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장. 원영신(元靈身)을 이루다. -- >
"하지만 주인님 최상급 환수 10체에 상급 환수 150체라니 대체 영혼이 얼마나 큰 거예요? 이러다 주변 몬스터 씨가 마르겠어요!"
그렇다. 소환수는 별로 많이 소환하지 못했다.
끽해야 200체 소환했을 뿐인 것이다.
"뭐 처음부터 씨를 말릴 계획이었으니까. 도시 하나 만드는데 주변에 몬스터가 많으면 곤란하기도 하고."
슬쩍 고개를 돌려 교황청을 바라본다. 3킬로미터의 지름에 10킬로미터의 높이를 가진 교황청은 너무나 거대해서 어지간한 도시 몇 개는 통째로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다. 지구에서 가장 높다는 에베레스트 산조차 8,848m의 높이를 가지고 있을 뿐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 탑이 얼마나 거대한지 알 수 있으리라.
"스카이. 나를 탑의 꼭대기까지 데려다줄래?"
"네 주인님!"
화악!
흑발의 미녀였던 스카이가 단 한 번의 발 구름으로 수 미터 이상 뛰어올라 거대한 금빛의 새로 변한다.
"빠르게 날아도 될까요?"
썬더버드의 모습을 취한 스카이의 물음에 자신만만하게 웃는다.
"전력을 다해 날아."
"네 주인님!"
파아앙-!
최상급 환수인 스카이의 비행속도는 음속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그녀는 단순히 날개를 내저어 날아가는 게 아니라 주변 공간 자체를 장악해 스스로를 가속하기 때문에
최고 마하 5에 달하는 속도를 낼 수 있다. 현대의 전투기조차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영역에 들어서는 것이다.
탁.
우리는 순식간에 교황청의 꼭대기에 도착했다. 인류가 만들어낸 그 어떤 건축물보다도 압도적으로 높은 탑의 정상. 나는 그 난간에 걸터앉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주변 광경이 위성사진으로 보일 정도로 자그마하다.
"만드느라 고생한 보람이 있군."
교황청을 위해 내가 고른 장소는 그 어떤 세력도 자리하지 않으면서도 지질학적으로 쓸모 있는 금속이 많은 곳. 이왕이면 철광산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환상의 대륙 네버랜드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장소가 있었다.
마경(魔境). 알케이런.
알케이런은 길바닥에 금덩어리가 굴러다니고 광맥이 땅 밖으로 드러나 햇빛에 반짝이는 장소다. 말하자면 지표에서 바로 광물을 캐내는. 그야말로 황금의 땅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노천광(露天鑛)인 것이다.
알케이런은 지구의 노천광처럼 시시하게 구리 석회석 뭐 이런 것들이 아니라 철광과 동광. 은광은 물론이고 금광과 각종 보석들이 쏟아져 나오는 황금의 대지다. 그냥 들어가서 돌멩이처럼 굴러다니는 광물들을 잔뜩 들고 나와도 한목 단단히 잡을 수 있는 그런 장소.
그러나....... 그런 안이한 마음으로 알케이런에 들어간 이들은 모조리 살아나오질 못했다. 알케이런의 이름 앞에 괜히 마경이라는 단어가 붙는 게 아닌 것이다.
'역사적으로 알케이런에서 죽은 인간의 숫자가 100만 명이 넘는다고 했지. 엘프랑 드워프를 포함한 유사인류도 10만 명은 죽었다고 했던가.'
마경(魔境). 알케이런. 통칭 개미굴.
앞서 말했듯이 알케이런은 수없이 많은 귀금속이 문자 그대로 '산'처럼 쌓여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 지역을 차지하고 싶어 했던 세력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철광석은 무기를 만드는데 필수적으로 필요한 전략자원이고 금광과 은광. 그리고 보석들의 가치는 굳이 더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니까.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견제하기도 전에 거대한 벽과 만나야 했다.
폭식마수. 이터(Eater).
그것은 그 누구도 알케이런에 접근하기 전에 알케이런을 차지한 재앙의 이름이다. 마치 개미처럼 생긴 이 몬스터는 무엇이든 잡아먹는 포식자였던 것. 생명체는 물론이고 무생물체까지 씹어 삼키는 이 괴물들은 일확천금을 노리고 알케이런에 숨어들어온 인간들은 물론 후에 자원을 노리고 온 필타우스제국과 사라센 제국의 군대를 몰살시켰으며 철목(鐵木). 티타린을 얻고자 했던 수많은 엘프들과 광맥을 캐고자 했던 드워프들까지 모조리 집어 삼킴으로써 알케이런을 절대 들어서면 안 되는 금지이자 마경으로 만들어 버렸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증식하는 개미떼처럼 빠르게 숫자를 늘려가는 데다가 강철을 먹으면 강철처럼 몸이 단단해지고 보석을 먹으면 지기를 흡수해 특수능력까지 사용하는 이터는 지름이 100킬로미터가 넘을 정도로 광대한 알케이런을 서식지로 삼아 거대한 개미굴을 만들었다. 거기에 서식하는 이터의 숫자가 족히 수천만이 넘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라 근래 와서는 광맥을 노리고 쳐들어오기는커녕 이터가 다른 지역으로 퍼져 나갈까봐 전전긍긍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물론 그래봐야 내손에 다 끝장났지만.'
정확히 말하면 내 손에 끝장난 건 이터 중에서도 귀족이라 할 수 있는 강자들과 히어로 몬스터에 해당하는 전투력을 가진 왕족들. 그리고 그 모든 이들을 [생산]해 내던 여왕이었고 나머지 잡것들은 내가 소환한 수천의 정령들과 수백의 소환수들이 정리했다. 마나를 최대한 빨리빨리 소모하기 위해 그녀들의 소환을 상시 유지하는 편이
었으니 최대한 일을 시켜 놓은 것이 반년 이라는 시간동안 알케이런을 깔끔히 청소 하는 결과를 나은 것이다.
"하지만 정말 대단해요. 이 근처가 이렇게 풍요로운 땅이 될 줄이야."
"광맥을 모조리 빨아들여 챙기고 남은 땅은 땅의 정령들로 지기를 증폭시켰으니까. 거기에 소환한 나무의 정령들이 나무를 키우고 물의 정령들이 수분을 제공하기까지 했으니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야."
"호호호. 주인님 지금 이 말을 다른 정령사들이 들었으면 기절했을 거예요. 사실 저 하나만 소환해도 버틸 수 있는 소환사가 많지 않은데."
"내가 잘난 건 잘 알고 있으니 구태여 더 말해줄 필요 없어."
"네 주인님."
내가 들어도 정말 재수 없어 보이는 말을 듣고도 그저 좋다는 듯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사실 나와 1:1로 있는 건 그녀들에게 상당히 영광스러운 일인 것 같다. 드래곤 정도 되지 않는 이상 감히 노려볼 수 없는 일인데 내 변덕으로 곁에 있을 수 있게 되니 기쁜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실험해 본다는 걸 깜빡했군. 잠깐 떨어져 봐."
"에에. 지금요?"
토라진 듯 입술을 내미는 스카이의 모습에 헛웃음을 짓는다.
"그럼 등에 붙어 있어."
"네~"
대답과 거의 동시에 풍만한 가슴이 내 등을 압박하는 게 느껴진다. 다분히 내 취향이 가미된 그녀의 체형은 많은 환수들과 정령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 그리고 늘씬한 몸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일단 미녀라면 빈유라도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육덕진 몸매를 좋아하니 어떤 형상이든 취할 수 있는 그녀들이 그걸 눈치 채고 비슷한 체형으로 변한 것이다.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뻘생각을 하며 양손을 들어올린다.
파앗!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두개의 검이 나타나 잡힌다. 그것은 지고의 연금이 가지고 있는 두 번째 보조스킬. 무한의 저장소가 가진 능력이었다.
'최대마나 1000테라 당 1*1*1미터씩 커지고 한계중량이 10킬로그램씩 늘어나는 인벤토리라니.'
초월자에 이르는 존재들이 대부분 1천만 테라 이상의 마나를 축적한다는 걸 생각하면 무한의 저장소는 가장 작을 때에도 100톤의 무게를 버틸 수 있는 1*1*10킬로미터의 공간을 가지게 된다는 뜻이다. 물론 [슬롯]의 배치는 사용자의 마음대로이기 때문에 꼭 길쭉하게 할 필요 없이 어지간한 빌딩을 집어넣을 공간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니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충분히 무한의 저장소라 부를 수 있을 정도. 그리고 현재 내 마나에 의해 증폭된 무한의 저장소의 크기는........'1*1*96만 킬로미터에 한계중량 960만 톤'뭘 어떻게 얼마나 넣어야 할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크기다. 가로 세로 높이를 잘 조절하면 어지간한 나라도 통째로 넣을 수 있는 수준. 서울에서 부산까지 직선거리 350킬로미터라는 걸 생각해 보면 이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규모인지 알 수 있으리라.
웅-
어쨌거나 그렇게 무한의 저장고에서 꺼내든 용광검과 용광검-A타입을 들어올려 마나를 주입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텍스트가 떠올랐다.
<무투 계열 스킬이 초월자에 이르지 못하셨습니다!><용광참의 마나 소비가 100배 증가합니다!>
"오우. 이런 고마운 일이."
페널티라고 달아놓은 것 같은데 나한테는 좋기만 한 일이다. 가뜩이나 모든 마나스킬 효율 200%증가 같은 버프 때문에 마나를 쓰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소모처를 만들어 주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나는 두개의 용광검을 들어 벼락처럼 내질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허공에 X자 모양양의 균열이 생긴다.
번쩍!
극도로 압축된 내공의 정화가 빛으로 화해 공간을 가르고 지나간다. 그것은 마치 빛
의 파도와도 같아 보통 사람이 정면에서 마주 보면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강렬하다.
난 한순간 공간이 절단되어 일렁이는 모습에 환하게 웃었다. 그것은 초월자의 경지에 올라서야만 구현할 수 있는 지고의 권능. 강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모 마나 1억 테라라....... 1회분 치고는 괜찮은 편인데 100배를 해도 1억 밖에 안 되다니 원. 마나스킬 효율 200%증가 버프만 아니어도 4억은 쓸 텐데."
게다가 용광검에 깃든 궁극기 용광참은 쿨타임이 무려 1시간이나 된다. [로안]의 보조스킬이 아니라 무기에 깃들어 있는 스킬이기 때문에 보조스킬 99%감소 버프도 적용되지 않아 비장의 기술이 될 수는 있어도 주 스킬이 될 수는 없는 것.
그러나 머리를 굴리니 방법이 보인다.
'이런 무기가 60자루 정도 있으면 궁극기를 분당 1회씩 사용할 수 있겠어.'
============================ 작품 후기 ============================ 궁극기 소비 마나 때문에 좋아하지만 이제 별로 급할 것도 없습니다. 다들 아시다시
피 이제 12시간에 한 번씩 정령계나 환계에 갈 수 있으니 현실에서 마나 쓰려고 버둥거릴 필요가 없지요. 아아. 살짝살짝 굴리고 싶은데 이자식이 너무 먼치킨이라 굴릴 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