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258화 (258/283)

< --25장. 시작되는 음모. 그리고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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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우웅----!

"하지만 미묘하군. 마나는 모두 흡수했는데 뭔가 이상한 게 남았잖아?"

눈을 뜨며 중얼거린다. 타오르던 불이 꺼지면서 모든 광원이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나의 눈은 어둠을 꿰뚫어봄은 물론 내 몸 안에 있는 무형의 기운조차 볼 수 있었다.

화르륵-!

불타고 있다. 물론 실제로 뭔가 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몸 안의 기운이 불타고 있었다. 그것은 불사조가 가지고 있던 능력의 특성을 담고 있는 힘의 정수(精髓)였다.

"만약 내가 밀리언이 아니었다면 화염계열 능력자가 되었겠군."

하지만 나는 이미 밀리언이며, 그것도 B급의 화염능력 따위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레전드급의 타임 캔슬을 가지고 있다. 나는 불사조의 힘을 대부분 흡수했지만, 그럼에도 그 정수는 손에 넣을 수 없는 것.

현재 불사조의 화염계열 능력은 완전히 격리된 상태로 내 몸 속에 자리 잡고 있다. 불사조 녀석의 지능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자아라고 할 만한 것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동면이라도 들어간 듯 내 제어도 먹히지 않는 상태다. 아무래도 그 고유의 힘을 유지하려는 모양이다.

"뭐 어쨌든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불의 정수에 대한 관심을 후일로 밀어둔 채 마나량을 확인한다.

<마나>마나력 : 3억+5만(반신의 마나.)항마력 : 1억+1만(궁극 마법에 100%저항)집마력 : 1억(반신의 회복력.)

"생각만큼 그렇게 어마어마한 마나가 생기지는 않는군."

물론 되도 않는 불평이다. 네버랜드 안에서의 1조 테라에 익숙해져서 그렇지 몇 천만 테라를 넘어 억 소리 날 정도의 마나면 사실상 거의 모든 이능을 다 사용할 수 있으니까. 다만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하던 유품을 수습하고도 이 정도 마나가 전부인 건 그 정수를 손에 넣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보다 먼저......."

따악!

시간을 뒤로 돌린다. 다만 그리 멀리 돌리지는 않는다. 내가 돌아간 시간대는 그야말로 직전. 불사조의 마나를 소화하기 10분전이었던 것이다. 그건 한 가지 가정 때문이었는데, 안타깝게도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역시 안 되나.........."

불사조의 마나를 소화한 후 예전으로 돌아가면 혹시나 불사조의 마나를 가지고 갈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시간을 돌리자 안정되었던 불사조의 마나가 다시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다. 다시 말해 [소화]의 시간을 스킵 하는 게 불가능하단 뜻이었다.

"이게 되면 재앙에 의한 피해를 전무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나 흡수하고 시간 돌려서 다른 녀석을 흡수하고 하는 과정을 100번 반복하면 되니."

그러나 생각해 보면 될 리가 없는 일이었다. 네버랜드에서 1000억 테라의 마나를 가지고 과거로 되돌아가도 결국 그때 마나량에 맞춰진 후 [시간을 되돌린 후]의 마나로 대가를 치러야 하니까. 그나마 일말의 희망을 가진 건 불사조가 온전한 하나의 유품이라는 것이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타임캔슬의 영향력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종류의 힘은 아닌 모양이다.

사실 어떻게 생각하면 다행인 일이다.

유품의 마나를 가지고 과거로 갈 수 있다는 건 유품의 힘에 의한 어떠한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저주]계열의 공격을 받아서 시간을 돌렸는데 그 상태가 여전히 유지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니까. 과거로 가지고 갈 수 있는 건 오직 [기억]뿐인 지금이 나을 수도 있다.

파앙!

지면에서 십 수 킬로미터나 떨어진 지하에 들어와 있었지만 위로 올라가는 건 순식간이다. 점점 가속하다가, 지상과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에 도착하는 순간 월공보를 발동한다.

탁.

지면에 내려선다. 내가 목표로 한 장소가 도시였던 만큼 만약을 대비한 은폐결계를 펼쳤는데 그건 결과적으로 쓸데없는 일이었다.

"우와........ 박살이 났군."

도시는 완파되어 있었다. 마치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건물이 몇 개 되지 않고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갈라지고 도로가 파괴되어 있다.

나는 감각권을 넓힌 뒤 주변을 거닐었지만 주변에는 어떠한 기척도 없다. 전쟁의 상흔이 떠오르는 광경이지만 무인도처럼 고요하기만 한 것이다.

콰드득!

무너진 보석상의 건물 잔해를 들어 넘기자 그 안에 잔뜩 쌓여있는 귀금속들이 보인다. 대충 쓸어 담아도 한두 푼이 아닐 정도인데 이렇게 널브러져 있다는 건 도시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제대로 된 과정을 거쳐 대피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시체가 하나도 없는데?"

정말 급박한 상황이라 모든 걸 다 내팽개치고 도망갈 정도라면 그 와중에 사상자가 없을 수가 없다. 재앙들의 공격 문제가 아니라 교통사고라도 나는 게 정상 아닌가? 하지만 그래서 시체가 발생했고, 그걸 남김없이 치웠다고 보기에는 도시에 남아있는 흔적들이 급박하기 짝이 없다. 여기저기 부서진 자동차들이 바닥을 뒹굴러 다니고 있다.

"설마 한국에 있다는 2개의 재앙 중 사람을 잡아먹거나 제어하는 종류의 힘을 가진 녀석이 있는 건가?"

그런 힘을 가진 재앙들이 있다. 가장 유명한 녀석을 뽑자면 누가 뭐라고 해도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최상위급 재앙. 아크 데몬(Arch Demon)이 있겠지.

무려 30여 미터에 달하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10층짜리 건물에 맞먹는 거대 악마의 모습을 하고 있는 아크데몬은 그 스스로는 그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물론 모든 공격에 면역에 음속에 가까운 비행속도를 가지고 있으며 단지 주먹을 쥐는 것만으로 탱크를 압착해 버리는 '사소한'전투력을 가지고 있긴 하다.)그 대신 살아있는 자들을 언데드(Udead)로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아크데몬에 의해 만들어진 언데드는 레벨 1의 좀비(Zombie)에서부터 레벨 10의 데몬(Demon)으로 갈리는데 레벨에 따라 그 전투력이 천차만별로 나뉘어 미국이 어마어마한 인명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레벨 4의 언데드 어보미네이션(Abomination)은 그리 낮지 않은 레벨 때문에 제법 강력한 주제에 제작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라 미국군을 애먹이는 존재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미국은 진짜 난리가 났겠군."

사상 최강의 재앙이라는 수라나찰은 홀로 강할 뿐이지만 국가 규모에서 보면 군대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진 아크데몬이 더 무서운 존재다. 아크데몬이 만들어낸 언데드는 바이러스처럼 감염되며 점점 더 숫자를 불려나가는 존재인 것이다.

현재의 과학 수준에서 재앙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병기는 그리 많지 않다. 핵폭탄 정도나 되어야 어느 정도 먹히지 일반적인 병기는 소형화기건 대형화기건 간지럽지도 않게 받아내는 게 바로 재앙이라는 존재인 것이다.

"어디로 가 볼까나........ 그래. 거기가 좋겠군."

위이잉---!

생각과 동시에 마나가 발현되고 주변으로 대여섯개의 마법진이 떠오른다.

공간이동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좌표를 정해 이동하는 일반적인 텔레포트나 워프에서부터 자신의 위치를 기준으로 삼아 감각적으로 공간을 넘는 월공보 같은 이능까지. 그런데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르면 특정한 존재를 타게팅 삼아 공간을 넘는 것이 가능하다.

파앙!

배경이 급변한다. 어느새 나는.

수십정의 총기 앞에 노출되어 있었다.

"엉?"

뭐, 뭐야? 하고 당황했는데 당황한 건 총기를 든 상대방도 마찬가지였다.

"뭐, 뭐야? 이 자식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저 년처럼 이상한 능력을 쓰는 녀석인가! 꼼짝 마!"

군인으로 보이는 녀석들이 눈을 부릅뜨며 총구를 겨누는 모습이 보였지만 별로 관심과는 광경이 아니어서 슬쩍 뒤를 돌아본다. 거기에는 상당한 격전을 거친 듯 여기저기 잔뜩 멍이 들어있는 민정과 보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들 뒤에는 십 수 명의 사람들이 벌벌 떨며 주저앉아 있다. 대충 보니 민정의 가족과 친척들로 보인다.

"교황님!"

"여기에서 교황이라고 부를 필요 없다니까. 그나저나 이게 무슨 상황이야?"

"이 자식이? 당장 두 손 머리 위로 올리고 엎드려!"

뒤에서 버럭버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물론이고 이제는 민정까지 신경 쓰지 않는다.

"자경단이에요. 지금 한국이 거의 무정부상태나 다름이 없어서........ 여기저기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는데 그중에서는 가장 큰 녀석들이죠."

"왜 이러고 있는데?"

"저기 저 놈이 대령인가 하는 녀석인데 저를 자기 부하로 만들려고 무리수를 두더라고요. 신기한 능력을 쓰니 욕심이 난 모양이죠."

"이 연놈들이 죽고 싶나! 당장 엎드리지 않으면 뒤에 있는 녀석들까지 모조리 처형......."

"아 왜 이렇게 시끄러?"

짜악-!

대충 손을 휘두르자 30여 미터 정도 뒤. 그것도 다른 병사들 뒤에 숨어서 소리 꽥꽥 지르던 중년 사내가 2미터쯤 허공을 날아 벽에 충돌한다. 절대고수인 나에게 공간을 격하는 것쯤이야 숨 쉬듯 간단한 일이다.

"대장님!"

"대장님 괜찮으십니까!"

군복을 입고 있던 간부들이 기겁하며 녀석을 부축하는 게 보인다. 일반인으로서는 그리 적지 않은 타격이었을 텐데 중년 사내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소리치는 모습이 보인다.

"쏴! 쏴버려! 저 개새끼를 조져!"

"아 왜 이렇게 소리지르나. 쓸데없이 하이텐션인 노인네네."

노인(?)에 대한 공경이 없는 내 태도에 분노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명령에 따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날 향해 수십 개의 총구가 불을 뿜는다.

두두두두두!! 탕탕!

두두두. 탕탕. 글자로 표현하면 참으로 귀엽지만 K-2가 발사되는 총성은 가까이에서 들으면 귀가 아플 정도로 강렬했기에 민정과 보람의 가족과 친척들 모두가 비명을 지르며 땅으로 엎드린다. 개중에는 너무 놀라 혼이 빠진 이도 며 보인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할 것이 권총도 아니고 소총이 코앞에서 난사되는데 태연할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으리라. 물론.

<순발력(200)보정! 2000배의 신경가속!><무신의 시간이 발동합니다! 신경가속이 2000배->10000배로 증폭됩니다!><무신의 시간이 가동합니다! 가속된 신경속도에 맞춰 움직임이 가속됩니다!><무신의 시간이 가동합니다! 신경 가속 속도가 사용자 설정에 따라 자유 변환됩니다!>나는 당연히 태연할 수밖에 없다. 총알이 너무너무 느리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나는 당연히 태연할 수밖에 없다. 총알이 너무너무 느리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오랜만입니다 ㅇㅅㅇ 마음속의 음습함(?)이 글을 쓰면서 대부분 사라진 건지 씬이 별로 나오지도 않고 열정이 없음(............) 아아 이러다 성불하겠어요 ㅠㅠ 음습한 욕망을 무덤으로 보내고 글을 소환한 거였나 ㄷㄷㄷ나는 당연히 태연할 수밖에 없다. 총알이 너무너무 느리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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