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236화 (236/283)

< --23장. 예상 외로 고난이 없다. -- >

기본적으로 나는 살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문제는, 단지 좋아하지 않을 뿐 살인에 하등의 두려움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네버랜드의 부작용 중 하나지. 인권단체들이 입에 거품을 물일이군."

네버랜드는 현대적인 도덕관념으로는 도저히 생존할 수 없는 야만의 대륙이다. 강대한 힘을 가져 삶에 여유가 있는 나조차도 산적과 온갖 범죄자들. 더불어 여기저기서 찾아오는 암살자들 때문에 꽤나 많은 피를 손에 묻혀야 했을 정도이니 다른 유저들은 상황이 어떠하겠는가? 그들 중에는 전쟁터 한복판에 빙의된 이도 있고 뒷골목범죄자들과 피로 피를 씻는 항쟁에 휘말리는 이도 있다. 그런데 거기서 살인을 할 수 없다는 맘 편한 소리를 한다? 그야말로 살기 싫다는 뜻이다.

"거기에 현실과 도저히 구별할 수 없는 리얼리티도 문제지."

아마 정신력이 약하거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약한 사람은 본신과 아바타 중 어느 쪽이 진정한 자신인지 확신하지 못할 것이다.

"뭐야 너. 혹시 군인 집안이야?"

그때 내 옆으로 다가온 마가리타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왜냐하면 단호하게 연구원들을 죽인데 반해 군인들은 제압만 했기 때문이다.

"인간을 인간으로 안 보는 녀석들에게는 원한이 좀 있거든.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개중 괜찮은 인간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건 감정적인 문제니까."

"즉 어쩔 수 없이 시키는 일만 한 거냐 아니면 주도적으로 한 거냐의 차이? 그거라면 이 녀석들은 절대 살 수 없겠네."

"물론이지."

나는 몸을 돌려 부들부들 떨고 있는 중년사내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이야말로 공표되지 못한 밀리언들을 관리하는 고위층으로 각각 연구소장과 특임대장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해?"

"그야 침묵시켰으니까. 이런 짓을 하다니 제정신이냐. 후회할 거다. 블라블라 시끄러워서."

"후후. 대충 알겠네."

피식 웃으며 50대 후반으로보이는 연구소장에게로 다가간다. 그를 보자, 별로 의도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레 살기가 치솟는다.

[이건, 이건 정말 대단한 작품이 될 거야! 네 목숨 하나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강대국이 될 수 있어! 왜 이런 영광스러운 일을 거부하는 거지?]아아 기억난다. 그 광기와 탐욕으로 가득 찬 시커먼 눈동자가. 그나마 공식적인 밀리언이 될 수 있었던 나와 어머니를 연구실로 몰아넣었던 원흉.

"다행이야. 아직까지 이 자리에 있어서."

"뭐, 뭣? 너 누구야. 나를 아나?"

침묵주문을 풀어주자 당황하며 묻는다. 한때 너무도 무서워 마주보지도 못하는 나를 매일 찾아와 괴롭히던 그이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날 기억하지 못한다.

"이럴 때만은 내 능력이 좀 아쉽군. 이래서야 넌 그냥 억울하기만 할 거 아냐?"

"네놈 대체 무슨 소......."

콰드득!

나를 삿대질 하는 손가락 째로 오른 손 전체를 우그러트리자 제대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경련을 일으킨다.

"마음 같아서는 고문도 하고 싶지만, 그렇게까지 할 의미를 못 찾겠군. 헛된 일이기도 하고......... 그냥 아는 걸 모두 뱉어내고 죽어라."

키잉-!

호루스의 눈을 전력으로 가동한다. 조금만 더 신경 써도 필요한 기억만을 읽어낼 수 있겠지만 그 정도의 자비를 베풀 정도로 가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콰득.

녀석의 모든 기억을 강탈한 후 그대로 목을 꺾어버린다. 옆에 서 특임대장의 기억을 읽고 있던 마가리타가 고개를 돌린다.

"이 아저씨 제법 아는 게 많네. 녀석은 어때?"

"이쪽도. 다만 유품이나 밀리언이 없군. 근처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축 늘어진 연구소장을 멀찍이 내던지고 연구기록을 챙긴다. 여러 정령들이 움직이며 총화기를 비롯한 각종 병기들을 한쪽에 쌓아두고 있고 연구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잡아다 한곳에 모아두고 있다.

"하지만 단서는 찾았지?"

"그래. 현재 한국에 있는 유품의 개수는 4개. 밀리언의 수는 11명이야. 유품 중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가진 녀석은 여기 있던 미미르. 원래는 SS급이었다는데 마음대로 써먹으려다 보니 AA급으로 격하되었고 밀리언 중 제일 높은 등급은 S급이야. EX급이 하나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사망처리 되었군. 심지어 유품조차 남기지 않고."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 기록을 완전히 신용하기는 어렵다. EX급의 밀리언은 국가의 보배라 할 만한 존재이니 몰래 빼돌린 것일 수도 있다.

"미심쩍으니 감안하고 움직이자."

"그러지. 유품이 있다 해도 병기 형태일 가능성은 높지 않겠지만."

유품의 대단한 저은 [현대 기술로 재현이 불가능한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지 출력 그 자체가 아니다. 물론 아티펙트급의 유품이라면 그 출력조차 현대 기술로 재현이 불가능할 정도지만 통제가 전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병기로서의 가치가 없겠지.

'하긴 그렇다 하더라도 유품 중 상당수가 병기 형태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건 국가들이 일부로 만든 종류가 아니라 대참사와 함께 등장하는 [재앙]형태의 유품들이다. 적아를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파괴하는 그 유품들은 하나같이 군대가 움직여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나저나 여기를 이렇게 털었으니 그 불사조는 이제 안 나오는 건가?"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아마 그 녀석을 찾은 것도 여기 있던 미미르 때문이었을 테니까."

"뭐 어쨌든, 더 이상 없으면 마무리하고 가자."

"좋지."

고개를 끄덕이고 오른손을 들어올린다. 마가리타는 두 눈을 가렸다.

키잉-!

연구소를 빠져나온다. 그리고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도착해 시간을 흐르게 만든다.

콰아앙--!

어마어마한 폭음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깝게도 미미르 하나만을 건졌을 뿐이었지만 이것만 해도 국인부로서는 어마어마한 타격인 상황. 그런데 마가리타는 찝찝한 표정이다.

"왜 그래?"

"그게........ 거참. 이렇게 쉬워도 되는 건가? 명색에 국가에서 지원하는 비밀기지인데. 예전에는 저 망할 놈들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별의 별 수를 다 써서 도망 다녀도 항상 위기가 턱 끝에 와 닿았단 말이야."

"그거야 그때는 미미르가 있었을 테니까."

나도 제법 모든 일에 조심하며 사는 편이기는 하지만 마가리타의 경우에는 약간 편집증적인 느낌까지 있다. 그녀를 탐내는 온갖 국가로부터 도망 다니다 보니 그런 성격이 된 것이다. 어쩌면 반대로 그런 성격이었기 때문에 온갖 국가단체들의 마수에서도 살아남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뭐, 너무 쉬워서 찝찝한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할 일을 다 했으니 별 수 없지. 뒤처리는 확실히 했어?"

"기억을 몽땅 다 흩트리고 EMP를 터트려 저장 매체 전부를 엉망으로 만들었어. 심지어 마법적인 조치까지 취했으니 어떤 수를 써도 추적이 불가능할 거야."

"만약 미미르처럼 정보 관련 유품. 그러니까 과거를 보는 유품 같이 말도 안 되는 게 튀어나오면?"

내 말에 마가리타의 표정이 진지해진다.

"맞아. 그런 경우도 상정해야......."

"상정하긴 뭘 상정해 이 헛똑똑아."

딱. 소리가 나도록 이마를 튕겨주자 마가리타의 눈이 동그래진다. 매력수치가 높아지며 회춘(?)해서일까? 아니면 단순히 익숙해져서일까? 제법 귀여운 구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 정말 어쩔~ 수 없이 정면 대결이지. 다 부숴 놓으면 그만인데. 혹 정말 상황이 꼬이면 뒤로 가면 그만이잖아?"

"아!"

내 말에 짝 소리가 나도록 손뼉을 치는 그녀의 모습에 웃는다.

"집에 가자. 완성부터 해야지."

"좋아. 내가 진짜 재미있는 작품을 보여주지!"

왠지 한결 가벼워진 표정의 그녀와 함께 정지된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그야말로 완전범죄를 끝마친 어느 날의 일이었다.

============================ 작품 후기 ============================으음. 정말 짧군요. 이것저것 잡일들이 많아 머릿속이 어지러워서 잘 써지지도 않네요;; 억지로 짜내서 한편을 만들기는 했는데;;;확실히 더러운 꼴 안 보고 살려면 충분한 돈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사람을 비굴하게 하는 것도. 비참하게 하는 것도. 앞길을 막고 한숨쉬게 하는 것도 모두 돈이죠. 확실히 더러운 꼴 안 보고 살려면 충분한 돈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사람을 비굴하게 하는 것도. 비참하게 하는 것도. 앞길을 막고 한숨쉬게 하는 것도 모두 돈이죠. 아버지의 왜소한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네요....... 이런 날이 하루 이틀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더러운 꼴 안 보고 살려면 충분한 돈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사람을 비굴하게 하는 것도. 비참하게 하는 것도. 앞길을 막고 한숨쉬게 하는 것도 모두 돈이죠. 아버지의 왜소한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네요....... 이런 날이 하루 이틀은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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