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장. 예상 외로 고난이 없다. -- >
침대 위에 엎어진 마가리타가 헐떡이며 숨을 고르고 있다. 붉은 빛이 슬쩍 감도는 그녀의 흑발이 침대 위에 화려하게 늘어진다.
"후아........ 후아아. 죽겠다 죽겠어. 왜 본체랑 해도 이렇게 힘든 거야?"
"왜. 로안이 아니라 김지훈이면 할 만할 것 같았어?"
"으으 제길........ 그래도 내 매력은 100스텟이고 네 매력은 35스텟인데도 이러다니."
"경지의 차이지."
이미 2시간 넘게 행위를 한 만큼 그녀도 나도 전신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음에도 여유가 넘친다. 평소보다 힘들다는 느낌은커녕 오히려 더 보람(?)차게 즐겼다는 기분이 든다.
'하긴 올스텟 200은 너무 쉬워서 오히려 심심한 감이 있지.'
매력수치가 NPC들에게 절대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것과 다르게 단지 잘생겨지는 이상의 효과를 가지지 않는 현실이지만 성행위 스킬 사용 시 스텟 보정은 여전히 강력하다. 무엇보다 200스텟 때에는 단순한 삽입 왕복만으로 여성들이 버티기 힘들 정도로 극도의 쾌락을 안겨주니 엄밀히 말하자면 기교 자체가 필요 없는 것이다.
"그나저나 정말 아무 문제없군."
"애초에 우리를 추격할 만 한 단서 자체를 남겨놓지 않았으니까. 물론 그래도 범인이 나라는 건 알고 있겠지만 현재 위치를 알 수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지."
밀리언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게 되면 대부분의 국가에 설치되어 있는 감지기에 의해 그 위치를 파악 당하게 된다. 이 감지기는 제작 단가가 고작 수백만 원에 불과한 저렴한 장비였기 때문에 한국처럼 조그만 나라는 그야말로 피할 공간이 없는 상황.
그리고 당연하지만 유품 역시 그 능력을 발동시키면 위치를 파악 당한다. 유품 자체에 능력을 숨기는 종류의 [설정]이 잡혀 있다면야 감지기 따위로 찾을 수 없겠지만 그렇게까지 면밀하게 설정되는 유품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는 어떻게 도망 다닐 수 있던 거야? 마나가 무한하지 않으니 위치를 계속 확인당하면 잡힐 수밖에 없을 텐데."
물론 그녀를 쫓는 국가단체들의 목적은 [살해]가 아니라 [포획]이니 마구 설치는 건 불가능하며 심지어 그녀가 자살하는 상황을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최악의 상황에는 자살한다는 협박을 해도 먹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자고 있을 때 납치해서 억제기를 채워버리면 그만인데 어찌 온갖 나라를 오가며 도망 다닐 수 있던 걸까? 유품의 가치는 너무나 커 나름대로 치안 상태도 좋고 인권의식도 높은 한국에서조차 안심할 수 없으니 치안이 좀 더 안 좋고 인권을 무시하는 국가라면 군대가 움직여도 이상할 게 없는 것이다.
"아, 그거야 감지기가 읽는 위치는 내가 능력을 발동하는 바로 그 장소니까."
마가리타는 웃차. 하고 상체를 들더니 내 몸 위에 몸을 포개며 말했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내 가슴팍을 부드럽게 누른다. 그 자극적인 감각에 분신이 슬며시 몸을 일으키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인다.
"즉 시간을 정지하고 이동하면 녀석들이 파악하는 위치에는 아무도 없다?"
"그렇지. 처음에는 다들 나를 팬텀(Phantom)이라고 부르면서 무서워했다고. 시간정지 능력을 전제하지 않고 보면 감지기를 교란시키는 미지의 존재처럼 느껴지잖아?"
두 팔을 움직여 베시시 웃는 그녀의 허리를 부드럽게 안는다. 둔부를 가볍게 주무르면서도 태연히 묻는다.
"그런데 왜 들킨 거야?"
"그야 복수를 했어야 하니까. 혹시 안 들키지 않을까 했는데 정부에도 바보만 있던 건 아니더라고. 하긴 시간 정지 능력은 독특한 데가 있어서 생각보다 금방 눈치 챌 수 있기도 하고."
그녀가 시간 정지 능력을 사용하고 나면 그 시간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현실이 [비틀리는] 감각을 느낀다.
즉 마가리타가 목적지까지 이동하려다 무심코 지나가던 사람의 어깨를 툭 쳐 넘어트린다면 그 사람은 그야말로 공간이동을 하듯 넘어진 자세로 바뀌게 되는데 이건 힘에 의해 밀린 것과는 전혀 다른 감각을 전해주기에 아주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
"너 설마 직접 가서 상대편을 죽인 거야?"
"별로 지저분하게는 안 했어. 마침 고층빌딩이어서 창문으로 던져 버렸는데 그게 카메라에 찍혔더라고."
투덜대는 그녀의 모습에 헛웃음 짓는다.
"멍청이. 그런 짓을 하면 당연히 들키지. 왜 시간정지 하고 총을 쏘지 않은 거야?"
"뭐?"
"뭐? 가 아니지. 적당한 거리에서 시간정지를 건 다음 총으로 갈기고 도망쳤으면 그냥 어둠 속의 암살자 정도로 완전범죄가 되었을 텐데. 누가 봐도 초현실적인 요소가 느껴지게 하고 안 걸리길 바란 거야?"
"........"
너무나 당연한 말이었는데도 마가리타는 멍한 표정이다. 그녀는 머리가 비상한 존재이니 내 말이 의미하는 바를 금세 파악한 것이다.
가만히 서 있던 사람이 느닷없이 사라져 건물에서 떨어지면 누가 봐도 밀리언이나 유품을 의심한다. 그러나 머리에 총알이 박혀 죽었다면 당연히 저격을 의심할 것이다. 혹여 감지기에 능력이 감지되어 위치가 표시되었다고 해도 감지기가 밀리언을 정확하게 특정인으로 한정지을 수 있는 건 아니니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능력을 사용한다면 누구도 그녀를 쫓을 수 없었으리라.
혹 밀리언이 능력을 사용해 상대방을 죽였다고 생각한다 해도 시간정지가 아니라 [총알을 날리는]능력이나 [공간이동]능력 등으로 착각하게 할 수 있으니 여유를 버는 것쯤이야 간단했으리라.
"이거 바보 아냐?"
"바, 바보라니! 나는....... 그래. 만천하에 내가 복수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그런 거야!"
"혹시 안 들키지 않을까 했는데. 라고 불과 십여초 전에 말했던 건 기억하시나?"
"........."
"천재는 무슨 바보지 바....... 읍."
마구 그녀를 놀리다가 입이 막힌다. 어느새 내 입술을 막아버린 그녀의 입술이 숨을 불어넣고 그 틈으로 침입한 혀가 내 혀를 얽는다.
어느새 선선해졌던 침실은 다시금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나와 그녀의 몸이 얽히고 그녀는 전신으로 내 몸에 달라붙는다.
"흥. 이런 건방진 입은 그냥 꽉 막아 버릴 거야."
"뭐 그러시다면야. 그나저나 꽤 늘었는데?"
"수련의 결과지. 이제 나도 성행위 숙련자니까."
만약 그녀가 아닌 다른 여인들이라면 쉽게 입에 담지 못할 말이다. 왜냐하면 네버랜드에서 성행위를 숙련자라는 경지까지 끌어올렸다면........ 그것은 그만큼 그녀가 많은 [경험]을 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우리나라 여자들하고는 의식이 다르군."
"뭐가........ 아항. 그러고 보니 이 나라 남자들 그런 거 있었지. 자기들은 여자를 많이 상대할수록 더 자랑스러운 거지만 여자는 세 명하고만 사귀었어도 걸레라고 부르는 그런 거."
조금 극단적이긴 하지만 틀리지 않은 말이었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많은 편이니까.
"뭐 우리나라뿐이라 많이들 그러지. 자기는 어떻게 살았건 자기 여자는 안 그러길 바라는."
그러나 나는 별로 그런 의식이 없었다. 경험의 대부분을 야만의 시대라는 네버랜드에서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나 좋다는 여자가 너무나 많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내가 진정한 사랑을 몰라서?'
글쎄.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자기는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다른 여자와 잘 수 있고 아내가 그러면 너 죽고 나죽겠다! 라고 난리 피우는 게 진정한 사랑일까? 물론 집착이 너무 없어도 문제지만 너무 과하면 오히려 이기심이 되어 버린다.
"......... 너 진짜 위험해."
갑자기 마가리타가 나와 코끝을 마주하며 중얼거리는 모습에 의문을 표한다.
"왜?"
"뭐, 성격이 이래 보여도. 또 나이가 적어도 난 꽤 경험이 많아. 워낙 타고난 미인인데다 우크라이나 사람이니까."
그녀는 우크라이나 태생이며 믿을 수 없게도 열아홉 살이다. 물론 시간 정지 능력으로 살아온 삶은 훨씬 더 길지만 어쨌든 물리적인 나이는 그렇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놔두지 않는다는 말이야?"
"그렇기도 하지만 나도 놀길 좋아하는 편이니까. 뭐 어쨌든 그런 내 입장에서 보자면....... 너 진짜 위험하다. 절륜함이 이 정도면 재앙이야. 앞으로 다른 남자들하고 할 수가 없으니까."
"왜?"
의아해 하는 나를 보며 마가리타가 한숨쉰다.
"이런 밤을 알게 되면 다른 녀석들하고는 시시해서 할 수가 없단 말이야........."
심지어 앞으로 생겨날지 모르는 가정까지 파괴함(.............)============================ 작품 후기 ============================악질적인 가정파괴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