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장. 시작되는 음모. 그리고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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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아무도 없는 침대 위에 혼자 누워 있다. 내 침실은 수십 명의 여인이 들어와도 감당할 수 있게 설계되었던 만큼 혼자 누우니 약간 휑한 느낌이었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드, 들어갈게."
조심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새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에레스티아가 침실 안으로 들어선다. 창문에서 쏟아진 달빛이 그녀의 금발에 부딪쳐 산산이 흘러내린다.
"뭘 새삼스럽게 긴장하고 그래? 매일 하던 일인데."
"응? 으응? 아, 물론 그렇지만........"
종종걸음으로 침대까지 다가온 에레스티아가 내 오른쪽에 누워 가슴에 머리를 묻는다. 흥분과 긴장으로 발갛게 상기된 얼굴이 평소 도도한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귀여웠다.
"다른 녀석들이 뭐라고 그래?"
"물론 말로는 하지 않지만........ 하지만 정말 어째서야 로안? 로드님도 진월님도 아닌 내가 맨 처음이라니."
"글쎄. 엘을 제일 사랑하니까?"
"그, 그런 말 하지 마.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아........."
내 몸을 꽉 껴안으며 사랑스럽게 속삭인다. 부르르 떠는 그녀의 몸은 그녀가 내 말 한 마디 만으로도 살짝 절정에 올랐다는 걸 가르쳐 주고 있었다.
[네...... 아, 아니 응! 임신 하고 싶어. 로안과의 사랑의 증거를 남기고 싶어.][하지만 너희 드래곤들에게 사생아라는 건......][괜찮아. 그래도 괜찮으니 제발....... 응?]예전의 그녀를 떠올린다. 인간과 사랑해 아이를 낳으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칭얼대던 그 모습을. 결국 그녀는 임신했었고, 신룡족의 아이를 낳기 위해 레어를 봉인하며 나와 헤어지게 되었다.
기억한다. 임신을 하게 되면 나와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끝없이 고민하고 흐느끼던 그녀를. 그때 나는 내 수명이 길다는 사실을 들어 그녀를 다독이며 대륙으로 나왔었다.
'다 없던 일이 되었지만.........'
타임슬립. 아니, 타임캔슬 능력이 아주아주 강력하고 좋은 능력이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동시에 타임캔슬은 사람 하나 미치기에 모자람이 없는 힘이기도 하다.
시간을 돌리면 모든 것이 되돌아가 없던 일이 된다. 심지어 죽음조차도 그것이 내 죽음이 아닌 이상 전혀 심각한 일이 아니다. 결국 시간을 돌리면 다시 살아나지 않던가? 농담이 아니라 살짝만 삐끗해도 보기 싫은 놈들을 다 죽여 버리고 상황이 안 좋아지면 시간을 돌리는 일조차 가능한 것.
내 정신은 분명 마모되고 있다.
농담이 아니라 당장 내 눈앞에서 아버지가 죽는다 해도 난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를 사랑하는 일도 미워하는 일도 그렇게 무겁게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남는 것은 내 기억뿐이니까.
'색공이 초월지경에 오른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얻은 궁극의 깨달음은 부동심(不動心).
덕분에 나는 기나긴 타임캔슬에서도 굳건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세상을 즐기며 살면서도 절대 거기에 휩쓸리지 않는 정신을 가지게 됨으로서 잦은 타임 캔슬에도 광기에 물들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하윽......."
목욕가운 하나만 걸치고 있던 에레스티아의 품속에 손을 집어넣자 금세 달뜬 신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이미 나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잠자리를 가져온 그녀의 육체는 앞으로 닥쳐올 쾌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달아오르는 것. 나는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가볍게 주무르다가 그녀를 번쩍 들어 내 몸 위에 얹어 놓았고 그녀는 능숙하게 그 손길을 받아들이며 참새처럼 나와 입술을 비빈다.
푸욱.
그녀의 안으로 깊숙이 삽입한다. 그리고 조화령을 운용하자 이내 그녀가 자지러지기 시작했다. 내가 진심이 되어 색공을 운용하면 내 여자들이 느끼는 쾌감이 너무나 심해 오히려 즐기기 어려웠던지라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 평범한 섹스만을 해 왔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임신을 시키기 위해서라면. 그것도 평범한 종족이 아닌 드래곤을 임신시켜 신룡족을 태어나게 하기 위해서라면 상황이 좀 다르다.
텅!
"헉----!?"
강하게 쏘아진 영단이 질을 통해 전신으로 퍼져나가자 에레스티아의 몸이 짧게 경련한다. 그녀는 그 능력만큼이나 강대한 정신의 소유자였지만, 그럼에도 영단이 주는 쾌감은 너무나 강렬했으니까. 심지어 정신방벽도 안치고 서로 안고 있는 상황이니 맨 몸으로 검강을 얻어맞는 거나 마찬가지의 상황인 것이다.
"지금부터 세게 갈 테지만 평소처럼 마냥 즐기기만 하면 안 돼. 아이가 순조로이 태어나게 할 진원(眞元)을 담을 테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버티는 거야. 알았지?"
"으, 으으 자신 없는데......... 버, 벌써 너무 좋아서 죽을 것 같아......."
"아이를 생각해서 버텨."
"아, 알았...... 흐으으읏----♡!?"
피스톤 운동은 하지 않는다. 색공 그 자체가 전해주는 쾌감도 강렬하기 짝이 없는데 거기에 괜히 기교까지 더해봐야 의미가 없기 때문. 나는 그녀의 안 깊숙한 곳에 내 분신을 삽입하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러나 거대한 힘을 담은 영단을 흘려 넣었다.
"흐윽........ 하웃! 너무 강해....... 흐, 흘러들어와..... 흘러들어오고 있어....... 흐윽!"
연신 경련을 일으키며 내 분신을 자극하는 질을 느끼며 조화령을 이어나간다. 이미 그녀와 나의 기운은 하나로 뭉쳐 거대한 힘을 뿜어내고 있다. 비록 그녀의 마나량이 내 마나량의 0.2%에 불과해 동등한 입장이 될 수 없지만 하나의 생명을 탄생시키는. 그것도 보통 생명도 아니고 초월종인 드래곤. 그중에서도 최강이라는 신룡족을 만드는 과정이기에 그녀의 도움이 필수적인 상황.
'물론 단순히 아이를 낳게 하는 거라면 간단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100년을 기다릴 수는 없지.'
실제로 나는 영단을 다루는 기교가 어설플 때도 그녀를 임신시키는데 성공해 [그녀가 상상조차 한 적 없는 기적 같은 일을 일으킨다.]라는 호감도 락을 깨트린 적이 있었다. 보통 인간과 관계해 임신하게 되면 사생아라고 불리는 용의 하위종이 태어나는데 신룡족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으니 기적이라 할 수 있었던 것.
'물론 지금은 호감도 락 깬지도 어마어마하게 지났지만.'
그녀를 임신 시키는 게 아니면 호감도 락을 깰 수 없던 과거와는 다르다. 지금 나는 그녀가 상상조차 한 적 없는 기적 같은 일을 셀 수 없이 이뤄낸 상태니까. 그야말로 존재 자체가 기적인 사기 캐릭터. 농담이 아니라 내가 [모신다]고 해야 할 신들조차 나에게 함부로 하지 않을 정도니 물질계에 있기에는 너무나 강력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히익-! 이, 이게 무슨....... 학! 하악! 힉-! 힉-! 힉-♡♡!"
하나. 둘. 셋. 넷......... 새로이 만들어낸 영단이 내 분신을 통해 에레스티아의 전신에 퍼져나가자 그녀가 경련을 일으키며 물고기처럼 펄떡펄떡 뛰었다. 마치 그랜드 마스터가 수십 미터의 검강을 뽑아 올려 사정없이 휘두르듯 강렬한 공세니 이렇게 버티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정신력이 얼마나 강렬한지 알 수 있을 정도.
하지만 그렇다 해도 아직 멀었다.
"이렇게 1시간만 버티면 돼."
"흐아...... 흐아....... 맙소사. 이, 이거 다른 여자들도 이 정도야? 만약 그러면 농담이 아니라 좋아서 죽어버리는 녀석들도 생길 텐데?"
"아 물론 보통 여자들은 이 정도까지는 아냐. 네 경우에는 신룡족을 태어나게 해야 하니 그런 거고."
"흐으....... 좋아. 좋아서 죽어버릴 것 같아. 농담이 아니라 진짜 좋아서 죽을 것 같다니...... 흐으으응-♡!"
연신 펄떡거리는 에레스티아를 침대 위에 눕히고 정상위를 취한다. 그녀의 늘씬한 두 다리가 내 허리를 감더니 강철이라도 휘어버릴 기세로 조여 온다.
'육체 통제가 안 되고 있군.'
늘씬한 미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막강한 스텟과 마법적 강화로 무장되어 있는 그녀의 육신은 몬스터보다도 강력하다. 만약 내가 보통 인간이었다면 농담이 아니라 허리가 잘려나갈 상황일 정도. 그러나 당연히 아무렇지 않은 나는 그녀의 부드러운 몸을 느끼며 조화령을 이어나갔다.
'그러고 보면 지구에 난리가 났는데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군. 사상자도 한둘이 아니라던데.........'
내가 불사조를 [소화]하기 시작한지 어느새 35일. 그러니까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현실의 상황을 알 수가 없다. 내 본체는 지면으로부터 20킬로미터나 떨어진 지하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는 상태였으니 현실에서 활동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때문에 나는 주변에 있던 다른 유저. 그러니까 크리스티나를 비롯한 이들에게 상황을 파악하려 했는데 그녀들 역시 상황이 좋지는 못했다.
[웬 이상한 괴물이 나타나서 도시를 파괴하고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어요!]그것이 잠시 접속했다가 로그아웃한 크리스티나의 마지막 말이었다. 다만 어지간히 재수가 없지 않은 이상 그녀가 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민정은 신영그룹의 회장 강태성의 손녀로 강력한 재력과 권력으로 무장한 VIP니까.
[자유! 사명에도 제약에도 묶이지 않는 자유!][더 이상 너희의 사명을 가로막을 것은 없다! 너희는 어디에도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니!][부숴라! 파괴하라! 그것이야말로 너희들의 존재 목적이 아니던가!]
'자유.......... 설마 이런 식일 줄은.'
모든 재앙은 [영역]이라는 걸 가지고 있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일정 지역을 나가지 않았던 것. 때문에 재앙이 탄생한다 해도 그 장소가 인구밀집지역이 아닌 이상 나라가 멸망하거나 하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망할 권력자 놈들이 사람 수천수만 명 죽는 꼴을 몇 번이나 봤으면서도 유품 욕심을 버리지 않는 게 아닌가?
그러나 영역이 사라진 지금. 재앙은 문자 그대로 국가를 멸망에 몰아넣을 수도 있는 진정한 의미의 재앙이 되었다.
'막을 수가 없잖아........'
전체가 아닌 네버랜드의 일부인 나조차 어지간한 군대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핵폭탄을 맞아도 끄떡하지 않는 내구에 일격에 TNT 수천 개 이상의 위력을 낼 수 있는 게 바로 유품이라는 존재인데 심지어 기동시간조차 없이 영구히 작동하니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일단은 사람들을 아지트에 수습하라고 마가리타에게 부탁하긴 했지만....... 잘 될지는 모르겠군.'
물론 아지트의 크기는 어마어마하지만 크기가 어마어마한 건 사실이지만 그게 수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을 정도의 규모라는 뜻은 아니다. 무엇보다 입구가 그리 크지 않으니 한 번에 들어올 수 있는 숫자에 한계가 있고 아지트에 있는 식량에도 한계가 있다. 아마 수습해 봐야 수십 명 정도가 한계일 테니 지인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안 좋은 타이밍에 흡수하는 바람에 마가리타만 바쁘게 되었어.'
로그아웃이 불가능해져 어쩔 수 없이 네버랜드만 활동하고 있는 나를 위해 서대륙에서 활동하고 있던 마가리타의 아바타. 페이탈이 동대륙과 서대륙 사이에 있는 적막의 사막을 건너 교황청에 와야만 했다. 어마어마한 넓이에 살인적인 환경. 더불어 고레벨 몬스터가 넘실대고 있어 마스터급의 존재라도 쉽게 건널 수 없는 적막의 사막이지만 대마법사인 마가리타는 초장거리 워프 주문을 사용해 순식간에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좋아 다 됐다. 그럼 갈 테니까 정신 꽉 잡아."
"흐윽. 흐아앙-♡! 아, 드, 드디어......"
수십. 아니, 어쩌면 수백 번은 족히 될 것 같은 절정에 흐물흐물 풀려 있는 표정의 에레스티아가 내 몸을 꽉 껴안는다. 별다른 피스톤 운동조차 없었지만 쉴새없이 경련을 일으키며 조여대는 그녀의 질 때문에 나 역시 사정하기 별로 어려운 상황은 아니었다.
촤아아악----
"히, 히익! 히이익----♡♡♡♡!"
어마어마한. 농담이 아니라 어지간한 성룡이 가진 마나량에 맞먹는 마나가 집중된 정액이 자궁을 때리며 가득히 들어차자 벼락이라도 맞은 듯 에레스티아의 몸이 파르르 떨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보조스킬. 태극인(太極印)이 발동합니다!>보조스킬의 효과에 따라 내가 뿜어낸 막대한 영기가 한곳으로 집중되기 시작한다. 태극인은 원래 거대한 힘을 하나의 인장에 담아 일반인조차 마나능력자로 만드는 기술이지만 나정도 되면 다른 방법. 그러니까 이제 막 수정(受精)된 정자와 난자에 힘을 주입하는 쪽으로도 쓸 수 있다. 그녀의 알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한 100년의 시간을 단숨에 단축시키는 것이다.
"하아하아하아....... 히익! 자, 자궁이 뜨거워....... 불타는 것처럼 뜨거워! 정액이, 정액이 가득....... 아앙♡! 뭐, 아직도...... 아흑----!?"
"휴우 힘들다........ 어때 느껴져? 너와 나의 아이가?"
"임신해....... 임신해버렸어...... 로, 로안의 아이......."
너무나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내 몸을 껴안는다. 나 역시 상당한 쾌감과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수컷이라면 누구라도 근원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망. 암컷을 임신시키는 정복감이 나를 덮쳐왔으니까.
탕탕탕!
"저기 끝났으면 다음!"
"하아...... 하아....... 적월 너! 이 역사적인 순간에!"
"미안 엘! 소리 듣다 보니 나도 미칠 것 같아서."
"나도 원해."
어느새 문 앞에는 적월과 아무르가 서 있다. 나는 그녀들의 상기된 얼굴을 보며 두 팔을 펼쳤다.
"어서 와."
"응! 나도 임신 시켜줘."
"로안의 아이."
몸을 날리는 적월과 아무르를 안아든다. 그리고 그날........ 혼돈의 숲을 지키던 세 드래곤은 모두 나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다.
============================ 작품 후기 ============================밖에서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는데(.............)============================ 작품 후기 ============================밖에서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는데(.............)============================ 작품 후기 ============================밖에서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