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227화 (227/283)

< --22장. 대마법사 마가리타 페소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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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233회에서 주인공 마나량에 대한 부분을 추가하였습니다. 그야말로 기억상실에 걸려서-_-완전 잊고 있던 내용. zjekfksqlc님 지적 감사합니다 ㅇㅅㅇ170센티미터가 넘는 훤칠한 키에 검은색 차이나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는 나. 그러니까 로안만큼이나 아름다운 금발이 인상적인 미녀다. 그녀의 한쪽 손에는 고대 갑골 문자가 가득히 쓰여 있는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부채가 들려있고 주변으로는 무시할 수 없는 기파가 뿜어지고 있다.

"마가리타........ 페소츠카?"

신음하는 나를 보며 그녀가 웃었다.

"오랜만이야 지훈."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그녀를 알고 있다. 그녀는 국인부에게 납치된 후 대대적으로 시간을 돌리기 전. 그러니까 보람과 민정의 집에 방문했던 밀리언. 나와 마찬가지로 시간이라는 상위 개념을 다루는 타임 스톱퍼(Time stopper)였다.

'시간정지 능력에 당했군........!'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리 초월적인 반사 신경을 지닌 나라도 시간을 정지시킨 후 다가와 기습한다면 막아낼 방법이 없다. 내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존재하지 않는]시간에 공격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야말로 모든 경계체계를 무시하는 어마어마한 능력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를 기억한다........ 거기에 준비까지 하고 왔다........ 그렇군. 네 녀석. 나와 함께 타임슬립 했군."

"에이. 그렇게 한 번에 핵심을 찌르면 재미없는데. 좀 놀라고 혼란에 빠지고 그래야지."

장난스럽게 투덜거리는 그녀였지만 초월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는 난 돌아보지 않고도 그녀의 눈썹이 꿈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나를 아는 척 한걸 보아 숨길 생각은 없었던 것 같지만 이렇게 대번에 눈치 채니 놀란 모양이다.

"대체 언제........ 아니 이런 건 고민할 필요도 없겠군. 그 불사조 근처에 있던 건가?"

"....... 쳇. 재미없긴. 그래 그 불사조 곁에 있었지. 휩쓸릴 것 같아서 시간정지를 걸었는데 네 시간과 내 시간이 충돌하더니 그대로 과거로 돌아가더라고. 하지만 아무리 타임슬립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렇게 멀리 돌려버릴 줄은 몰랐어."

내 두 다리에 억제기를 두 개 더 걸치면서 기가 막힌다는 듯 투덜거린다. 이미 온 몸은 완전 제압된 데다가 억제기 때문에 타임슬립도 쓸 수 없다. 그야말로 완전 제압당한 것이다.

때문에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야 이 자식아 안 돌리고 뭐해?'

그리고 나는 대답했다.

'왜? 좋은 상황인데 좀 더 두고 보자.'

나는 다시 말했다.

'자기가 관통상 입은 채 엎드린 게 아니라 이거지?'

투덜거리는 나를 살살 달랬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니 현명한 판단을 한 거니 참아. 정 상황 안 좋으면 돌릴게. 어차피 위기감도 없으면서.'

현실의 나는 타임슬립을 할 수 없다. 일단 억제기가 몸에 걸리면 밀리언은 자신의 능력을 전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억제기는 밀리언으로서의 능력은 물론 마스터로서의 능력도 완벽하게 봉인하기 때문에 이걸 하나 차는 것만으로 내 능력은 대부분 봉인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실의 나한테 한정되는 이야기라는 말이지.'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나는 네버랜드 안에도 존재하며 그 안에 있는 나는 당연히 억제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네버랜드 안에 있는 내가 시간을 돌리면 현실의 시간 역시 돌아가는 건 두말하면 입 아픈 이야기이다.

'하지만 억제기에도 한계가 있군. 억제기를 차면 쌍생도 취소되는 게 아닐까 했는데.'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되면 내 안전이 더욱 더 완벽해진다. 아니 오히려 이렇게 되면 그녀에게 내가 고마울 지경이다. 억제기가 없어 실험을 못하고 있었는데 지금 그녀가 실험을 끝내준 격이 아닌가?

"재미있군. 내가 정지된 시간 속에 들어갔을 때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긴 했지만 정말로 함께 타임슬립에 들어가는 게 가능하다니........."

과거 그녀가 나를 마주해 시간을 정지시켰을 때 반사적으로 나 역시 타임슬립을 발동하자 시간과 시간이 충돌하며 정지된 시간에 들어간 적이 있다. 내가 타임슬립을 사용할 때 과거로 돌아가는 게 나 뿐이듯 그녀 역시 타임 스톱을 사용하면 정지된 시간 속에서 움직일 수 있는 건 그녀 혼자뿐일 텐데 둘이 동시에 능력을 발동시키자 서로의 시간에 간섭하는 게 가능해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래서 결심했지. 너랑 팀을 짜기로 말이야. 솔직히 나 혼자서도 국인부를 피하는 건 일도 아니지만 타임슬립은 진짜 사기라 필요하거든."

명랑한 마가리타의 말에 헛웃음을 짓는다.

"칭찬 고맙기는 한데. 지금 이게 팀을 짜려는 태도냐?"

"어머. 내가 우위에 있을 때 시작하는 게 바로 협상의 기본인 거 몰라? 게다가 네 녀석 너무 괴물이라 나로서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그렇게 말하며 허공에 부채를 휘두르자 현묘한 영기가 주변을 휘돌더니 그대로 내 몸을 짓누른다.

"....... 뭐야 이건. 도술?"

"요번에 시간이 돌아갔을 때 마법 스킬을 얻자마자 바로 동대륙으로 넘어가 얻어낸 성과지. 마법과 도술. 그리고 사법을 통합한 덕택에."

웅-!

공간이 울리고 허공에서 회색빛 사슬이 모습을 드러내 내 몸을 칭칭 감기 시작한다. 1억분의 1의 마나 억제를 받는 현실에서 발휘한다고는 믿을 수 없는 고위마법을 사용하며 마가리타가 웃는다.

"도달하고 말았다는 말이지!"

말과 동시에 사슬이 전신을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한다. 졸려 죽여 버리려고 하는 것 보다 움직임을 억제하려는 느낌이다. 실제로 내 몸을 칭칭 감은 회색의 사슬은 이내 단단하게 굳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마법사가 된 건가."

"그래. 와. 정말 토나와........ 천재인 내가 이렇게 헤매 버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말하다 보니 옛 생각이 난 것인지 고개를 절레절래 흔드는 그의 모습에 내심 감탄한다.

'와. 설마 진짜 실력으로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르는 녀석이 있을 줄이야.'

물론 내가 쉽게 올랐다는 건 아니지만 네버랜드의 초월경은 그 난이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타임 스톱은 물론 전투에 어마어마한 메리트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던 건 그녀의 천재성 때문인 것이다.

'즉 민정이나 보람 같은 천재가 밀리언인 경우군.'

보통 사람들이 본다면 불공평하다고 버둥거릴 정도였지만 그보다 훨씬 더한 반칙으로 가득한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을 수 있었다.

"하긴 마법으로 초월경에 오르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지."

"........ 일이었지?"

뭔가 경악. 찬탄. 뭐 이런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던 마가리타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리고 그러다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묻는다.

"아! 그런데 너 그 몸뚱이에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전 속성 면역이라니! 게다가 억제기를 채우고 칼질을 해도 더럽게 튼튼할 수 있다는 건....... 사람 몸을 이런 식으로 만든다는 유품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음? 설마 나에 대해 모르고 온 거야?"

"위험하다는 거야 물론 짐작했지. 그 몸뚱이가 괴물 같은 거야 시간이 돌아가기 전에도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초월경에 오른 이상........."

"그깟 초월경 하나 도달한 거 가지고 으스대는 건 시기상조 인 것 같은데."

태연한 도발에 마가리타가 멈칫한다. 아무리 그래도 힘겹게 올라선 경지를 폄하하자 화가 난 모양이다.

"너......... 아무리 내가 포섭하러 왔다 해도 너무 태연한 거 아니야?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인데 넌 지금 완전히 잡혔어.

심연의 말뚝이 몸을 관통하고 있으니 죽이려고 하면 언제든지 손을 쓸 수 있다고."

그녀의 말대로 내 몸을 관통하고 있는 나뭇가지에서는 심상치 않은 힘이 담겨 있다. 유품까지는 아니어도 유품에 관련된 물건인 것 같았다. 어쩌면 그녀가 긴 시간을 들여 만든 마법물품일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두려움 따위는 없다.

"아, 이 나무쪼가리 말인가?"

"나무 쪼가리? 너........ 엇!?"

기가 막혀 내 몸에 박아 넣었던 대못. 아니, 말뚝 위에 발을 올리는 그녀였지만 이내 말뚝의 상황을 깨닫고 신음한다.

퐁!

내 등 쪽 근육이 마치 씹던 껌을 뱉어내듯 몸을 관통해 박혀 있던 말뚝을 몸 밖으로 배출한다. 마가리타는 신음하며 부채를 들었다.

"무슨!? 억제기에 묶인 이상 모든 권능과 스킬이 봉인되는데!?"

"그러나 스텟까지 봉인 되는 건 아니지."

"뭐 스텟?! 자, 잠깐 이게 순수 재생력으로 하는 짓이라고?"

"재생력뿐이........ 아니지!"

끼이이익-!

몸을 일으키며 전신 근육에 힘을 주자 몸을 칭칭 감싸고 있던 사슬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급급여율령(急急如律令)! 억죄어 짓눌러라 심연(深淵)! 공허여 모든 것을 베어라! 보이드 블레이드(Void blade)!"

공간이 갈라지고 살벌한 기운이 육체를 잠식해 들어오기 시작한다.

<심연의 말뚝이 기동합니다! 말뚝에 상처 입었던 자리가 공허와 연결됩니다!><권능. 불굴의 투지가 발동합니다! 심연이 짓눌립니다!><공허의 칼날이 기력을 소멸시킵니다!!><권능. 영구기관이 유지중입니다! 하찮은 손실입니다!>떠오르는 텍스트를 무심히 지나치며 몸을 일으킨다. 회색의 사슬들이 마구 일어서며 몸을 억죄려고 했지만 모조리 끊어버리고 앞으로 돌진한다.

"너, 넘어라! 내가 가지 못할 곳은......."

마가리타가 벼락처럼 달려드는 내 모습에 기겁하며 텔레포트 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어림없었다.

"파쇄!"

<보조스킬 주문쐐기가 발동했습니다! 상대방의 주문이 깨져나갑니다!>

"윽? 뭐, 뭐야? 말 한마디로 내 주문을 깨?"

레전드스킬 팬타그램에 달려있는 만큼 그 효과만큼은 사기급인 파쇄에 황망해하는 마가리타의 목을 움켜쥔다. 내 근력은 한손으로 강화 합금을 짓뭉개는 수준. 과연 내 손아귀의 힘을 깨달은 마가리타의 얼굴이 사색으로 물든다.

"잘 가라."

차갑게 말하자 마가리타가 마구 손을 흔든다.

"자, 자, 잠깐만! 잠깐! 지, 진짜 죽이려고? 정말? 나 정말 고생고생하다 이제 막 대마법사인데?"

"내가 알바 아니지."

망설이지 않고 손에 힘을 주자 마가리타가 기겁해 내 몸을 발로 찬다. 그러나 포탄을 맞아도 멀쩡할 몸이 그녀의 발길질로 꿈쩍할 리가 없지 않은가?

과연 천재라는 것인지 그 사실을 금세 깨달은 마가리타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소리친다.

"항복! 항복! 협상하자 응?"

그 도도한 눈에 눈물까지 글썽이는 모습에 피식 웃는다. 그러고 보니 그녀가 말했었다.

'내가 우위에 있을 때 시작하는 게 바로 협상의 기본인 거 몰라?'

그녀의 말을 떠올리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맞는 말이야."

============================ 작품 후기 ============================에이 라이벌은 무슨. 생각해 보니 주인공을 너무 강하게 해서 라이벌 되는게 불가능 -_-사실 이 라이벌 설정이라는 것도 주인공을 올 그랜드 마스터로 하기 전에 세운거라 지금 와서는 상황이 맞지 않음.

타임스톱이 사기라 기습에는 강하지만 그 외적 요소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먼치킨이니;; 물론 마가리타에게 유품 하나 쥐어주면 팽팽한 상황도 가능하지만 괜히 복잡해 질 것 같은 예감도 들고....... 그냥 갑의 입장에서 시작하죠;;; 주인공을 너무 강하게 해서 오히려 대등한 입장이 설득력이 떨어짐 ㅠㅠ그랜드 마스터로 하기 전에 세운거라 지금 와서는 상황이 맞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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