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249화 (249/283)

< --24장. 재앙을 먹어치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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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왜 지금?"

진심으로 당황하는 순간 녀석의 몸이 화염에 휩싸여 타버리더니 거기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된다.

[끼루루루룩----!!]어마어마한 영파와 함께 마그나 마테르가 산산이 깨져나가는 모습을 보고 민정과 보람을 껴안는다.

파앙!

공간을 뛰어넘어 수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다. 내가 만들어낸 아공간이 한방에 깨져버리면서 어마어마한 타격이 밀려들어왔지만, 지금은 그 정도로 몸을 사릴 때가 아니다.

쿠아아앙---!

순간 폭염과 함께 수십 수백 채가 넘는 건물이 단박에 불타버린다. 멀찍이에서 길을 가던 사람들조차 열기에 노출되어 비명을 지르며 땅을 뒹굴고 있었다.

"맙소사."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참사에 경악하면서도 결계를 펼쳐 충격파와 열기를 방어한다. 일차적인 불길은 막을 수 없지만 공기를 달궈 전해지는 열기와 충격파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 저게 뭐야?"

품에 안겨 있던 보람과 민정이 경악하는 모습에 신음한다.

"재앙........."

[캬아아-!]날개를 활짝 펼치면 10여 미터는 될 것 같은 거대한 불새가 날갯짓하자 그것만으로 주변 모든 것이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심지어 녹으면 녹았지 절대 불타서는 안 되는 석제 건물들도 자연 발화해 타오르는 것.

단순히 열기를 뿜어내는 게 아니라 주변 모든 물질이 타버리게 하고 있으니 현대 병기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존재다. 일단 등장하면 수만에서 수십만의 피해자를 발생시키며 심하면 국가 자체를 파멸시킬 수 있는 [재앙]타입의 유품인 것이다.

'어떻게 된 거야? 이 녀석 분명히 국인부에 있었을 텐데?'

당연하지만 녀석은 내 기억에 있는 녀석이다. 애초에 내가 지금 시간대까지 왔다가 완전히 시간을 되돌린 게 바로 녀석 때문이 아닌가?

'언리미티드에 완전히 잡히는 상황을 막아줬으니 은혜를 입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가만히 생각을 정리한다. 그러고 보니 원래 녀석이 있어야 했던 연구소는 미미르를 빼앗는 과정에 박살 내 버렸으니 지금은 다른 곳에 있는 게 당연한 상황. 아무래도 국인부의 행사에 빈틈이 생기는 바람에 지금쯤 연구소에 있어야 할 녀석의 미래가 바뀐 모양이다.

콰앙! 쾅!

불사조는 이미 멀찍이 떨어진 나에게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냥 주변에 보이는 모든 존재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 녀석의 파괴속도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할 정도라 불과 1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시가지를 비롯해 지역 전체가 불바다가 되었다. 희생자가 몇 명이나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이건....... 안 되겠군."

그리고 그렇게 확신하는 순간 시간이 돌아간다. 나와 실시간으로 의식을 공유하는 로안이 시간을 돌린 것이다.

"이유를 모르겠군."

"무슨 소리야?"

의아해 하는 보람을 무시하고 작게 한숨 쉰다. 만약을 위해 시간을 꽤 돌렸다. 그러니까 얼마나 돌렸냐면 맨 처음 녀석들을 잡아와 마안을 건 직후다.

퍽.

두 사내놈의 뒷목을 때려 기절시킨다.

"교황님?"

"잠깐. 잠깐만 가만히 기다려."

"??"

으아해 하는 두 여인을 두고 호루스의 눈을 가동한다. 그리고 녀석의 마음 깊숙한 곳을 살핀다.

'뭐야. 설정이 없어?'

불사조를 만들어낸 녀석은 B급 밀리언으로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녀석이다. 이런 녀석이 유품을 만들려면, 긴 시간동안 정신을 단련하거나 재앙 형태의. 그러니까 그 불사조 같이 능력을 폭주 시켜야 한다.

'이상한데.......'

그러나 폭주형 유품이라고 그리 쉽게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단순히 목숨의 위기를 느끼는 것만으로 재앙 형태의유품이 만들어진다면 내가 아무리 간이 부어도 전에 만났던 밀리언들을 그리 팍팍 죽일 수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재앙]이 출현하는 건 밀리언이 극한의 감정을 폭발시켰을 때, 또는 광기가 한계치에 이르렀을 때 정도이다. 만약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지구는 수없이 나타난 재앙으로 엉망이 되었겠지. 어쩌면 인류가 멸망했을 지도 모를 정도.

'복종하라는 명령이 내려지는 순간 정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런 것 같은데........ 왜 날 목표로 하는 유품이 아닌 전방위 파괴 유품이 만들어진 거지? 게다가 그 영언은.......'

[죽어! 몽땅 타버려!! 이 개자식들아------!!!!!!]기억한다. 그 영언은 내가 죽음의 위기에 처했을 때 들었던 것이다. 심지어 유품의 성향까지 그때와 똑같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이 아니다. 저 설정은 지금 만든 게 아니라 과거. 그것도 내가 시간을 돌리기 전에 만들었던 것이니 없던 일이 되었어야 하기 때문.

그런데 더 생각을 정리하기 전에 보람이 입을 연다.

"저기 오빠. 이 녀석 뭔가 이상한데."

"무슨 소....... 이런?"

구구구구----!!

쓰러져 있던 사내의 몸으로 어마어마한 기운이 집중되는 것을 느낀다. 이게 무엇인지는 굳이 더 말할 가치조차 없다.

[끼루루루룩----!!]

"이런 썅! 대체 뭐야!!"

따악!

직접 시간을 돌린다. 어차피 마나 회복력이 높으니 버틸만한 수준.

하지만 이해할 수가 없다. 백번 양보해 아까야 내가 정신을 제압하려고 해서 방어 차원으로 유품이 각성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그냥 재워놓기만 했는데 도대체 왜?

"아주 그냥 멀리서 지켜봐야겠군."

요번에는 아주 시간을 더 돌린 후 민정과의 약속장소에 나가지도 않았다. 다만 근처 산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끼루루루룩----!!]

"........."

불타오르는 폭염과 박살나는 도시를 보며 할 말을 잊는다. 여기까지 오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지금 저 불사조는, 내가 최초 녀석을 정신제압하려고 했던 그 시간에 정확히. 그야말로 1초의 오차도 없이 각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밀리언 녀석이 평온하게 잡담을 하던 와중에도 각성하......... 설마?"

순간 벼락같이 떠오르는 가설에 멈칫한다. 그것은 내 능력에 대한 것과 유품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능력을 사용해 과거로 돌아가지만, 사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과거로 가는 게 아니다. 세상을, 과거로 되돌리는 것이다.

타임슬립. 그러니까 타임캔슬은 어떤 대상을 기준으로 발동하는 능력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상위 개념에 간섭하는 힘.

"내 타임 캔슬 능력이 [범위]라는 개념을 가진다면 지금 이 효과는 엄청난 오버 스펙이지. 내가 시간을 돌리면 지구 물론이고 전 우주의 시간이 다 돌아가니까."

물론 내가 외계에 나가 본 건 아니지만 별자리의 위치가 틀어지거나 공전궤도에서 지구가 이탈하거나 하는 일이 없는 걸 보면 단지 지구의 시간만 돌아가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레전드급이 아니라 레전드 할아버지라도 그런 방식으로는 전 우주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것.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나]라고 하는 개체가 과거로 가는 게 아니라 [세계]가 과거로 되돌아간다는 것.

그리고 이능과 이능이 충돌하면 격이 낮은 쪽의 이능이 무시된다......... 그것은 밀리언은 물론이고 유품들 사이에서도 통용되는 일이다. 요컨대 화염면역 능력을 가지고 있어 용광로에 가도 무사할 수 있는 내가 고작 수천 도에 불과한 밀리언의 불길에는 화상을 입은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그렇군. 단 한번이라도 각성한 유품은 시간을 되돌려도 취소시킬 수 없어. 이미 유품은 [태어]났고, 태어나 힘을 가지게 된 유품은 타임캔슬에 저항하니까."

물론 타임슬립에 저항한다고 해서 유품이. 그러니까 저 불사조가 시간이 돌아갔다는 사실 그 자체를 깨달을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내가 유저로서 쓰는 힘은 네버랜드에게 받은 [일부]의 힘이지만 타임 캔슬러로서의 능력은 나 스스로의. 더해서 EX급보다 높은 레전드 등급의 힘을 가지고 있으니 스스로의 존재가 사라지는 사태만 간신히 막을 수 있는 것.

"머리 아프군. 결국 이대로 두면 무조건 피해가 난다는 말이군."

투덜거리며 머리를 굴린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은 특별한 목표를 정하지 않는군."

유품이 꼭 모든 존재를 공격하는 건 아니다. 그 예로 아프가니스탄의 독재정권이 그야말로 박살이 나서 흩어졌던 건 탈레반이라는 정권 그 자체에 원망을 가지고 죽어갔던 밀리언의 증오가 [탈레반의 이름을 걸고 있던 모든 존재를 박살]내는 유품을 만들었기 때문이었으니까.

설정에 따라서 유품은 상당히 섬세한 작업까지 하는 게 가능하지만 마약에 쩔어서 [다 싫어!]라는 감정으로 만들어낸 저 불사조는 그 정도는 아니다. 그냥 주변에 보이는 모든 존재를 공격하는 것.

그리고 그런 성향을 가지는 유품들은 대체로 [활동영역]이라는 게 존재한다. 반경 100킬로미터 안의 모든 생명체를 죽이는 지옥의 사자. 그러니까 수라나찰(修羅羅刹)이 [재앙]중에서도 아주 강력한 편이라는 걸 생각하면 B급에 불과하던 불사조는 그보다 좁은 영역에서만 움직일 것이다.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군."

가볍게 한숨 한번 쉬고 움직인다. 불사조를 옮기는 건 불가능하니 그 밀리언을 옮기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날.

서해바다에 있는 한 무인도에 불사조 한 마리가 자리 잡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게을러져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며칠 정도 억지로라도 팍팍 써 봤습니다만 역시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제가 그렇게 써서 그런지 독자분들도 예전만큼 재미있게 보시는 느낌이 아니고요.

하다못해 문장사랑 캔슬러 두개 다 마무리 지을 때 까지는 달려야 할 텐데............ 또 막상 여기에만 매달려 있기도 그렇고;;글이 점점 루즈해지는군요. 연재 초기에 [푸하하! 이거 웃기겠다! 이것도 재미있겠는데 ㅋㅋㅋㅋ]이렇게 연재했다면 지금은 그냥 의무감으로 쓰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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