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장. 새로운 컨셉은 나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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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익........ 프레이야 허리케인 돌아가!"
분노에 폭발할 것 같은 표정으로 소리치는 잔월이었지만 최상급 정령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에에~ 로안님하고 독대할 기회도 많지 않은데 그러지 마요.][맞아. 그런 심한 말을 하면 계약을 취소해 버릴 거야.]
"뭐, 뭐라고?"
몰려드는 배신감에 이제는 휘청거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상황을 배신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들이 정령사를 따르는 이유는 우정도 충성심도 아니기 때문이다.
정령들에게 있어 정령사란......... 극단적으로 말해 요리사에 가깝다. 자신들을 성장시키며 즐거움을 주는 그런 요리사. 다만 그 요리사가 주는 메뉴는 딱 하나 뿐이라는
점을 생각해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들에게 정령사란 요리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겠지. 다만 그런 요리사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건 요리를 주는 게 오직 한 명이기 때문인 것.
하지만 생각해 보자. 매일매일 마늘쫑만 먹던 사람이 피자를 먹으면 그건 마늘쫑에 대한 배신일까? 마 물론 요리에 감정이 있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과연 그걸 먹는 사람 입장에서
'아. 피자를 먹는 건 마늘쫑에 대한 배신이야.'
라는 생각이 날 것 같은가?
게다가 내 마력이 5억이 넘으면서........ 나는 정령계에 있는 모든 상급 이상의 정령들과 관계를 맺었다. 그래도 남는 마나가 너무 많아서 중급 정령들에게 투자해 미래에 대비하기도 했다. 물론 속성 고유스킬을 익히지 못했던 만큼 [예전]처럼 많은 정령들과 계약하거나 그녀들을 진화시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어차피 나는 마나를 소모하러 정령계에 간 것이 아니던가?
마나 회복력이 없다 해도 기본 마나량이 수억에 이르니 마나를 소모하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때문에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정령계로 넘어가 [기부]에 가까운 마나 전달을 행했고 그로 인해 상급 이상의 정령들은 모조리 미녀의 모습으로 변했으며 중하급 정령들 역시 나를 몹시 따르고 있다.
사실상 정령사는 나를 상대하는 게 불가능하다.
마찬가지 이유로 소환사들 역시 나를 상대하기 힘들다. 나와 관계를 맺은 것은 화신(化身)의 형태를 취할 수 있는 최상급 환수들뿐이지만 마나를 기부하는 거야 그 이하의 환수들에게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너, 너....... 정체가 뭐야?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글쎄. 정령들이 말하기로 내가 대자연의 축복을 받은 존재라고 하던데."
"그, 근원의 아이라고? 그건 전설이야!"
믿을 수 없다는 듯 신음하는 그녀를 보며 마음속으로 웃는다.
'물론 그거야 전설이지.'
근원의 아이는 마치 금도끼 은도끼처럼 정령이나 정령사들에게 전해오는 전설의 존재다. 대자연의 축복을 받아 세상 만물에게 사랑받으며 환계와 정령계를 대변할거라는 존재.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근원의 아이가 아니다. 애초에 근원의 아이는 일반적인 생명
체가 아니라 세계의 정수가 과도하게 집중되어 자연 발생하는 영적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근원의 아이라는 녀석보다 내 친화력이 더 높아질 거라는 사실.'
어차피 내 계획대로라면 스텟은 문제가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올 스텟 200도 충분히 노려볼만 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어쨌든 거슬리게 하지 말고 경계나 서. 귀엽기는 하지만 너무 시끄러운 여자는 별로니까."
"뭐라고 시끄러운 여자?"
잔월이 할 말을 잊은 채 버벅인다. 그녀가 어디에서 이런 대접을 받아 봤을 것인가? 그녀는 최강의 가디언이자 드래곤의 자식이며 누가 봐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미녀다. 농담이 아니라 드래곤이 아닌 이상 그녀에게 당당할 수 있는 존재는 없겠지.
그러나 그럼에도 지금 그녀는 나에게 대항할 수 없다. 가장 강한 가디언이라고는 하지만 검술 하나만 놓고 보면 오히려 카넬보다 약한 게 그녀인 것이다. 정령술이 묶였고, 무리하면 힘겹게 한 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는데 어찌 덤비겠는가?
고오오오---!
"엉?"
그러나 잔월의 그레이트 소드에 어마어마한 마나가 집약되더니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검에 깃든 건 내 은총(?)을 받지 않은 다수의 하급정령이다.
"죽어어어---!!!!"
"미친! 이거 순 또라이 아냐!?"
기겁하며 라이온 하트를 잡는다. 검집에 감겨 있는 10개의 끈이 휘리릭 하고 풀리며 라이온 하트의 검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깨어나라 가이! 스트라이킹 모드(Striking mode)!"
라이온 하트에 깃들어 있는 자아(Ego)를 깨운다. 장비에 담긴 마법적인 힘. 흔히 말하는 장비빨로 이기면 대련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는 기능이었지만 너무나 강렬한 기습공격이라 상황이 급하다.
[네 주인님. 파괴기(破壞技). 데들리 스트라이크(Deadly strike)를 가동합니다.]
우웅!
기본적으로 라이온하트는 검에 부딪쳐 오는 충격을 흡수&저장하여 사용자의 손목에 가해지는 충격을 막는 기능이 있으며 중요한 순간 그렇게 흡수했던 에너지를 방출하는 게 가능하다. 단순히 검과 검이 부딪힌다 해도........ 어마어마한 충격량이 검에 깃들면 마치 시속 300킬로미터로 덮쳐오는 기차에 검을 들이댄 것 같은 타격을 적에게 전달한다.
그것이야말로 라이온 하트를 12마장기 중에서도 수위권의 위치에 올려준 파괴기(破壞技). 데들리 스트라이크(Deadly strike)다.
쩌어엉-!
그레이트 소드와 라이온 하트가 충돌함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드드득.
바닥에 고랑을 만들며 5미터 이상 밀려간 잔월이 무릎을 꿇는다. 기본적으로 내 모든 기술은 110스텟의 보정을 받기 때문에 단순 위력으로는 절대 안 꿀린다. 만약 그녀가 정령술을 제대로 쓸 수 있었다면 스텟이고 나발이고 그냥 밀렸겠지만 최상급 정령사
여 봐야 하급정령으로 낼 수 있는 힘에는 한계가 있다. 안 그러면 누가 고생해서 최상급 정령과 계약하겠는가?
"크윽. 너, 이 자......."
털썩.
으르렁거리며 뭔가 말하려고 하던 잔월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모습에 연화를 바라본다.
"뭐야. 왜 이렇게 쉽게 뻗어버리는 거지?"
"그야 지금까지 싸우느라고 많이 지쳤으니까. 괜히 도움을 요청한 게 아니거든. 원래 지금은 녀석의 순찰 타임이었고."
녀석이 혼절하자 정령들 역시 사라진다. 만약 그녀가 맺은 계약이 지배계약이었다면 그녀가 혼절한 뒤에도 어느 정도 현계할 수 있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걸 보니 가계약이나 전속계약을 맺었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여기는 뭐하는 곳이야?"
내 질문에 연화는 잠시 고민하다 이내 에휴. 하고 한숨 쉬었다. 새하얀 백발에 뽀얀 피부를 가지고 있는 그녀의 몸짓은 귀엽기 짝이 없어 견딜 수 없는 종류. 나는 두 팔을 내밀어 연화를 번쩍 들어 올린 후 볼을 비볐다.
"우와악! 하지 마! 꺅!"
"아우 귀여워! 안되겠다. 이대로......."
"우, 우와악?! 잠깐! 여기선 안........! 히익?"
버둥거리는 연화의 자그마한 몸을 끌어안으며 옷깃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몸을 주무른다. 거의 중학생에 가까운 외향의 연화였던 만큼 육감적인 가슴이나 엉덩이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매끈매끈한 피부와 다채로운 반응은 만지는 재미가 있다.
"오. 가슴이 좀 커진 것 같은데. 성장 가능성도 보이는 게........"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난 이미 성인이라 만져봐야....... 흐, 흐응♡! 잠깐만. 여긴 마계의 입구란 말이야. 여기선 안....... 안돼....... 으으. 흐윽 난 몰라........"
숫제 울먹이기까지 하는 그녀의 모습에 애무를 멈춘다. 이미 그녀의 질 안에서는 애액이 샘솟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쾌감을 바라는 본능적인 행동일 뿐 완전히 즐기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흐음. 마계의 입구라는 건 또 무슨 소리야?"
"서대륙 일리야에는 10개의 틈이 존재하거든. 그중 다섯 개는 천계와 연결되어 있고 나머지 다섯 개는 마계와 연결되어 있어. 여기 있는 건 그중 하나고."
옆에서 부럽다는 듯 지켜보던 카넬의 설명에 의문을 표한다.
"그런데 왜 너희가 여길 지키고 있는 거야?"
"그거야 [사명]이기 때문이지.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아니라 이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드래곤은 외계의 침입에서 물질계를 지켜는 수호자들이니까."
그런 NPC들이 있다. 특정한 [사명]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만은 절대 어길 수 없는 존재들. 실제로 청명 역시 알렌의 신전을 지키는 사명을 가지고 있으며 그 시험에는 절대 허투루 임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사명을 꼭 시스템 NPC만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말이군.'
생각에 빠진 나에게 옷을 고쳐 입은 연화가 이어 설명한다.
"일리야에 존재하는 차원의 틈에는 각각 3마리의 드래곤이 상주하며 결계를 유지하고 있어. 결계는 계속 이동하며 틈이 열리려 할 때마다 주변을 억제하지."
"이동한다니. 결계라면 저 기둥일 텐데 기둥이 무........ 떠있구나?"
그 말대로 내가 봤던 커다란 석제 기둥들은 땅에 박혀 있는 게 아니라 떠다니는 마법물품이다. 다만 담겨 있는 힘과 이치의 수준이 상당한 것이 둘 이상의 드래곤들이 힘을 합해 만든 물건인 것 같았다.
"그런데 왜 굳이 너희가 하는 거야? 지키는 거라면 드래곤들이 하는 게 당연히 좋을 텐데."
"그야 [신마조약]때문이지. 드래곤들은 결계를 지키지만....... 결계에서 나오는 마족들은 물론 틈을 지키는 멸망의 마수와도 싸워선 안 돼. 대신 여기 있는 카울이나 다른 마수들은 정해진 영역을 벗어나면 안 되고. 말하자면 불가침 조약에 가깝겠네."
다시 말해 신마전쟁 이후 서로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조약을 맺었다는 말이다. 과거 에레스티아도 말했었지만 신마전쟁에 휘말려 죽어버린 드래곤의 숫자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하니 더 이상의 피해를 입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고 천계와 마계 역시 엄청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드래곤들을 함부로 건드리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너희가 지키는 거야?"
"응. 조약을 지켜야 하는 건 어디까지나 드래곤이지 다른 존재는 상관없으니 가디언들에게 차원의 틈을 지키게 하는 거야. 다만 평소에는 마족들이 가끔 나오는 편인데 오늘은 좀 많이 나온 상태라 이상하다는 거고."
그렇게 말하며 결계의 중앙에 위치한 호수를 바라본다. 호수라고는 하지만 뭔가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액체로 차 있는 공간이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검은색 수은 같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그 마족이라는 녀석들은 강해? 아까 그 녀석은 비교적 쉽게 제압당하는데."
"저 녀석도 마족 중에서 치면 나름 지능도 높고 강력한 상위 마족이야. 게다가 재수 없게 서큐버스 같은 고위 마족이 등장하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자."
"서큐버스가 고위 마족이라고?"
"응. 보통 강력한 게 아니야. 가디언 전체가 덤벼도 사흘 밤낮 싸워야 할 정도지. 게다가 그 악질적인 능력에 드레인 능력은 진짜........ 아우."
말하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서큐버스가 정말 강력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렇게나 강력한 가디언들이 다 덤벼도 사흘 밤낮이라니.
'뭐야 설정이 이상한데? 왜 서큐버스가 이렇게 강하다고 되어 있는 거지?'
일반적으로 서큐버스는 보통 마족들에게 몸을 대주는 하급 마족이라고 설정되어 있다. 아름답고 색기 넘치지만 어디까지나 약한 그런 종족.
그러나 레나나 카넬의 말에 따르면 전투 면에서도 그들은 강력하다고 한다. 마계에 존재하는 모든 마족 중 가장 강력한 종족이 서큐버스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다면.
'알겠다. 이 게임 만든 녀석이 서큐버스를 좋아하는군?'
그렇게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인다.
"좀 아쉽네. 서큐버스라면 한번 보고 싶었는데."
"어머. 날 그렇게 보고 싶었어?"
농염한 목소리와 함께 주변 공기가 얼어붙는다.
"뭣!?"
"어째서?"
"방어 체계가 왜 작동을 안....... 으악! 맞아! 지금 잔월 차례였잖아!?"
가디언들이 경악하며 전투태세를 취한다. 그러나 그보다 빨리 검은색 타이즈를 입은 흑발의 미녀가 두 팔을 펼친다.
"행복한 꿈속에서 메마르기를."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그녀의 마력이 사방을 뒤덮는다.
"열려라 환몽관(幻夢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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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에게 완전히 우위를 잡기 위해 일찌감치 초월자 찍고 가겠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 나오는 녀석은 사실상 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