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장. 원영신(元靈身)을 이루다. -- >
'4547체지.'
그야말로 땅위에 강림한 정령군단(精靈軍團)이지만 소환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렵다기보다....... 귀찮다는 쪽이겠지. 이 녀석들을 다 소환하느라고 소모한 시간만 해도 거의 수개월 수준이니까. 물론 다른 일 다 하면서 틈날 때마다 소환한 거지만 그렇다 해도 엄청난 작업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쨌든 수고했어. 10층에서 쉬고 있으면 찾아갈게."
[빨리 오셔야 해요!][기다릴게요!]지금까지 충분히 교육을 시켜왔기 때문에 당장 안아달라고 조르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수련과 작업은 연속적으로 이뤄지는 작업이기 때문에 방해 되지 않도록 단단히 일어 둔 것이다. 때문에 내가 지금 만들고 있는 [탑]의 10층은 상위 정령들이 상시 머무는 일종의 거주공간이 되었다.
"격리차원에 가까운 공간이니 반쯤 정령계지 뭐."
중얼거리며 메이킹 플레인(Making plane)을 연다. 설계도를 짜고 정신을 집중해 마나를 제어했다. 어렵지 않은 난이도임에도 작업은 신중하다. 이것이야 말로 3개월 동안 어마어마한 마나와 집중력을 소모한 작업의 완료작업이었기 때문이다.
기이이잉-! 킹!
<오류! 작업에 실패했습니다!>
작업에 대한 내 이해와 경지는 꽤 높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높은 등급을 가진 장비를 만들려면 몇 번이고 실패가 뜬다.
일단 생산 스킬을 사용하다 실패가 뜨면 작업 난이도가 1단계 높아지고 작품의 질은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소모]된 경험치를 돌려받지도 못하기 때문에 피해가 막심하다.
하지만 당연히도 나는 새삼스럽게 당황하지 않았다. 뭐 어떻단 말인가?
따악!
시간을 돌린다. 작업을 이어나간다. 이미 틀렸던 부분을 아니 작업은 한층 쉬워진다.
따악! 따악! 따악!
작업을 하다 보면 정말 내가 생각해도 좀 양아치 같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기에 극도의 집중과 함께 이루어져야 할 작업이 별다른 부담 없이 완성되고 있는 것. 그러나 그럼에도 작업 자체는 쉽지 않아서 거의 1시간에 걸쳐 10만 테라의 마나가 소모된다.
'아오. 아무리 써도 10만 테라 이상을 쓸 수가 없네.'
몇 번이고 말해 온 것이지만 최대 마나량이 늘어난다고 한 번에 사용가능한 마나량이 증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9600억 테라의 마나가 있는데 한번에도 아니고 1시간 내내 사력을 다해도 10만 테라 밖에 쓸 수 없다니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물론 실제로 내가 만든 작품이 발휘하는 힘은 200만 테라가 넘지만 온갖 버프에 의해 보정받고 있는 나는 높은 마나 효율의 스킬 발동이 가능하니 실제 마나 소모량은 자잘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우우우-!
정신을 집중한 채 마력제어를 이어나간다. 언뜻 지루해 보일 수 있는 작업이지만 이게 생각보다 상당히 재미있다. 내 머릿속에만 있는 물건을 현실에 구현시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보람이 넘치는 일이다.
<아프로디테의 신상을 완성했습니다! 등급 S급><10만 테라의 마나와 100만 EXP를 소모하였습니다! 아이템 등급이 S->SS->EX급으로 로 상승합니다!>
마나도 마나지만 쏟아 붓는 경험치도 어마어마하다. 과거 골드 드래곤 에레스티아의 가디언이었던 히어로 몬스터 레나의 제압 경험치조차 2만EXP에 미치지 못했다는 걸 생각하면 100만 EXP가 얼마나 엄청난 양인지 알 수 있을 정도. 하긴 그만한 양이니 S등급의 아이템이 EX랭크의 아이템이 된 것이겠지만.
"좋아. 드디어 마지막 퍼즐조각이 완성되었군."
손을 내밀고 우아하게 미소 짓는 아프로디테의 신상을 보며 웃었다. 신상에서 느껴지는 힘은 거대하다.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사용한 경험치가 아깝지 않을 정도다.
"도와줘."
[네!]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바람의 상급 정령이 쑥하고 나타나 신상을 들어올린다. 최상급 정령들에게 짬빱(?)에서 밀리기 때문에 상급 이하의 정령들은 특별한 용건이 없는 한 내게 먼저 말 걸지 못하며 막 부려먹어도 마냥 좋아한다.
휘이잉!
바람에 휩싸인 신상이 부드럽게 허공을 날아 유일하게 비어있던 한쪽 단상에 올라선다.
철컥.
신상이 단상에 고정되며 금속음이 들린다. 그것은 지난 3개월간의 대장정이 끝나는 소리였다.
우우우우웅----!!
석벽 하나하나에서 뿜어진 기운이 서로서로 뭉쳐 거대한 흐름을 이룬다. 움직이는 마나량은 상상을 초월해서 100억 테라에 달한다. 내 최대 마나의 1/90밖에 안 되는 마나이기는 하지만 어지간한 드래곤도 1억 테라의 마나조차 가지지 못한다는 걸 생각하면 이 [작품] 전 대륙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거대한 마나의 집결체라고 할 수 있다.
킹! 킹! 킹! 킹! 킹!
마스터 피스(Masterpiece)라고 할 수 있는 다섯 개의 신상이 차례로 빛난다. 그리고 드디어 모든 작업이 완료되었다.
<기나긴 대장정 끝에 성스러운 탑. 교황청을 완성하셨습니다! 등급 EX급!><100억 테라의 마나와 1000억 EXP를 소모하였습니다! 건물의 등급이 EX->레전드급으로 상승합니다!>
"오오. 레전드급. 혹시나 했는데 진짜 되다니........"
요번에 타임슬립을 하고 난 후 그야말로 순식간에 초월자까지 경지를 끌어올렸던 나지만 내가 성행위 스킬을 순식간에 성장시킬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예전에 이뤘던 [경지]와 [감각]을 내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기 때문일 뿐 높은 스텟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초월자에 이르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나는 또 하나의 성장 스킬을 초월자에 올리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수많은 고행과 단련. 그리고 실전 끝에 지고(至高)의 연금(鍊金)이 초월자의 경지에 들어섰습니다! 당신은 창조의 본질에 대해 '앎'으로써 마나의 이치를 깨닫고 신성이 깃든 무구를 제작해 내는 게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보조스킬. 원형복제(原形複製)를 획득하셨습니다!><보조스킬. 무한의 저장소를 획득하셨습니다!><보조스킬. 중첩강화(重疊强化)를 획득하셨습니다!><마나의 이치를 깨달음에 따라 스킬들의 쿨타임이 1/10으로 감소되며 그 효율이 100%증가합니다!><창조의 본질을 깨달음으로써 지고의 연금의 모든 스킬이 진화합니다!><지고의 연금이 초월경에 이르면서 어떤 장비라도 100%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창조의 본질을 깨달음으로써 사물의 구조와 발동원리를 일견하는 것만으로 파악하는 혜안을 획득합니다!><초월경에 이름에 따라 육체가 변하는 것을 느낍니다! 모든 능력치가 10포인트씩 상승합니다!>스텟이 150으로 제한되어 있는 만큼 120포인트는 고스란히 스킬 포인트로 변경되었지만 중요한 건 스킬 포인트가 아니라 새로운 초월지경이다.
"로안!"
거의 동시에 터져 나온 목소리와 함께 허공에 세 명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
들은 골드 드래곤 에레스티아. 실버 드래곤 아무르. 레드 드래곤 적월이다.
"세상에 뭘 만든 거야? 이 어마어마한 마력은 뭐야?"
"궁극마법에 의한 탐지조차 완전히 차단....... 놀라워."
"와 이거 단단해 보인다. 검환으로 후려쳐도 상처가 안 나겠다."
세 드래곤은 각기 특기 분야가 다르다. 물론 마법의 화신이라는 드래곤의 특성답게 셋 모두 대마법사지만 오직 마법만 파고 들어간 마법 오덕후 에레스티아와는 다르게 아무르는 생산능력에 파고들어 강력하고도 온갖 능력을 가진 골렘을 만들어냈고 적월은 무공을 파고들어 온갖 상위 무공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걸 보여줄까?"
"엑? 이 말도 안 되는 탑보다 놀라운 게 있어?"
"보면 알지."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튕긴다. 다만 타임슬립은 아니고 정해진 술식을 가동하는 일종의 소매틱이었다.
우웅-!
오색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몸을 가진 아프로디테의 신상이 허공을 날아 우리들 앞으로 내려선다. 다만 특이한 점은 그 신상이 뿜어내고 있는 힘. 놀랍게도 아프로디테의 신상은 실제로 강대한 신성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아프로디테가 강림한 건 아냐. 이건....... 가디언?"
"응. 아무르의 가디언을 참고로 해 봤지. 혹시나 이 탑을 공격할 적이 있을지 모르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거든."
그렇게 말하며 신상을 바라본다. 신상 위쪽으로 말풍선이 떠오른다.
이름 : 에로스종족 : 쥬얼 골렘(*레전드 NPC*) 수호 NPC. 비선공.
신의 탑. 교황청을 수호하는 오대 가디언 중 하나. 치유와 전투에 전반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강력한 버프 능력과 매료 능력을 자랑한다.
'레전드 NPC라!'
말풍선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는다. 원래 에로스는 EX급 골렘으로 히어로 NPC판정이 떠야 하지만 에로스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골렘인 동시에 레전드 등급의 교황청의 [부품]이기도 해서 교황청 근방에 있다면 그 자체로 막대한 버프를 받는다.
"신성력을 사용하는 골렘......."
홀린 듯 중얼거리는 아무르를 보며 어깨를 으쓱인다.
"만들기는 다 만들었지만 아직 작동하는 건 그 녀석뿐이야. 이런저런 제한이 있어서."
나는 아프로디테의 교단의 교황이다. 그러나 아프로디테'만'의 교황은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끝까지 거부하던 아프로디테를 협박&회유해 얻어낸 결과.
'내가 하려는 건 한 신에게 묶인 교황이 아니니까.'
만약 그렇다면 여기에 다섯 개의 신상을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목표하는 방향은 오직 하나. 모든 신들의 대리자로 그 기적을 행사하는 존재.
통합교황이다.
============================ 작품 후기 ============================ 지금 일이 있어서 정말 간신히 올립니다. 일하는 중에 글 쓰려니 정신없네요; 그나마 손님이 별로 없어서 다행(?)인가......
손님이 별로 없어서 다행(?)인가...... 손님이 별로 없어서 다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