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210화 (210/283)

< --20장. 원영신(元靈身)을 이루다. -- >

손잡이를 틀어 녀석의 내부를 헤집은 후 전격으로 변환한 검기를 쏟아 붓는다. 녀석을 죽이지는 않지만 그 직전까지 내모는 것이다.

[화신체]라는 건 절대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잠깐 변신하는 게 아니라 본체의 기운을 상당부분 사용할 수 있는 화신체가 이런 식으로 살해당하면 최소 수개월에서 심하면 몇 년 동안 몸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도 그런 상황을 참을 수 없는 카울의 몸에서 살기가 뿜어진다.

[버러지 같은 놈이-----!!!]우우웅-!!

검에 관통당해 있던 카울의 몸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그 자리에 거대한 중압감이 가득 들어찬다. 나는 망설임 없이 뒤로 [한 발짝] 걸었다.

쿠아아앙---!!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새까만 비늘로 보호받고 있는 거대한 다리가 대지를 짓밟는다. 그러나 공간을 뛰어넘은 나는 벌써 1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상태다.

[잔재주를 부리는 구나!]

"내가 좀 잔재주의 집합체이긴 하지."

이것은 원영신을 이뤄냄으로서 얻은 특수능력. 월공보(越空步)이다. 굳이 효과를 설명하자면 일종의 축지법이라고 할 수 있겠지. 집중하고 사용하면 한 걸음에 수백 킬로미터도 넘게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다.

콰드드득!

"웃차!"

월공보는 상당한 쿨타임(3분. 원래는 다섯 시간.)을 가지고 있던 만큼 블링크를 발동해 다시 이동한다. 그리고 하늘에 드리워진 거대한 그림자를 보았다.

[크르르르르---]

"오오........ 크다."

긴장감 없는 소리를 하긴 했지만 어마어마한 위압감이다. 사자와 곰을 반씩 섞어 놓은 것 같은 얼굴에는 수사슴의 그것과도 비슷한 두 개의 뿔이 달려 있었는데 그 뿔들조차도 수백 년을 살아온 고목만큼이나 크다. 녀석이 두 다리로 땅을 딛고 서면 15층 건물 뒤에 선다 해도 가슴 위로는 도저히 가리지 못할 정도였다.

기본적으로는 거인(巨人)에 가까운 형태이지만 팔은 여섯 개나 되며 그 여섯 개의 팔에는 각기 두 개의 검과 두 개의 창. 그리고 두 개의 해머를 들고 있는데다 주위로 포악한 오오라가 흐르고 있어 마치 파괴신이 강림한 듯 굉장한 박력이 느껴진다.

[튼튼하다니 잘 되었구나! 영원의 겁화 아래에서 불타라!!]

카울이 입을 벌리자 그 입 안으로 붉은 색의 구슬이 생성된다. 녀석의 덩치가 덩치인 만큼 어지간한 집 한 채 만하던 적색의 구슬은 순식간에 광선으로 변해 뿜어진다.

피융!

당연하지만 광선은 삽시간에 내 전신을 덮으며 뿜어졌다. 1500배나 가속된 시간에서조차 광속을 피해내는 건 불가능. 그리고 그 빛줄기가 명중하는 순간 강렬한 충격과 함께 대폭발이 일어났다.

쿠아아아---!

어마어마한 폭발과 함께 거대한 버섯구름이 생성된다. 수많은 거목과 암석이 가득하던 산맥이 통째로 날아가고 한순간 주변 공기가 타버리자 2차 후폭풍이 사방을 박살내기 시작한다.

'엄청나구먼!!'

두 손으로 눈과 귀를 막은 채 마음속으로 비명을 지른다. 화신체 상태에서도 녀석은 꽤 강했지만 과연 본체에 비할 바가 아니다. 녀석은 [마왕]이 아니라 [마수]. 즉 녀석의 가장 강력한 힘은 절대고수의 검강도 대마법사의 궁극마법도 아닌 [육체 그 자

체]라는 뜻!

<원영신 가동! 기화(氣化)합니다!>어마어마한 열기에 새까맣게 타버렸던 육체가 한순간에 실체 없는 허상처럼 변한다. 체력 회복은 기화 상태에서도 한층 더 빠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다시 체화(體化)를 할 때 즈음이면 완벽하게 회복하겠지.

[그럼 전력으로 가 볼까?]육체가 사라져 버린 만큼 영언(靈言)을 읊으며 남은 두 자루의 용광검을 들어올린다. 기화된 상태라 하더라도 물리력을 발휘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 단단한 육체가 없는 만큼 근력 포인트가 두 단계 이상 낮아지지만 내 근력은 두 단계 낮춘다고 해도 반신의 근력인 것이다.

웅-언제나 그렇지만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 본체로 돌아온 카울에게 먹히는 유효 기술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은데다가 그것들 전부가 소모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일격 일격이

치명타가 아니면 내가 가장 걱정하는. 그러니까 [서로 못 죽이는]사태에 직면하게 되리라.

[발동. 초월가속.]짧게 읊조리자 세상이 정지한다. 내 육체는 물론 들고 있던 두 자루의 용광검까지 기화되어 세계에서 유리(遊離)된다.

기이익.

특수능력 초월가속(超越加速).

그것은 육체를 버려 영적인 존재가 된 반신만이 발동할 수 있는 초월적인 힘이다. 원영신을 이룬 이는 육체를 영자화(靈子化)함으로서 물리법칙의 한계를 벗어던지고 광속의 영역에 발을 딛는 게 가능하다.

번쩍! 번쩍!

두 개의 용광검에서 눈부신 빛과 함께 용광섬이 터져 나온다. 그것은 강기를 다루는 초월자들의 기준에서도 [필살기]의 영역에 속하는 강대한 기술. 나는 이 기술로 카울의 눈동자를 노렸다. 눈동자를 터트리고 뇌를 박살내기 위해서였다.

쩌억!

"크억---!?"

그러나 어느 순간 초월가속은 물론 기화마저 풀려버린 채 바닥을 뒹군다. 그 잠간의 사이에 화상을 거의 회복한 육체였지만 광속으로 움직이다 단번에 초월가속이 풀려버린 타격은 어마어마했다.

[크윽-! 이건....... 초월가속이로군.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한 놈이야.]

"이건....... 이건 대체?"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려다 경악한다. 놀랍게도 내 허리 아래로 [아무것도] 없었다.

우득. 우드득.

그리고 그 사라진 내 하반신을 카울이 씹어 삼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불사신에 가까운 나지만 저렇게 몸을 씹어 삼켜 버리면 재구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큭큭큭. 뭘 믿나 했더니 초월가속을 믿고 있던 건가. 미안하지만 내 인지를 벗어나

는 공격에 대한 대비 정도도 안 해 놨을 것 같나?]사납게 웃으며 거대한 머리를 들이대는 카울의 모습에 스킬을 발동한다.

<보조스킬 역행(逆行)이 발동합니다!><발동 실패! 더 상위의 개념(槪念)에 의해 스킬이 취소됩니다!>

"상위의 개념?"

일정 공간의 시간을 뒤로 돌려 육체를 복원시키는 역행이 취소당하는 모습에 황당해한다. 강기에 입은 상처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역행이 안 먹히다니........ 설마 저주 계열의 궁극마법이라도 된단 말인가?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지?"

[큭큭큭. 미안하지만.]카울의 몸에 강렬한 마기가 깃든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기가 허공에 모여 거대한 괴수의 [입]을 형상화하고-

[내가 너에게 친절을 발휘할 이유가 없다!!]촤악!

그대로 내 전신을 삼키기 위해 닥쳐들었다.

따악-!

그러나 시간이 돌아간다. 침을 뚝뚝 흘리며 내 코앞까지 닥쳐 들었던 입이 사라지고 내 몸 역시 원래대로 돌아오고 나는 다시 멀찍이에서 녀석의 모습을 보는 상태가 되었다.

모두 [없던 일]이 된 것이다.

"하긴 네가 친절을 발휘할 필요는 없어."

중얼거리며 쓰게 웃는다. 하지만 이놈 진짜 세긴 세구나. 지금의 나는 거의 전략병기에 가까운 존재인데도 위기가 닥칠지는 몰랐다. 이미 옛날 옛적에 초월자의 위치에 올라선 후 마왕들조차 두려워할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던 나름대로 숨겨둔 비장의 수라는 걸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알아내면 되니까."

<원영신 가동! 기화(氣化)합니다!><특수능력 초월가속(超越加速)!>다시 날아든다. 광속의 영역에 들어서 적을 후려친다. 그러다 또 영문을 모르고 당해 팔이 날아가고 복부에 구멍이 난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시간은 계속 돌아간다. 나는 알고 있었다.

따악-! 따악-! 따악-! 따악-!

어차피 녀석이 이긴다는 [경우의 수]라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 작품 후기 ============================

사실 타임 슬립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찌질대는 영화나 소설을 보면서 불만이 많았죠. 대체 저런 사기능력을 가지고 왜 저따위로 사나....... 물론 사람관의 관계가 없어지기도 하고 다 헛되다는 점에서 멘탈이 유리인 녀석들은 버틸 수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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