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장. 삼룡 공략! -- >
내가 100레벨을 찍은 건 네버랜드 시간으로 대략 10일 째. 그러니까 현실 시간으로 치면 하루도 지나지 않았을 때다.
물론 네버랜드의 경험치 시스템은 매우 각박하다. 99%이상의 유저들이 100레벨은커녕 80레벨도 넘기지 못할 정도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
일반적인 인간. 그러니까 극히 일반적인 전투능력을 가진 사람을 살해해 얻는 경험치가 10EXP라고 한다. 즉 상대가 일반인이라면 1000명을 죽여야 간신히 1만EXP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인데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사람을 1000명이나 죽이는 게 쉬울 리 없다. 마우스 클릭질도 적을 죽이는 컴퓨터 게임도 몬스터 1000마리 잡기가 쉽지 않은데 살인을 1000번이라 하라는 건 능력을 떠나 정신적으로 굉장히 피로한 일이다.
결국....... 레벨업을 위해서는 고레벨의 몬스터나 NPC에게 승리해야 한다. 어쨌든 레나 같은 고레벨 몬스터는 1만 이상의 경험치를 주지 않던가? 그런데 이런 몬스터들을 잡는 데에는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걸어야 한다. 더불어 상대가 [봐주는]상황이면
경험치 자체가 들어오지 않으니 별다른 꼼수는 부릴 수 없는 상황.
그러나 나는 레벨업이 몹시 간단하다. 히어로급 몬스터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제압]하게 되니 100레벨 찍는 게 뭐 어렵겠는가? 그녀들은 날 봐주지도 않고 전력으로 저항(?)함에도 패배하는 것이니 문제될 것이 없다.
심지어 그렇게 혼절한다 해도 잠시 후 깨었을 때에는 만전의 상태이니 얼마든지 다시 달릴 수 있다.
'잠깐 생각이 엉뚱한 쪽으로 갔군.'
어쨌든 중요한 건 내가 현실 기준 하루만에 100레벨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즉 사실 난 청명을 만나기 전부터 하늘도서관에 갈 수 있었다는 뜻.
그러나 난 하늘도서관에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스킬 변경으로 <조화령>을 얻으려면 반드시 초월자급 성장스킬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 개 고를게."
"와. 운이 좋으시네요. 설마 고른 세 권이 책이 다 EX랭크라니."
돌돌 말린 풍성한 머리칼을 가진 하늘도서관의 사서. 메리가 놀랍다는 듯 입을 벌린다. 그러나 그녀는 모를 것이다. 이 EX스킬들은 EX스킬북 중에서도 고르고 고른. 정말 나에게 딱 필요한 스킬들인 것이다. <폭염의 지배자 스킬이 입문자 1Level -> 초월자 MAX Level로 상승했습니다!!><대지의 지배자 스킬이 입문자 1Level -> 초월자 MAX Level로 상승했습니다!!>일단 불과 땅의 EX랭크 고유스킬을 얻은 후 초월자까지 끌어올렸다. 나는 원래 111의 스킬포인트가 있었는데 신혈각성을 초월자까지 올리느라 41포인트 남았던 상황.
당연히 41의 스킬 포인트로는 초월자를 찍을 수 없지만 100레벨이 되면서 얻은 100포인트의 스텟 포인트를 스킬 포인트로 전환해 141포인트가 생기자 2개 다 초월자까지 올릴 수 있었고 일단 그렇게 두 스킬을 초월자까지 올리자 각각 90의 스텟 포인트를 뱉어(?)놓음으로써 포인트가 포인트를 낳는 기적을 일으켰다.
내 올 스텟은 120포인트였기 때문에 지능과 지혜. 마법적성 스텟이 스텟 제한인 125까지 올라가는데 소모된 15포인트를 제외한 165의 스텟 포인트는 포인트 전환으로 스킬 포인트가 되었다.
뭐 어쨌든 이로서 나는 각각 20피스의 화염과 대지속성 피스를 얻었으며 각종 버프와 보조스킬들을 얻었다.
이번에는 고유스킬이 아닌 성장스킬이다. 당연하지만 나에게 유리한 영역의 스킬로 아주 강력한 마안(魔眼)이다. 과거 내가 가지고 있던 매혹의 마안과는 상대조차 안 되는 고위 스킬인 것이다.
'뭐 어쨌든 이것들은 중요한 게 아니지.'
피식 웃으며 메리에게 말한다.
"환희마라경과 여의색황경을 변경할게."
"엣? 그걸 변경하시려고요? EX랭크인데?"
"좀 궁금해서. 어차피 플러스 되는 개념인 것 같으니 좋은 걸로 바꾸려고."
태연한 내 태도에 메리가 머리를 긁적이며 손으로 원을 그렸다. 그리고 예상하고 있던 텍스트가 떠오른다.
"레전드 스킬?"
당연히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표시 낼 이유가 없던 만큼 의문을 표한다. 메리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게 느껴진다.
"우와....... 혹시나 했지만........ 세상에. 말도 안 돼."
"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워하는 시선에 의문을 표하자 그녀가 더듬거리며 말한다.
"초, 초월지경에 도달하신 거예요? 서, 성행위를?"
"응."
예전과 달리 당당하게 답한다. 물론 난 여전히 좀 부끄러웠지만 역시 경험과 관록이 쌓이니 얼굴에 철판을 까는 게 가능하게 되었다. 필사적인 수련이 뒷받침 된 결과이니 좀 더 당당해도....... 좋겠지?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 메리는 호들갑을 떤다.
"세상에! 유저들 중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초월자 스킬이 성행위라니!!"
"호오. 역시 내가 처음이군. 확실히 그럴 난이도이긴 했지만."
"....... 거 반응 좀 보여 봐요 재미없게."
"아, 좀 더 당당해야 하나?"
"부끄러워 하셔야죠!"
빼액 소리를 지르는 마리를 보며 웃는다. 그리고 여전히 태연한 태도로 묻는다.
"그나저나 결국 레전드 스킬이라는 게 뭐지?"
"으음. 뭐, 어쨌든 설명은 드려야겠죠. 레전드 스킬이라는 건 일종의 히든 시스템(Hidden system)이 발동해야만 얻을 수 있는 스킬이에요."
결국 체념한 표정으로 마리는 이런저런 설명을 시작했다. 레전드 스킬에 대한 내용과 오대신에 대한 내용들.
그리고 그 설명 끝에 그녀가 말한다.
"오셔서 이 앞에 무릎 꿇으세요."
"왜?"
"왜라뇨. 원래 레전드 스킬을 얻으면 신에게 보고해야 해요. 게다가 레전드 스킬은 [자격]을 갖췄다는 뜻이니 사도가 되실 수도 있는데."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바꿔 말해 [조화령]은 굳이 아프로디테를 만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다는 뜻이었기에 다시 물어본다.
"보고 안하면 안 돼?"
"아, 안 돼요. 보고하게 하는 것도 제 일이란 말이에요."
"그래도 싫다고 하면?"
"그, 그러면....... 그러면........"
당황해 버벅이기 시작하는 메리의 모습에 쓰게 웃는다. 심지어 계속 보고 있으니 울먹이기까지 하는 게 아닌가?
'이것도 [사명]중 하나인 모양이군.'
그리고 그렇다면 그녀를 너무 몰아가선 안 된다. 앞으로 그녀를 몇 번이고 더 봐야 할 텐데 곤란한 사이가 되면 안 되는 것이다.
"울지 마. 약해지게 하기는....... 좋아 보고 하지. 대신 내 부탁 한가지만 들어주라."
"시스템에 대한 거라면 안돼요. 저는 어디까지나 공정하게 유저 분들을 상대해야 할......."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 말고."
그렇게 말하며 다섯 개의 석상 중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석상 앞에 무릎 꿇는다. 그것은 사랑의 신이라는 아프로디테라의 신상(神像)이다.
샤아앙--!
내가 무릎을 꿇는 그 순간 부드러운 기운이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안다. 그것은 아프로디테의 신성력이었다.
우웅--!
석상이 부드럽게 움직이는가 싶더니 오른손을 늘어트리듯 나에게 내민다. [후후후. 대단한걸. 설마 내가 가장 먼저 사도를 만들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칭찬 감사합니다. 아프로디테님도 아름다우시군요."
차분한 내 대응에 신상이 잠시 멈칫거리더니 웃음을 터트린다.
[호호호! 재미있는 녀석이로구나? 반가워. 외모도 예상보다 훨씬 멋지고 실력도 대단하고. 이렇게 괜찮은 녀석이 걸리다니 기분 좋은데?]
그녀의 웃음소리와 함께 향기로운 기운이 주변을 가득 채운다. 예전에는 이 기운에 정신을 못 차렸지만 지금은 차분하게 받아낸다.
"어쩌시겠습니까. 아프로디테님. 사도로 결정하시겠습니까?"
메리의 말에 석상은. 그러니까 아프로디테가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이지. 이 넘치는 힘. 완벽한 육체에 넘치는 재능이라....... 후후후. 다른 녀석들이 부러......]만족스럽다는 아프로디테였지만 나는 오른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
"잠깐만요."
[응?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 거니?]
"네. 싫어요."
[싫어? 뭐가?]순간 상황 파악이 안 된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프로디테에게 차분히 답해 주었다.
"그 사도라는 거요.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 작품 후기 ============================ 저 그렇게 쉬운 남자 아니거든요??
Toranoanal : 지적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오타 진짜 엄청 많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