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182화 (182/283)

< --18장. 새로운 컨셉은 나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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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당연한 말이지만 기본적인 지각능력에서 레나가 월등히 높을 일은 없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스텟에서는 내가 그녀를 앞서는 상황이니까.

즉 문제는 스텟도 보조스킬도 아닌 마나를 사용한 오러 스킬이다.

<가속의 시계추>머릿속에서 탁장 시계를 그려냈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디자인은 심플하다. 왜냐하면 가만히 앉아 그림을 그린다 해도 복잡한 그림을 그리기는 어려운데 전투 중 신속하

게 높은 퀄러티의 이미지를 완성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게 가능한 존재는 민정이와 보람이 같은 천재 정도에 불과하다.

팟!

또다시 레나가 달려든다. 측면으로 파고들어 마치 복싱의 훅처럼 옆구리를 후려 쳐 온다!

'보인다!'

퍽!

그러나 보였을 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일반인들이 서로 싸울 때 서로의 공격이 전혀 안 보여서 못 막는 건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평온한 가속>이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신경가속보다 움직임이 미묘하게 느리다.

'사실 지금까지가 이상한 거였지.'

오러 유저로서 오러스킬로 자신을 가속시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오직 순수한 순발력과 보조스킬만으로 오러스킬로 스스로를 강화하는 오어 마스터들을 압도해온 게 비정상인 것.

따악!

시간을 돌린다. 그리고 좀 더 침착하게 레나의 공격을 막아내려다가 얻어맞는다.

퍽! 퍽! 퍽!

따악! 따악! 따악!

학습방법 중 제일은 누가 뭐라고 해도 반복학습니다. 그다지 재능이 없는 나라도 똑같은 공격을 계속 보게 되면 어느 정도 그 동작이 보이기 마련이니 단 한 번의 공격이라도 확실하게 막을 때까지 수십 수백 번을 반복하는 것이다.

'문제는 매번 공격이 바뀐다는 말이지!'

내가 사용하는 타임슬립은 [시간을 되돌려 모든 것이 다시 원래대로 흐르는]방식이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복권 번호를 보고 시간을 돌린다면, 내가 알던 그 복권 번호는 물론 맞을 수도 있지만 틀릴 수도 있다. 실제로 과거 내가 로안의 캐릭터를 생성할 때 주사위는 던질 때마다 다른 수가 나왔었지 않은가?

만약 내가 과거로 가고, 그렇게 과거로 간 내가 시간 축을 뒤트는 유일한 [변수]라면

나오는 주사위 값은 항상 같아야 한다. 하지만 시간을 돌릴 때마다 주사위 값이 달랐다는 것은 굳이 내가 뭔가를 하지 않아도 모든 일이 완전히 똑같이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변화의 폭은 아주 작다. 모든 상황을 관측하고 시험해 본 건 아니라 확신할 수 없지만 시간을 돌린다고 예전과 크게 상황이 달라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물리적인 요소는 대부분 똑같이 흘러가기 때문에 방금 길가다 넘어진 사람은 또 길가다 넘어지고 좀 전에 났던 사고 역시 또다시 나게 되어 있는 것.

그러나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듯...... 시간을 많이 돌리게 되면 아무래도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소한 변화들이 조금씩 뭉쳐 많은 변화가 생길 수 있는데 이 경우 내가 받는 징계 역시 강해진다.

그리고 그런 상황들을 보고 나는 하나의 가설을 세우게 되었다.

내가 [과거]로 가는 것이 아니다.

세계가 [과거의 형태]로 변하는 것이다.

물론 그 개념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 만약 그렇다면 그 [세계]의 범위는 어디까지란 말인가? 지구인가? 태양계인가? 아니면 전 우주?

그러나 아무리 유품이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해도 어찌 전 우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그 미미르라는 유품이 나를 레전드급 밀리언이라고 했었지.'

그때는 상황이 급박히 그냥 지나갔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의미심장한 일이다. [최초]에 나는 분명 EX급 밀리언이었다. 그건 확실하다. '캔슬러'로서의 힘은 강력했지만 딱 그 정도였던 것이다.

'어쩌면 어머니 때문일지도 모르겠군.'

어머니 역시 EX급 밀리언이었다. 전 지구를 뒤집어 봐도 10명이 채 안 된다는 EX급 밀리언이 모자지간이라는 건 그야말로 확률의 기적. 때문일까? 국인부는 어머니와 내가 밀리언의 발생 원인을 밝히는데 중대한 단서를 줄 것이라고 생각한 듯 비밀리에 우리를 납치해 버렸다. 그리고..... 퍽!

"윽!"

드디어 레나의 공격을 막았다. 시간을 돌릴 때마다 조금씩 달라진다고는 하지만 같은 자세에서 날릴 수 있는 공격은 한정되어 있고 오러스킬까지 발동하자 어느 정도 반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 대단해 막았어!"

"막은 건 좋은데....... 막아도 타격이 크잖아?"

레나의 공격을 막는 순간 움직이려고 했지만 어마어마한 타격에 팔이 찌릿찌릿 울려 그럴 수가 없었다. 가볍게 날린 레나의 주먹에는 바위도 부술 정도의 거력이 실려 있던 것. 레나가 헤헤 하고 웃으며 말한다.

"그야 당연하지 로안이랑 나랑은 경지에서부터 엄청난 차이가 나는걸."

"윽. 맞는 말이지만 왠지 화난다."

장난스럽게 웃으면서도 머리는 팽팽 돌아간다.

'동시에 사용해야 해. 가속의 시계추와 강철의 갑주다.'

갓 입문한 오러 유저는 오직 한 개의 오러 스킬만을 발동할 수 있지만 오러 마스터 쯤

되면 동시에 5개도 발동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나는 스텟이랑 버프로 대부분 때우는 경향이 있었기에 오러 마스터가 되고도 동시에 3개가 한계였다.

타앙!

오러스킬 강철의 갑주와 가속의 시계추를 동시에 가동시켜 레나의 공격을 쳐낸다. 물론 그것도 한 번에 된 건 아니어서 몇 번이고 시간을 돌려야 했지만 중요한 건 내가 정면으로 그녀의 공격을 막아냈다는 것이다.

파박! 퍽!

측면으로 돌아 로우킥을 날리는 레나의 공격에 대항해 왼쪽 다리를 솟구치듯 들어 내려찍기를 날린다. 레나는 내 공격을 받아낸 후 기습적으로 주먹을 내밀었지만 아슬아슬하게 볼 옆으로 빗나가게 만든 후 그녀에게 접근해 정권을 날렸다.

쾅!

둘 다 땅을 단단히 디딘 상태에서 주먹과 주먹을 맞부딪히자 주변 땅이 강하게 울리며 먼지가 피어오른다. 그것은 전사경(纏絲勁)으로 몸 안의 에너지를 나선으로 뿜어내는 고도의 기술. 야매라고는 하지만 소드 마스터인 내가 경(勁)의 사용법을 모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와! 로안 대단해! 실력이 엄청 빨리 늘고 있어. 안 그럴 것 같아 보였는데 설마 천재인 거야?"

"안 그럴 것 같아 보이는 건 뭐냐 안 그럴 것 같아 보이는 건."

투덜거리자 레나가 헤헤 하고 웃으며 노란색 머리를 긁적인다.

"아, 재능 있는 녀석들은 대충 말을 나눠보면 감이 오거든. 체술의 경우는 무의 이치를 직감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하니까."

약간의 백치미를 가지고 있지만 무학에 관해서는 그야말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레나였다. 그녀의 전투 스타일은 본능적인 면이 있지만 그녀가 무학의 이해가 낮아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었다. 그녀는 입식격투기는 물론 그라운드 기술이 많은 이종격투기를 포함한 모든 무학을 섭렵한 후 그 후 가장 자신에게 걸맞은 방식을 찾아낸 것이다.

"그리고 그런 네가 보기에는 내 재능이 별로로 보여?"

"미안하지만....... 응. 뭐 둔한 정도는 아니지만 시각 자체는 평이해 보였거든.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빨리 배우네. 감이 좋은 걸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자세를 잡는다. 아무래도 확신을 가지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내가 그녀와 벌써 10시간 가까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리 놀랍지도 않은 성장속도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 다시 간다?"

타당! 팡! 쩡!

스무 번의 피격 끝에 기습 같은 내려치기를 피해내고 마흔 번의 시도 끝에 카운터를 날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공격조차 모조리 막혀 버렸기에 아예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간을 돌린다.

따악! 따악! 따악!

시간은 계속 돌아간다. 어차피 마나는 4억 테라나 있었다.

============================ 작품 후기 ============================천번을 져도 진건 다 없던 일이고 1번 이기면 남는 건 결국 승리. 인생이 비겁한 야매 로안 선생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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