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248화 (248/283)

< --24장. 재앙을 먹어치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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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그드라실?"

그의 말에 멈칫한다. 뭔가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거 세계수잖아?"

내가 올스텟 200에 이르렀을 때 떠올랐던 메시지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행운 200스텟에 도달해 운명(運命)에 이릅니다! 세계수의 자리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즉 널리 알려진 오대신이나 오왕을 제외하고도 각 스텟의 정점에 존재하는 신적인 존재는 둘 더 있다는 말인데 그들이 바로 12개의 스텟 중 행운과 지혜를 담당하는 세계수와 만물의 현자였다.

'전혀 알려진 바도 없고 관리하는 일도 없는 예외적인 초월자라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천계와 마계에 묶여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내키는 대로 사는 천신, 마신과는 다르게 다른 신적인 존재들은 네버랜드를 유지하는 중요한 시스템의 일부. 그런데 그럼에도 세계수와 만물의 현자는 맡은 일 하나 없어 존재했기에 의아했는데 아무래도 뭔가 예외적인 존재였던 모양이다.

'만물의 현자에 대해서도 알아봐야겠군. 마가리타가 대충 알고 있을 테니.'

현재 마가리타는 청계산 지하에 만든 아지트를 개조하고 있는 중이다. 대마법사로서 강력한 마력설계 능력을 가진 그녀는 우리의 아지트에 이런저런 마법장치를 설치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1차적인 에너지는 전기를 끌어와 해결하고, 궁극적으로는 자가 발전기를 만들어서 영구적인 에너지원으로 삼겠다고 했었다.

'지열 발전을 한다고 했었지.'

애초에 지열 발전은 지구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활용하는 종류이기 때문에 굴착하는 깊이에 따라 잠재력은 거의 무한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나는 대지의 정령을 이용해 무한정 땅을 파고 들어갈 수 있는 능력자가 아니던가? 일단 완성이 되어서 전기를 공급하게 한다면, 셀 수 없이 많은 마법장비들을 영구히 유지하는 것조차 가능한 것이다.

"지금 언리미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양산 마스터는 몇 명이지?"

"야, 양산 마스터라니......."

마안술에 걸려 있는 와중에도 불만스럽다는 듯 말끝을 흐리지만 애초에 사실이 그런 걸 어쩌겠는가? 만약 이 녀석들이 정말 마스터에 합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마안술이 이렇게 쉽게 걸릴 이유가 없다. 요번에 놀아준 비연과 크루 역시 마스터에 걸맞지 않은 양산형이지만, 그래도 이 녀석들보다는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들이었다.

"양산 맞지 뭐. 네 검술 실력 솔직히 쓰레기라는 거 아냐? 검잡는 기본조차 안 되어 있으니 원........"

"엑? 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실력이 없으면서 마스터레벨이 되는 방법이 있다는 말이야? 경험치를 돈으로 사서 공짜 레벨 업 하는 방법이 있다는 소문은 들어봤지만."

스리슬쩍 내 등 뒤로 달라붙어 속삭이는 보람이었지만 그런 일 어디 하루 이틀 겪던가? 눈썹하나 꿈틀 하지 않고 태연히 설명했다.

"그러고 보면 너희 진짜 아는 거 없구나.........."

생각해 보면 철저히 개인인 그녀들은 스스로 알아낸 마스터에 대한 정보 외에 가진 정보가 없다. 무엇보다 일반인에게. 아니 유력자들에게조차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밀리언에 대한 정보를 그녀들이 알 리가 없는 것이다.

"우욱. 잘못한 것도 없는데 무시 받는 이 억울한 기분은 뭐지?"

분해하는 그녀를 두고 다시 두 사내를 돌아본다. 이제는 호루스의 눈이 완전히 먹혀 저항하는 기색도 사라진 채 조용히 서 있다.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정신을 제압한 건 아니기 때문에 머릿속은 난리가 난 상태다.

'젠장! 몸이 안 움직여!?'

'절대 말하면 안 되는 기밀사항이었는데.........!'

현실에서 어떤 제약이 걸려 있는 것인지 마안술이 육체를 지배하고 기억을 읽어낼 뿐 정신 그 자체를 제압하지는 못하고 있다. 즉 내가 묻는 대로 순순히 대답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이 모든 상황을 보고 있다는 뜻.

'그러고 보면 정신제어가 가능했으면 밀리언을 모조리 유품으로 바꿔 버리는 것도 가능하겠구나.'

왜 국인부를 비롯한 각종 단체들은 마음에 드는 유품을 얻지 못하는가? 그것은 유품의 능력과 성능이 밀리언의 설계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품은 밀리언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그러니까 심층의식(深層意識)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다. 마음 속 깊이 바라던 것. 생각했던 것. 그 막연한 생각들이 바로 유품의 형태와 특성을 결정하는 것이다.

즉 내가 유품을 만든다 해도 난 그 유품의 정확한 능력이 뭔지 알 수 없다. 내 심층 의식이 어떨지 짐작이야 하겠지만 확실할 수가 없으니까. 다만 나는 거기에 추가적인 설정을 끼워 넣음으로서 대략적인 유품의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다. 사실 이것조차 강한 정신력과 수행이 필요한 일이지만 말이다.

'별다른 감정 변화 없이 방향성을 결정시킬 수 있는 수단은 폭주뿐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네버랜드는 [설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밀리언을 길러내는 하나의 수단이기도 하다. 극한의 고통도 수없이 이어지는 연마도 없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현대인이 강한 정신력을 가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니까. 물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것도 절대 쉽다고만은 말할 수 없지만 국가의 지원을 받는 대부분의 밀리언은 그리 정신력이 강하지 않다.

뭉클.

그런데 그때 보람의 가슴이 내 오른팔을 압박한다. 어느새 다가온 그녀가 내 오른팔을 안았기 때문이다.

"저기 근데 오빠. 마나가 대체 몇이야?"

어울리지 않게 살랑거리는 모습에 피식하고 웃는다. 미인계가 먹히기에 이미 경험이 너무나 많았지만, 귀여운 여자애가 와서 아양을 떠는데 기분이 나쁠 리는 없다.

"얼마일 것 같은데?"

"글쎄. 레전드 스킬이야 정신력으로 발동시킨다 해도 현현 자체는 마나로 해야 하니.......1000테라? 2000테라?"

"아니 6만 테라."

"........ 엑?"

"뭘 이렇게 놀라. 민정한테 이야기 못 들었어?"

내 말에 보람이 고개를 획 돌려 민정을 바라본다. 민정은 가볍게 한숨 쉬며 말했다.

"몇 번이나 이야기를 했었잖아. 교황님은 인간의 몸으로 신의 자리에 이른 초인이야. 네가 만났을 천요왕(天妖王)과도 맞먹는 힘을 지니고 있으셔."

"아니, 아니......... 아무리 그래도 유저인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럴 수 있지."

가볍게 말을 자르며 보람의 귓가에 속삭이자 그녀가 바르르 떨면서도 묻는다.

"어떻게?"

"그야 절대고수이자 대마법사이며."

그것은 무투 계열 초월자와 마법 계열 초월자를 이르는 말이며.

"위대한 영혼의 소유자이자 대자연의 주인이고."

제작계열 초월자와 소환 계열 초월자를 이르는 말이고.

"갈망의 왕이자 교황급 신성력 소유자라면."

사회계열 초월자와 신에게 인정은 존재를 이르는 말에 보람이 멍하니 중얼거린다.

"인간도....... 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바로 그렇지."

물론 진정한 천재라고 할 수 있는 보람이나 민정과 비교하자면 내 재능은 티끌에 가깝다. 그러나 타임 슬립 능력으로 인해 얻어진 무한에 가까운 시간과 천신과 마신이 이용하기 위해 남겨 두었던 시스템의 허점. 그리고 여러 가지 기연이 겹쳐진 끝에........ 나는 그 어떤 유저도 도달하지 못할 절대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하지만 교황님이 NPC가 아닌 유저라는 사실은 여전히 놀랍군요. 어떻게 해야 성장스킬을 초월자까지 끌어올릴 수 있죠?"

"특별한 방법이 있을 리가. 수련과 대련뿐이지."

"아 그러고 보니 교황님 주변에는 드래곤도 많았지요. 그녀들을 이겨 초월경에 도달하신 건가요?"

"말하자면."

태연한 대답에 보람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짓는다.

"어마어마하네. 심지어 오빠는 네버랜드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숙련자도 못 되는 다른 녀석들 보고 정박아도 아니고 왜 저러나 했는데 오빠한테는 우리가 그렇게 보이는 거 아냐?"

"그 정도는 아냐. 너희는 충분히 천재니까. 오히려 크리스티나. 그러니까 민정이하고 싸우다 보면 그 빛나는 재능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지."

"우와 위에서 내려다보는 저 여유라니."

분하다는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굴리는 그녀의 모습에 웃는다. 그런데 문득 민정이 말했다.

"그런데 스텟은 어떻게 된 거죠 교황님?"

"음? 무슨 말이야?"

"교황님은........ 올스텟 200이십니다. 그건 경지와 상관없는 문제인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말하는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란다.

"어떻게 그걸 확신하지?"

물론 상대방의 [정보]를 확인하는 캐시템. 그러니까 진실의 눈 같은 것들이 있다. 진실의 눈을 사용하면 상대방의 배경. 성격. 능력치는 물론이고 스텟까지 볼 수 있으니까.

그러나 사실 진실의 눈에도 어느 정도 등급 제한이 있어서 기본 상태는 아이템 등급보다 2단계 높아도 보이고 상세 설명은 1단계 높아도 보이는 대신 상태 상세는 동급이어야 보이며 스텟 스킬 등은 아이템 등급이 1단계 높아야만 확인이 가능하다.

즉 레전드 캐릭터인 로안 필스타인의 경우는 레전드급 진실의 눈을 구입해도 <상세 스텟>과 <소유 스킬>을 절대 확인할 수 없다는 뜻인데 지금 민정이 간파한 것이다.

"저는 이미 전생에 위타천왕에게 스킬을 바쳐 투선술(鬪仙術)을 습득했으니까요. 투선술에 있는 <진안(眞眼)>은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요."

"호오."

레전드급 고유스킬인 만큼 괜찮은 성능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었기에 매우 기꺼워한다. 왜냐하면 그 스킬들 또 한 내 거라고 확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거에 대해서라면 이야기가 꽤 길지. 너희한테 도움이 되는 이야기라서 언제 한번 시간을 낼 계획이기도 했지만."

"들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앗! 우리한테도 좋은 이야기야?"

민정과 보람이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걸 보며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그 전에 이것부터 해결해야겠군."

당연하지만 내가 바라본 방향에 있는 건 호루스의 눈에 묶여 있는 두 사내였다. [밖]에서는 자기들이 사라지는 바람에 난리가 났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가만히 서 있는 둘.

'더 아는 건 별로 없군.'

애초에 장관을 잡아서 기억을 흡수했던 만큼 이런 잔챙이들에게 크게 기대하는 것도 없었던 만큼 망설임 없이 오른손을 들었다. 어차피 처리할 거라면, 마지막으로 실험이나 한번 해 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복종하라!!]호루스의 눈을 극도로 활성화시켜 강렬한 염(念)을 발한다. 만약 밀리언인 그를 완전히 사로잡는 게 가능하다면, 나는 내 입맛에 맞는 유품을 제작하는 게 가능해진다. 스스로조차 제어하지 못하는 게 심층의식이라지만 마안으로 제압한 상대의 심층의식을 수정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막 그의 의지를 수정하려는 순간............ [죽어! 몽땅 타버려!! 이 개자식들아------!!!!!!]정말 뜬금없는. 지금 나올 리가 없었던. 그리고 과거에 한번 들어본 적 있는 영언이 세차게퍼져나간다.

구구구구----!!

멍하니 서 있던 밀리언의 몸으로 어마어마한 기운이 집중되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조차 버린 밀리언의 강력한 의지가 현세에 기적을 일으키는 과정이다.

"아, 아니 왜 지금?"

진심으로 당황하는 순간 녀석의 몸이 화염에 휩싸여 타버리더니 거기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된다.

[끼루루루룩----!!]============================ 작품 후기 ============================너무 쉽게 안 한다는 이야기는 단순히 밀리언들을 다 꼭두각시로 만드는 상황을 말한 게 아닙니다. 그깟 전력 있으나 마나. 아니 물론 있으면 좋기는 한데;밀리언들에게 마안술이 먹히면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유품을 마음대로 만들수 있다는 점이죠;;; 정신을 제압해서 [무슨 무슨 유품을 만들어라~]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 만으로 완전 맞춤형 유품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지금도 깽판인데 그야말로 막장 스토리 완성......... 심지어 유품을 얻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건 지훈이 경멸하던 행위였으니 좀 그렇죠;밀리언들에게 마안술이 먹히면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유품을 마음대로 만들수 있다는 점이죠;;; 정신을 제압해서 [무슨 무슨 유품을 만들어라~]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 만으로 완전 맞춤형 유품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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