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245화 (245/283)

< --24장. 재앙을 먹어치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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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에 자리 잡고 음료를 마시고 있는데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옷깃을 세운 여인이 다가온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녀는 예전 세 번째 마스터였던. 그러나 이제 와서는 네 번째 마스터가 된 민정이다.

"누구한테 쫓겨서 그런 복장을 한 거라면 역효과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은데. 오히려 눈에 띄잖아?"

물론 그렇다 해도 다른 사람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모두 바쁜 현대. 삐에로 복장을 입은 것도 아니고 남이 옷깃을 세우건 말건 무슨 상관을 하겠는가?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런 복장이 역효과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누가 봐도 수상한 모습임에는 틀림없으니까.

"........ 일단 다른 곳으로 가자."

"그러지."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생각을 정리한다. 앞서의 과정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떼로 모여든 고삐리들을 혼내주고 그녀들과 서로의 정체를 확인시키는 모든 과정을 비슷하게 수행했으니까. 다만 예전과 다르게 내가 가진 정보가 훨씬 많았고 가진 힘 또한 크게 차이 났기에 주도적으로 상황을 이끈 편.

'그런데 일정이 예전보다 나흘이나 빠르군. 녀석들도 꽤나 다급한 모양이야.'

[전회차]의 지금 시점은 아직 네버랜드를 하는 밀리언. 그러니까 양산형 마스터들이 공개되지 않았을 때이다. 그들은 나름대로 조커에 가까운 존재라 언리미티드에서도 꽁꽁 싸매고 있던 것.

그러나 연구소가 우리에 의해 탈탈 털리고 국인부를 지키라고 보냈던 밀리언들이 가볍게 격파 후 살해당하면서 상황은 전혀 달라지고 말았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전력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리로."

민정은 나를 끌고 근처 골목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굽이굽이 돌아 한 모텔에 도착했다.

"아, 여긴......"

기억에 있는 곳이다. 예전 그녀들에게 많은 정보를 얻었던 곳. 그런데 멈칫한 나를 보고 다른 생각을 한 것인지 민정이 얼굴을 붉힌다.

"그, 그런 거 아냐."

'오호?'

그녀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묘하게 예전과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약간 설레어 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그리 심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녀가 나에게 성적인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하면 나를 동료나 친구가 아닌 남자로 보고 있다는 뜻.

'하지만 어째서? 얼굴은 그대로인....... 아니 조금 바뀌긴 했군.'

조화령은 쌍방으로 작동하는 스킬이라 상대 여성만은 물론이고 나 역시 스텟의 상승이 존재한다. 게다가 내 스텟의 절반의 보정을 받는 상대와 다르게 조화령 수련자는 100% 상대 스텟을 따라갈 수 있으니 200스텟인 여성을 만나면 200스텟을 만드는 것조차 가능한 상황.

'하긴 매력을 올리려고 작정했으면 마가리타를 이용해 100스텟도 찍었을 수 있었겠지.'

평소 매력 과다 사태(?)에 시달려온 난 매력에 대한 아쉬움이 전혀 없어 마가리타의 지능과 지혜스텟을 가져왔다. 솔직히 로안의 매력이 너무 높아서 오히려 낮은 매력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있던 것.

그러나 요번에 상대한 비연과 크루의 경우 특별히 높은 스텟이 없어 매력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그녀들은 단지 밀리언일 뿐 대단한 천재 이런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마 밀리언으로서의 능력이 없었다면 마스터의 경지에조차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그나마도 행위 중간 이후로는 환각주문을 걸고 본신으로 상대했으니 얻은 스텟이고. 올랐다고 해 봐야 40스텟 초반에 불과한데........ 아, 그러고 보니 버프의 힘도 있던가.'

로안 상태가 아니라도 [페로몬 분비]에 [호감도 보너스]버프는 유지되고 있으니 아무래도 여성들이 나를 좋게 봐줄 수 밖에 없다. 가끔 외모가 그저그래도 매력이 넘치는 이들이 있는데 지금 나는 그 궁극형인 것이다.

"어, 어쨌든 조용히. 조용히 들어가."

그렇게 말하면서 모텔 입구에 도달한다. 모텔 입구에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있는 보람이 대기하고 있다.

"미행은 없었지?"

"응. 부탁해."

민정의 말에 보람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카운터에 있던 모텔 주인을 바라보았다.

[지금 여기 있는 이 남자도 우리의 일행이야. 이제부터 아무것도 묻지 말고 의문 가지지 말고 도와줘.]

"네......."

모텔 주인이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내 호루스의 눈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정신에 간섭하는 마안술. 심지어 밀리언이 아니라 마나가 부족한 그녀들이 현실 사용할 수 있다는 건 그게 레전드 스킬이거나 혹은 거기에 달린 보조스킬이라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보람도 민정도 레전드 고유스킬이 있었지.'

조만간 그것들도 다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민정이 속삭인다.

"따라와. 저기랑 저기 카메라 있으니까 조심하고."

그녀의 안내를 따라 모텔 안쪽의 방으로 이동한다. 도주할 상황을 대비해 맨 끝 쪽이면서도 창문과 가까운 방향을 잡은 상태다.

딸깍.

마침내 방 안에 들어가 문을 잠근 후 보람이 비틀거린다.

"괜찮아?"

이미 알고 있던 만큼 그녀가 쓰러지기 전에 안아든다. 옆에 있던 민정이 놀라 다가온다.

"보람아!?"

"아으...... 정말 죽겠네. 그 개자식들......."

바닥에 쓰러진 보람이 부들부들 떨면서 괴로워한다. 다시 자세히 보니 그녀의 상의 안쪽에서부터 목까지 피부가 보라색으로 변해 있는 것이 보인다.

"흐음.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

"아, 휩쓸리게 해서 미안....... 하지만 생각나는 게 너 밖에 없었어. 오빠한테도 연락했는데 오지 않고....... 휴대폰이고 일반 전화기고 몽땅 감시당하고 있어."

"감시라면......... 언리미티드겠군."

내 말에 민정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다.

"뭐야. 역시 너도 쫒기고 있는 거야?"

"쫒기고 있는 건 아니야. 녀석들은 내 존재를 모르니까."

한국과 일본 정부의 후원을 받아 만들어진 언리미티드는 이제 전 세계적인 기업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성장한 상태지만 그렇다고 국인부가 가지고 있던 미미르처럼 정보 수집형 유품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그들의 정보 수집 수단은 좀 더 상식적인 종류의 것이다. 막대한 자본을 풀어 사람들 사이에서 정보를 모으는 것이다. 마스터들은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초능력이나 다름없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 아무래도 눈에 뜨일 수밖에 없는 것.

"아무래도 그때 그 깡패 놈들이 이야기 하고 다녔던 모양이야. 하지만 바로 이렇게 추격해 들어온다는 건........ 역시 우리 같은 존재가 생길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말이겠지."

"오 그럼 나한테도 올 수 있겠군."

"너에 대해서라면, 아마 우리에게 물을 생각이겠지. 녀석들은 네 얼굴 말고 아는 게 전혀 없어서 추적할 단서가."

"쿨럭!"

"보람아!?"

그때 내 품에 안겨 있던 보람이 피를 토한다. 나는 이미 그녀가 억제기에 들어가는 성분. 그러니까 정체 모를 유품이 [생산]해 내는 물질로 만들어진 독에 당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당황하지 않았다. 지금보다 경지도 전체적인 스텟도 떨어질 때조차 온전히 해결해 버렸던 독이니 두려울 게 없다.

"하악........ 우우. 제길 죽겠네."

"버틸 수 있어?"

"흐, 흥. 괜한 걱정 하지 마. 녀석들이 말에 따르면 이 독은 날 죽이는 독이 아니라고 하니까. 내 힘을 이용하고 싶은 모양인데 멋대로 죽일 수는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당장 괴로운 건 사실인 듯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애초에 억제기에 담긴 효과는 [능력의 억제].

아마도 이 독이 점차 퍼져나가면 최종적으로 그녀는 마스터로서의 능력을 사용하는 게 불가능해 질 것이다. 팔에 차는 억제기보다 한층 더 완벽한 방식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다만 밀리언이 그 힘에 저항할 때마다 피해가 쌓이고 결과적으로는 죽음에 이를 수 있으니 억제기 대용으로는 사용하지 못하겠지.'

고개를 끄덕이며 오른 팔의 소매를 걷어 올린다. 그리고 비틀거리는 보람에게 물었다.

"혹시 여유분의 바지랑 속옷은 있어 보람아?"

"하아....... 하아....... 그, 급하게 도망쳐서 없는데. 왜?"

의아해 하는 그녀를 보며 어깨를 으쓱인다.

"그야 젖을 테니까. 하지만 없다면......... 별 수 없군. 바지랑 팬티 벗어."

"뭐, 뭐, 뭐,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조금 전 피를 토했던 주제에 무지막지한 기세로 소리친다. 하지만 그녀가 기겁하거나 말거나 태연히 답한다.

"왜냐하면 젖을 테니까."

"뭐가. 바지랑 팬티가?"

"그래. 그 독이라면 내가 치료해 줄 수 있지만 그 대신 그렇게 되어 버리거든."

"아니 치료랑 팬티가 무슨 상관이야!?"

"독을 치료할 수 있어?!"

시끌시끌한 두 자매를 바라보다 작게 한숨 쉰다. 그러나 항상 여자들의 [모심]을 받고 사는 나로서는 은혜를 베풀면서 이것저것 설명해 주기 귀찮았다.

"그럼 그냥 한다."

"뭐? 지금 무슨 소리를........."

웅-!

당혹스러워 하는 보람의 오른손을 잡는다. 그리고 전신의 마나를 활성화한다.

조화령에는 총 3가지의 기술이 있다. 그중 하나는 [상생조화]로 행위를 함으로써 상대방이나 자신의 스텟을 상승시키는 기술이고 또 하나는 [재능교환]로 역시 행위를 함으로써 상대방의 특이한 능력이나 재능을 받거나 줄 수 있는 기술이며 마지막 [격생전이]는 행위를 함으로써 상대방의 병을 치료하거나 상처를 회복시키는 능력.

예전 나는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그녀를 나체로 만든 후 피부를 맞대었었지만 조화령이 초월경에 이른데다가 초월경 1레벨도 2레벨도 아닌 MAX레벨에 도달한 지금은 그 모든 스킬이 진화(進化)했다. 초월경의 경지에 걸맞은 스킬이 된 것이다.

<격생전이(隔生轉移)스킬과 만물상생(萬物相生)스킬을 융합진화 시킵니다!><만물생진경(萬物生眞境)을 획득하셨습니다!>스킬의 완성을 확인하고 웃는다.

"너무 크게 소리치지는 말고."

"대체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고 있....... 하웃!? 힉--!! 히이익-----♡♡♡♡♡~~~~!!!!!!"

순간 나와 악수하듯 손을 마주잡고 있던 보람이 엄청난 교성과 함께 주저앉는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절정에 도달하고, 경련을 일으키며 다리 힘을 풀어버린 것.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피부를 물들였던 보라색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모든 독이 해독되고 있는 것이다.

"아웃♡! 하악-♡!? 이, 이게 무....... 아, 안 돼. 뭔가 이상해. 이상한 기분이....... 흑! 흐아-! 가, 가, 간다앗--♡♡♡♡!!!!"

단지 악수하며 가볍게 흔들었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펑펑 쏟으며 눈을 뒤집었다.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고 전신이 부들부들 떨린다.

촤악!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그녀의 음부에서 분수가 터지며 속옷은 물론이고 바지가 잔뜩 젖어버린다. 애액의 양이 엄청나서 도저히 더 입고 다니기 힘들 정도다.

털썩.

불과 15초 만에 열 번도 넘는 절정에 도달한 보람이 쓰러져 버린다. 어느새 그녀의 몸을 좀먹었던 독은 사라져 버린 상태다.

"대, 대체 무슨........ 우왁? 바지가?"

"그러게 바지 벗으라니까."

============================ 작품 후기 ============================오빠는 짱 절륜해서 여자들이 손만잡아도 가버린단다(............)당혹스러워 하는 민정을 보며 어깨를 으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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