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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걷는자 캔슬러-228화 (228/283)

< --22장. 대마법사 마가리타 페소츠카.

-- >

"항복! 항복! 협상하자 응?"

그 도도한 눈에 눈물까지 글썽이는 모습에 피식 웃는다. 그러고 보니 그녀가 말했었다.

'내가 우위에 있을 때 시작하는 게 바로 협상의 기본인 거 몰라?'

"맞는 말이야."

"으. 제길.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자신이 처한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듯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하긴 초월지경에 올라 네버랜드 안에서도 최강의 영역에 속하는 힘을 얻었음은 물론 현실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지게 될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뭐, 사실 나도 네 힘에는 꽤 관심이 많아. 시간정지라........ 쓸 데가 많은 힘이야."

"흥. 그래봐야 시간회귀만 할........ 아니 잠깐."

순간 뭐에 생각이 미친 건지 마가리타가 멈칫한다.

"너....... 지금 몇 살이야?"

"글쎄 몇 살일까?"

살짝 질린 표정의 그녀를 보며 어깨를 으쓱인다. 아닌 게 아니라 나는 지금까지 무수하게 많은 타임슬립을 했다. 물론 그 타임슬립은 모조리 네버랜드를 시작한 이후에 집중되어 있지만 네버랜드 속에서 마나로 타임슬립이 가능하게 되면서. 또한 세이프티 존을 세이브 존으로 이용하면서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시간을 경험한 것이다. 심지어 네버랜드는 현실보다 12배나 빠른 시간이 흐르지 않던가?

"무시무시하군. 어떻게 이런 괴물일 수 있나 했더니........ 요번 타임슬립 한 것처럼 몇 번이고 되돌렸군. 나도 정지된 시간 속에서 경험한 시간이 꽤 길지만 너랑은 상대가 안 되는 거야."

"아, 그러고 보니 너도 남는 시간이 꽤 있겠군. 그런데....... 시간 정지면 육체는 계속 나이를 먹게 되잖아?"

내 경우에는 타임슬립을 발동하는 그 순간 내 육체의 시간도 뒤로 돌아가기 때문에 경험하는 시간이 아무리 길다 해도 내 나이는 동일하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수천 년의 삶을 사는 것조차 가능한 것이다.

"시, 시끄러워. 별 수 없잖아."

"아니 잠깐......... 너 몇 살이야? 경험한 시간 말고 현실 기준으로."

"....... 열아홉."

"뭐? 푸훗!"

황당해 헛웃음 짓는다. 왜냐하면 내 기억에 마가리타의 외모는 20대 후반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그녀는 금발의 미녀로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네버랜드의 아바타인 [페이탈]의 외모이지 현실의 외모가 아니다.

"뭐, 뭐가 웃겨!?"

"아, 아니. 큭큭큭. 당연히 연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시끄러워! 시간정지를 걸어도 내 몸의 시간은 흘러버리니 어쩔 수 없었다고! 그러는 너야말로 수십 수백 년은 살아온 요괴인 주제에 나보고 늙었다는 거야?"

그야말로 역린이었던 듯 발끈하며 버둥거린다. 그러나 이미 그녀의 가느다란 목은 내 손아귀에 단단히 잡혀있는데다 내 육체 역시 너무 단단해 별 소용없는 몸부림이었다.

"늙었다고까지는 말하지 않았는데....... 후후 뭐 좋아. 영계라면 더더욱 나쁠 거 없지."

"뭐? 영계? 너 무슨 소리를........ 꺅?"

의아해하는 마가리타의 치마를 걷어 올린다. 그녀는 중화풍의 전신 옷. 흔히 차이나 드레스라 불리는 복장을 하고 있었기에 비단으로 만들어진 치마를 슬쩍 미는 것만으로 눈부신 두 다리와 하얀색의 속옷이 눈에 들어온다.

"흐음 매력 수치가 상당한 모양인데. 가슴도 제법 괜찮고."

"너 이 녀석........ 뭐 하는 거야? 내가 아무리 제압되었다지만 강간을 당할 정도로 만만해 보여?"

하반신이 훤히 들어났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눈살을 찌푸린다. 이런 상황이 되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되레 살기를 뿜어내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요번에는 유품으로 협박을 안 하는군?"

"내가 바보로 보여? 예전에야 네 능력을 몰랐지만 타임슬립 능력에 심지어 내 시간대에 들어올 수 있다는 걸 알았는데 헛된 협박을 해 봐야 뭐해?"

맞는 말이다. 유품은 그 어떤 유저라도 [구현]이라는 형태로 동일하게 완성되지만 그 유품이 가지는 능력은 어디까지나 밀리언이 가지고 있던 능력을 기반으로 하니까.

즉. 그녀의 유품으로는 나를 해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시간정지는 공격능력이 아니니....... 유품 그 자체로 주변 사람들을 해치려 한다면 아마 그녀의 [설정]은 [시간의 괴리]일 것이다.

즉 사람을 기준으로 할 때

'피의 시간이 멈춘다.'

정도만 해도 살아남을 사람이 없다. 범위를 넓게 하면 그야말로 대량학살조차 가능한 것이다.

때문에 과거 나는 그녀의 유품을 경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난 그녀의 능력에서 자유롭다는 확신만 강해졌다. 요컨대 시간 정지 구간에 들어갈 수 있다면 그녀의 능력에서 자유롭다는 말이 아닌가? 당연한 말이지만 먼저 타임슬립을 했다가 유품이 겹치면 같이 과거로 갈 테니 거리를 벌리는 게 우선이겠지만 말이다.

"만만해 보는 건 아냐. 이렇게 제압되었더라도 넌 대마법사니까."

그렇다. 그녀는 나처럼 꼼수를 써서 마법을 깨우친 게 아니라 정말 천재적인 지능과 마나 제어능력으로 대마법사의 경지에 올라선 자이다. 즉 이렇게 그녀를 제압하고 있더라도...... 미끌!

파앗!

순간 내 손아귀에 단단히 잡혀 있던 그녀의 목이 마치 비누칠이라도 한 것처럼 미끄러져 빠져나간다. 그녀가 내 손의 마찰력을 0으로 만들어 버린 것. 주문조차 외우지 않은 퀵스펠이었기에 주문파쇄를 사용할 틈도 없었다. 팟!

삽시간에 공간을 뛰어넘어 나와 3미터 이상 거리를 벌린다.

"흥. 완전히 날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야. 궁극마법만 쓸 수 있으면 그깟 면역도 문제는 아닌데......."

세계의 이치를 깨달아 완성하는 궁극마법은 속성 면역을 관통한다. 그러나 6만 테라의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나조차 강기나 궁극마법 구현은 꿈도 못 꾸니 그녀 역시 같은 상황일 것이다.

"흠. 설마 이대로 도망가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 흥. 어차피 시간을 돌려서 내가 오자마자 제압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어차피 내 입장에서는 네가 시간을 돌리는지 안 돌리는지 인지 안 하고 살았."

"아니아니. 그런 말이 아닌데."

말과 동시에 한 걸음 내딛는다. 동시에 벼락처럼 그녀에게 다가가 다시 목을 틀어잡는다.

"큭! 무슨?"

"미안하지만......... 상황은 압도적인 게 맞아."

일단 시야 안에 들어온 이상 나에게 달아나는 건 불가능하다. 200의 순발력에 의해. 더해 무신의 투혼 스킬에 의해 무려 10000배로

가속되는 시간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나는 거의 정지된 것처럼 그녀의 모든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정지는 물론 사기적인 능력이지만........ 시간과 시간이 충돌하는 이상 내 앞에서 사용하는 건 불가능이다. 멀리서 사용해 다가와 기습하는 걸 막아낼 수는 없지만 내 앞에서 도망치지 못하게 막는 것쯤이야 간단하다.

미끌!

순간 다시 그녀의 몸에 가해지는 모든 마찰력이 0으로 수렴하며 손에서 미끄러진다. 그러나 한 번 당한 수에 다시 당할 정도로 난 바보가 아니었다.

<순발력(200)보정! 2000배의 신경가속!><무신의 시간이 발동합니다! 신경가속이 2000배->10000배로 증폭됩니다!><무신의 시간이 가동합니다! 가속된 신경속도에 맞춰 움직임이 가속됩니다!><무신의 시간이 가동합니다! 신경 가속 속도가 사용자 설정에 따라 자유 변환됩니다!>마가리타를 본다. 지금 그녀는 내 손아귀에서 미끄러져 반쯤 벗어난 상태였다.

"파쇄."

<보조스킬 주문쐐기가 발동했습니다! 상대방의 주문이 깨져나갑니다!>아무리 한순간 발동한다 해도 가속된 시간 속에 들어가면 주문을 깨는 것쯤이야 간단하다. 블링크처럼 이미 효과가 발동해 버리는 효과라면 또 모르겠지만 그리스처럼 아주 짧은 시간이나마 유지시켜야 하는 주문이면 더욱 그렇다.

<보조스킬 주문쐐기를 상대가 해체했습니다! 상대방의 주문이 저항합니다!>미끌!

그런데 놀랍게도, 깨져나가던 그리스 주문이 다시 이어지더니 그녀를 놓쳤다. 이번만큼은 나도 깜짝 놀라 입을 벌린다.

'와. 이런 말도 안 되는 마나 컨트롤이라니.'

물론 그녀 역시 자신을 가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가속은 '겨우' 100배 밖에 안 된다. 과거 125의 스텟을 가지고 있을 때 보조스킬 신경가속에 스텟효과. 시간의 지배자 효과가 90배였다는 걸 생각하면 이것도 대단한 수준이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굼벵이 같은 수준.

그러나........ 나보다 100배나 느린 그녀가 주문쐐기에 반응한다는 건 정말 무시무시한 일이다. 그냥 주문을 영창하는 것도 아니고 깨진 주문을 복구한다는 건 그녀가 그야말로 마법의 조종(祖宗)이라 불릴만한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이었다.

'더욱 더 탐나는군.'

나는 한 발짝 내디뎌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목을 잡았다.

키잉! 팡! 미끌! 키잉! 팡! 미끌!

치열한 접전이 반복되었다. 내가 그녀의 목을 잡은 후 주문쐐기를 발동하면 그녀가 복구하고, 다시 걸면 다시 복구했다. 주문이 완성되고 깨져나가기를 반복할 때마다 한 발짝씩 이동해, 어느새 그녀는 산장의 벽에 등을 맞대고 말았다.

"허억....... 허억........ 세상에. 나, 나랑 주문 싸움을 할 수 있는 녀석이 있다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사실 내 마나 제어 능력은 그녀에게 미치지 못한다. 내가 순수 실력으로 올라선 초월지경은 오직 색공뿐이니까.

'보조스킬이라는 걸 말하면....... 화내겠지.'

그러나 그렇다고 보조스킬이 훨씬 더 유리하냐면 그건 아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마나 자체를 제어하고 주문을 구성하기에 마나 소모가 적지만 나처럼 보조스킬을 빵빵 쏴대면 마나가 에누리 없이 팍팍 달며 어느 보조스킬이건 절대 짧지 않은 쿨타임에 걸려 스킬이 끊기기 마련이니까.

'근데 문제는 나한테 마나 소모량 90%감소 버프랑 쿨타임 1/100000감소 버프가 걸려 있단 말이지.'

전투 중이라 시스템이 간략화 되어 있지만 원래 주문 쐐기를 발동하면 뜨는 메시지는 이렇다.

<보조스킬 주문쐐기가 발동했습니다! 상대방의 주문이 깨져나갑니다!><신혈각성 효과 발동! 소모 마나가 2만 테라에서 2000테라로 감소됩니다.><보조스킬 쿨타임 1/1000000감소 버프가 유지 상태입니다!><쿨타임이 30분-> 0.0018초로 감소됩니다!>아프로디테의 신성 스킬이 초월지경에 오르면서 쿨타임 감소가 무려 100만분의 1까지 늘어났다. 다만 똑같은 신성력 스킬이라 그런지 오대신의 신성력 스킬들의 쿨타임 감소는 서로 중복되어 100억분의 1로 감소....... 뭐 이런 막장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것만 해도 무시무시한 일이다.

막말로 주문쐐기가 가진 30분의 쿨타임이 의미하는 것은 한 번의 전투에서 한 번만 쓰라는 뜻이다. 전쟁이 아닌 이상 어지간히 긴 전투라도 30분 이상 끄는 경우는 흔치 않으니까.

그러나 100만분의 1의 쿨타임 감소가 걸려버리면 결과는 0.0018초. 1초에 수백 번도 넘게 쓰는데 이게 난사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턱.

그리고 결국 벽에 등을 댄 마가리타의 허벅지 사이에 다리를 끼우고 몸을 밀착시킨다. 물론 이렇게 하면 그녀가 무릎으로 내 분신을 후려치는 것조차 가능하지만 그런 공격이 안 먹힌다는 건 그녀도 나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지직!

그리고 그때 그녀의 모습에 노이즈가 끼나 싶더니 금발의 페이탈에서 약간의 붉은 빛이 맴도는 흑발을 가진 20대 후반의 여인으로 변한다. 오히려 페이탈일 때보다 더 풍만한 가슴과 새하얀 피부를 가진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나를 노려보고 있다.

"마나가 떨어졌군."

"거지같이 적은 마법으로 마법전까지 펼치니 당연히...... 게다가 페이탈 상태를 유지하고만 있어도 어느 정도 소모마나가 있으니까."

나처럼 극단적이지는 않겠지만 그녀 역시 마가리타 일 때보다 페이탈일 때 강한 건 당연지사다. 일단 현실의 육체는 스텟을 올리는데 한계가 있고 마나 감응도 역시 극악할 정도로 안 좋기 때문에 스킬을 쓰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더 이상 저항 못 하겠지?"

"흥! 그러는 너는 상황이 다르다는 말이야? 5000테라의 마나를 지닌 나도 마나가 떨어졌으니 너 역시 마나가........"

"아. 잠깐 기다려봐."

사나운 눈초리로 도발하려는 마가리타의 말을 막고 마음속으로 숫자를 센다. 5. 4. 3. 2. 1........ 땡!

"뭐, 뭐야?"

상황파악을 못하고 어리둥절해 하는 그녀를 보며 웃는다.

"다찼당~♡"

"뭐, 뭐라고.......?!"

============================ 작품 후기 ============================다찼당~♡........ 정말 더러운 마나회복력이죠 뭐. 주인공 최대 마나치 올리는데 최대 걸림돌이 바로 저 마나 회복력일 정도였으니(..........)다찼당~♡........ 정말 더러운 마나회복력이죠 뭐. 주인공 최대 마나치 올리는데 최대 걸림돌이 바로 저 마나 회복력일 정도였으니(..........)다찼당~♡........ 정말 더러운 마나회복력이죠 뭐. 주인공 최대 마나치 올리는데 최대 걸림돌이 바로 저 마나 회복력일 정도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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