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224화 (224/283)

< --22장. 대마법사 마가리타 페소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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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능력이라니까.'

반찬으로 나온 깍두기를 씹어 먹는다. 나는 아버지와 함께 앉아있지만 동시에 네버랜드 속에서 크리스티나를 상대하고 있다. 접속한 상태에서도 현실에 나타날 수 있게 된 건 당연히 내가 가진 능력 때문으로 그것은 레전드 스킬 조화령이 초월지경에 올라 얻어낸,권능. 쌍생(雙生)의 힘이었다.

'확실히 권능 레벨에 이르니 보조스킬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효과를 발휘하고 있으니.'

권능이 워낙 많아서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버려두는 게 있을 지경이지만 쌍생의 경우는 그 덕을 톡톡히 보는 상황. 나는 스킬 설명창을 켜서 쌍생의 세부내용을 확인했다.

<쌍생(雙生)>조화령을 초월경까지 끌어올려 얻어낸 권능. 사용 즉시 시전자의 몸이 두 개로 증식하여 추가적인 수고 없이 영구히 유지된다. 소유 마나와 스킬 쿨타임 신체 상태까지 전혀 별개로 존재하게 되지만 지식과 사고는 언제나 공유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두 개의 삶을 경험하게 된다. 다만 어디까지나 정보의 공유이며 두뇌 역시 각각 존재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경우는 없다.

두 육체 모두 실체지만 그중 하나가 사망할 시 남은 한 명의 최대 마나의 50%가 영구히 감소한다.

솔직히 처음 설명을 봤을 때에는 그렇게까지 좋은 스킬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전투력이 2배라고 할 수 있지만 지닌바 무력이 충분하다 못해 지나친 나에게 전투력 2배가 뭐 대단한 의미가 있겠는가?

기껏 내 머릿속에 떠오른 활용법이라고 해 봐야 난교 시 더 많은 여성들을 상대할 수 있겠다. 뭐 그런 수준이었다. 사실 상대해야 하는 여인들이 워낙 많아서 시간이 빡빡했었으니까.

그러나........ 쌍생을 시전 한 상태에서 로그아웃을 했던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로그아웃을 한 건 [두 로안]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다만 이놈의 시차는 골치 아프군. 지능을 높이지 않았으면 꽤나 골머리 썩였을 듯 해.'

네버랜드의 시간은 현실보다 12배나 빠르기 때문에 어지간한 녀석들이 나처럼 쌍생을 썼다면 실시간 정보 공유는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영화를 봐야 하는데 그걸 12배속으로 해 둔다면 그게 뭔 내용인지 알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렇다고 한쪽 로안이 현실의 지훈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정보를 반대편에 넘길 때마다 사고의 텀이 생기는 상황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얼굴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찾아오다니."

식사를 거의 마치신 아버지의 물음에 쓴웃음을 지었다. 아버지와 꽤 친하게 지내기는 하지만 그리 꼬박고박 찾아뵙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흠. 문제가 좀 생겨서요.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꽤 큰 문제가 될 거예요."

"...... 거예요? 너 이 녀석. 그거 그만 하라고 했어 안 했어? 너 정말 아비보다 먼저 가려고 그러냐?"

내 미묘한 단어 선택에 모든 걸 눈치 채고 으르렁거리신다. 아버지는 이 세상에서 내 능력에 대해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며 내가 내 모든 것을 털어놓은 대상이니까. 그 어떤 순간에도 나를 배신하지 않았던 아군.

때문에 모든 것을 아는 아버지는 내가 타임슬립 능력을 쓰는 걸 질색했다. 내가 힘을 쓸 때마다 치명상을 입는 모습을 봐 오셨는데 부모로서 어찌 좋아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나는 얼마 전에는 아버지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거의 반시체가 될 정도의 징계를 받았으니 더욱 그렇다.

"별 수 없었어요."

"별 수 없다니. 그렇게 조금씩 타협하다 몸이 점점........"

"실험체가 돼서 포르말린에 푹 절여질 수는 없잖아요?"

"........"

차분한 말에 아버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너는, 너는 분명 들키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었냐?"

"국인부 녀석들이 신기술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이제 곧 요원들을 보내 절 납치하려 들겠죠."

그렇게 말하고 마지막 순대를 집어먹는다. 태연하기 짝이 없는 내 태도에 어느 정도 진정한 아버지가 묻는다.

"방비를 세워놨구나."

"과할 정도로 충분한 대책을 세워놨죠. 녀석들은........ 함부로 날 건드리려고 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에요."

지금 내 전투력은 어지간한 군단을 가볍게 넘어선다. 1조 테라의 마나를 가진 나는 1억분의 1이라는 극악한 마나감소를 겪는다 해도 1(+5)만테라의 마나를 가지게 되는데다 마나회복량이 워낙 괴랄하기 때문에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무한정하게 마나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본 스텟은 또 어떤가?

물론 기본 스텟 역시 현실에서 어느 정도 제약에 걸린다는 걸 실험을 거쳐 알아낸 상태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올스텟 200에 빛나는 로안의 육신은 생체병기를 초월한다. 장갑차를 맨손으로 잡아 뜯고 총화기가 안 먹히는 육신을 가지고 있으니 현대병기로는 나를 잡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방심해서는 안 돼. 내가 유품의 힘으로 인간을 벗어났다면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네버랜드는 전 지구에 존재하는 유품들 중 최상위급에 해당하는 힘을 가진 아티펙트지만 그렇다고 유일무이한 신의 기적 같은 건 절대 아니었다.

가능성이 아주 낮기는 하지만 누군가 [맞으면 절대로 죽는 저격 총]같이 말도 안 되는 유품을 만들었다면. 그리고 그걸 누군가 사용한다면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죽을 수밖에 없다. 네버랜드는 나 하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유품이 아니라 다수를 대상으로 능력을 나눠주고 있으니 집중된 유품의 힘에는 무너지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전쟁이 시작 되면....... 녀석들은 반드시 아버지를 인질로 잡으려고 들 거예요. 안전이 확보 될 때 까지는 숨으셔야겠어요."

"내 직장은?"

"쉬세요. 저 돈 많이 벌어놨으니까."

미래가 어떤지 아는 이상 돈 버는 건 땅 짚고 헤엄치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다. 시간을 되돌리면 캐릭터 설정의 주사위 숫자가 바뀌었듯 복권 숫자도 바뀌지만 주식등락은 랜덤이 아니라 현실과 맞물리기 때문에 크게 변하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1억을 1000억으로 만드는 것도 금방이니 사실상 나는 무제한적인 자금력을 지닌 것이나 다름없다.

"쯧. 일은 돈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고 했잖아. 한가하게 살고 싶지 않아서 하는 거지."

투덜거리는 아버지를 보며 웃는다.

"그래도 쉬세요. 대신 재미있는 게임을 소개시켜 드릴 테니까요."

"난 게임 같은 건 안한다."

"한번 해보시면 생각이 바뀔걸요? 뭣보다 무제한적인 쩔이 가능한데."

"쩔?"

이해할 수 없는 단어에 의아해하는 아버지에게 카드 한 장을 넘긴다.

"전부 정리하시고 거기에 소모되는 비용은 그걸로 채우세요. 정확히 다음 주 월요일 날 만나죠. 아무도 못 찾고 찾아도 못 들어갈 안전가옥을 준비 해 놓을 테니까."

"거기에 너도 같이 숨는 건....... 안 되는 거냐?"

"국인부 녀석들이 신기술은 능력의 종류까지 알 수 있어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거라는 뜻이구나........"

타임슬립은 너무나도 강력해 전 세계를 뒤엎는 게 가능한 힘이다. 나야 이런저런 제한이 있으니 조심스레 사용하고 있지만 만일 내가 유품을 만든다면 그 유품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상상만 해도 무시무시할 지경인 것이다.

"어쨌든 서둘러 주세요. 최대 1년 정도 숨어 계실 거라는 계획 하에 움직이는 게 좋....... 아니 그냥 주변에는 해외로 간다고 하세요."

당연한 말이지만 그리 천재도 뭣도 아닌 아버지가 네버랜드에 접속한다고 마스터가 될 수 있을 리 없으니 대피시켜 놓는 게 최선이다. 기본적으로 강한. 거기에 더해 타임슬립 능력까지 있는 나야 상관없지만 인질을 잡히는 상황은 피하는 게 좋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10년 전인가........ 체감 시간은 수십 년도 전인데도 어제처럼 생생하다니.'

내가 원래부터 타임슬립 능력자였던 것은 아니다.

하긴 내가 원래부터 타임슬립 능력자였다면 밀리언이 뿜어내는 에너지로 그들을 감지하는 국인부로서는 내가 밀리언이라는 사실 자체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어리다 해도 내가 멍청한 건 아니었으니까.

"조심하고."

"아빠야 말로 조심해요. 뭐 아직은 안전하니 벌써부터 조심스러워 하실 필요는 없고요."

아버지와 헤어져 미리 구입한 땅으로 이동한다. 차량을 이용하지는 않는다. 적당히 아무도 없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파앗!

월공보로 공간을 넘으면 되니까.

"생각해 보니 내 예전 능력이었으면 지식의 샘인가를 없애 버릴 수 있었을까?"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캔슬 능력은 어차피 지식의 샘이 있건 없건 감지당하니 근본적인 문제가 많다. 그렇다고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사용하는 감지기를 [캔슬]하면 징계가 너무나 강하게 들어왔겠지.

[도망가. 도망가야 해. 여기서 도망가서.......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해. 알았지?]과거 피투성이의 몸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것은 내가 '캔슬'해버린. 떠올리기조차 괴로운 과거.

내가 밀리언으로서 각성한 건 11살 때였다. 정말 웃기는 일이지만........ 내가 각성한 바로 그 순간 어머니마저 밀리언으로 각성하고 말았다. 덕택에 어머니와 내가 타고 있던 차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밀리언들이 각성할 때 흔히 있는 일이었다.

내가 가진 능력은 [캔슬]이다.

어머니의 능력은 [예지]였다.

예전의 나는....... 손에 닿은 존재를 [캔슬]하는 게 가능했다. 어떤 특정한 사물. 혹은 인물을 손으로 잡고 그 명칭을 정확히 말하며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면 그 존재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EX랭크의 아주 강력한 능력이었다. 단순히 사물 하나 사라지는 게 아니다. 만약 내가 누군가를 잡고 캔슬능력 발동한다면 그의 존재 그 자체가 사라져 버렸으니까.

내가 살인자를 잡고 그를 캔슬시키면 그가 죽였던 사람들이 모조리 살아났다. 오렌지 주스를 캔슬시키면 '정말 우연히' 전 세계 어떤 사람도 지금까지 오렌지 주스를 '미처 생각지 못해'만들지 못한 상황으로 세계가 재조정 되었다.

============================ 작품 후기 ============================슬슬 주인공 과거가 나오는군요. 다만 너무 늘어지면 따분해지니 다음편으로 정리하도록 하죠 ㅇㅅㅇ 사실 좀 더 초반에 밝히려고 했는데 로그아웃 할 일이 별로 없어서(.......)사람도 지금까지 오렌지 주스를 '미처 생각지 못해'만들지 못한 상황으로 세계가 재조정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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