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장. 초고속 성장. -- >
나는 웃었다.
"휴 힘들었다. 음양신선경을 입으로 펼치느라 죽는 줄 알았네."
기본적으로 성행위를 가정하고 만든 심법인 만큼 삽입을 하고 있을 때 제대로 운용이 가능한 음양신선경이었지만 응용하고자 하면 못 할 것도 없다. 솔직히 지금의 나라면 새끼발가락으로도 운용이 가능한 것이다.
"오, 기교가 대단하시네요."
"얻어맞기는 싫었거든. 설마 변태 성행위를 강요할 줄이야."
투덜거리는 내 모습에 청명이 웃는다.
"후후. 너무 쉽게 쉽게 시험에 합격하니 방향성을 틀어본 모양이네요. 뭐 어쨌든 이제부터 성장속도가 200%빨라지며 [간파의 눈]능력을 드리겠습니다."
"간파의 눈이라?"
예전에 얻었던 것은 소망의 눈이었다. 한번 성행위를 한 상대를 대상으로 호감도 락의 해제 조건을 알 수 있었던 보조스킬. 사실 이건 여러모로 쓸모가 많아서 엉뚱한 걸로 바뀌면 안 된다. 없으면 호감도 100만들기 너무 귀찮아 지는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다. 심지어 나는 호감도 100만들어야 할 상대가 수십 수백명이까지 한 상황이 아닌가? 그리고 다행히 침대 위의 폭군 때처럼 스킬이 완전히 달라지는 방향이 아니라 업그레이드 되는 쪽이었다.
"한번 성행위를 한 상대를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보조스킬입니다. 호감도 락의 해제 조건과 취향을 알 수 있죠."
"취향이라....... 당연히 유저에게는 안 통하겠지?"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죠."
NPC들과 다르게 [심리적인]요소에 대해 시스템의 지배를 받지 않는 유저들은 매력 스텟에 받는 영향이나 호감도 시스템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그 예로 크리스티나만
해도 행위를 한번 한 후 [만전의 상태에서 이뤄지는 정면 대결에서 승리한다.]라는 호감도 락의 해제 조건이 떴고 실제로 이기기까지 했지만 그럼에도 호감도가 80을 넘고 있지 않다. NPC가 아닌 그녀의 심리 상태에는 시스템이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 역시 [간을 보는]방법 중 하나일 수 있겠군. 일단 한번 한 상대에 한해서 쓸 수 있는 기술이긴 하지만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청명을 바라본다.
"그럼 이제 8단계 시험으로 해 줘."
"흠. 저기 지훈님. 설마 오늘 10레벨까지 도전하실 생각인가요?"
"글쎄. 하지만 갈 수 있는 곳 까지는 가야 하지 않을까?"
스킬 레벨을 확인한다. 전문가 1레벨이었던 음양신선경은 사디스트 여왕님을 쓰러트리면서 전문가 3레벨까지 올라간 상태. 그러나 고레벨로 갈수록 스킬 성장이 어렵다는 걸 생각하면 8단계와 9단계 시험만 남은 지금은 조금 위험하다.'게다가 버프가 없어. 예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타임슬립을 하기 전에는 일상처럼 상대하긴 했지만 사실 스킬 마스터 청명은 소수의 유저들에게 [절망의 벽]이라고 불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상대다.
청명은 스킬 마스터로 네버랜드에 존재하는 [모든]스킬을 완성자까지 익히고 있는 존재다. 즉 유저가 어떤 스킬을 익히고 있던 간에 같은 스킬을 비슷한 경지까지 수련하고 있으며 거기에 다른 스킬들까지 완성자에 이른 상태라는 뜻.
게다가 청명은 모든 스텟이 60포인트에 달하고 마나량 또한 10레벨 시험 시 유저에게 주어지는 10만 테라보다 두 배 높은 20만 테라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청명과의 승부에서 이겨야 하는 10레벨 시험은 그야말로 불공평의 극치다. 9레벨 시험과도 차원이 다른 난이도를 가진 게 바로 청명과의 대결인 것이다.
스텟도 그녀보다 훨씬 떨어지는데 스킬 랭크도 떨어지고, 심지어 그녀는 모든 스킬을 다가진 만큼 이런저런 패시브 스킬도 엄청나게 많다. 네버랜드의 서비스 시간이 1년이 넘어 네버랜드 속 시간으로 치면 15년에 가까운데도 마스터가 5명에 불과한 게 그런 이유인 것이다.
"8단계 시험을 완료하셨습니다. 이제부터 성행위 관련 스킬의 성장속도가 250%빨라
지고 5의 스킬 포인트가 추가로 생성될 거에요."
청명을 이기려면 초월자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스킬 레벨과 뛰어난 능력치(현실기준). 그리고 상당한 컨트롤이 필요하다.
'그리고 예전에 난 거기에 속하지 못했지.'
예전 청명과 만났을 때의 나는 환희마라경과 여의색황경이 전문가 수준이어서 스킬 레벨도 떨어졌고 스텟은 당연히 그녀보다 모자랐다. 청명이 처녀나 다름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기술(?)면에서 좀 더 유리하긴 했지만 완성자 스킬들을 잔뜩 가지고 있던 그녀였던 만큼 그리 엄청난 차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때 나는 그녀를 이겼었다. 그녀에게 없는 게 나에게는 있었던 것이다.
'막대한 버프........ 하지만 이제는 그것조차 없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다가선 최상급 정령을 몇 번이고 절정에 이르게 해 함락시킨다. 7단계에서는 해괴한 취향의 여성이 나타나 헤맸을 뿐 기본적으로 나에게 성행위 시험을 클리어하는 것 정도는 간단한 것이다.
"9단계 시험........ 완료. 와 결국."
청명은 기막혀 하면서도 떠듬떠듬 9단계 시험에 합격함으로서 얻는 이득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이미 아는 바대로 스킬 성장속도가 300%보너스와 15스킬 포인트였다.
'곤란하군. 역시나 완성자에 오르지 못했어.'
나름대로 경험치를 많이 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9단계까지 클리어한 지금 음양신선경의 경지는 전문가 7레벨에 불과하다. 성장스킬의 제대로 된 능력은 [완성자]의 경지에서부터 시작이기 때문에 낼 수 있는 스킬의 위력 자체가 크게 차이난다.
'하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 봐야겠군. 안 되면 마는 거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청명을 향해 말한다.
"뭐 이제 마지막인가? 10단계 시험도 부탁해."
"아, 저 그게........"
"시간제한 같은 거라도 있어?"
태연한 척 하려고 하지만 슬슬 미소가 피어오른다. 그녀는 혼란에 빠져 눈치 채지 못했지만 지금 내 표정을 거울에 비춰 보면 참으로 능글맞아 보이겠지.
하지만 뭐, 그녀가 당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스템에 묶여 있는 가상의 존재라고는 하지만 그녀의 지성이나 사고방식은 인간 여성과 다를 바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섹스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는데 어찌 태연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당황하거나 말거나 유저들의 10단계 시험을 치러 주는 것은 그녀의 [사명]이라 절대 거부하거나 할 수 있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다.
"더, 덤비세요."
"덤벼?"
무슨 말 하는지 당연히 잘 알면서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청명이 가볍게 우는 소리를 하며 말한다.
"하우....... 정말. 설마 이 시험을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어쨌든 다시 소개하죠. 알렌의 신전을 지키는 수호자이자 네버랜드의 스킬 마스터(Skill master). 청명이라고 합니다."
후웅-그렇게 말하는 순간 강렬한 기파가 그녀의 몸에서부터 주변 모든 공간을 장악하며 퍼져나간다. 그녀의 몸에 걸려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보조 스킬들이 주변 공간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녀가 가진 게 성장스킬 뿐이라는 점이지.'
그렇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건 오직 성장스킬 뿐이다. 그녀가 [모든 고유스킬]을 가지고 있다면 세상 누가 그녀를 이길 수 있겠는가?
물론 초월자에 비하면 완성자 수준의 고유스킬이 가지는 버프는 대단치도 않은 수준이지만 그 앞에 [모든]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그야말로 감당이 불가능해진다. 네버랜드에 존재하는 스킬의 숫자는 너무나도 많아서 모든 고유스킬 버프가 가해지게 되면 왕년의 나라도 감히 따라갈 수 없는 버프의 향연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스킬 마스터라?"
"네버랜드에 존재하는 모든 스킬을 완성자까지 익히고 있다는 뜻이죠. 알렌의 신전에서 치루는 모든 스킬의 10레벨 시험은 제가 치르게 되어 있습니다."
차분하게 시험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주려고 한다. 역할 특성상 설명하는 버릇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다. 그녀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다면 시간을 줄 수 없지.'
성큼 그녀에게 다가선다. 원래 주도권이라는 건 사소한 요소로 결정 나는 법이다.
"엣? 저기 지훈님?"
청명은 약간 창백한 표정으로 내가 앞으로 나선 만큼 물러섰다. 과거 나를 이기기 위해 온갖 방식의 필살기를 연구하던 그녀가 내가 접근하는 것만으로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당황하는 것이다.
"귀여운데?"
"그, 그렇죠? 호호호! 제가 좀 한 귀여움 해요."
평소 안 하던 소리를 하는 걸 보니 이미 반쯤 제정신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인 것이다.
턱.
물러서던 청명의 등이 기둥에 닿고 후퇴가 멈추자마자 그녀의 귓가에 숨을 불어 넣었다. 히익! 하고 움츠러드는 모습은 생각해 본 적 없는 종류. 아무래도 예전에는 내가 시험을 통과하는 모습에 이런 상황을 상상이라도 했었는데 지금은 그것조차 하지 못한. 말하자면 돌발 상황 같은 거라 당혹스러워 하는 모양이다.
"왜 그러는 거야? 10레벨 시험을 치루는 건 너라고 하지 않았어?"
"무, 물론 맞지만......."
"맞지만 싫어? 시험 안 쳐 줄 거야?"
코끝이 닿을 정도로 바싹 얼굴을 들이댄 채 말하자 청명이 새빨개진 얼굴로 신음한다.
"그건........ 아니에요. 시험을 치루는 건 제 사명이니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그건 어차피 예상하던 바였다. 그녀를 비롯한 시스템 NPC들은 사명에 의해 묶인 존재들. 다만 예상하지 못한 건 수줍어하는 그녀의 표
정이다.
"아이구 귀여운 것~!"
"노, 노인네 같은 표정 짓지 마세요! 자, 잠깐만요. 조금만 천천히...... 꺄흣?!"
============================ 작품 후기 ============================ 겁내지 마. 오빠 믿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