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223화 (223/283)

< --22장. 대마법사 마가리타 페소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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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번이나 반복했던 일정을 참고해 움직였다.

통합교황을 자처한 만큼 교황청은 모든 교단이 자리할 만큼 넓을 필요가 있었지만 어느새 4000명이 넘는 정령들은 토목공사를 하는데 그야말로 최적의 힘을 발휘한다. 대지의 정령들은 건물을 만들고 물의 정령들은 강을 흐르게 하며 나무의 정령들은 필요한 자리마다 가로수를 세웠다. 창조적인 작업에 별 재주가 없는 정령들은 몬스터들을 퇴치해 그 부위별로 창고에 쌓아놓았고 평소 할 일이 없을 때는 도시를 날아다니며 경비를 섰다.

나는 정령들이 공적을 쌓아야만 그녀들을 안아 주었고, 때문에 그녀들은 자신들의 일을 찾아가며 일했다. 때문일까? 내가 오대신의 신성력과 레전드 성장스킬을 어지간히 수련했을 때 즈음 교황청의 영역은 어느새 지름 50킬로미터에 수백만이 넘는 인구가 거주할 수 있는 대도시가 되었다.

"새로 들어온 필타우스 제국 난민들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필타우스 제국민이라면 마법에 관심이 많을 테니 34구역으로 보내. 인원이 몇이지?"

"240명입니다."

"남은 집이 120개니 살 곳이 부족할 일은 없겠네. 전부 사진 찍어서 주민등록증 만들고 조사도 확실히 해줘. 기본 정보들은 문서로 만들어서 통합망에 올리고 프린트해서 가져오고."

쩌엉!

"헉! 허억........ 져, 졌습니다."

"고마워."

"아닙니다! 교황님과 대결하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건장한 체구의 사내가 놓쳤던 검을 잡고 꾸벅 고개를 숙인다. 제법 예의가 바르고 미래가 보이는 녀석이었기에 한마디 해준다.

"너 책으로 무술 익혔지? 게다가 그 책 원래 도법이 아니라 검법이군."

"그걸 어떻게........"

경악하는 사내에게 태연히 말한다.

"뭐 이미 경지에 오른 만큼 원래 모습은 거의 사라졌지만. 이래서는 마스터에 오를 수가 없겠군. 검술이라고는 하지만 도를 사용해 온 만큼 원형이 사라진 상태고.........."

내가 잠시 고민에 빠지자 사내가 와락 엎드려 소리친다.

"가르침을 주십시오!"

엎드린 녀석의 모습에 턱을 매만진다. 그러나 한마디 하는 게 힘든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충 느낀 바를 말해 주었다.

"이미 네 기술은 검법도 도법도 아닌 어중간한 게 되어 버렸어. 도를 휘두르는데도 찌르기 형태가 중간중간 남아있고. 차라리 이럴 바에는 찌르기도 베기도 용이한 중병기. 그러니까 할버드 같은 걸 쓰면 좋겠군."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덩치 큰 사내가 감격해 소리치는 모습에 속이 울렁거린다. 으아 저 덩치에 저 얼굴로 무슨 소년 같은 눈동자냐? 동경으로 반짝거리고 있는 시선이 참으로 견디기 어렵다.

"아직 잘 된 것도 아닌데 뭘 감사해."

"교황님의 눈은 틀림없습니다! 제가 증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소리치더니 한번 절하고 몸을 돌려 연무장을 뛰쳐나간다. 쓸데없이 열혈이군. 하고 중얼거리는데 내 뒤에 서 있던 에리카가 말한다.

"엄청나네요. 후장을 대달라고 해도 망설임 없이 대겠어요."

".......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자. 그나저나 보고는 끝났어?"

"네. 그렇게나 많은데 주인님한테 걸리면 한순간이네요."

"그야 천재니까."

"우우!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분하네요."

투덜거리는 에리카는 검은 색 정장을 입고 있는 상태다. 기본적으로 그리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을 가진 정장은 서큐버스 특유의 터질 것 같은 육체를 완전히 가리지 못하고 있다. 도수 없는 검은 색 안경까지 쓰고 있는 그녀는 그야말로 도도한. 그러나 섹시함이 넘치는 여비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 특이사항은 아니지만 공적치가 빠르게 쌓이고 있어요. 확실히 자신의 공적치를 확인하고 그 공적치를 보상으로 바꿀 수 있는 자동 장치를 만드니 신관들의 경쟁심리가 발동한 모양이에요."

"하긴 예전처럼 막연하게 신을 위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결과가 나오니 그럴 수도 있겠지. 누가 잘했냐를 떠들 거 없이 공적치가 바로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지능이 높아서인지 생각만 하면 도시 전체의 설계도가 입체영상으로 떠오르고 그 주요 내용들이 자동으로 인식된다. 이미 교황청을 감싸고 있는 도시. 성지(聖地). 올림포스(Olympos)는 완벽히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이다.

"앗. 다음 차례가 오고 있어요."

"안 말해도 알고 있.......... 음?"

자연스레 주변 기파를 읽다가 익숙한 기운에 흠칫한다. 그리고 과연 내가 느낀 대로 나타난 이는 내가 아는 얼굴이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교황님. 치우님의 종 크리스티나 몬테로입니다."

180센티미터라는. 사실 여자라고 보기는 좀 어려울 정도로 큰 키에 클레이모어를 등에 차고 있는 갈색 머리칼의 미녀가 모습을 드러낸다. 현재 내가 레전드급 검술 스킬 치우검(蚩尤劍)의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검객들이 다 모이고 있는데 그들 중 하나였던 것이다.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 반갑군.'

지금은 이렇게 교황청에만 머무르고 있지만 만날 사람은 다 만난 상태다. 무엇보다 각국에 있는 오대신의 신전에 방문에 교황청으로 이전하라 통보하고 그 와중 겸사겸사 바이올렛의 영지로 찾아가 그곳을 공격하던 엘리게이터를 소탕했다. 아카데미에 고정적으로 교사를 보내주는 대신 졸업생들을 지원받는 계약을 체결하고 각국의 왕족들과 귀족들을 공략하여 교황청과 협약을 맺도록 만들었다.

'아, 그러고 보니 히페리온(Hyperion)을 얻지 않았군. 하네스트도 안 만났네.'

그렇다. 나는 그 기연을 만나지 않았다. 만약 누군가

'왕실에 갈 시간이 없었어?'

라고 묻는다면 물론 그건 아니다. 광익도 있고 월공보도 있는 나는 몇 분이면 왕실까지 갈 수 있으니까. 애초에 그 정도를 넘어 나는 왕족을 공략하러 왕실에 들린 적까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왜 가서 그걸 얻지 않았느냐고 한다면.

'기연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 기연이 너무 많다! 물론 EX랭크 스킬인 히페리온과 타이탄 하네스트를 얻을 수 있는 왕실에 있는 던젼은 발견자의 인생 자체를 바꿔버릴 정도로 막대한 기연이지만 나에게는 그저 그런 기연에 불과한 것이다.

최근에는 기연이 너무 잦다. 그냥 걷기만 해도 쏟아진다. 행운이 200에 도달했으니 더 심해질 거라는 걸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심지어 논리도 뭣도 없이 내가 만든 교황청에서 비밀 공간이 생기기까지 하는 게 아닌가?

"음? 다른 생각을 하고 계신건가요?"

"....... 아아. 미안. 보기 드문 미인을 만났더니 놀라서."

"훗. 사탕발림에 능하시네요."

시원스럽게 웃어넘기는 크리스티나의 말에 뒤에 있던 에리카가 깜짝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뜨는 게 보인다. 아마

'세상에 로안님을 처음 마주보는 주제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여자라니! 설마 폐경기인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사실 당연한 일이다. 유저인 그녀는 NPC들만큼 매력수치에 강하게 영향 받지 않으니까. 애초에 일반적인 인간이 느끼는 아름다움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취향이라는 것도 있고.

"어쨌든 시작하지."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고개를 숙임과 동시에 강하게 치고 들어온다. 내 실력에 대해서는 이미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던 만큼 시작부터 전력을 다해 오러 블레이드를 일으킨 상태다.

쩌정! 캉!

벼락같은 내려치기 후 측면으로 파고든다. 그러나 그 순간 그녀의 모든 움직임이 데이터화되어 뇌리에 박혀들고 포인트 포인트마다 그녀의 움직임이 정지되듯 멈춰 그 안에 실린 무리(武理)를 표시한다.

권능. 천무(天武)그것은 체술 적성이 200에 이르러 얻은 능력이다. 내가 인식한 [모든 무학]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그 정보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그 근원과 나아갈 방향 전부를 정리해주는 이 하늘의 무학은 무술의 재능이 별로 없는 나조차 상상을 초월하는 안목과 실력을 가지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게다가 신경가속도 이제는 뭐........'

현재 나는 속성 고유 스킬이 하나도 없는 상태다. 왜냐하면 다 [써]버렸기 때문. 그렇기에 EX급 고유스킬 시간의 지배자 역시 없어 <시간의 지배자 효과>는 물론 <평온한 가속>까지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순발력(200)보정! 2000배의 신경가속!><무신의 시간이 발동합니다! 신경가속이 2000배->10000배로 증폭됩니다!><무신의 시간이 가동합니다! 가속된 신경속도에 맞춰 움직임이 가속됩니다!><무신의 시간이 가동합니다! 신경 가속 속도가 사용자 설정에 따라 자유 변환됩니다!>기본적으로 1만 배나 되는 가속은 너무나도 빠르다. 1초의 시간마저 3시간 가까이 늘려 버리니 이건 이미 상식 밖의 가속. 그런데 레전드 고유 스킬 [무신의 투혼]에 있는 무신의 시간은 특정 조건을 걸어 필요 포인트 포인트마다 시간의 흐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전투에 꼭 필요한 부분에만 가속을 거는 것이다.

"다음 일정은 뭐지?"

검격을 나누며 에리카에게 묻는다. 크리스티나를 조종하는 유저. 민정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어 검법 자체가 매섭고 높은 이치에 도달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내 상대는 아니었기에 여유가 남는 것이다. 애초에 대마법사이자 절대고수인 진월을 이긴 내가 그녀를 상대해 봐야 뭘 얻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과거 조화령이 그랬듯 무투형 레전드급 성장스킬 치우검(蚩尤劍)도. 마법형 레전드급 성장스킬 팬타그램(Pentagram)도 모두 수련이 아닌 퀘스트로 성장시킬 수 있으며 그걸 위해서는 무수한 상대를 꺾어야만 한다. 내가 예전 무수한 여인을 품었듯이 노가다가 필요한 것이다.

"이익!"

쩌저정! 쩡!

말은 안 했지만 자존심이 상한 크리스티나가 사납게 짓쳐들어왔지만 마치 바둑을 두듯 그녀의 모든 수를 봉쇄하고 차분히 압박해 들어간다.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일격에 짓눌러 버릴 수도 있지만 여유있게 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보자 교황님 일정이....... 수련이 끝나시면 일단 엘프 마을에 방문하셔야 하고요. 필타우스 제국이랑 사라센 제국의 초청장도 와 있지요. 더불어 공적치를 쌓아서 은총을 받길 원하는 대상이 일백 하고도 마흔 명쯤 되고요."

"어마어마하군."

내가 시작한 일이지만 유명 연예인보다 가혹한 스케줄이라니. 너털웃음 짓는 나를 보고 에리카가 말한다.

"뭐 무시하시려면 하실 수 있겠지만 하려고 하신다면....... 후우, 교황님 몸이 두 개 쯤 되면 정말 좋겠는데."

그녀의 말에 피식 웃으며 말한다.

"이미 두 개인데?"

"음?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아, 혼잣말이에요 아버지."

의아해하는 아버지를 보고 웃으며 후르륵. 소리가 나도록 순댓국을 마신다.

그렇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현실이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네버랜드에 있기도 하다.

'정말 좋은 능력이라니까.'

반찬으로 나온 깍두기를 씹어 먹는다. 나는 아버지와 함께 앉아있지만 동시에 네버랜드 속에서 크리스티나를 상대하고 있다. 접속한 상태에서도 현실에 나타날 수 있게 된 건 당연히 내가 가진 능력 때문으로 그것은 레전드 스킬 조화령이 초월지경에 올라 얻어낸,권능. 쌍생(雙生)의 힘이었다.

============================ 작품 후기 ============================오늘은 분량이 평소보다 초큼 더 많군요.

슬슬 너무 먼치킨이어서 감당 안되는 네버랜드 넘기고 현실파트 시작 ㅇㅅㅇ 그나마 현실파트에서는 감당 가능한 먼치킨이죠. 게다가 절대 방심할 수 없는 다른 유품들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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