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장. 새로운 컨셉은 나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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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생각도 안 하고 있던 생산스킬에서 길이 보이다니?'
게다가 이 제작스킬에 필요한 건 천부적인 감각이 아니(라고 말하기에는 좀 필요하지만 이건 타임슬립으로 대체가 가능하니)라 지식과 경험. 더불어 설계도를 면밀하게 살피는 주의력인데 주의력이라고 하면 나 역시 절대 뒤처지는 수준이 아니다. 시간을 돌릴 때 효율적으로 모든 상황을 통제하길 원했던 나는 언제나 주변 모든 상황을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하는 버릇을 만들어 왔던 것이다.
"이거 어쩌면. 어쩌면........"
고민에 빠져 있는데 레나가 잠시 멈칫한다. 내 몸을 껴안은 채 가슴을 부비고 있던 카넬도 몸을 일으켰다.
"음 로안. 잠깐 쉬고 있어. 순찰을 가야 할 것 같아."
"순찰이라니. 지금은 연화의 순찰 시간이잖아?"
그녀들과 하루 이틀 함께 하는 게 아닌 만큼 순찰 시간 정도야 당연히 알고 있다. 레
나를 비롯한 다섯 명의 가디언들은 정기적으로 순찰을 위해 나가고 지금은 팔미호 연화가 순찰을 나가 있는 시간인 것이다.
"아, 그게 문제가 생긴 것 같아. 호출이 들어왔어."
"연화 혼자 감당이 불가능한 침입자가 있단 말이야?"
누누이 말하는 거지만 가디언들의 강함은 상식 이상이다. 지금의 난 어떻게든 그녀들을 이겨 스킬 레벨을 올렸지만 한번 이기는데 거의 40시간에 가까운 타임슬립을 해야 할 정도라면 믿겠는가? 단시간에 이기는 건 절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 한발도 맞지 않은 채 차분히 그녀의 모든 공격을 차단해 차근차근 무너트리는 게 그녀들에 대한 공략법.
그런데 그런 가디언. 그중에서도 팔미호로서 강대한 주술을 발휘하는 연화가 지원을 요청했다니?
'그러고 보면 예전에도 이렇게 나갔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별로 궁금해 하지는 않았었다. 어쨌든 순찰을 도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니 그 일환이라고 생각했던 것. 그러나 레나는 전혀 의외의 말을 한다.
"침입자라니 무슨 소리야? 외부인을 말하는 거라면 우린 신경 안 쓰는데. 너만 해도 그렇잖아?"
"엉?"
내가 혼돈의 숲에서 보낸 시간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미 여기가 고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익숙한 수준.
그러나 나는 정작 혼돈의 숲과 가디언. 그리고 드래곤들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쨌든 우리는 연화를 도와주러 가 볼게. 좀 급한 것 같은데."
"잠깐만."
반쯤 수화해 문 밖으로 나서려는 레나를 멈추게 한 후 옷을 갖춰 입는다. 슈팅스타를 장착하고 라이온 하트를 들었다.
"로안?"
"나도 도와주게 해 줘. 너희가 평소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내 말에 카넬이 난색을 표한다.
"하, 하지만 위험한데........"
"카넬. 나랑 싸울 때 봐준 거야?"
차분하게 반문하자 말문이 막힌 카넬이 버벅거린다.
"무, 물론........ 아니지."
"그러면 데려가 줘. 도움이 될 거야."
그렇게 말하며 몸 상태를 확인한다. 마나 탈진이 회복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몸 상태는 최상이다. 어마어마한 마나가 육체를 꽉 채운 상태로 이글거리고 있는 것이다.
예전처럼 어마어마한 집마력으로 마나가 회복되는 형태는 아니지만, 지금의 나는 사실상 무한히 싸울 수 있다. 솔직히 말해 10억 테라의 마나를 어떻게 해야 다 쓸 수 있을지 오히려 의문이 갈 지경이다.
"좋아 가자."
"레나?"
"이건 1급 신호야. 다른 주인들의 가디언들도 움직였을걸."
레나의 말에 카넬의 표정 역시 심각해진다.
"적어도 최상급 이상이라는 건가........ 좋아 그럼. 대신 조심해 준다고 약속해 줘 로안. 적들은 보통이 아닐 테니까."
"물론이지."
그녀의 말에 대답하며 생각한다. 적이라? 드래곤들끼리 싸우거나 할 리는 없으니 분명 다른 존재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예전 에레스티아도 카울이 로안의 부모를 죽인 원수라는 걸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
멸망의 마수 [카울]이 로안의 부모를 죽였다는 건 에레스티아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완전히 빠져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 하던 상태. 만약 카울
이 상대할 만한 존재였다면 그녀는 너무나 당연히 직접 나서 녀석을 처리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카울은....... 혼돈의 숲의 지배자야. 에레스티아도 레드 드래곤 적월도 실버 드래곤 아무르도 아니라 녀석이 지배자라는 건 그 힘이 보통이 아니라는 뜻이거나 공격하기 힘든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생각해 보면 드래곤이 무려 셋이나 있는 혼돈의 숲의 지배자가 카울이라는 건 뭔가 이상한 일이다. 나는 이 캐릭터를 [클리어]할 생각이 없어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카울이라는 존재가 생각보다 대단한 것일지도 모르는 상황. 그런데 갑자기 카넬이 영문 모를 소리를 한다.
"그럼 업혀 로안."
"뭐? 왜?"
"목적지까지 거리가 꽤 돼서 그래. 네 오러스킬은 어설퍼서 속도가 늦단 말이야."
그녀의 말은 과연 맞는 말이어서 내 오러스킬은 정말 오러 마스터가 되기 위한 최저한도의 수준에 불과하다. 턱걸이 수준이랄까? 레나나 카넬을 이길 수 있던 건 막대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스텟과 타임슬립 때문이지 내 경지 때문이 아니다.
"그거라면 걱정할 것 없어. 알아서 쫒아갈 테니까."
"에? 하지만."
"따라가지 못하면 떼 놓고 가면 되잖아?"
내 말에 카넬이 잠시 고민하더니 레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슈슉! 팟!
아무래도 진짜 떼어 놓고 가고 싶었던 것인지 그야말로 잔상이 보일 정도로 빠르게 쏘아져 나간다. 땅을 달리고 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 쏘아진 화살조차 추월할 정도. 그야말로 날듯 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래봤자 정말 나는 거에 비할 바는 아니지. 광익."
속삭임과 함께 등 뒤로 빛의 날개가 펼쳐진다. 그와 동시에 시야 앞으로 십자선이 떠오르고 나침반과 함께 계기판이 떠오른다.
<광익스킬로 인해 비행모드로 전환합니다.>텍스트와 함께 몸이 떠오른다. 이미 조종법은 숙지하고 있던 만큼 망설임 없이 전진한다.
쉬이이익--!!
최고속도까지 가속하는데 거의 10초나 걸리긴 하지만 광익의 힘을 한계까지 끌어올리면 마하2에 도달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행속도를 자랑한다. 게다가 광익을 펼쳤을 때 자동으로 전계되는 신성결계는 몰려드는 바람은 물론 관성까지 상쇄시키기 때문에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거의 없기까지 하다.
'물론 그만큼 마나를 많이 소모하지만 솔직히 이 정도 마나는 장난이지.'
일단 광익이 전개되어 마하의 영역에 들어서자 멀찍이 떨어졌던 레나와 카넬을 따라잡는 건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어 저건......."
하지만 카넬과 레나를 불러 세우기 전에 숲 한쪽에 설치된 거대한 결계를 발견한다.
대략 2미터 정도 되는 지름의 거대한 원기둥 여섯 개에서 뿜어지는 마력으로 유지되는 결계는 반경 3킬로미터에 달하는 크기를 가졌을 정도로 거대한 수준.
게다가 그 결계의 가운데에는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시커먼 호수가 있었는데 그 안에서는 강력한 마기(魔氣)가 느껴지고 있다.
탁.
결계 앞에 도착한 카넬과 레나 뒤에 내려선다. 느닷없는 발소리에 레나와 카넬이 깜짝 놀라 몸을 돌린다.
"어? 뭐야. 어떻게 따라온 거야?"
"시야 밖으로 사라졌었는데........"
광익의 좋은 점 중 하나는 광익을 펼침과 동시에 주변에 펼쳐지는 신성결계 때문에 고속으로 비행을 한다 해도 주변에 그 어떤 소음도 퍼져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광익 자체가 빛나기 때문에 눈으로 보면 당연히 보이게 되지만, 그녀들은 위를 올려다보지 않은 모양이다.
"뭐 나도 비장의 수 정도는 있으니 걱정 말고........ 그런데 여기는 뭐......."
쾅!
그때 폭음과 함께 결계가 들썩인다. 레나와 카렌은 표정을 굳히더니 오러를 일으켰다.
"돌입할게."
"좋아."
그녀들의 말과 동시에 결계를 지탱하고 있던 석재 기둥에 구멍이 뚫렸고 그녀들과 나는 결계 안으로 돌입했다.
[캬아악! 더러운 벌레들이 정말 귀찮게 하는 구나!]결계 안으로 들어서자 밖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광경이 펼쳐진다. 대략 5미터 가까이 되는 덩치를 가진 거대한 괴물이 여러 명의 여인들과 싸우고 있던 것이다.
파바박!
새까만 키틴질 갑각으로 온 몸을 감싸고 있는 괴물이 두 개의 거대한 집게발을 휘두
를 때마다 날카로운 가시가 사방으로 쏘아진다. 하나하나가 철판을 뚫어버릴 정도로 강하고 빠르게 날아드는 가시였는데 그 앞에 있는 적발의 소녀가 검을 휘두르자 모조리 휩쓸려 날아간다.
"프레이야!"
화르르륵!!
외침과 함께 적발의 소녀가 든 검이 새하얗게 백열하더니 어마어마한 열기를 뿜어내기 시작한다. 정령사이기도 한 나는 검에 최상급 불의 정령이 깃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후웅! 펑!
휘둘러지는 검의 궤적에 따라 어마어마한 열기와 폭염이 몰아친다. 심지어 그녀가 휘두르는 검은 170센티 정도 되는 그녀의 키보다도 더 큰 데다 검폭만 해도 30센티가 넘어가는 무시무시한 물건이라 괴물 녀석도 함부로 맞상대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그때 괴물 녀석이 번개처럼 상체를 숙이며 적발의 소녀를 향해 이빨을 들이댔다.
[크하하! 방심했구나! 한 입에 씹어 삼켜........]따앙-!
그러나 소녀의 몸이 팽그르르 돌더니 망치로 철판을 세게 후려친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진다. 소녀가 붉은 색 비늘에 둘러싸인 꼬리로 괴물의 턱을 올려 쳤기 때문이다.
'잠깐. 꼬리?'
의아해 하며 소녀의 모습을 자세히 본다. 그리고 그제야 난 그녀가 다른 가디언들이 그랬듯 보통의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장이라도 불타오를 듯 선명한 적발을 허리까지 길게 늘어트린 그녀의 엉덩이 부분에는 두터운 꼬리가 길게 늘어져 있다. 그녀는 드래곤과 인간이 사랑해 낳은 결과물이라는 드래코니안(Draconian)이었던 것이다.
'저게 잔월(殘月)이라는 녀석이군.'
이야기는 들었었다. 레드 드래곤 적월의 자식으로 사생아나 다름없었기에 인간을 증오한다는 녀석이다.
"응?"
그때 잠시 멈칫한 괴물의 뒤로 반짝이는 은발의 소녀가 달려든다. 짧은 은발에 이지적인 외모를 가진 소녀였는데 아무런 무기도 들지 않은 채 무서운 속도로 괴물의 다리로 파고들어간다. 그리고 태클!
"태클?"
황당해한다. 아니 5미터의 신장에 추정 무게만 해도 수 톤은 가볍게 넘어 보이는 괴물한테 160센티미터 밖에 안 되는 여자애가 태클을 걸어?
하지만 소녀가 테클을 들어가는 순간 마치 덤프트럭이 밀어붙이기라도 한 것처럼 괴물의 다리가 드르륵. 하고 밀렸고, 이어 소녀가 괴물의 다리를 강하게 붙잡은 뒤 자세를 낮춰....... 텅!
던져버렸다.
============================ 작품 후기 ============================ 신캐릭 대거 든장. 요번 편은 일종의 분기점입니다. 게임으로 말하자면 게임을 하다가 게임오버 한 후 재시작해 루트를 갈아 탔다....... 고 할 수 있겠군요;;;;; [system : 진행이 에레스티아 루트 -> 삼룡 하렘 루트로 변경합니다!] ...... 라는 느낌? 다만 예전에도 그랬듯 삼룡 공략은 가디언들부터 평정한 후 시작합니다 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