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장. 예상 외로 고난이 없다. -- >
[저, 저기 주인님.]
"왜?"
[죄송해요. 이 호수........ 신격(神格)이 너무 높아서 건들 수 없어요.]
"뭐?"
전혀 상상치 못한 단어에 당황한다. 신격이라니? 애초에 네버랜드의 [세계관]은 그 외부와 전혀 연관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네버랜드를 구성하는 기본 힘과 미미르를 구성하는 기본 힘이 동일해 그런 착각을 일으키는 것일까?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아주........ 아주 거대한......... 짐작조차 안 가는 신격이에요. 이 연못은 뭐죠? 천신과 마신의 신물인가요?]
"글쎄. 아마 신물이어도......... 다른 신이겠지."
일단 아쿠아를 돌려보낸다. 그녀를 남겨봐야 의미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 그러나 당연하게도 이걸 옮기는 게 불가능하다거나 할 리는 없다. 실제로 우리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옮겨졌던 과거가 있지 않은가?
"국인부 녀석들은 어떻게 했는지 알아야겠군."
사이코 메트리로 확인했던 영상을 재확인한다. 그리고 녀석들의 방식을 볼 수 있었다.
'애초에 물을 빼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군.'
영상을 따라 근처 pc로 다가가 시스템을 작동시키자 그 즉시 쿠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미미르의 물이 빠지더니 준비된 물통에 가득히 차기 시작한다. 가만히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마가리타는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가져가려고?"
"정보는 우리에게도 필요하니까. 이용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미미르는 1000리터가 가뿐히 넘었지만 업적관에서 충분한 인벤토리 구입한 나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나에게는 무한의 저장소까지 있다. EX스킬 지고의 연금에 달려 있던 바로 그 스킬이 레전드 스킬 창조의 극의에도 달려 있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거의 무한에 가까운 공간을 만들 수 있던 네버랜드와 다르게 여기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거지.'
무한의 저장소는 최대마나 1000테라 당 1*1*1미터씩 커지고 한계중량이 10킬로그램씩 늘어나는 인벤토리. 그런데 문제는 네버랜드 속에서야 1조 테라의 마나로 스킬명 그대로 [무한]의 공간이 있었다면 지금은 소유 마나가 고작 7만 테라에 불과한 지금은 그 한계가 명확한 것이다.
다만 같은 이름의 보조 스킬이라 해도 레전드 스킬에 달려있는 만큼 5*5*5미터의 기본공간에 1톤의 기본 한계중량을 가지고 있다. 1000리터 정도는 하등의 문제가 않....... 키잉!!
"이런."
인벤토리가 강제로 닫혀 버리는 상황에 쓰게 웃는다. 분명히 미미르가 [물]의 카테고리에 속하고 있음에도 물의 정령이 간섭하지 못했듯 인벤토리 역시 미미르를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유저들이 받은 능력보다 이 녀석의 힘이 상위인 모양인데?"
"온전한 하나의 힘인가......."
내가 아무리 네버랜드 안에서 신적인 존재라 하더라도 현실에서 보면 결국 네버랜드가 부여한 힘의 수혜자일 뿐.
물론 네버랜드는 유저를 훈련시키고 깨달음을 얻게 함으로서 적은 힘으로 상상 이상의 능력을 가지게 하는데 성공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절대적인 힘의 차이는 별 수 없다.
"헤에. 너랑 파티하면서 무서울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방심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이러다 병기형 유품 만나서 한방에 훅 가는 거 아냐? 능력자체가 통하지 않으면 답이 없는데. 말이지"
마가리타의 걱정은 제법 일리가 있었지만 예전에 난 주먹질 한방으로 미미르에 크나큰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즉 특수한 효과에는 저항하지만 정작 물리력에는 취약하단 말이다.
"물론 유품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약점을 남겨둔다는 말인가? 하긴 그러지 않으면 돌발 상황이 일어났을 때 통제가 불가능할 테니."
그러나 그렇다 해도 조심하는 게 좋다. 한국에 이렇게 마음대로 이용하는 유품이 있다는 건 다른 나라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니까.
물론 그 유품들이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유품이 가지는 힘은 밀리언의 능력에 따라 정해지며 밀리언의 능력은 랜덤에 가까우니까. 그 어떤 나라도 자기가 원하는 효과의 밀리언을 얻을 수는 없다. 그저 밀리언을 얻고, 그 밀리언을 활용할 방안을 찾는 쪽인 것이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이걸 들고 갈 수도 없고."
마가리타의 말에 어깨를 으쓱인다.
"못 들고 갈 것도 없지."
"어라? 물론 네 마나 회복력은 대단하지만 정지된 시간 속에서 이런 걸 옮기면 징계가."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알 수 있었던 만큼 가볍게 말을 자른다.
"시간정지도 필요 없어. 우리는 당당히 나갈 거니까."
"........ 아하."
이제야 내 생각을 깨달은 마가리타가 웃는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이런 곳을 털면소득이 상당하겠네. 어쩌면 고급 정보나 장비를 얻을지도 모르고."
타타탓탓....... 그때 멀찍이에서 부터 군홧발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가 시간정지를 해제한지 3분이 넘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느껴지는 유품은?"
상당히 넓고 정확한 마나감지능력을 가지고 있는 마가리타에게 묻자 그녀가 고개를 흔든다.
"전혀 없어. 기껏해야 억제기 정도."
"그럼 아무문제 없겠네. 가자."
거기까지 말한 순간 철컹. 하는 소리와 함께 강철문이 슬쩍 열리고 그 틈으로 뭔가 동그랗고 파란빛을 내는 물건이 연구실 안으로 굴러들어왔다.
펑!
최루탄이었던 듯 자욱한 연기가 연구실을 가득히 채운다. 당연히 우리에게 통할 리 없는 하찮은 공격이지만 얌전히 기다려줄 이유가 없었다.
<순발력(200)보정! 2000배의 신경가속!><무신의 시간이 발동합니다! 신경가속이 2000배->10000배로 증폭됩니다!><무신의 시간이 가동합니다! 가속된 신경속도에 맞춰 움직임이 가속됩니다!><무신의 시간이 가동합니다! 신경 가속 속도가 사용자 설정에 따라 자유 변환됩니다!>시간가속과 함께 문틈 사이로 뛰쳐나가자 일반적인 군인들과 전혀 다른 형태의 특수 장비를 걸친 군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마치 정지된 시간 속에 있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물론 정말 시간이 정지된 것은 아니기에 자세히 보면 굼벵이보다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웃차."
맨 앞에 있는 녀석의 소총을 빼앗고 가볍게 걷어찬다. 뒤에 있는 녀석은 로우킥으로 종아리를 차주고 그 뒤의 녀석은 가볍게 떠민다.
'아, 그러고 보니 가속보정 대상에 총화기도 들어가나?'
문득 든 호기심에 뒤에 일렬로 서 있는 녀석들에게 자동소총을 드르륵 갈긴다. 어차피 다들 방탄복을 입었기에 죽지는 않을 것이다.
"쳇. 역시."
허공에 떠 둥실둥실 날아가는 총알들을 보며 실망한다. 총알들은 정말 느렸다. 내 체감 시간으로 확인해 보니 대충 1초에 10센티씩 나아가고 있을 정도인 것이다.
'생각해 보면 지금이 1만 배 가속이니 탄속이 초속 1킬로미터에 가깝다는 말이군.'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 현재 속도는 초속은 0.1미터. 일반인도 안 맞을 정도이니 오러스킬까지 가진 나에게는 장난 같은 속도다. 차라리 딱밤이 더 강하겠다.
"더럽게 느리네."
투덜거리며 주변에 있던 모든 녀석들을 꼼꼼히 한대씩 쳤다. 1만 배의 가속상태에서는 대충 쳐도 피떡이 되기 때문에 힘 배분이 중요하다. 퍼버벅. 쾅! 빠박!
"크아악!"
"컥!?"
가속이 풀리자 모두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튕겨나가거나 주저앉는 게 보인다. 힘 조절을 했기에 죽은 사람은 없지만 마냥 봐준 것도 아니어서 죄다 행동불능이다.
"윈디. 속옷빼고 녀석들이 걸치고 들고 있던 거 다 걷어와."
[네 주인님!]바람이 몰아닥쳐 쓰러져 있던 병사들을 단박에 무장해제 시킨다. 나는 각종 총화기와 폭약들 중 쓸 만한 것들만 인벤토리로 쓸어 담으며 두께가 1미터가 넘는 강철문을 잡았다.
"좋은 합금이네. 지하기지 완성에 쓸 수 있겠다."
끼이이이이!! 쩌엉!
두께가 두께라는 건지 제법 시끄럽게 떨어져 나간다.
"미, 미친!? 어, 어떻게 저런......!"
"음? 소리를 칠 수 있을 정도로 멀쩡한 녀석이........ 아, 총 맞은 녀석이군."
내 주먹에 맞은 녀석들은 대부분 혼절하거나 고개조차 함부로 못 움직일 정도로 타격을 받았지만 겨우(?)총을 맞은 녀석은 제법 쌩쌩하다. 기껏해야 갈비뼈에 금 좀 간 정도겠지.
"그래. 지금 거기 쓰러진 당신. 관등성명이 뭐요?"
"큭! 네놈은 뭔데 개소........ 크윽! 제 27특임여단 김영일 상사입니다."
당연히 대답하지 않으려 했지만유품의 보호 없이 호루스의 눈에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던 만큼 이런저런 정보들을 토설한다. 그는 그리 높은 위치에 있지 않았기에 많은 것을 알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아랫사람이기에 알만 한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투웅-!
그때 위쪽에서 기묘한 마력 파장이 퍼져 나온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 출처는 마가리타일 것이다.
"비밀기지 제압. 어때요. 참 쉽죠?"
개드립을 치면서 몸을 일으킨다. 미리 여러 가지 수단을 사용해 외부와 연락할 수 없게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만약을 대비해 좀 바삐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작품 후기 ============================주인공을 엿먹일 수 있는 건 유품 뿐이지만 사실 주인공이 너무너무 조심하고 있는 거지 유품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국가는 없습니다. 만약 그랬으면 고작(?)시간정지 능력 하나 가지고 있는 마가리타가 그렇게 오래 도망다닐 수 있을 리 없죠.
지훈도 그렇고 마가리타도 그렇고 쓸데없이 머리가 좋으면 잡생각이 많아서 문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