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168화 (168/283)

< --16장. 국인부와 언리미티드-- >

'마약.'

강한 정신력을 가진 그녀들이었기에 버티고 있었지만 언뜻 봐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효과를 가진 물건이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당장에 이지를 상실하고 중독돼 버릴 수준이니 어쨌든 제정신을 유지하는 그녀들은 엄청난 수준의 정신력을 가졌다고 하겠다.

"민정아. 현현을 해야 해 현현. 팔찌에 타이머가 걸려 있을지도 모른다고."

국인부 녀석들이 원격에서 팔찌를 터트리는 기술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거야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색황의 처소>는 외부와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이니 원격에서 무슨 짓을 해도 신호가 가지 않는다.

다만 거꾸로 정기적으로 어떤 신호가 연결 되다 그게 끊어지면 터지는 방식의 폭탄이 장착 되어 있을 수도 있었는데 아직까지 반응이 없는 걸 보니 그건 아닌 모양이다.

'하긴 실험을 하다가 밀폐된 장소에 들어갈 수도 있는데 그런 방식으로 만들면 밀리언은 모조리 다 장애인이 되 버리겠지.'

하지만 그렇다 해도 방심할 수는 없다. 타이머가 걸려 있을 수도 있고 다른 특정한 조건으로 폭발할 수도 있으니 이런 건 가급적 빨리 떼 버려야 한다.

"현현? 헤헤....... 그게 뭐......."

헤롱거리는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소리친다.

"민정아! 크리스티나 몬테로!"

"크, 크리스티나...... 몬테로?"

지직!

순간 민정의 겉에 씌워지듯 크리스티나의 모습이 나타난다. 크리스티나의 키가 그녀보다 컸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 당연하지만 그녀는 현현을 이어갈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았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신성력을 발한다.

<아프로디테의 관심이 발동합니다!><대상의 생명력이 50포인트 상승합니다!>버프를 생명력에 집중시켜 발동시킨다. 생명력이라고 하면 근육 탄력과 뼈의 강도를 비롯한 육체 전반적인 내구를 뜻하는 말. 생명력이라는 건 방어력과도 비슷한 개념이기 때문에 생명력을 강화하면 어지간한 공격에는 타격받지 않게 된다. 실제로 나 역시 억제기가 폭발할 때 별다른 피해를 안 입지 않았던가?

쩡! 쩡! 팅!

콰쾅!

다행히 크리스티나 역시 무투계열이었던 만큼 강화까지 걸어주자 피부가 좀 찢어졌을 뿐 손목이 절단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물론 피가 났기 때문에 신성력으로 치료 해 주어야 했다.

"너도 현현해."

"헤헤헤. 헤헤헤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효가 더 퍼졌기 때문일까? 보람은 완전히 풀린 눈으로 헤롱 거리고 있다. 몇 번 더 말을 걸어봤지만 정신을 차릴 분위기가 아니다.

[당장 현현해라. 강보람.]키잉!

명령한다. 그것은 초월자에 이른 매혹의 마안이 가지고 있는 보조스킬 절대명령(絶對命令). 과연 마약에 취해있던 보람은 버티지 못하고 말한다.

"도, 독고령령."

지직!

그녀의 모습이 변한다. 현실의 그녀와 별 차이 안 나는 키에 검은색 머리칼을 가진 소녀로 전체적으로 늘씬한 몸매를 가진 건 마음에 들었지만 가슴이 없는데다 머리길이

가 짧아 미소년으로까지 보인다는 점에서 아쉽다.

<아프로디테의 관심이 발동합니다!><대상의 생명력이 50포인트 상승합니다!>쩡! 쩡! 팅!

콰쾅!

앞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 억제기를 뜯어낸다. 칼날같이 팔을 절단하는 폭발에 완전히 무사할 수는 없었기에 그녀 역시 피부가 찢어져 피를 흘린다.

<아프로디테의 자비가 발동합니다!><대상의 부상이 회복됩니다!>

"아이고........"

급한 불은 대충 꺼 버린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정신력]은 사용할 때마다 급속히 피로해 지기 때문에 당장이라도 쓰러지고 싶을 정도로 힘이 없다.

"골치 썩이는 아가씨들이로군."

마나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좋아했는데 역시 세상에 꽁짜는 없다는 것일까? 정신력을 소모함에 따라 느껴지는 탈력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지잉-!

"아오 머리....... 생각보다 훨씬 아프잖아? 이 마약 때문인가?"

정확히 말하자면 마약 그 자체보다는 그 안에 있는 어떤 성분 때문이다. 약물 면역인 내가 마약에 중독된 것은 그 마약 안에 섞여 있는 성분이 이능을 짓누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이능을 억누르는 약물이 온 몸에 퍼졌는데 억지로 이능을 끌어 썼으니 몸이 무사할 리 없다. 생각보다 타격이 꽤 큰 것이다.

"이거야 원. 전투 시에는 차라리 몸으로만 싸우는 게 낫겠어."

맨 몸으로 싸운다면 아무리 싸워도 지치지 않는 나이지만 정신력은 스킬 몇 번만 써도 바닥이다. 무슨 대단한 스킬을 쓴 것도 아닌데 이렇게 힘겹다면 정말 급한 스킬만 써야 하는 것.

심지어 싸우던 와중 보람이 맞았던 그 능력무시 탄환 같은 공격을 맞으면 어찌 되겠는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최후의 무기는 누구도 이겨낼 수 없고 그 어떤 방식으로도 무효화 시킬 수 없는 로안의 육체 그 자체다.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게다가 미미르를 파괴하게 두다니 이 머저리들이!!"

"카메라는 어떻지?"

"모두 파괴되어 파악이 불가능합니다! 녀석이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했다는 건 알겠지만......."

문에 다다가 귀를 대 보니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다. 수많은 녀석들이 들어와 뛰어다니는 듯 발소리가 요란하고 여기저기서 호통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나는 <색황의 처소>의 하나뿐인 문에 귀를 댄 채 밖의 상황을 살폈다. 들리는 건 소리뿐이지만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고 그들이 미친 듯이 주변을 뒤진다 해도 우리를 찾아낼 가능성 따위는 없기에 불안한 마음도 없다. 내가 [허가]하지 않

는 이상 그들이 이쪽 문을 열어도 원래 보여야 할 방의 모습만이 나타나며 밖의 소리가 안에 들릴 뿐 안의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저들이 우리를 찾아내는 게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내 허락이 없다면 색황의 처소로 연결되지 않지만 어쨌든 공간이 연결 되어 있는 이상 절대 못 오는 것도 아니다. 내 허락 없이 그들이 색황의 처소로 오는 방법은 간단하다.

'문을 부수면 되지.'

그렇다. 문을 부수면 강제로 색황의 처소에 침입하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녀석들이 뜬금없이 문을 부술 가능성은 적으니 이대로 시간만 끌면 녀석들이 다 빠져나가는 상황이 나올 것이다. 아무리 찾아도 없으니 어떻게든 도망갔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아,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 마가리타의 존재는 알고 있는 건가?'

마가리타 역시 시간 관련 능력자이기는 하지만 나처럼 능력을 사용한 상황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 계속해서 능력을 사용한다면 틀림없이 국가기관 등에 감지 당할 텐데 어떻게 여기까지 능력을 키웠을까? 게임 속에서 능력을 사용한다 해

도 결국 이능을 발휘하는 건 현실의 몸이니 내가 그랬던 것처럼 접속한 상태로 납치당하기 딱 좋은 것이다.

"뭐 어떻게든 했겠지만....... 흠. 이거 꽤 좋은데?"

문에 기대 밖의 동태를 살피다 핑~ 하고 흔들리는 시야에 흥얼거린다. 정신이 약간 멍하고 몸이 가벼워져 하늘을 날아다닐 것 같다.

"흐으음~ 괜찮은 쾌감이야. 에레스티아와의 행위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어지간한 히어로급과의 행위가 주는 쾌감 정도는 되겠다. 뭐, 쾌감의 종류가 좀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사람은 정신을 못 차릴 쾌감이겠지만 나는 객관적으로 그 수준을 파악할 수 있었다. 끊으려면 언제든지 끊을 수 있으니 오히려 즐기는 것 까지 가능한 것.

그러나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나 정도일 뿐 이 마약은 어마어마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어 한번 맛보면 절대 벗어나기 힘든 수준일 것이다.

나는 이제야 국인부가 막나갈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달았다.

"밀리언들을 마약에 쩔게 만들어서....... 그래서 마약이 없으면 살 수 없는 몸으로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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