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장. 원영신(元靈身)을 이루다. -- >
'확률적 무적이란 게 있다면 이런 거겠지. 0%가 아닌 이상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도 상관없어.'
주사위 다섯 개 전부가 0이 나와 99스텟을 얻을 확률은 10만분의 1로 아주 낮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타임슬립 능력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10만 분의 9만 9999의 확률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오직 내가 원하는 단 하나의 가능성만이 결과로 남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강대한 적과 10만 번을 싸워 9만 9000번이 넘게 진다하더라도 단 한번이라도 이길 수 있으면 결과는 나의 승리다. 오직 내가 원하는 시간의 흐름만을 남기는 힘. 그것이 타임슬립이니까.
끼이이익---!!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내 몸을 침식(浸蝕)하려던 기운이 깨져나간다. 수 없이 다양한 시도 끝에 내 몸에 [아프로디테의 관심]과 보조 스킬 축복(Blessing). 더불어 내가 만들어낸 레전드 등급의 방패. [궁극의 수호]의 효과를 중첩함으로서 이뤄낸 효과였다.
<궁극의 수호가 적의 공격을 약화시킵니다!><행운(200)보정....... 성공!><스킬을 방어함으로서 숨겨졌던 메시지가 표시됩니다!>땅에 내려선다. 카울을 공격하지는 못했다. 마치 게임 캐릭터 능력치를 정하려고 딸깍 딸깍 클릭질을 하다 정작 원하는 능력치가 나왔을 때 무의식적으로 한 번 더 눌러 버리는 것처럼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 우연히 얻어 걸린(?)상황이었기 때문에 일순간 반응을 못한 것. 뭐 어차피 다시 시간을 돌리면 되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는 상황이었지만 카울은 경악성을 내지르고 있다.
[이, 이건 불가능해! 어떻게. 어떻게 내 절대 권능 폭식(暴食)을 피해낸 거지?]
"오호. 뭔가 했더니 권능이었구나."
나중에 알았지만 절대권능 폭식이야말로 일개 마족에 불과했던 카울을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한 능력의 근간이다. 오직 폭식능력 하나 때문에 카울은 마왕들조차 두려워하는 존재가 되었으며 궁극적으로는 신적인 존재들조차 해할 수 있는 강자로 만든 것.
그러나 그런 폭식의 권능조차 200스텟에 차단된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더 이상 거칠 게 없었다.
'만약 내가 올 스텟을 200에 맞추고 왔으면 벌써 이겼겠군.'
아마도 최종 스텟은 200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든 수단의 버프를 중복시켜도 스텟이 절대 200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궁극치처럼 터무니없는 조건으로 한계를 깨 버릴 수도 있지만 150이 반신. 170이 준신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200스텟이 어떤 스텟일지 대충 알 수 있다.
'버프가 유지만 되면 지금이라도 상관없겠지만.......'
기본적으로 스텟은 위로 가면 갈수록 강력해지기 때문에 10스텟에서 +50스텟 하는 것과 100스텟에서 +50스텟 하는 건 효과 면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10스텟과
60스텟은 수배에서 십 수배 정도 밖에 차이나지 않지만 100스텟과 50스텟은 그야말로 격이 다르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니까.
때문에 적용되는 대상의 스텟이 높을 경우 스킬의 [유지시간]이 짧아진다. 지금의 내가 170스텟에서 200스텟까지 버프를 걸면 0.1초도 유지가 안 될 정도. 사실상 지금처럼 어떤 공격이 정확히 어느 타이밍에 가해지는지 알지 못하는 이상 활용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따악!
'200스텟을 맞추고 올걸 그랬나?'
시간을 돌리며 생각한다. 사실 원하기만 한다면 여기 오기 전에 전 스텟을 200까지 올릴 수 있었다. 고유스킬 2개를 남은 오대신 중 하나에게 바치고 레전드 고유스킬을 얻으면 20스텟도 금방인데다가 에레스티아를 비롯한 삼룡에게 드래곤 나이트(Dragon Knight)라는 [직업]을 얻으면 추가적으로 올 스텟이 10씩 올라가니 200스텟을 완성할 수 있는 것.
그러나 에레스티아가 말하길 오직 한 명의 드래곤과 계약하는 드래곤 나이트보다는 에이션트 가디언(Ancient guardian)을 얻는 게 좋다고 했다. 고대시대 용들의 수호자였던 에이션트 가디언이 된다면 다중계약이 가능해 더 막대한 힘을 얻을 수 있다
는 것.
게다가 레전드 고유 스킬 역시 아직은 익힐 예정이 없다. 아직 내 존재를 밝히는. 일종의 [데뷔]를 하지 않은 이유는 모든 신들이 매혹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완성된 후에 나서고 싶었던 것이다.
<궁극의 수호가 적의 공격을 약화시킵니다!><행운(200)보정....... 성공!><스킬을 방어함으로서 숨겨졌던 메시지가 표시됩니다!>[이, 이건 불가능해! 어떻게. 어떻게 내 절대 권능 폭식(暴食)을 피해낸 거.......]자신의 권능이 막힐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던 카울이 신음하는 순간 초월가속이 발동한다. 예전에 사용했던 광혼의 오의(奧義). 광뢰혼(光雷魂)은 광속의 영역에 들어설 수 있더라도 적에게 물리적인 타격을 주는 건 불가능했지만 초월가속은 공간 자체를 장악함으로서 스텟이 허락하는 한 물리력을 발동하는 게 가능. 그리고 지금의 내 근력은....... 주먹질 한 방으로 지진을 일으킬 정도다.
번쩍! 번쩍!
두 자루의 용광검에서 뿜어진 빛의 강기. 용광섬이 카울의 전신에 둘러 있던 호신강기를 깨고 들어가 안구를 터트린다. 카울의 눈동자는 너무나 커 어지간한 방 하나만 한 사이즈였지만 난 허공을 딛고 벼락처럼 돌진해 안저 내측의 뼈를 부수고 녀석의 뇌까지 친입했다.
"얼어붙어라!"
그리고 영원의 빙정 2개에 마나를 쏟아 붓자 궁극주문. 스카디의 혹한이 작동한다.
쩌저저적----!!
난폭하고 살의 넘치는 마력으로 이루어진 냉기가카울의 뇌에 박힌 용광검을 타고 흘러들어가 뇌는 물론이고 머리를 통째로 얼려버린다.
콰장창!!
그리고 그렇게 박살난 카울의 뒤통수를 뚫고 나온다. 카울의 눈동자로 들어가 머리를 관통해 지나온 것이다.
"답이 났으면 시간 낭비할 필요 없지."
막상 전투 시간은 몹시 짧다. 내가 맨 처음 카울과 마주한 것을 기준으로 10분이나 싸웠을까? 누가 본다면 내가 녀석을 굉장히 간단히 제압했다고 여길 정도다.
[크아아악---! 건방진! 건방진 인간 놈이-----!!!]
"어?"
그러나 그 순간 쓰러지려던 카울이 쿵!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땅을 디디고 선다. 놀랍게도 뇌가 박살난 카울이 스스로를 회복한 것이다.
[크윽. 크윽!! 뭐야. 네놈 대체 뭐냐! 어떻게 내 권능을 막아낸 거지? 아니, 상관없어. 네놈을 삼키고! 장비를 제공한 망할 드래곤들을 다 죽여 버리겠다----!]새빨개진 눈으로 광폭한 포효를 내지른다. 녀석의 포효에 대지가 쩍쩍 갈라지고 주변의 중력이 3배에서 최고 10배까지 들쭉날쭉 강해진다.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리고 풀파워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오호. 너 재생력 150이 넘는구나?"
재생력이 150이 넘으면 반신의 재생력에 도달해 뇌가 박살나도 부활한다. 지금의 나처럼 노 페널티 부활이 아닌 걸 봐서는 170스텟에는 이르지 못한 모양.
다 끝난 줄 알았던 전투가 재개 된 상황이지만 별로 당황하지는 않는다. 그렇게나 세 보였던 카울이 이 정도 발악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죽어라-----!!]증오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거대한 마기가 피어올라 으르렁거리며 입을 벌린다. 하지만 나는 당황하는 대신 자칫 꺼내지 못할 뻔 했던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와라 오딘."
끼이익----!!!
공간이 찢어진다. 그리고 약 10여 미터 정도의 신장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몸을 가진 거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법 폐인이라 불릴 정도로 마법에 심취해 사는 궁극의 대마법사. 골드 드래곤 에레스티아가 만든 오딘이다.
사실 오딘은 미완성품이다. 오딘은 너무나 강력한 마법재료들과 궁극주문들을 중첩해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그 어떤 정령도 오딘의 제어정령 역할을 할 수 없었으니까.
만일 정령왕 정도 되는 존재를 집어넣는다면 제어정령으로 삼을 수 있겠지만 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해도 정령왕은 함부로 하기 힘든 존재이니 노예나 다름없는 제어정령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에레스티아는 오딘을 다 만들고도 미완성 딱지를 붙일 수밖에 없었다. 고도의 활동을 할 수 없는. 그러니까 기껏해야 짐을 나르거나 하는 일 밖에 하지 못하는 타이탄은 아무런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전혀 다른 곳에서 방법을 찾았다.
"엘라이카!"
[아 그거 제어 너무 힘든데.......]우는 소리를 하는 전격의 최상급 정령 엘라이카를 보며 손가락 세 개를 편다.
"10초 이상 버티면 1:1 15분!"
[반드시 해내겠습니다!][다음은 제가 할게요!]
[다음은 저요!][저는 진염난무(眞炎亂舞)라고 타이탄 전용 필살기도 만들었어요!]열대여섯 개체의 최상급 정령들이 주변을 맴돌며 재잘거린다. 그렇다. 이게 내가 찾아낸 답이다. 스스로 정령사인 나는 굳이 정령을 제어정령으로 변질시켜 타이탄에 매어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정령왕 정도가 적당할 정도로 강력한 오딘을 최상급 정령들이 다루는 건 에레스티아도 포기한 일이다. 기본적으로 쾌락과 즐거움을 위해 살며 [인내]와 [끈기]와는 완전히 담을 쌓은 정령들에게 이런 고난이도의 시스템을 다루게 하는 건 굉장한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노예로 만들어 억압하지 않는 이상 제대로 일하지 않기 때문.
그러나........ 이미 내가 주는 쾌감에 중독되다 시피 한데다가 지금까지 내가 이런저런 일을 시키는 걸 해오면서 [더욱 즐겁기 위해 참을 줄]알게 된 최상급 정령들은 오딘에 깃드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나를 돕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하고 연습까지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철컹!
삽시간에 열린 오딘의 가슴팍에 들어가자 오딘 안에 설치된 제어 시스템이 연결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엘라이카의 힘이 오딘에 깃들었다.
파직! 파지직!
전격의 정령이 깃든 만큼 오딘의 전신에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허공에서 거대한 창이 나타난다. 그것이야말로 에레스티아가 이미 써버렸다고 미안해했던 오딘의 주무장. 궁니르(Gungnir)였다.
[크르르......]이제는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리고 마기를 피워 올리는 카울을 보며 자세를 잡는다.
"2차전 시작이다...... 라고는 말하지 않겠어."
타이탄인 오딘의 사이즈에 맞게 개조되어 이제는 인간이 쓸 수 없게 된 궁니르에 마나를 쏟아 붓는다. 그리고 엘라이카의 힘에 의해 오딘의 한줄기 전광으로 변한다.
"......... 가급적 빨리. 순식간에 끝내자."
============================ 작품 후기 ============================ 헉헉 같신히 올립니다. 에구에구 힘들다(........) 전투씬은 이걸로 끝입니다. 쓸데없는데(?)에 지면을 낭비했군요. 주인공이 할 수 있는 걸 다 보여드리려다 보니 ㅠㅠ 늦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