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171화 (171/283)

< --16장. 국인부와 언리미티드-- >

"으으...... 머리 아파........"

민정이 깨어난 건 그로부터 10시간 후였다. 결국 그녀는 스스로의 스킬을 발동시켜 어느 정도 마약을 몰아 낸 것이다.

'아니. 솔직히 반도 못 몰아낸 것 같지만........'

레전드 스킬이 계속 저항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는 엄청난 두통을 느끼는 모양이다. 정신력을 소모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게다가 그녀의 몸 안에 퍼진 마약은 능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능력을 사용하고도 제대로 회복되지도 않는다.

"언니 괜찮아?"

"하아....... 하아....... 일단 어느 정도는....... 너는 어때?"

"멀쩡해."

"뭐? 어떻게 그럴 수가........ 아."

순간 민정의 눈이 날카롭게 보람과 나를 훑었다. 보람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나와 어깨를 붙이고 있는 상태다. 두 번 정도 몸을 섞었더니 서로에 대한 거리낌이 없어진 탓이다.

"으음 뭔가 아는 눈치........ 오빠. 설마 언니와도 한 거야?"

"정확히 말하자면 실제로 한 적은 없지. 한건 네버랜드에서였으니까."

수군대는 우리의 모습에 민정은 잠시 아무 말 않고 있다 이내 한숨 쉬었다. 이미 뭐라 하기에도 늦어버렸다고 생각 한 모양이다.

"보람이 너......... 후우. 이제 와 내가 뭐라고 하기도 애매한 문제지만......."

"왜. 나도 오빠랑 하니까 질투 나?"

보람의 말에 민정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친다.

"그, 그런 거 아냐! 널 걱정해서지!"

"에이. 어제는 확실히 안전한 날이었어. 게다가 내가 원해서 한 거고......."

그렇게 말한 보람의 얼굴이 붉어진다.

"또 엄청 기분 좋았어........"

"후. 그렇겠지."

한숨 쉬는 민정의 반응에 보람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엉? 그게 무슨 소리야? 오빠랑 하면 무조건 기분이 좋아?"

"응. 적어도 다른 사람하고 하는 것 보다는 틀림없이 좋겠지."

확정적인 어투에 보람의 얼굴에 의문이 깃든다.

"왜 그렇게 확신해? 많은 남자들을 상대 해 본 것도 아니면서. 잘 모르지만 속궁합이라던가. 그런 것도 있을 텐데도 틀림없이 기분 좋을 수 있단 말이야?"

보람의 질문에 민정이 답한다.

"응. 녀석은........"

사실 여기서 살짝 그녀를 말리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와서 무러 어쩌겠냐 하는 심정에 방치한다.

"성행위 초월자니까."

"성행위 초월자?"

보람의 표정이 멍해진다. 민정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고 나는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그리고 잠깐의 시간이 흘렀을까? 보람이 배를 잡고 뒹굴기 시작한다.

"푸하! 푸하하하! 꺄하하하하하! 아, 그랬구나! 초월자라면서 도대체 왜 어떤 스킬인지 말을 안 해주나 했는데........ 꺄하하! 서, 성행위. 성행위 초월자! 그래 맞아. 그 실력이라면 초월자 맞다. 꺄하하!"

"아 거 너무 웃는다......."

무안해져서 투덜거린다. 물론 수많은 여인들과 보내온 시간과 경험이 부끄러운 건 아니지만 남자들도 아니고 여자들한테 알려지니 고개를 들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나저나 민정이 너는 괜찮아? 일어날 만 해?"

"정신력이 바닥이라 아무것도 못하겠어. 약도 아직 안 풀리고......."

"풀어줄까?"

내 말에 대번 민정의 얼굴이 새빨갛게 상기된다. 그러나 치욕감을 느끼거나 하는 표정은 아닌데다 소리를 지르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건 고민이었다.

'어라? 되겠는데?'

나는 민정이 생각보다 별다른 거부감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생각해 보면 [지훈]과 [민정]은 손조차 제대로 잡은 적이 없지만 [로안]과 [크리스티나]는 몇 번이고 몸을 섞은 사이가 아니던가? 게다가 내가 주던 쾌감을 기억하는 그녀였기에 이미 반쯤은 나에게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로안]에게는 마음을 열고 [지훈]에게는 안 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유저라 그런지 그냥 동일시 해 주는군.'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에게 접근한다.

"풀어줄게."

"자, 잠깐만. 아직 허락 안했어!"

"아직 이라는 건 곧 해준다는 말이지?"

"그, 그건.........."

거의 넘어왔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의 어깨를 잡는다. 움찔하는 민정.

문이 부서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쾅!

"뭐!?"

경악해 자세를 잡는다. 부서진 문에서는 10여개의 수류탄이 쏟아져 들어왔다.

"로안 필스타인!"

<신경가속(神經加速)을 가동합니다! 순발력 보정에 중첩! 30배 가속에 들어갑니다!><시간의 지배자 효과가 발동합니다! 시간가속이 30배->90배로 증폭됩니다!><평온한 가속이 가동합니다! 가속된 신경속도에 맞춰 움직임이 가속됩니다!>빛살처럼 달려 나간다. 그리고 방 안에 던져졌던 수류탄들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모조리 차 버렸다.

파바박!

적들은 전문가이다. 수류탄 역시 안전핀을 뽑자마자 던진 게 아니라 몇 초 정도 숫자를 센 후 던졌던 것. 아마 그런 행동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였을 테지만 능력 억제 약물이 모조리 해소된 내 움직임이 너무 빨랐기에 수류탄은 모조리 밖으로 튀어나갔다.

펑! 펑! 펑! 펑!

그래도 우리를 죽이고 싶지는 않은 듯 수류탄은 세열 수류탄이나 파편 수류탄이 아닌 가스 수류탄이다.

'그리고 보나마나 저 가스에는 능력을 억제하는 독이 섞여 있겠지?'

게다가 내 날카로운 감각은 10개의 수류탄 중 딱 1개가 약간 다른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능력을 억제하는 독이 섞인 수류탄은 10개 중 1개뿐이라는 소리다.

'즉 능력 억제 효과를 가진 성분이 무제한적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는 뜻이지.'

당연하다. 애초에 공장에서 찍어내는 게 아니라 특별한 공정을 필요로 하는 거라면 그 물량이 많을 리 없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은 억제기에 들어갔을 테니 소모성 무기에 마구 넣기는 부담스러운 것이다.

"좋아 그럼 이대로 쓸어버려야겠군!"

가속된 감각을 만끽하며 다리에 힘을 준다. 어차피 기본 스텟은 어떤 수단으로도 억제할 수 없는 이상, 능력 억제 물질도 나에겐 아무런 소용이 없다.

현대병기? 안타깝지만 그 정도로 날 막을 수 없는 것이다. 125스텟을 가진 로안의 몸은 괴물이니까.

"죽어 머저리들아!! 이번에는 민정이랑 재미있게 놀려고 했는데!!"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멍청아아!!!"

민정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뛰쳐나간다. 그리고 그렇게 뛰쳐나간 날 기다리는 건 수백 발의 총알세례였다.

'방독면을 했군.'

물론 전원이 한 것은 아니어서 뒤쪽에 있던 병력은 바닥에 쓰러져 헤롱거리고 있다. 방독면을 쓰고 있는 건 방 안에 침입하려 하던 인원들이다.

퍼버벅! 빡! 퍼펑!

총알은 단 한 발도 몸에 박히지 않고 튕겨나간다. 안개 속으로 뛰어들었다지만 호흡을 멈추니 몸 안으로 스며들거나 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문제없다.

빡! 쾅! 퍼벅!

폭풍 같은 난격으로 적들 대부분을 쓰러트리고 색황의 거처 안으로 들어온다. 무호흡으로 30분도 넘게 버틸 수 있는 로안의 몸이지만 전투를 하니 10여분 만에 약간 숨이 차 왔던 것이다.

"후하! 숨 막혀라."

"적들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민정의 모습을 보며 답한다.

"대부분 처리했어. 그나저나 괜찮아?"

"뛰어다니는 건 문제없어. 다만 약 때문에 물리면역이 안 될 것 같은데."

사실이라면 곤란한 일이다. 즉 지금의 그녀는 총격에도 당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일단 보람이가 신경 써줘. 싸움은 내가 할 테니까 지켜주고."

그렇게까지 말한 후 다시 밖으로 뛰쳐나간다. 언제 내려온 것인지 완전무장한 수십

명의 병사들이 총구를 겨누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퍼버벅! 빡! 퍼펑!

두두두!

그러나 당연히도 상대가 안 된다. 나는 총탄을 무시한 채 적들을 모조리 쓰러트렸다.

퍽! 퍽!

가끔 능력 무효화의 힘을 가진 탄환이 몸에 부딪히는 게 느껴진다. 물리면역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따끔'한 공격이 있다면 그게 바로 능력 무효화 탄환이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왜 억제탄이 안 박히지!? 물리 내성이든 면역이든 다 뚫릴 텐데?"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치는 장교의 말을 들어보면 아무래도 녀석은 마스터에 대해 아는 바가 있는 모양. 그러나 난 아무렇지도 않게 땅을 박차 뛰어나가며 소리친다.

"가죽이 튼튼하니까!"

빡! 퍼벅! 콰득!

병사들은 총기를 난사하며 발버둥쳤지만 그래봐야 저항은 불가능하다. 90배나 빠른 시간 속에서 움직이는. 총알도 안 박히는. 주먹질 한방에 자동차를 부수는........ 그야말로 생체 병기에 가까운 나를 상대로 일반적인 병력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특이하군. 안 된다는 걸 알면서 왜 꼭 싸우려고 하지? 나라면 지하실이 가득 찰 정도의 독을 풀어 버린 다음 지하를 폐쇄할 텐데 뭐 중요한 게 있다고....... 중요한 거?'

병사들을 다 날려 버린 후 뒤를 돌아본다. 깨진 유리관 뒤에는 아까 내가 박살 내 버렸던 샘이 처음 모습 그대로 있다. 그것은 정보 취득형 유품. 지혜의 샘 미미르다.

"호오........ 이것 때문에 여기를 못 날리는구나? 게다가 이걸로 색황의 거처의 존재와 침입 방법을 알아냈어."

이 신기한 유품은 가까이 다가가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 여러 가지 정보를 알 수 있다. 아직 각성하지 않은 밀리언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유품 때문이며 이 유품 덕에 내 능력과 상세 정보가 모조리 드러나고 말았다.

"음. 저기 지훈아. 미안한데 우리는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 저 이상한 샘

은 아무래도 유품 같은데. 그럼 너 밀리언이라 잡혀 온 거야?"

민정의 말에 그녀들에게 설명을 너무 안 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물론 그녀가 밀리언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리는 없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다 기밀이라 알 수 없는 것이다.

"맞아. 지금 우리를 잡은 건 언리미티드가 아니라 국인부지. 다만 너희 집에서. 굳이 너희까지 잡아온 걸 보면 어느 정도 손을 잡은 것 같긴 하지만."

그건 의심할 바가 없는 말이다. 애초에 보람과 민정의 집이었다. 그것도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중 하나인 신영그룹의 본가였는데 오직 국인부의 의지만 있었다면 어찌 그녀들까지 잡아왔겠는가? 그녀들이 목표이고 겸사겸사 나를 잡아온다는 상황은 있을 수 있지만 내가 목표인데 겸사겸사 그녀들을 잡아온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녀들은 신영그룹의 회장 강태성의 친손녀인 것이다.

"그러면 언리미티드에서도 뭔가 수를 써 오려나?"

"바로 그렇습니다."

푸욱!

============================ 작품 후기 ============================ 세상 너무 쉽기만 하면 섭섭하지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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