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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걷는자 캔슬러-241화 (241/283)

< --23장. 예상 외로 고난이 없다. -- >

얼떨떨한 표정으로 상대를 후려친 주먹을 내려다본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놀랐다. 마치, 갑자기 벌레가 눈앞으로 획 날아드는 바람에 쳐 낸 것 같은 느낌이다.

"바, 방금 뭐야? 엄청 빠르잖아?"

옆에 있던 마가리타가 기겁하며 몇 가지 마법을 발동시키는 모습이 보인다. 벌레를 쳐 낸다는 느낌이라고는 했지만, 바꿔 말하면 그건 그만큼 상대가 빨랐다는 말이다. 시야 안으로 느릿느릿 기어들어온다면 당연히 놀랄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물론 거북이가 [갑자기]나타난다는 상황조차 희귀하겠지만.

'대단하군.'

방금 녀석이 달려든 속도는 초속 1킬로미터에 가까운. 그야말로 어지간한 총알보다도 빠른 속도다. 만일 공격해 들어간 게 내가 아니라 마가리타였다면 당했을지도 모를 정도인 것이다.

"크윽........"

"비연! 괜찮아?"

"아, 괜찮아. 설마 반격을 당할 줄은 몰라서........ 끙."

그때 건물 너머에서부터 네 명의 인원이 추가로 돌입해 들어온다. 놀랍게도 맨 처음 덤벼들었던 포니테일 녀석을 포함해 녀석들 모두가 상당한 마나를 품고 있었다.

"이 녀석들 뭐야?"

"뭐긴. 저거 안 보여?"

마가리타의 눈짓에 따라 고개를 돌린 난 그들 전원의 팔목에 상당히 눈에 익은 팔찌가 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건 마가리타와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끼고 있던 유품이다.

즉 이 녀석들이, 우리가 이야기 했던 언리미티드의 밀리언들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의외군. 벌써 나오다니."

"아무래도 우리가 한 일이 녀석들을 서두르게 한 모양이야."

연구소를 습격해 미미를 빼앗아 온지 벌써 열흘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큰 일을 저지른 것 치고는 그야말로 태평하게 시간을 보내 온 것이다.

애초에 유품 약탈이라는 치명적인 손실도 손실이지만 그 모든 과정을 인식도 방어도 불가능하다는 건 국인부를 포함한 수많은 단체에게 어마어마한 위협이 되었을 것이다. 애초에 시간을 정지하고 접근해 다시 정지하고 복귀하는 우리의 움직임은 그 어떤 수단으로도 방어가 불가능하니 법이고 세간의 눈이고 상관없이 공격하고 싶어질 정도겠지.

그러나 우리는 아무런 단서를 남기지 않았으며, 더불어 추격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만전을 기했다. 미미르처럼 상식을 초월하는 수단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방법으로도 우리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외국에도 미미르와 비슷한 종류의 유품이 있을 수 있지만.........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사용할 수 있는 유품들은 범위가 한정되지.'

당장 미미르만 해도 비추고 정보를 읽어낼 수 있던 장소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영토의 일부 정도였다. 이건 단순히 미미르의 위치를 중심으로. 라는 기준이 아니라 어느 한 장소에 정착해야 유품이 활성화 되는 종류라서 들고 다닌다거나 하는 걸로는 사용할 수 없다.

"크하하! 타버려라 쓰레기!"

화아악-!

그때 새로이 모습을 드러낸 이들 중 올백머리의 사내가 손을 내젓자 허공에서 불꽃이 피어오르더니 폭염이 몰아닥친다. 나는 오른손을 휘둘러 쳐냈다.

빠앙!!

초음속의 주먹질에 주변 공기가 터져나가며 폭염이 밀려난다. 그러나 보통의 열기가 아닌 듯 오른 팔이 화끈거린다.

'화염 면역을 무시했어! 마법이 아니라 능력이다!'

유품이 그러하듯 다른 밀리언의 능력 또한 네버랜드에서 주어진 면역 체계를 무시한다. 애초에 네버랜드와 전혀 연관이 없는 그의 능력은 네버랜드의 [설정]에 영향 받지 않는 것이다.

치이익-!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오른팔을 뒤덮은 화상은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억제기가 마법이나 오러스킬. 더불어 능력 발현 자체는 막았음에도 스텟 그 자체를 막지 못했듯 화염면역이라는 [설정]을 무시하는 녀석의 화염공격도 이미 물질계에 완벽히 자리 잡은 육체 그 자체를 무시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재생력도 재생력이지만 초고열의 폭염에 겨우 피부만 조금 화상 입고 말았다는 건 생명력이 별다른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게 초능력자물 소년만화였다면 너희 이름 다 다 듣고 능력 조건으로 분량 채우고 심하면 너희 회상씬으로 페이지를 잡아먹겠지?"

"뭐?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동양식 태도를 들고 있는 덩치 큰 사내가 으르렁거리며 검을 겨눈다. 녀석의 검에 검기가 어리기 시작하고 육체가 녹색으로 변한다. 저건 또 무슨 능력이야? 검기야 네버랜드 기반이라고 쳐도 녹색으로 변하는 건 초능력 같은데 헐크라도 된 건가?

"아, 별 이야기는 아니고."

나는 뚜두둑. 소리가 날 정도로 요란하게 몸을 풀었다. 그리고 자세를 낮췄다.

"그냥 안 궁금하다고."

그리고 가속했다.

<순발력(200)보정! 2000배의 신경가속!><무신의 시간이 발동합니다! 신경가속이 2000배->10000배로 증폭됩니다!><무신의 시간이 가동합니다! 가속된 신경속도에 맞춰 움직임이 가속됩니다!><무신의 시간이 가동합니다! 신경 가속 속도가 사용자 설정에 따라 자유 변환됩니다!>정지화면에 가까울 정도로 가속된 시간 속에서 앞으로 걷기 시작하자 단지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압력이 육체에 가해진다. 너무나 빨리 움직이자 그에 상응하는 물리법칙이 내 육체를 구속하는 것이다.

과거 <평온한 가속>이 그랬듯 무신의 시간 역시 가속된 신경 속도에 맞춰 육체 또한 가속시키지만 그렇다고 정말 그 시간 속에서 평소 상태처럼 가볍게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다. 이 가속은 말 그대로 육체를 <가속>하는 거지 그 가속 과정에서 육체에 가해지는 관성이나 충돌해오는 공기층 같은 별개 요소들까지 처리해 주는 게 아니니까.

무려 1만 배나 가속된 시간은 사용자에게 실로 살인적인 환경을 선사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함부로 움직이기만 해도 전신 뼈가 박살나고 조심스레 움직여도 전신 근육이 비명을 질렀을 정도.

물론 올스텟 200인 나에게는 상관없는 말이었다.

타앗!

"호오?"

그런데 앞으로 걸어가는 내 앞으로 누군가 끼어든다. 놀랍게도 그건 내가 맨 처음 후려쳤던 포니테일의 소녀. 나에게 얻어맞아 벽에 충돌하는 바람에 먼지를 전신에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이렇게 달려온 것이다.

"가속능력이라."

그러나 그래 봐야 소용없다.

콰득!

"끄르륵.......!"

가볍게 그녀를 제치고 파고들어 불꽃을 일으켰던 사내의 목을 꺾어 버린다. 별다른 보호능력은 없는지 그걸로 즉사였다.

"어떻게!?"

"어떻게는 뭘 어떻게야. 내가 더 빠르니까지."

태연히 대답하며 몸을 이동한다. 포니테일 소녀가 또다시 나를 쫓았지만 어림도 없다. 그녀는 물론 어마어마하게 빠르지만, 굳이 수치로 표현하자면 1000배의 가속이 전부. 어쩌면 그 이상의 가속일지도 모르지만.......... 그 어마어마한 가속을 견딜만한 육체능력이 없는 것이다.

쩍! 콰드득!

녹색 피부로 변한 사내의 목을 잡았다가 꺾어버리는데 실패했지만 망설이지 않고 오러를 끌어올려 하늘의 망치를 발현. 녀석의 머리를 내려찍어 몸통에 머리를 박아버렸다.

"뭐, 뭐야? 뭐야 이게?"

"미친........! 재호랑 서황이 죽었어!"

"뭐 이런 괴물 같은 자식이........"

최초 모습을 드러낸 포니테일 소녀. 그러니까 비연이라는 녀석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밀리언의 숫자는 총 다섯으로 그중 둘은 여자고 셋은 남자다. 즉 남자는 이제 하나 남았다는 말이다.

"자, 잠깐! 우리 협상.......!"

퍽!

벼락같이 다가가 머리를 후려친다. 겉으로 보면 그냥 가볍게 치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그건 일종의 침투경(浸透勁). 뇌가 박살이 난 녀석은 제대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녀석은 틀림없이 밀리언이었을 테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능력을 발동조차 못하고 죽은 것이다.

"와우. 그야말로 폭풍이네. 너무 막 죽이는 거 아냐?"

"어차피 적일 텐데 살려서 뭐하겠어. 하나하나 설득해서 우리 편으로 하기에는 너무 위험하고."

물론 억지로 어떻게든 하자면 정신제압이라도 걸 수 있겠지만 내가 왜 그렇게 해야겠는가? 뒤에 있던 마가리타가

'상실의 시대라고 인간성까지 상실했네?'

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지만 뭐 그 정도야 간지럽지도 않다.

"공간을 넘어서 모든 것에서 멀어져라.........!"

또 한명의 여자. 그러니까 앞선 소녀와 다르게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인이 주문을 외운다. 공간계열인가 보니 이 자리를 피하려 하는 모양이었지만 어림없는 소리. 난 가볍게 중얼거렸다.

"파쇄."

<보조스킬 주문쐐기가 발동했습니다! 상대방의 주문이 깨져나갑니다!>주문이 깨지고 그 충격으로 여인이 비틀거린다. 마가리타야 대마법사의 경지에 이르러 아무렇지도 않았던 거지 외우고 있던 주문이 깨지면 어느 마법사건 충격을 받는 법이다.

키잉-!

호루스의 눈을 발동해 두 여인에게 주박을 걸어버린 후 고개를 돌린다. 멀찍이에서 은은한 기파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마나의 파장은 아니지만 나 역시 시간능력자였기에 감지할 수 있었다.

"저쪽이군."

쩌적!

건물 한쪽에 주차해 있던 화물 트럭의 짐칸을 그대로 뜯어버리고 안으로 진입한다. 들어가기가 무섭게 그 안에 있던 네 명의 사내가 권총과 소총을 들어 갈기기 시작한다.

드르르르륵!

탕! 탕!

물론 맞아도 간지럽지도 않은 공격이었다.

맞지도 않았지만.

"시간정지를 막는 물건이라."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에 안에 있던 병력 모두를 무력화시키고 돌입한다. 화물 트럭의 짐칸에는 상당히 커다란 덩치의 기계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감지력을 발휘해보니 그 안에 유품의 기운이 없다. 놀랍게도, 이 물건은 마치 감지기처럼 유품의 힘을 빌린 것이 아니라 과학의 영역에서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기계라면 고맙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무한의 저장소를 열어 집어넣고 빠져나오며 소리쳤다.

"마가리타!"

굳이 더 말할 것도 없이 마가리타가 눈을 가리고 서로 타이밍을 맞춰 시간을 정지시킨다.

그리고 상황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휘우. 알고 있었지만 진짜 세네."

"정면으로 맞장 뜰 생각이었는데 이정도가 아니면 오히려 곤란하지. 변수는 좀 생겼지만."

웃으며 정지해 맨 처음 자리에 서 있던 두 밀리언을 챙겨든다. 마가리타는 쓰러진 녀석들 팔지를 포함해 특이해 보이는 건 다 챙기고 있는 상황. 나는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다가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예상 외로 고난이 없다."

============================ 작품 후기 ============================어차피 예상하고 있던 저항이니 당황할 것도 없죠.

하지만 사람을 죽여도 시간만 돌리면 살아나는 모습을 계속 봐 왔으니 사람 목숨을 파리목숨으로 알고 미쳐 날뛰지 않는 것만 해도 사실 상당히 정신력의 소유자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타임슬립이 알고 보면 사람 인성을 몇번이고 망가트려 막장으로 몰아넣기 딱 좋은 능력이거든요;;그나저나 적이 남자라면 망설임 없이 죽이다니....... 생각해 보면 로안 이놈 제일 위험함. 과도한 타임슬립이 낳은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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