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장. 삼룡 공략! -- >
'아니 잠깐.'
난 비전투 계열 초월자다. 그리고 그렇기에 누구와 싸우려 들기 보다는 다른 수단을 많이 강구해 왔다. 내 특기가 전투가 아니라면 굳이 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
그러나........ 이 경이적인 육체와 마나.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버프는 내 [재능]이라는 [페널티]조차 무시할 정도다. 그리고 무엇보다 적어도 내 능력을 나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웅!
공간을 넘어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곳은 과거 에레스티아와 즐거운 나날을 지내던
거대 저택이다.
"오........ 이거 뭐야. 생각보다 대단해 보이는데?"
"새로운 타입."
"달라. 그것도 많이........ 영상으로만 봐서 그런가?"
커다란 원형의 테이블 너머에는 세 명의 여인이 앉아 있다. 그중 한명은 나에게 극히 익숙한 여인. 그러니까 환한 금발에 175센티의 키. 어디하나 흠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밸런스의 몸매를 가진 에레스티아였고 또 한 명은 그녀와 비슷한 체형이지만 조금 더 탄탄해 보이는 몸매에 불타오르는 듯 새빨간 머리칼을 가진 여인이고 마지막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청발의 소녀였다.
'이들이 혼돈의 숲에 거주하는 드래곤들인가.'
에레스티아를 제외하고는 말만 들었지 처음 보는 얼굴들이다. 당연하지만 그녀들 전부가 완벽한 몸매와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는데 취향 차이 때문인지 가슴은 에레스티아가 가장 컸고 체형의 탄탄함은 적월이 위였으며 아무르는 여인이라기보다는 소녀에 가까운 몸을 가지고 있다.
"만나서 반갑군. 황금의 일족 에레스티아다."
"적월이야. 심상치 않은 녀석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보자마자 심상치 않다는 게 느껴질 줄은 몰랐는데?"
"아무르."
드래곤들은 나를 신기하다는 눈으로 보고 있다. 만약 그녀들이 어제 나를 불렀으면 반응이 좀 달랐을 테지만 스텟이 150을 넘으면서 내 기질 자체가 예전과 다른 상황. 나는 여유 있게 웃으며 그녀들에게 말했다.
"반가워. 로안 필스타인이야."
상대가 드래곤들이라는 걸 생각하면 지나치게 건방진 태도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오히려 이런 태도가 어울린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제왕의 기질이 뿜어져 나오는 나는 설사 드래곤이라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우웅!
일렁임과 함께 알리시아가 사라진다. 그러나 그녀가 사라지거나 말거나 삼룡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상황. 그리고 그중 아무르가 건조한 목소리로 묻는다.
"마력량....... 측정불가. 정체가 뭐지?"
"이미 알고 있는 걸 왜 굳이 물어?"
오히려 반문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카엘 일족은 오랜 시간 혼돈의 숲에 거주했고 그랬기에 드래곤들 역시 카엘족의 자식인 로안에 대해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물론 관심이 없어 자세히는 몰랐겠지만 내 신원 자체는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이상해서 그래. 적어도 우리가 알고 있던 너는 그리 눈여겨 볼만 한 존재가 아니었거든."
솔직하게 핵심을 치고 나오는 에레스티아의 모습에 슬쩍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너희들이 나라는 존재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지. 아아....... 그래도 천재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겠구나?"
"........."
슬슬 삼룡의 얼굴에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라는 표정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미 말했듯 후광이 비치는 150의 매력이 가지는 설득력은 보통이 넘어 이런 말조차 쉽게 부정하기 힘든 위력을 발휘한다.
"뭐, 간략히 설명하자면 기연이 좀 있었어. 더불어 수없이 많은 재능 가운데에서도 특출한 재능을 찾아 빠르게 강해졌고."
중요한 건 당당함이다. 단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는 당당한 태도. 때문에 레드 드래곤 적월은 취조하던 태도를 버리며 물었다.
"그게 색공인가?"
"이미 지켜봐서 알 텐데 굳이 확인까지야. 요번에 초월자의 경지에 올랐지."
"하, 하하....... 그야말로 전무후무하군. 색공으로 초월지경에 오르다니."
서대륙 일리야라고는 하지만 동대륙 한과 지속적인 교류가 이루어지는 만큼 무공이나 색공의 개념에 대해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상태다. 다만 색공의 경우는 그냥 즐기는 수준에서 그칠 뿐 높은 경지에 올라서는 이가 아무도 없었는데 그걸 내가 초월자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흠. 저기 적월.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저 녀석이 그 색공이라는 이상한 능력으로 그랜드 마스터가 되었다는 거야?"
"결론을 말하자면....... 그렇지. 색공은 밤일을 하는 파트너에게 지극한 쾌락을 주며 그 힘을 뺏거나 함께 기운을 키워나가는 기술이니까. 다만 색공이라는 건 무공의 위력을 강화하기 위해 곁다리로 사용하는 능력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아예 그것만 수련해서 초월지경이라."
아무래도 마법 오덕후인 에레스티아에 비해 적월이 동양 심법에 대한 지식이 많은 모양이다. 에레스티아는 금룡진결을 만들었을 정도로 식(式)에 대한 이해가 높지만 정작 기본적인 상식 같은 곳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비전투계열 초월자. 1급 연구대상."
아무르가 눈조차 깜빡이지 않은 채 나를 빤히 바라본다. 표정에 변화는 없지만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건 분명한 흥미.
"흐음 타인을 성장시키는 종류의 초월자라........."
그리고 에레스티아도 재미있어 보인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고만고만하
던 가디언들의 마나를 폭발적으로 증폭시킨 내 능력에 관심이 가는 것이다.
"그나저나 용건이 뭐였지? 요즘 상당히 바쁜 편인데."
빈말이 아니라 잠조차 거의 자지 않고 바쁘게 살고 있는 나다. 무공도 수련해야 하고 마법도 수련하는 중. 그리고 무엇보다 요새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은 바로 [생산]스킬. 즉 지고의 연금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생산스킬은 성공한다 해도 누굴 이기는 그런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대결]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이 경우에는 오히려 승급이 쉬워서 만들어낸 결과물의 [등급]이 높을수록 커다란 스킬 보너스를 받기 때문에 요새 매일매일 작품들을 만들고 온갖 물건들의 설계도와 마법무기의 구조에 대해 배우는 중이다.
"뭐 그리 대단한 부탁은 아니야. 에레스티아의 가디언들에게 해 줬듯 우리 가디언들도 좀 강화시켜 줬으면 해서."
"그 잔월이라고 하는 녀석이라면 네 딸 아닌가? 날 별로 안 좋아 하는 것 같던데."
"내 말이라면 거부하지 못할 테니 괜찮아. 그래도 내 딸인데 연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별로거든. 게다가 너무 남자를 싫어해서 마냥 처녀로 늙는 것도 안타까웠는데 너 정도 되는 남자라면 마음이 놓이지."
적월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장난스러운 태도기는 하지만 잔월에 대해 말할 때 적월의 목소리가 감상적이 되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드래곤인 그녀는 드래코니안인 잔월을 경명하거나 꺼려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자식인지라 아끼는 마음이 있는 모양인 것이다.
물론 싫다는 딸을 강제로 남과 재우려고 한다는 점에서 다른 부모들의 모정과는 좀 다른 종류의 마음인 것 같기는 하다.
"너는?"
"내 가디언들은 골렘. 데이터 수집을 우선하겠어."
청발의 소녀. 아무르는 여전히 차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큰 눈에 가지런한 머릿결. 그리고 백옥 같은 피부까지........ 그야말로 만화책에서 뛰쳐나온 듯 아름다운 미소녀였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야. 그게 제안이야? 미안하지만 거절이다."
"어째서?"
"에레스티아의 가디언들은 도와줬잖아. 우리 잔월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거야?"
이해가 안 간다는 그녀들의 반응에 어이없어하며 답했다.
"미안하지만 그녀들과 관계를 맺은 건 그녀들이 날 사랑해 줬기 때문이야. 대체 내가 뭐가 아쉬워서 나 싫다는 여자를 안아야 하지? 심지어 소유 마나를 어마어마하게 늘리기까지 해 주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마력 증폭 능력은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사기적인 능력이다. 내가 아프로디테 교단의 교황일 때 전 대륙의 미녀들이 온갖 선물과 막대한 돈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한번만 같이 자 달라고 졸랐었는데 나 싫다는 여자랑 대뜸 자라니 너무 일방적인 제안 아닌가?
"흠. 보상이 부족하다는 말이야? 괜찮은 장비들을 줄 테니........"
"필요 없어. 어차피 장비에 휘둘릴 정도는 아니니까."
과거 에레스티아가 온갖 장비들을 넘기고 심지어 최고의 걸작. 오딘(Odin)까지 넘겨주었듯 어차피 그녀들을 [공략]하면 내 것은 내 것. 그녀들 것도 내 것이라는 양아치 기둥서방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장비 몇 개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
"그럼 원하는 게 뭔데?"
적월이 눈살을 찌푸린다. 짐짓 살기까지 뿜었지만 겨우 그 정도에 아랑곳할 내가 아니다.
"원하는 게 없다는 거지. 이 경우에는........ 아니 잠깐."
말을 멈추고 삼룡을 바라본다. 그리고 씩 웃는다.
"너희는 관심 없어? 드래곤 정도 되는 상대라면 제법 관심이 가는데."
<침대 위의 폭군 효과가 발동하였습니다!><실패하였습니다!><흥분도와 욕구가 각각 10포인트씩 상승하였습니다!>따악! 따악! 따악!
몇 번 시간을 돌려본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뭐야 침대 위의 폭군. 몰랐는데 안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잖아?'
에레스티아만 몇 번 성공했을 뿐 적월과 아무르는 계속해서 실패 판정이 뜬다. 그녀들이 나와의 행위에 대해 [무관심]한 게 아니라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인 것이다.
"후, 후후. 오냐오냐 하니까 우리가 그렇게 우습게 보인 건가? 고작 이런 일로 추파를 던질 정도로?"
"생식행위........ 관심 없어."
적월과 아무르는 기분이 상한 듯 강한 살기를 뿜어냈다. 에레스티아는 뒤에서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난 좀 관심 있는데........"
과거 나에게 임신을 시켜달란 제안을 했었듯이 에레스티아는 상당히 개방적이 사고방식을 가진 여인이다. 때문에 다른 드래곤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했는데 아무래도 드래곤마다 성향은 극히 다른 모양이었다.
"흐음 싫단 말이야? 누구보다 좋은 시간을 보내게 할 자신이 있는데."
"닥쳐. 사랑을 나누는 건 어디까지나 마음이 통하는 상대만이다."
아무르는 그냥 싫다고 하는 정도지만 적월은 진심으로 화가 난 듯 으르렁거린다. 인간과 사랑을 해 자식을 낳은 그녀가 이런 반응이라는 것은 단 한 가지 의미다.
'순정파로군!'
사람이 다양한 성향을 가지고 있듯 그녀 역시 에레스티아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흠. 그러면 차라리 내기를 하지."
"내기? 무슨 내기를 말하는 거지?"
의아해 하는 적월의 모습에 등 뒤에 차고 있던 라이온 하트를 뽑아들었다. 슈팅 스타는 이미 가동시켜 놓은 상황이다.
"싸워보는 거야. 너희 셋이 나를 공격하고 나는 버티는 거지. 단 정상적으로 싸우면 당연히 내가 질 테니 1분만 버티면 내가 이긴 걸로 해주지 않겠어?"
"........"
헉헉....... 잠시 침대에 누웠는데 자버려서 하마터면 못 올릴 뻔 했네요;;;;;;============================ 작품 후기 ============================ 헉헉....... 잠시 침대에 누웠는데 자버려서 하마터면 못 올릴 뻔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