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장. 새로운 컨셉은 나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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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하루가 지났다. 네버랜드 기준으로 1달. 현실 기준으로 3일 째.
'예전엔 이때 뭐하고 있었더라.'
이 정도 시간이면 슬슬 알리시아랑 만나서 다른 가디언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을 타이밍인가?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도 안 난다. 체감시간이....... 거의 10년 가까이 차이나는 것이다.
'게다가 요번에는 특히나 타임슬립을 많이 하고 있으니.'
무학을. 마법을 수련하면서 나는 계속해서 시간을 돌리고 있다. 돌리고 돌리고 또 돌리고........ 정말이지 현기증 날 정도로 시간을 돌린다. 그리고 그렇게 경험이 쌓이고 쌓일수록 경지는 굼벵이 기어가듯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아 정말 짜증날 정도로 재능 없군.'
물론 사실을 말하자면 그렇게까지 심각한 건 아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수재는 되지 않을까....... 라고 조심스럽게 말해볼 정도의 재능은 있다.
그러나 오러 마스터나 아크메이지라는 것은 천재중의 천재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 괜히 오러 마스터이기만 해도 어느 나라에서든 백작 위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어지간한 강대국도 오러 마스터의 숫자는 다섯이 넘지 않을 정도니 그 난이도가 어떻겠는가? 유저들이 NPC보다 유리한 입장이라고는 하지만 그리 절대적인 혜택을 받는 것도 아니다.
"결국 노가다뿐이라니......."
투덜거리며 쉬고 있는데 새로운 텍스트가 떠오른다.
<마나 탈진상태에서 회복됩니다!><마나를 완전히 소모했다 원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당신은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함으로서 더욱 더 정순하고 많은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천지교태(天地交泰)의 효과로 진원진기의 증가 속도가 100%상승합니다!><최대 마나가 9억 5000만 테라에서 10억 테라로 증가합니다!>
예상치 못한 내용에 당황한다.
"어? 10억 테라? 9억 5000만 테라였는데 왜 10억 테라야?"
고작(?) 5000만 테라만이 늘어났다는 사실에 당황하는데 새로운 텍스트가 떠오른다.
<소유 마나가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마나를 더 상승시키시려면 가진 스킬의 경지를 초월자까지 상승시키거나 체술적성/마법적성 스텟을 120까지 상승시켜 2차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하셔야 합니다!>그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벽이다. 마나는 그냥 무한대로 늘어나며 스텟 제한을 푸는 역할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반대로 스텟에 비해 마나가 압도적으로 많아지면 스텟이 마나 제한을 걸기도 했던 것이다.
"2차 환골탈태라........ 아 그러고 보니 그래서 그랬던 건가?"
생각해 보면 시간정지 능력자. 그러니까 페이탈의 마나가 1000테라라는 게 이상하긴
했다. 이자에 이자가 붙는. 그러니까 복리 시스템인 네버랜드의 마나탈진이라면 시간이 충분하다는 가정 하에 마나가 억을 넘어 100조 1000조. 심지어 경(京)이나 해(垓)의 영역까지도 갈 수 있어야 하는데 그녀의 마나는 딱 1000테라였던 것이다.
'즉 스텟에 막혔다는 뜻이야.'
하지만 바꿔 말하면 그녀의 마법적성이 최소 120포인트를 넘어선다는 말이기도 하다. 단 하나의 스텟이라고는 하지만 1000억 테라라는 그녀의 마나를 생각해 보면 그녀의 마법적성은 내가 도달해 본적 없는 영역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
'더불어 다른 스텟은 올릴 여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스텟 포인트는 한정적이며 전생을 한다 해도 업적 점수의 한계 때문에 받을 수 있는 보너스 역시 한정적이다. 마법적성 스텟을 130포인트 이상 찍으려면 다른 스텟은 어느 정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고민한다. 그리고 그때 혼절해 잠들어 있던 레나와 카넬이 몸을 일으킨다.
"우응....... 일어났어?"
"응. 몸은 어때?"
"완전 상쾌해! 게다가 로안하고 하면 마나가 엄청나게 느는 것 같아!"
"맞아. 내 마나가 벌써 200만 테라가 넘었어. 잠자리를 하는 것만으로 필사적으로 심법을 수련하는 것보다 빠르게 마나가 늘어나다니 일족이 들었다면 미쳤다고 할 텐데........ 진짜 능력 단련하는 여자들이 들으면 떼로 몰려들 능력이야."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드는 카넬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주먹을 든다.
"더 놀라운 걸 보여줄까?"
"더 놀라운 거?"
우오옹!
의아해하는 그녀의 모습에 주먹을 쥐고 정신을 집중한다. 마나의 집중과 압축. 그리고 발현....... 모든 공정을 마치자 주먹에서 아지랑이 같은 오러가 피어오른다. 옆에서 보고 있던 카넬은 입을 떡 하고 벌린다.
"어, 어떻게 된 거야? 분명 처음 봤을 때는 어설픈 무술 실력에 오러 유저도 안 되는 실력이었는데........ 한 달 만에 오러 마스터?"
"와 천재다........ 웨어 비스트 로드 전부가 와서 천재라고 칭송하던 나도 오러 마스터가 되는 데 5년 가까이 걸렸는데."
사실 절대 들을 리 없는 말을 절대 들어선 안 되는 대상에게서 듣고 있다. 그녀들은 그야말로 기막히다는 반응이지만 과거 이미 소드마스터이자 아크메이지였던 나는 오러의 유형화를 이뤄내는 [감각]을 기억하고 있으니 스킬 레벨만 풀리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현재 나는 카엘 투격술이 완성자 2레벨. 천관 학파 주술이 완성자 1레벨에 도달한 상태다.
더불어 예전에는 없던 스킬이 하나 더 있다.
"압축."
기잉-!
주변에 있던 돌멩이를 잡고 정신을 집중하자 메이킹 플레인(Making plane)이 열린
다. 그리고 미니게임을 클리어하자 주먹만 하던 돌멩이가 작고 납작한 비도(飛刀)로 변한다. EX랭크 생산 스킬 생산. 지고(至高)의 연금(鍊金)이었다.
"오....... 그거 아무리 봐도 신기하다. 어떻게 모양이 바뀌는 거야?"
"물질의 기본 구성성분을 조절해 형태를 바꾸는 능력이야. 아직 숙련자에 불과하지만 경지가 높아지면 분자구조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겠지."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생산 스킬이 이런 건 아니다. 일반적인 생산 능력은 철광을 녹인 후 망치질해서 검을 만든다거나 나무를 깎아 조각을 만든다거나 하는 종류의 능력이니까.
그러나 지고의 연금은 과연 드워프들이 모신다는 과학과 발명의 신 토트의 신상에서 나온 EX랭크 스킬이라는 듯 일반적인 생산과는 궤를 달리하는 초능력에 가까운 효과를 자랑하며 다른 생산 스킬의 경우에는 완성자에 들어서나 할 수 있는 이적을 발휘할 수 있다.
F랭크 스킬인 성행위는 완성자까지 올려도 색공에 저항할 수 없었듯 스킬 수준에 따라 낼 수 있는 힘과 능력의 차이는 그야말로 지대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정도. 확신은 못하지만 지고의 연금은 완성자의 경지에만 올라도 석탄을 다이아몬드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다.
'다만 그런 만큼 난이도가 미친 듯이 높다는 게 문제지만........'
원래 스킬 랭크가 높을수록 성장시키기가 쉽지 않다. 스킬 안에 담긴 이치가 높아 그걸 이해하지 못하면 성장할 수 없으니까.
실제로 지고의 연금은 발동 자체가 어려우며 스킬을 성공시키기는 더더욱 어렵다. 정말 어지간한 천재가 아닌 이상 지고의 연금을 제대로 운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이 스킬을 사용해 본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너무 쉬웠으니까.
'강력한 마나 제어 능력. 설계능력. 그리고 틀린 그림 찾기.'
지고의 연금을 발동시키기 위한 제어영역. 즉 메이킹 플레인(Making plane)을 다루기 위한 능력은 그 두 가지.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초월자에 이르렀던 존재라는 것이다. 마나를 내 몸처럼 다루던 내가 고작 이 정도를 하지 못할 리는 없는 상황.
더불어 나는 아크메이지였었다. 아무래도 마법보다는 난이도가 떨어지는 설계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것.
거기에 게다가 틀린 그림 찾기는.......
'찾을 때까지 시간을 돌리면 그만이지.'
그렇다. 그야말로 반칙을 넘어선 사기에 가깝지만 타임슬립이 가능한 나는 몇 번이고 스킬을 시도한 후 정답을 알아내면 되는 것이다.
물론 메이킹 플레인에서 해야 하는 틀린 그림 찾기는 일반적으로 하는 틀린 그림 찾기와는 전혀 다른 종류다.
일단 내가 필요한 물건을 설계하면 그와 똑같은 설계도가 5장정도 생성되는데 내가 원래 만들어낸 설계와 다른 5장의 설계도의 차이점을 찾아야 한다. 웃기는 건 이 설계도들이 시시각각 변하며 시간 내에 차이점을 찾지 못하면 점점 틀린 점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만약 단시간 내에 찾아내지 못하면 작업시간이 어마어마하게 길어지게 되는데 시간을 너무 끌면 메이킹 플레인이 닫혀 버린다.
'즉 척 보기만 해도 알 정도로 자신의 설계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지.'
그러나 타임슬립 능력이 있는 나에게는 시간대게 무한대로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류의 증식 역시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 스킬이 너무나 쉽다.
'아. 어쩌면 페이탈의 시간정지 능력 역시 생산스킬에....... 아, 그건 안 되겠군. 조건이 눈을 가리는 거였지?'
쓸데없는 생각을 중얼거리며 다시 정신을 집중한다.
"압축."
기잉-!
스킬을 사용해 8번 정도의 타임슬립 끝에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아직은 스킬 수준이 낮아 설계도 자체도 복잡하지 않은 편이다.
'어처구니가 없군. 무술이나 마법. 심지어 정령술보다도 훨씬 쉽다니.'
황당해한다. 마법도 무술도 정령술도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연마한 나지만 언감생심 초월자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밀도 있는 수련으로 수십 년 정도를 [경험]하지 않으면 감히 넘볼 수 없는 난이도였는데........
'아니. 생각도 안 하고 있던 생산스킬에서 길이 보이다니?'
게다가 이 제작스킬에 필요한 건 천부적인 감각이 아니(라고 말하기에는 좀 필요하지만 이건 타임슬립으로 대체가 가능하니)라 지식과 경험. 더불어 설계도를 면밀하게 살피는 주의력인데 주의력이라고 하면 나 역시 절대 뒤처지는 수준이 아니다. 시간을 돌릴 때 효율적으로 모든 상황을 통제하길 원했던 나는 언제나 주변 모든 상황을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하는 버릇을 만들어 왔던 것이다.
"이거 어쩌면. 어쩌면........"
============================ 작품 후기 ============================ 투 그랜드 마스터로 결정 봤습니다. 더불어 레나 이기는 장면을 넣을까 하다가 쓸데없는(..........) 전투씬 너무 길게 묘사하는 것 같아 슈슉 스킵...... 하였지만
여러분. 이건 고작 3일째 입니다! 참고로 전회차(?)에서 불사조가 나온 타이밍은 로안이 네버랜드를 시작하고 대략 110일 정도 지난 후였습니다. 4달 약간 안되서이죠.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지금 3일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