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장. 예상 외로 고난이 없다. -- >
기이잉-! 철컹! 뚝딱뚝딱!
[거기! 거기 더 왼쪽으로 깎아내!][야 거기 지하수니까 수도관 연결해야 하는 거 알지?]내 주변에는 내 모습과 닮은 1미터 남짓한 덩치의 금속 가디언 108개체가 미리 준비 해 온 재료들로 온갖 가구들과 생활물품들을 제작하고 있었다. 작은 체구지만 근력이 60포인트가 넘어 어지간한 천하장사보다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
이 가디언들이야말로 내가 맨 처음 만들어낸 수호의 신상. 내가 네버랜드에서 만든 신상들이 레전드 급의 힘을 발휘할 수 있듯 이 녀석들 역시 일단 기동시키면 가디언이 되어 이지를 가지고 내가 내리는 명령을 따르게 된다.
"이걸로 결계 구축을 위한 가디언들은 다 만들었군. 하지만 겨우 12시간 만에 S급 가디언을 108개나 만들 수 있다니........ 괜히 나가 싸우느라 위기를 자초하지 말고 이것들로 군대를 만들어 볼까?"
무심코 중얼거렸다가 그 설득력에 깜짝 놀란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녀석들은 한명 한명이 완전무장한 특공대보다 더 강력한 무력을 자랑하며 그 외에도 온갖 마법적인 능력들을 가지고 있다. 일정 공간에 결계를 만들 수 있는 건 물론이고 공격 마법도 사용하며 주변 지형을 제어하고 물품까지 제작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그때 가디언들 중 하나가 손을 들고 다가왔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 뭐지?"
[저 배터리가 10%밖에 안 남았지 말입니다.]뭔가 이상한 말투였지만 그 말투보다 내용에 놀란다.
"배터리?"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만드는 물품들은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가지며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 대자연의 마나를 흡수해 회복한다. 그 스스로 영구히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네 주인님. 이대로라면 1시간 이내에 기능이 정지되지 말입니다.]
"으음....... 이거 아무래도."
"꺄악!?"
"엉?"
난데없는 비명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린다. 그 목소리는 우선적으로 만들어 놓은 침실에 재워 놓았던 마가리타의 것이었다.
"무슨 일이야?"
단번에 침실까지 이동하자 가디언들이 가져다 놓은 거울 앞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마가리타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는 나를 돌아보더니 소리쳤다.
"내, 내가 젊어졌어!"
"젊어지고 어려지고 뭐 그런 개념이 아냐. 그냥 피부가 좀 깨끗해지고 머리카락에 윤기가 돌고 전체적으로 모든 주름이 사라졌을 뿐이지."
예전에는 행위 한 번에 여성의 육체와 미모를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스텟을 조정하고 마나를 부여하는데 최대 10번 이상의 행위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조화령이 초월경에 오르면서 그 모든 제약이 사라졌다. 나는 단 한 번의 행위만으로 상대방의 스텟을 무려 5개나 내 스텟의 절반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심지어 예전과 다르게 그 스텟을 고르는 건 누구도 아닌 바로 나. 마법적성이나 지능 같은 걸 올려줄 수도 있었지만 일단은 매력을 올려 준 것이다.
"그, 그게 젊어진 거 아닌가?"
"아니지. 예뻐진 거지. 아유, 예쁜 우리 꼬맹이."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자 새빨개진 얼굴로 물러선다. 그녀가 강대한 정신력을 가진 건 사실이지만 나와 행위를 하고 나서 아무렇지 않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벼, 변태 같은 소리 하지 마 이 늙은이야!"
"늙은이라고 하지 마. 듣는 늙은이 상처 받아. 게다가 겉모습은 여전히 네가 연상이라는 걸 잊지 마시지?"
마가리타는 원래부터 상당한 미녀였지만 매력 포인트가 단번에 100포인트까지 올라가 한층 더 화려한 미모를 지니게 되었다. 무엇보다 약간씩 있던 주름이 모조리 사라지고 피부에 윤기가 돌면서 겉으로 보이는 나이대가 훨씬 줄어 20대 초중반으로 보일 정도다.
'다만 어려 보일 외모는 절대 아니란 말이지.'
다이너마이트한 몸매도 몸매지만 도도한 눈매나 날카로운 이목구비는 절대 어린 여자의 그것이 아니다. 전형적인 차도녀 스타일인데 백인이기까지 하니 뉴욕에서 양복 입고 커피 마시고 있으면 딱 그림이 될 것 같다.
"흠~ 흠~ 후후. 와 좋다. 이제 페이탈보다 내가 예쁠 것 같은데? 피부 윤기 도는 것 좀 봐........"
그야말로 신나서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다. 마법에 미쳐야만 오를 수 있는 게 대마법사의 경지지만 그럼에도 여자라는 것일까.
그런데 한참 거울을 보고 있던 마가리타가 말한다.
"그러고 보니 너랑 닮은 꼬맹이들이 뛰어다니던데. 직접 만든 거야?"
"당연하지. 여기를 지킬 가디언 겸 여러 가지 작업을 하는데 필요하거든."
내 말에 마가리타가 부산하게 움직이는 가디언들을 바라보더니 한숨 쉰다.
"하지만 거지같은 마나제한이 있는데 저런 높은 등급의 물품을 만들다니........"
"초월지경이니까."
"으....... 전계열 그랜드 마스터라니 개사기다. 이번에는 아크란 놈도 압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녀석을 보게 되다니."
그녀의 말에 시간을 돌리기 전 내 사지를 잘랐던 사내를 떠올린다. 그는 첫 번째 마스터이자 언리미티드에 협조해 다른 마스터들을 사로잡던 존재.
"아크란에 대해 얼마나 알지?"
"뭐 몇 번이고 충돌했었으니 대충. 검을 귀신같이 다루는데 비해 등신 변태에 고자 같은 놈이지."
뭔가 악의 가득한 목소리를 보니 악연이 있는 모양이었지만 굳이 캐묻지 않고 반문한다.
"능력은?"
"능력은........ 제법이야. 밀리언도 아닌데다 재능도 그저 그래 보이는데 네버랜드가 클로즈 베타 때부터 시작해 동대륙에서 검왕의 자리에 올랐었어. 지금은 전생해서 서대륙에 있고."
"초월지경에는 올랐어?"
내 물음에 마가리타가 고개를 흔든다.
"아직은 아니고....... 곧 오르게 될 거야. 전에 불사조가 나타나기 하루 전에도 날 찾아왔었는데 보니 그랜드 마스터이더라고."
즉 그녀는 그가 밀리언도 아니면서 초월지경에 도달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 다만 전신 치우의 성장스킬은 물론 고유스킬까지 내가 가지고 있으니 레전드 스킬을 얻으려면 동대륙에 가야 하리라.
[주인님! 배터리 5%이지 말입니다.]
"오! 과연 이지를 가진 마법물품을 만들면 잔여 에너지의 양을 자기 입으로 말하는구나."
"잔여 에너지?"
가디언 1호를 본 마가리타의 말에 의문을 표하자 그녀가 어깨를 으쓱인다.
"저런 상위 장비는 제작해 본 적이 없지만 마법물품들은 활동하는데 에너지가 필요하거든. 시간이 지나면 방전돼서 활동이 종료되지."
"하지만 네버랜드에서는 반영구적인 녀석들인데?"
"그거야 네버랜드에는 마나로 충분하다는 [설정]이 있으니까. 현실에는 마나가 없어. 너나 나나 쓰고 있는 마나는 전부 네버랜드라는 유품에서 지원받는 거라고."
밀리언들이 능력을 사용하면 징계를 받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옳지 않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기 때문. 마나를 지니지 않고 이능을 발휘하는 건 마치 탈 물질도 없는데 불길이 일어나는 것처럼 [법칙]을 위배하여 벌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징계를 안 받는 건 네버랜드가 지원하는 마나가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지........"
이 세계의 인간은 마나를 획득할 수 없다. 그러나 밀리언이 만들어낸 유품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마나를 창조해 기적을 발현하는 게 가능. 지금 내가 가진 마나는 대자연의 힘 같은 게 아니라 바로 네버랜드에서 전해진 것이라는 뜻이다.
"대신 충전은 가능해."
"호오? 전기 에너지로?"
"가장 편한 건 그냥 네 마나를 집어넣는 거지만 그것도 가능하지."
"호오......."
그녀의 말에 가디언 녀석을 바라본다. 이런저런 일로 활동하긴 했지만 고작 12시간 만에 정지된다는 건 상시 결계를 유지해야 하는 원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지하기지 확장 공사를 하기 위해서도 녀석들은 계속 움직여야 하는데.........
"전기를 끌어와야겠군."
"그건 내가 해 줄게. 이미 한번 경험도 있고. 이왕 이렇게 된거........ 여기 키우자."
"음?"
뜻밖의 말에 고개를 돌리자 마가리타가 말한다.
"지금까지 도망 다니느라 고생했는데 지하기지 완전 마음에 든다! 사실 네버랜드 접속 할 때마다 불안해서 게임을 못할 지경이었다고!"
"그, 그럼 지금까지는 어떻게 게임을 한 건데?"
"음? 그거야 억제기 차고 하면 되지."
"!"
그야말로 충격이다. 아니 그런 방법이! 생각해 보면 쌍생으로 상시 접속상태인 내가 억제기를 차도 해제되지 않는다는 건 네버랜드 안이 전혀 별개의 공간으로 인식된다는 뜻이다.
"아아 그렇군....... 네버랜드는 EX급. 아니 어쩌면 레전드급의 유품이라 억제기의 힘으로는 막을 수가 없어."
그나마 현실의 육체는 네버랜드에게 [할당]받은 일부의 힘이라 어느 정도 억제가 가능하지만 네버랜드 그 자체에는 간섭할 방법이 없다. 심지어 이 억제기는 그 하나가 완전한 유품도 아니라 어디엔가 존재하는 유품이 생산해낸 물질로 성립되는 거니 유저랑 별로 다를 것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물리적인 조사나 위치를 찾아내는 유품 앞에서는 별 수 없어서 위험해. 게다가 그 불새가 나오기 한 일주일 전부터는 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 귀신같이 찾아오는 바람에 접속도 제대로 못했지."
'미미르군.'
나는 국인부의 지하에 위치하고 있던 지혜의 샘을 떠올렸다. 꽤나 높은 등급의 유품 같은데도 그들이 별 페널티 없이 사용하고 있던 미미르는 세계의 모든 지식을 가지고 물음에 답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는 아버지 피난처로만 쓸 생각이었지만........ 그것도 괜찮겠군."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같은 입장이라면 동료를 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좋아. 그럼 바로 작업 시작할 테니 몇 가지만 도와줘. 여기까지 땅을 판 힘이라면 충분."
"하지만 그 전에."
"음?"
내가 자신의 말을 자르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불과 어제만 해도 싸웠던 상대지만 단 하룻밤 만에 제법 친해진 기분이 드는 상황. 그리고 시간정지 능력을 가진 그녀가 나와 친해졌다면 더 망설일 이유가 없다.
"실험삼아 몇 군데 부수고 시작하자."
============================ 작품 후기 ============================인간 재해의 등장(..............)어차피 아무도 우리를 막지 못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