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214화 (214/283)

< --21장. 통합교황.

-- >

심지어 다른 버그 플레이는 모조리 막으면서 안다 해도 쉽게 이용할 수 없는. 그러나 조금만 머리를 굴려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런 구멍을 남겨 놓은 이유는 뭘까? 진짜 생각을 못해서? 아니면.

"이용하기........ 위해서?"

생각을 정리한다. 애초에 네버랜드는 두 명의 밀리언이 만들어 낸 유품이다. 그런데 이 유품이라는 것은 강력하게 만들면 만들수록 여러 가지 [제약]이 생긴다.

[철학과 사명을 가지고 기동한다. 타인의 주관에 휘둘리지 않는다.]가장 대표적인. 그러면서도 아주 강력해 유품의 등급을 몇 단계 이상 올리는 제약이다. EX급 유품에는 대부분 이 제약이 걸려있어 다른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1000만 톤(t)에 달하는 물을 빨아들여 원하는 지역에 비를 내릴 수 있는 거대한 먹구름인 소잉카(Soyinka)는 기본적으로 아프리카의 사막을 녹지화 시키거나 수재를 막기 위해만 움직이며 그 이외의 일을 시키기 위해서는 오직 [과반 수 이상의 아프리카 국민]들의 기원을 받아야 한다. 대체 어떤 시스템인지는 몰라도 소잉카는 사람들의 기도를 받아들일 수 있어 아프리카 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TV와 라디오. 혹은 PC같은 인프라(Infra)를 구축해야 했으며 국민들의 눈치를 보게 되어 개떡 같던 인권 수준이 향상되게 되었다.

전설의 전투기. 슈퍼 스카이(Super sky)역시 마찬가지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공한다면, 그래서 그 침공의 규모가 전쟁의 규모로 번지면 등장하는 슈퍼 스카이 역시 [전쟁을 없앤다]라는 자신의 철학과 사명을 가지고 기동한다.

높은 등급의 유품들은 절대 마음대로 활용할 수 없다. 유품을 사용하는 입장에서야 불편하기 짝이 없겠지만 [그렇기에]유품들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 그리고 그렇다는 말은.

'이 네버랜드를 만들어낸 밀리언들조차 네버랜드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는 말이지. 어디까지나 룰에 입각해 시스템을 만들고 거기에 편승해야 하는 거야.'

그리고 거기에서 새로운 가설이 떠오른다.

'어쩌면 네버랜드를 만든 밀리언들은 살아있을지도 모르겠군. 정확히 말하면 죽었지만 다른 형태로 살아있겠지........ 내가 그렇듯이.'

그리고 그렇다면 이 구멍은 그들이 사용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뜻이다. 밀리언이라고 하더라도 일반인보다 크게 뛰어난 점이 있을 리 없으니 [타인은 이용하기 힘든 시스템의 구멍]을 만들어서 자신들이 이용하려 한 것이다.

어쩌면 스킬-스텟 포인트 전환과 한계치에서 포인트 환원은 그걸 노리고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아마 두 명의 밀리언은 내가 그랬듯 올 스텟 99로 게임을 시작해 포인트를 마구 늘렸을지 모를 일이다.

'어쩌면 히든 스킬이나 히든 시스템이 더 존재할지도 모르겠군. 그러고 보니 99스텟에는 [용사]라는 호칭이 붙어 있었지?'

99의 근력에는 [용사의 괴력]이라는 설명이. 99의 재생력에는 [용사의 회복력]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즉 용사라는 존재는 [올스텟 99]의 존재라는 짐작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멍청하지 않은 이가 그런 캐릭터를 고른다면 내가 그랬듯 포인트를 거의 무한대로 증폭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뻔하다.'

생각을 정리한다. 그리 어려울 것도 없는 당연한 추론이 이어진 것이다. 2명. 네버랜드에서 존재할 수 있는 최고의 위치....... 사실 이것들만 생각해도 밀리언들의 포지션은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천신과 마신이지.'

천신 헬리오스(Helios)와 마신 에레보스(Erebus)는 최고위 신이자 네버랜드를 지배하는 궁극의 존재다. 이 게임을 만든. 그러니까 개발자로서 모든 것을 꿰고 있는 두 밀리언이라면 당연히 그 자리를 차지했으리라.

'그래봐야 짐작일 뿐일지도 모르지만........ 대충 그림이 그려지는군.'

애교를 떠는 적월을 안아주며 생각을 정리한다. 셀 수 없이 많이 존재했던 신족이 100분의 1이하로 줄어들고 막대한 숫자로 문명을 부흥시켰다는 드래곤들이 멸종당할 뻔 했던 신마전쟁(神魔戰爭). 그것은 온 대륙의 위기였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다. 단적인 예로 마법의 신인 솔로몬이나 무의 신 치우는 신족이 아닌 인간과 거인족이었지만 신위를 획득해 신의 자리에 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짐작이지만, 갑자기 나타났다는 천신과 마신 역시 자기들이 준비 해 놓았던 [안배]. 그러니까 히든 시스템을 스스로 이용함으로서 그 자리에 올랐을 가능성이 있었다.

키잉!

"음?"

그런데 그때 갑자기 교황청이 경고음을 낸다. 느껴지는 것은 거대한 마력. 나는 교황청의 힘을 이용해 그걸 배재할 수 있었지만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문을 열어주었다.

쾅!

[찾았다!]

"후우........ 어머니."

기다란 적발을 펄럭이는 훤칠한 체구의 미녀가 문을 박차고 들어오자 내 품에 안겨 막 옷을 벗고 있던 적월이 한숨 쉬는 게 느껴진다.

"어머니라고?"

"응. 그렇게 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오다니......."

"월아! 너, 너 또 그러고 있는 거야!?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어 혹시나 했지만 저번 그 사건 이후로 얼마나 지났다고.......!"

버럭 버럭 소리를 지르며 걸음을 딛을 때마다 기척조차 없이 다가온다.

"저번 그 사건?"

"에 그게........ 잔월 녀석이 태어났던 일."

"아 너 미망인이었지."

"으앙 미안."

울먹이며 품에 꼭 안겨드는 모습에 방 안으로 쳐들어 왔던 적발의 여인이 도끼눈을 뜬다.

"호오? 애교오? 이번에는 증상이 훨씬 심해졌잖아? 어디 카울을. 그래, 믿기는 힘들지만 어디 녀석을 죽였다는 유명인 얼굴이나 좀 볼까?"

비아냥거리며 어마어마한 마력을 일으킨다. 놀랍게도 그녀가 뿜어내는 기세는 엄청나서 삼룡이들 조차 긴장했어야 했던 카울을 넘어설 지경이다.

"오....... 이건 놀랍군. 대마법사이자 절대고수?"

내가 휘파람을 불자 적월이 말한다.

"뭐, 우리 엄마는 적룡종 최강의 전사이자 신마전쟁 때도 일족의 장로였을 정도로 오래 살아온 고룡(古龍. Ancient dragon)이니 그 정도는 해야지."

그녀의 말대로 전해지는 힘은 엄청나다. 마계와 천계가 물질계에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가 드래곤들 때문이라더니 과연 드래곤 중에는 이런 괴물들이 있기 때문인 모양이다.

"월아! 너 미쳤어? 왜 일족의 사정을 저런 외인한테........."

"이름이 뭐야?"

그러나 그렇게나 강대한 에이션트 드래곤조차.

<매력(180) 보정........ 성공! 레드 드래곤 '진월'이 당신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지, 진월(眞月)."

내 강렬한 매력 앞에서는 떨리는 마음을 추스르며 말을 더듬는다.

"어머 로안. 날 안고 있으면서 엄마를 꼬시다니."

투덜대는 적월의 말에 웃는다.

"뭘 이름 물어본 정도 가지고. 게다가 그리 쉽게 넘어올 상대도 아닌 모양인데?"

내 말대로 진월은 사나운 눈으로 나를 쏘아보고 있다. 에이션트 드래곤쯤 되는 존재가 나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단번에 사랑의 포로가 된다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애초에 세상은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낀다 해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이들이 즐비하며 호감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조차 자신의 이득을 위해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너, 네놈!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이건 마력이냐?"

"별거 안 했어. 아니면 넌 무슨 짓을 당해도 눈치 못 챌 정도로 둔한 거야?"

태연하게 답하자 뭐라 반박하지 못하고 버벅거린다. 아닌 게 아니라 [적대적]인 감정을 가진 이가 나를 마주하게 되면 거의 강제적으로 전의가 사라지고 호감이 샘솟는 느낌에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건 초월경에 이르렀을 정도로 오롯이 정신을 단련시킨 경우에나 가능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는가?

사람이든 드래곤이든 매력적인 상대를 보고 감정이 동하는 건 그 어떤 방어마법으로도 막을 수 없는 본능적인 반응이다. 난 단지 매력이 높을 뿐 그녀에게 그 어떤 수단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로서는 나에게 적대감을 불태우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힘겨운 것이다.

"후우 보통 녀석이 아니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건 상상 이상이군."

진월이 이마를 짚으며 한숨쉰다. 불과 수초 전만 해도 날 죽일 듯이 으르렁거리던 그녀지만 이미 목소리에서 적의는 많이 사라진 상태다. 굳이 이것저것 따지지 않아도 내가 자신의 딸에 절대 꿀리지 않는 존재라는 걸 눈치 채 버린 것이다.

'하긴 척 보면 알아야지.'

그러나 그렇다 해도 이대로 분위기가 가라앉는 건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네버랜드에도 몇 없는 대마법사이자 절대고수이기 때문이다.

<마나의 본질을 깨우치셨습니다! 초월경에 발을 내딛어 강기(?

氣)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마나의 본질을 깨우치셨습니다! 초월경에 발을 내딛어 궁극주문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사실 난 이 텍스트를 한 달 전에 본 상태다. 이미 강기와 궁극마법이 사용 가능한 것.

절대권능. 폭식(暴食)을 이용해 카울을 집어삼키면서 나는 그야말로 막대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경험]과 [기억]을 손에 넣었다. 원래 이정도로 막대한 기억을 단번에 습득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나는 끝도 없는 타임슬립으로 그 모든 기억을 조금씩 조금씩 잘라서 모두 받아들이는데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난 이 과정만 거치면 금룡진결이 초월자에 이르지 않을까 했지만 아쉽게도 강기와 궁극마법을 깨닫는다 해도 바로 초월지경에 이르지는 못한다. 네버랜드는 어디까지나 게임이며 스킬 시스템을 바로 넘어설 수는 없는 것이다.

스킬 레벨을 올리기 위해 필요한 건 [수련]시스템과 [대련]시스템이다. 과거 에레스티아를 상대했을 때 성행위 초월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능력. 영단(靈丹)을 획득했음에도 바로 초월지경에 이르지 못한 것과 이후 초월지경을 완전히 습득한 후 역행해 [융합진화]라는 문자 그대로 초월지경에서도 높은 경지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음에도 스킬 레벨이 마구 오르지 않던 것은 바로 이 시스템들을 납득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초월경에 올라가려면 [수련]시스템에 따라 한 달간 꾸준히 강기와 궁극마법을 사용해 [수련치]를 채워야 한다. 사실 경험 자체는 상당히 많은 나이지만 타임슬립을 계속 하는 바람에 스킬 수련치 자체가 거의 없어 상당한 노가다가 필요한 것. 설상가상으로 금룡진결은 마검사의 능력이기 때문에 [대련]시스템으로 초월경에 오르려면 대마법사이자 절대고수인 상대가 필요해 수련하기 귀찮았던(........)나는 삼룡 녀석들의 능력치를 마구 올려주며 수련시켜 녀석들을 더블 그랜드 마스터로 만들 계획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딱 맞는 대상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흠 너. 혹시 내가 적월이랑 사귀는 게 불만이었던 거야?"

"윽. 건방지게. 로드도 나한테 반말 안 하는데......."

"대답이나 해 봐."

진월은 어떻게 보면 장모(?)라 할 수 있는 자신에게 싸가지 밥말아 먹은 태도를 보이는 내 모습에 인상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당연한 거 아냐? 우리 적월은 같은 나이대에서도 손꼽히는 아이야. 용족의 아이를 낳아 일족을 부흥시켜야 하는데 인간이라니...... 이미 한번 사고를 친 것만 해도 심각한 문제라고!"

진월의 말에 적월이 발끈한다.

"엄마! 잔월은 내 사랑의 결실이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그러니까 그 결실이 문제라는 걸 모르겠니? 아무리 뭐라 그래도 드래코니안은 안돼!"

갑자기 가정싸움이 되면서 바락바락 떠들기 시작한다. 힘으로야 당연히 진월이 더 강하겠지만 어디 가족 문제가 힘으로만 결정되던가? 물론 내가 드래곤들을 임신시키면 드래코니아가 아닌 신룡이 태어나지만 저번 역행을 한 이후로는 그 사실을 말한 적이 없다. 가뜩이나 나 좋다는 여자가 너무 많아 스스로 나서 자기PR까지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 탓이다.

"안돼! 절대 안돼! 아프로디테의 교황이라고 했지? 과연 듣던 대로 멋있기는 하지만 얼굴만 보고 함부로 마음을 주니 그 계집애 같은 과오를........"

"엄마! 또 잔월을 과오라고 하면 진짜 우리 사이 끝이에요!"

다툼이 점점 격해진다. 진월과 적월이 눈을 부릅뜨고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상황. 주변은 넘실거리는 막대한 마력에 짓눌리고 있어 보통 사람은 고개조차 들지 못할 지경이었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들었다.

"그만해 적월."

"응! 로안 너무 시끄러웠지? 미안~♡"

"....... 월아?"

눈을 부릅뜨고 마주보던 적월이 팔랑거리며 내 품에 안기는 모습에 진월의 표정이 멍해진다. 보기는커녕, 단 한 번도 상상치 못한 모습이기 때문이겠지.

============================ 작품 후기 ============================헉헉. 간신히 올립니다. 어떻게든 틈이 나긴 하는군요;============================ 작품 후기 ============================헉헉. 간신히 올립니다. 어떻게든 틈이 나긴 하는군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