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장. 예상 외로 고난이 없다. -- >
그렇다. 결국 마가리타는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오직 그녀만이, 나와 함께 과거로 갈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그럼에도 잡념은 많다.
난 정말 그녀를 진심으로 믿을 수 있는가?
이제 와서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그녀와 사랑이라든가 굳건한 신뢰로 묶인 관계가 아니다. 물론 이런저런 정을 쌓았다면 쌓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철저히 잠자리에서의 정이니까.
애초에 나와 그녀의 인연은 두 번 모두 기습으로 시작했다. 첫 만남에 그녀는 나를 공격한 후 테이밍을 걸려다 반격을 당해 도주했고, 두 번째도 기습을 걸었다가 오히려 나에게 사로잡힌 케이스니까.
어쩌면 지금 그녀는 나를 어떻게 할 수단이니 별 수 없이 아양을 떨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불어 나와 함께 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수많은 메리트에 혹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천천히 생각해 봐야겠군. 네버랜드의 NPC와는 다른 존재니까. 하지만 정신제압을 하거나 배신 확률이 0%가 아니라면 곁에 둘 수 없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
내심 헛웃음 짓고 있는데 부지런히 걷고 있던 마가리타가 투덜거린다.
"아오........ 안전을 위해서라지만 너무 멀어. 공간이동 주문이라도 쓸까?"
"없는 마나 아껴 써. 가뜩이나 힘든........."
거기까지 말하다 문득 든 생각에 묻는다.
"아, 그러고 보니 어떻게 된 거야? 너 전에는 마나회복을 돕는 유품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면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묘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작은 팔찌를 차고 있었는데 거기에서 마나가 뿜어져 당시 1000테라의 마나 밖에 없던. 더불어 대마법사조차 아니던 그녀가 상당한 수준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했었다. 당시 난 그걸 빼앗았지만 그 직후 국인부에 잡히는 바람에 제대로 사용은 못한 상태다.
"아, 그거 유품 아냐. 아니 엄밀히 말하면 유품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엄청난 힘은 없지. 억제기처럼 유품 본체가 아니라 유품이 [만들어낸]물건이거든."
"하긴 단독 유품이라고 하기에는 효과가 미진하긴 했지."
그렇다. 그때 마가리타가 대마법사도 아닌 주제에 상당한 마법을 썼다고는 하지만 온전한 하나의 유품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나로서는 시간을 뒤로 돌려 도망가는 수밖에 없었겠지.
"그런데 왜 지금은 없어?"
"아 그거야 그게 [아직]한국에 안 들어왔거든. 언리미티드에 속해 있던 밀리언한테 뺏은 거라서."
그러고 보면 예전 그녀는 언리미티드에서 천신과 마신. 그러니까 네버랜드를 만든 두 밀리언과 타협하는 데 성공했고 이제 밀리언들이 네버랜드 속에서 능력을 발휘한다 해도 발키리라는 NPC에게 처단 받지 않는다고 했었다.
별다른 큰 노력 없이 발휘가 가능한 초능력을 가진 밀리언은 기본적으로 다른 유저들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에 레벨을 올리기가 쉬우며 나와 마가리타가 그랬듯 마나탈진을 이용해 마나를 폭증시킬 수 있으니 금세 현현이 가능해 지게 된다. 더불어 마가리타가 예전에 가지고 있던 팔찌 같은 물품을 장비하게 되면 상당히 강력한 능력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게 정확히 언제지?"
"시간으로 치면 슬슬.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언리미티드 소속의 밀리언들이 네버랜드 안에서 마구 마나를 늘리고 있는 상황일 거야."
즉 이미 네버랜드의 밀리언들과 타협이 끝난 상황이라는 말에 다시 묻는다.
"언리미티드에 소속된 밀리언의 숫자는 몇 명이나 돼?"
"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마흔 둘."
"뭐?"
전혀 예상치 못한 수치에 국인부 장관을 어깨에 걸친 채 부지런히 걷던 난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췄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인부의 밀리언도 11명에 불과한데 일개 회사인 언리미티드에 소속된 밀리언이 마흔 명이라고?
"아, 너무 놀랄 필요는 없어. 그중 절반 이상이 유품을 만들 수도 없을 정도로 저급한. 그러니까 B에서 D랭크의 밀리언들이니까."
물론 E랭크 F랭크 밀리언도 어디엔가 있겠지만 그들은 첫 각성의 징계로 그냥 죽어버리기 때문에 미미르처럼 능력을 각성하기 전에 존재를 눈치 챌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면 구할 수가 없다. 심지어 C랭크나 D랭크도 상당수는 죽어버릴 정도니 더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하지만 네버랜드 안에서라면........ 오히려 낮은 등급의 밀리언들이 마나 탈진에는 유리하겠네?"
"그렇지. 등급이 낮다는 건 바꿔 말해 효율이 나쁘다는 소리이기도 하니까. 대신 막상 능력을 쓸데 약하다는 문제가 있겠지만 말이야."
과거 나는 마나를 소모하기 위해서 별의 별 수를 다 써야 했지만 등급이 낮은 밀리언들은 사소한 능력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마나가 팍팍 소모된다. 그런 밀리언들이 현현해 현실에서 능력을 사용하게 된다면 밀리언으로서의 능력을 쓰는 것 보다는 차라리 네버랜드에서 얻은 마법이나 오러스킬을 사용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어디 보자 이 녀석은 잘 앉혀 놓고........ 어때. 주변에 다른 장치는 안 보여?"
"지금도 막 쓰고 있는데 완벽히 막는 건 어렵지. 사람이 몇 있지만....... 치우면 그만이고."
우리가 다시 국인부로 돌아온 건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국인부에 자리하고 있는 마지막 유품을 차지하기 위함이다. 유품이 꼭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마음에 안 드는 국인부 녀석들이 제대로 공표도 안 하고 유품을 쓰는 게 눈에 밟혀 가만히 둘 수가 없다. 다 뺏어 버려야지.
기이잉----국인부 지하 3층에는 상당한 크기의. 그러니까 성인 남성의 키보다 커다란 정십이면체 주사위가 자리하고 있다. 이 유품의 이름은 [천국의 주사위]로 그 효과는.
'하루에 한명에 한해 수명을 늘려준단 말이지. 정확히 말하면 육체의 시간을 되돌리는 쪽이던가.'
당연하지만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지는 힘이다. 부자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가 바로 장생 아니겠는가?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천국의 주사위가 무한정하게 대상의 수명을 늘려주는 건 아니어서 1인에 1회가 한계이며 늘려줄 수 있는 수명에는 한계가 있다.
"와. 여기 이 아저씨 봐. 1나왔어."
"억울하겠네. 몇 억. 어쩌면 십 몇 억이 넘는 돈을 내고 왔을 텐데."
천국의 주사위는 정십이면체로 주사위를 처음으로 만지는 대상이 발생할 경우 자동으로 허공에 떠올라 구르게 되며 거기에서 나온 값만큼 대상의 육체 연력을 감소시킨다.
즉 대상의 육체를 1년만 젊어지게 할 수도 12년 젊어지게 할 수 있다는 말인데 외부에서 그 결과에 간섭하게 되면 효과 자체가 취소된다. 즉 완전 운빨이라는 말이다.
"그럼 간다."
"좋아."
준비를 마치고 신호하자 마가리타가 시간정지를 푼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하늘을 향해 뛰어올랐다.
콰앙-!
"와, 왁!? 이게 뭐야?"
"엎드려!!"
난데없는 폭음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흩어졌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윗 층으로 뛰어올라간다.
콰앙-! 콰앙-!
지하 2층을 넘어 지하 1층. 그리고 지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바닥에 구멍을 뚫어 놓는다. 제법 이런저런 시설로 튼튼히 지어져 있었지만 이 강대한 육체로 오러스킬까지 사용하는 나에게는 무용한 일. 나는 지상까지 다이렉트로 구멍을 뚫어버린 후 지하 3층에 있던 천국의 주사위를 가지고 지상으로 뛰쳐나왔다.
[삐잉-! 삐잉-!]
"저, 저놈 막아! 도둑이야!"
"천국의 주사위를 가져간다!"
여기저기에서 경고음이 울리건 기겁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난리를 피우건 신경 쓰지 않고 삽시간에 1층에 도착한다. 어느새 따라온 마가리타가 옆에 서 있다.
"서북쪽 방향이 가장 깊은 산이야. 인적도 없고."
"좋았어."
뿌드득......!
2미터가 넘는 크기에 1톤이나 되는 압도적인 무게를 가진 천국의 주사위였기에 나 역시 전신에 힘을 집중해 근육에 힘을 불어넣는다. 마치 축구에서 드로링을 던지듯 두 손으로 천국의 주사위를 머리 뒤로 크게 젖혔다가....... 파앙-!!!
전력으로 던져 버리는 것이다.
"맙소사!"
"뭐, 뭐야 저놈!! 사람인가!?"
사람들이 기겁하거나 말거나 마가리타에게 눈짓한다. 그만 이곳을 떠나야 하니 시간정지를 걸라는 표시였다.
키잉-!
"웃?!"
그러나 오른손으로 양 눈을 가렸던 마가리타가 마치 전기에라도 감전된 듯 몸을 떨며 비틀거린다. 놀랍게도 뭔가 알 수 없는 기운이 시간정지를 방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직후.
"역시 찾아왔구나. 이 악적!! 내 검을 받아라!!!"
뭔가 상당히 고풍스러운 외침과 함께 웬 포니테일 스타일의 소녀가 벼락처럼 내 품으로 파고들어 적색으로 빛나는 검을 휘둘렀다. 보통의 인간은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쾌속의 참격!
때문에 나는 그녀의 검을 걷어내고,다리를 걸고,이어 등을 후려치고 말았다.
텅! 텅! 콰앙!
마치 호수에 던져진 조약돌처럼 땅에 몇 번 튕긴 소녀가 강당 비슷해 보이는 건물과 충돌하자 쩍 하고 벽이 완파된다. 나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아 깜짝이야.........."
============================ 작품 후기 ============================아 깜짝이야.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