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장. 삼룡 공략! -- >
[응?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 거니?]
"네. 싫어요."
[싫어? 뭐가?]순간 상황 파악이 안 된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프로디테에게 차분히 답해 주었다.
"그 사도라는 거요.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인 듯 잠시 조용하다. 신인 자신이 선택하면 당연히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긴 예전에는 실제로 그러기도 했었고 실제로 나쁘지 않았다. 아프로디테의 신성력은 쓸 곳이 많았고 미녀들이 가득 차 있는 아프로디테 교단은 그야말로 낙원이라 할 장소였던 것이다.'일이 좀 많은 게 문제였지만....... 뭐 어차피 어지간한 건 다 아래애들이 했었고.'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쉽게 허락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프로디테뿐이 아니라 다른 신들에게도 내 가치가 크다는 걸 알았으니 교섭을 하는 게 오히려 예의겠지.
"뵙게 돼서 반가웠습니다. 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고요. 하지만 지금의 저에게 아쉬운 게 없어서인지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지는 않군요."
상대가 신이라고는 하지만 물질계에 할 수 있는 간섭은 극히 제한된다. 물론 [신벌]이라는 형태로 누구에게든 해를 가할 수 있어 사람들에게는 경외의 존재이기도 하지만 초월자 정도 되면 그 간섭을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 실제로 드래곤들 역시 신을 그렇게 어려워하지 않을 정도인 것이다.
[나를....... 거부하겠다고? 인간이?]목소리가 표독스러워진다. 애초에 그리스 계열 신들은 성격이 개차반 같기로 유명한 편이니 네버랜드를 만든 밀리언이 그 전승의 1%만 가져왔어도 절대 선한 성격은 아니다. 사악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원래 나쁜 여자 보다 무서운 게 미친 여자가 아니던가?
[감히-----네가----!!!]
구구구구구---!
주변 공간이 떨리기 시작한다. 메리가 깜짝 놀라 내 어깨를 잡는다.
"용서를 비세요! 신벌이 떨어지려고 해요!"
"신벌이라."
그러나 당장 죽어도 두려울 게 없는 나는 태연하게 웃었다.
'어차피 신벌도 한번은 겪어봐야겠지.'
마나를 끌어올려 영단을 생산한다. 다만 외부에 방출하지는 않고 전신에 충만하게 채운다.
당연한 말이지만 영단(靈丹)은 강기(?
氣)와 같은 경지에 이른 마나의 결정임에도 그 성격이 전혀 달라 몸 가득히 채운다고 호신강기가 뿜어져 나오지 않지만 영적인 저항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화된다.
"하지만 좀 치졸한 짓 아닐까? 사도가 되지 않는다고 뭉개버리려 하다니."
"로, 로안님?"
태연하다 못해 오히려 도발하는 내 모습에 당황하는 메리. 더불어 분노와 짜증이 폭발한 아프로디테의 신상이 손을 들어올린다.
[영원토록 오늘의 결정을 후회해라!]<아프로디테님이 신벌(매력-50)을 내리셨습니다!><항마력이 외부의 간섭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절반의 성공!><행운(120)보정....... 절반의 성공!><매력(120)보정....... 절반의 성공!><마법적성(125)보정....... 절반의 성공!><저항 성공! 신벌이 적용되지 않습니다!>강력한 기운이 나를 노리고 날아들었다가 이내 목표를 잃고 스러져 버린다. 기껏 영단을 한껏 끌어올렸는데 스텟 보정과 항마력 막혀 버린 것이다.
[아니 잠깐. 너....... 타고난 게 왜 이렇게 많아? 행운성(幸運星)의 가호에 자미성(紫微星)의 가호를 받고 있어? 게다가 월음성(月陰星)의 가호까지 받다니?]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한다.
'별의 가호라니. 스텟이 120을 넘으면 붙는 이름 같은 건가?'
당연하지만 그것들은 타고 난 게 아니다. 그냥 스텟이 [재능의 한계]같은 걸 무시하고 무지막지하게 높아지니 시스템이 거기에 맞는 호칭을 붙여준 것이겠지.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 실망스럽다는 목소리로 말한다.
"결국 하셨군요."
[아니 잠깐. 너........]
"실망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획하고 몸을 돌린다. 그리고 그렇게 조금 더 걷자 석상이 소리친다.
[멈춰! 당장 서지 않으면........]
"어떻게든 해를 끼치겠다는 말입니까? 점점 더 실망이군요. 이렇게 된다면 저는 저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신에게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신의........ 사도가 된다고?]
"그리고 다시는 아프로디테님과 연관되지 않을 것입니다."
내말에 석상이 침묵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건 도박에 가깝다. 만약 그녀가 다른 신들에게 나에게 간섭하지 말라고 한 다음 온갖 꼬장을 부리기 시작하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피곤한 건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신벌은 통하지 않는 모양이지만 일단 꼬장을 부리려고 마음먹으면 꼭 나한테만 신벌을 내릴 필요는 없다. 게다가 신전에 연락해 척살령 같은 걸 내리면 여러모로 피곤하겠지.
나는 몸을 돌려 신상에서 멀어졌다. 일단은 타이밍을 보고 있다. 신이라고는 하지만....... 아프로디테는 그리 대단한 정신적 성숙함을 가지지 못한 존재. 절대적인 존재라기보다는 그냥 거대한 힘을 가진 철없는 소녀 정도로 보는 게 적당한 것이다.
[잠깐.]
신상이 나를 불렀지만 멈추지 않는다. 음성에 실린 힘은 제법 약해진 상태다. 아무래도 사도가 정말 필요하긴 한 모양이었다.
[미, 미안.]
"뭐라고요?"
[미안하다고! 사람하고 제대로 대화한 게 오랜만인데 말 안 들어서 발끈했을 뿐인데 너무 하는 거 아냐?]버럭버럭 소리 지르는 태도는 여신이 아니라 그냥 10대 여자애 의 그것. 나는 냉담하게 답했다.
"별로 안 미안하신 것 같군요. 마침 생산 쪽도 실력이 느는 중이니 토트님의 사도를........"
[아 치사하게 신한테 협박 하지 마! 미안해. 실수야! 아 이게 뭐야 하계의 인간한테!]마지막에 가서는 거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를 들으며 살짝 웃었다.
"여전히 사과하는 태도는 아니지만....... 좋습니다. 용서해 드리죠. 명색의 신인데."
[....... 너 진짜 재수 없다.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지?]기막혀하는 반응을 들으며 어깨를 으쓱인다.
"워낙 잘나게 태어나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군요. 세상에 저만한 인간이 둘은 없겠죠?"
[신한테 잘난 척까지........]아프로디테의 탄식을 들으며 생각을 정리한다.
옛날 나는 무신 치우와 팽팽히 다투는 아프로디테를 보고 의아해 했던 적이 있었다. 같은 신이라 해도 물질계에서 치우교단과 아프로디테 교단이 가진 힘의 자릿수가 다른데 신으로서의 격은 똑같단 말인가? 만약 신으로서의 격이 신도 수나 규모와 상관없는 것이라면 대체 그들은 왜 교단을 운영하는가? 답은 공적치다.
내 짐작이지만, 아마 신계는 그리 넓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도 극히 제한되는 답답한
공간일 것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물질계에 미약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인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는 삶.
때문에 공적치는 신들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다. 공적치는 그들을 물질계에 강림시킬 수 있으며 물질계에 있는 물건들을 신계로 보낼 수 있게 만든다.
그런데 교단을 만들어 교세를 부흥시켜도, 막상 쌓인 공적치를 활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교황이 없으니까.'
그렇다. 교황이 없다. 공적치를 모으는 건 교단의 신도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지만 그 공적치를 [기적]으로 바꾸는 건 오직 교황만이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미 아프로디테 교단의 교황이었던 나에게 무신 치우가 관심을 가졌던 것. 모르긴 몰라도 다른 신들 역시 나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저를 사도로 받아들이는 게 그렇게나 절실한 일입니까?"
[........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심심해 죽어버릴 것 같으니까.]
"할 게 없어서 말입니까? 잉여로군요."
[이, 잉여....... 뭐 됐어. 바라는 게 뭐야?]이제는 일일이 화내기도 지친 듯 목소리에는 힘이 없는 아프로디테에게 말한다.
"대단한 건 없습니다."
환히 웃는다. 교섭의 시작이다.
============================ 작품 후기 ============================ 교섭 내용을 반쯤 써가다가....... 이게 무슨 잡내용이야;;; 중요하지도 않은게;;;;; 하고 과감하게 잘라 버렸습니다. 교섭 내용은 차차 밝혀가는 게 좋겠네요. 그나저나 드디어 3월이 끝났군요 헉헉 힘들었다(.........)
이제 격일연재 혹은 주 3회 연재로 변경합니다;;;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함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