 막상 쓰면 금방쓰는데 왜 이리 쓸 생각이 안 드는지 ㅠㅠ 완결만 다가오면 의욕이 다 사라지는 슬럼프가 찾아오니 이건 무슨 고질병도 아니고 ㅠㅠ

여러 번 해본 일인 듯 능숙하게 사람들을 이끌기 시작하는 녀석을 보다가 민정에게 말한다.

"일단은 씻고 옷을 갈아입어. 조금 있다가 찾아갈 테니까."

"네. 그, 늦었지만 감사합니다."

"쓸데없는 소릴."

멋쩍게 웃으며 공간을 넘는다. 그래서 잔뜩 파 놓은. 그러나 아직 건물은 제대로 만들어 놓지 못한 최하층에 도착한다.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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