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장. 국인부와 언리미티드-- >
지직!
땅!
현현함과 동시에 수갑을 엮고 있던 사슬이 끊어져 버린다. 보통 재질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사슬이었지만 로안의 힘을 버틸 정도는 아니다.
<순발력(125)보정! 20배의 신경 가속!>
지금 끼고 있는 억제기는 밀리언으로서의 능력은 물론 마스터로서의 능력까지 봉인하는 물건이었기 때문에 보조스킬 신경가속은 물론이고 시간의 지배자 버프와 평온한 가속 버프까지 발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20배의 가속만 해도 보통 수준의 가속이 아니며, 로안의 몸은 충분히 그 가속에 걸맞은 육체의 소유자다.
뻐억!
망설임 없이 땅을 박차 소령 녀석의 다리를 로우킥으로 차버린다. 각력이 워낙 강했기에 허공에서 세 바퀴 반이나 돌아 벽과 충돌한다. 당연하지만 무엇보다 급한 건 근처에 있는 방해자들이었기에 자비따윈 없었다.
"쏴, 쏴라!"
두두두두두!!!
병사들이 총을 발사했지만 단 한발도 나를 맞추지 못한다. 나는 그 누구보다 빨리 움직여 그들의 몸을 후려쳐 주었다.
퍼벅! 퍽!
"크악!"
"컥?!"
일단 움직이자 그야말로 추풍낙엽이다. 게다가 지혜의 샘 미미르는 외부에 알릴 수 없는 기밀사항이었기에 지키는 인원도 많지 않다.
파바박!
물론 탄막을 구성하면 탄환을 다 피하는 게 불가능했지만 그래봐야 피부를 관통하지도 못한다. 생명력이 99에 불과한 오우거 조차 소총탄을 맞으면 외피 밖에 상처 입지 않을 텐데 125인 내가 이런 소형화기에 다칠 리 없지 않은가?
'다만 총알을 눈으로 보고 피하는 건 여전히 힘들군.'
아마 90배의 가속으로도 힘들 것이다. 90배 가속에 소드마스터급 경지에 이른 오러 스킬까지 발동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마나를 쓸 수 없는 지금은 상관없는 이야기.
콰드득!
"....... 미친?"
"말도 안돼........"
연구자 중 몇 명이 연구실 한 쪽 문을 열고 들어가 잠가버렸지만 종이박스로 만든 집을 찢고 들어가듯 우그러트리고 침입한다.
"그러게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왜 가만히 있는 사자의 코털을 뽑니?"
피식거리며 주먹을 휘두른다. 뭐 이놈들 꼬락서니를 보니 내가 아니더라도 언제 한번 큰일 날 것 같긴 했으니 액땜하는 셈 치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콰득!
유리관을 부수며 그 안으로 진입한다. 당연하게도 유리관 안에 있는 것은 밀리언들의 위치를 확인하는 게 가능함은 물론 온갖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가능한 유품. 미미르가 있었다.
"하압!"
주먹을 들어 올린 채 힘을 주자 근육이 부푸는 것을 느낀다. 그 모습에 쓰러져 있던 소령이 비명을 지른다.
"아, 안 돼.......!"
"돼!"
콰앙!
무시무시한 기세로 땅을 후려치자 미미르가 폭발하듯 터져나간다. 미미르는 단순히 물웅덩이가 아니라 유품이기 때문에 이렇게만 해도 어마어마한 타격을 받는다. 심지어 그 구성요소인 물이 사방으로 흩어져 버리기까지 했으며 그 대부분이 내가 땅을 쳐 갈라진 틈 사이로 새어나가 버렸다.
"우와 능력은 다 막혔으니 이게 스텟이라는 건데........ 뭐 이런 괴물이 다 있어?"
"너희도 평소 팔굽혀펴기 열심히 하면 되."
"구라치지 마."
"거짓말쟁이."
냉혹한 보람과 민정의 반응에 웃는다. 뭐 운동 한번 제대로 안 한 내가 이런 말을 하다니 웃기는 일이긴 한다. 보람이나 민정이야말로 극한으로 육체를 단련해 왔을 텐데 노력 하나 없이 보너스 스텟으로 올린 내 스텟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그나저나 괜찮은 거야 오빠? 잘은 모르겠지만 되게 중요한 물건인 모양인데. 명색에 국가 기관이니 후환이 보통이 아닐 거야."
보람의 말에 어깨를 으쓱인다.
"먼저 건든 게 그쪽이니 별 수 없어. 솔직히 말해 이것들 인체 실험도 우습게 할 분위기 아니냐?"
"...... 그건 그렇네. 애초에 좋게 다룰 생각이었으면 이 난리를 쳐서 납치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이것들은 어쩔 거야? 오빠는 몰라도 우리는 이게 있으면 그냥 여자애인데."
억제기를 가리키는 보람의 말에 웃는다.
쩡! 쩡! 팅!
망설임 양손에 끼고 있던 억제기와 목걸이를 끊어 버리자 당연하다는 듯 폭발한다.
콰쾅!
폭발에 근처 유리창이 깨져 나간다. 그리 어마어마한 규모는 아니었지만 집중된 폭발이 칼날처럼 분사되는 방식이었기에 사람 팔 다리를 끊어내기엔 충분한 파괴력. 어느정도 거리를 뒀기에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보람과 민정이 깜짝 놀라 묻는다.
"이 무슨 막가는....... 괜찮아 지훈아?"
"그걸 그냥 끊어 버리다니."
기막혀 하는 그녀들의 걱정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이 육체는 그 당연한 걱정을 무용하게 만든다. 실제로 팔목과 목의 피부가 약간 까졌을 뿐 큰 피해는 없다.
"이놈들 정말 인권 따위는 없군....... 하긴 철두철미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로안의 스텟]은 그대로 적용되었기에 무사할 수 있었지만 내가 차고 있던 것은 [밀
리언]으로서의 능력을 막는 억제기와 [마스터]로서의 능력을 막는 억제기였기에 [물리면역]과 [화염면역]능력은 작동하지 않아 다칠 수밖에 없다. 내가 아닌 다른 마스터라면 팔다리가 잘릴 수밖에 없으니 절대 풀 수 없다는 말이다.
"빠져나가자."
"가능할까? 이 난리를 쳤으니 밖에 포위망이 쳐 졌을 텐데."
"물론이지. 아, 그 전에."
나는 몸을 돌려 신음하고 있던 병사들과 소령 녀석을 모조리 두들겨 패 혼절시킨 후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던 카메라도 다 부숴 버렸다. 봐주지 않고 주먹질을 했기 때문에 반절 정도는 죽어있는 상태다.
"........"
현실에서는 첫 살인이다. 그러나 감흥에 젖어 있을 수는 없겠지. 무엇보다 녀석들은 날 죽이려고 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정당한 반항이다.
"어쨌든 도망가야 하지 않아? 다른 녀석들이 내려 올 텐데."
"게다가 우린 방해 밖에 안 된다고."
걱정하는 그녀들의 모습에 웃어준다.
"일단 숨어있자."
"숨어있자니....... 여기 방이 좀 있긴 하지만 숨을 곳이 어디 있어?"
"없을 것 같지?"
그렇게 말하며 연구실 한 쪽 문을 연다. 문을 열기 전 창문을 통해 보이는 건 평범한 창고였지만........ 일단 문을 열자 화려하게 꾸며진 커다란 침대가 자리하고 있는 중세풍의 방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 엉?"
"일단 들어와."
보람과 민정을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문을 닫는다.
키잉!
문을 닫자 내부와 내부가 완전히 차단된다. 말하자면 아까 그 연구실과 지금 이 방은 전혀 다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이곳이야말로 환희마라경(歡喜魔羅經)과 여의색황경(如意色皇經)이 초월자에 이르면서 열 수 있게 된 <색황의 처소>이다.
색황의 처소는 [문]이라고 부를 만한 것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들어갈 수 있는 일종의 아공간으로 언제 어디에서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건 물론 언제나 여인들과 즐겁고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심지어 색황의 처소에 들어선 후 문을 다른 곳으로 옮겨도 그 문에서 나오기 때문에 마차나 자동차의 문을 지정하면 쾌적한 여행을 하는 것조차 가능하다.
"세상에 여기 뭐야? 공간 이동?"
"이런 보조 능력도 있나?"
당연한 말이지만 색황의 처소는 원래 사용할 수 없어야 한다. 색황의 처소나 궁극의 매혹 같은 스킬들은 네버랜드 속에서도 느껴질 정도의 마나를 소모하는 능력들인 것이다.
그러나 레전드 고유스킬 [천변하는 아름다움]을 익히는 순간 나는 [정신력]을 소모시켜 발동할 수 있는 스킬이 꼭 레전드 스킬에 한정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요한 건 스킬의 '격'이다.
그리고 초월지경에 든 스킬은....... 충분히 레전드급에 맞먹는 '격'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정신력 기반으로는 색공을 발동시킬 수 없다는 건데......'
정확히 말하자면 색공을 발동시킬 수 없다기보다 마나 자체가 반드시 필요한 스킬을 발동시킬 수 없다. 극락경(極樂境)이나 여의성신(如意聖身)같은 공격과 방어(?)스킬들은 사용할 수 있지만 상생경처럼 기운을 늘리는 기술은 사용할 수 없는 상황. 상생경은 어디까지나 진원진기를 활성화시켜 그 양을 늘리는 방식이기에 발동이 되더라도 효과가 없는 것이다.
"뭐 어쨌든 너희 억제기부터 제거하자."
"흠. 하지만 잠시 현현을 한다 해도 아까 정도의 폭발이면 다치게 될 거야. 마나도 버프도 발동이 안 되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미리 생각하고 있던 문제다.
"축복을 걸어 줄 테니 재빨리 현현까지 해. 충분히 버틸 거야. 그 억제기들에 대해 아는 게 적으니 어서......."
피슛!
그러나 미처 뭔가 더 말하기 전에 뭔가가 몸 안에서 퍼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미 인간을 넘어선 내 감각은 내 위 안에 위치했던 뭔가가 깨져 전신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알 수 없는 약물이 온 몸에 퍼져나갑니다!><약물에 면역....... 실패! 면역능력을 뚫고 약물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합니다!>황당해한다. 어이없게도 이 녀석들은 위장 안에 뭔가를 넣어 뒀다가 신호가 끊기면 자동으로 몸에 퍼지게 장치 해 놓은 것이다.
"만독불침이 아니라 약물 면역이 작동한 걸 보면 몸을 해하는 종류는 아닌 것 같은
데....... 윽?"
순간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나른함과 아랫도리에서부터 척추까지 찌르르 울리는 쾌감이 밀려온다. 지금의 나는 맹독이나 화학약물을 양동이 째로 퍼먹어도 괜찮아야 하는데 이렇다는 건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저번의 독도 그랬지. 면역 체계를 무시하는 독과 약물........ 어디엔가 이능을 억제하는 물질을 생산하는 유품이 있다?'
전해지는 쾌감은 엄청나다. 물론 쾌감에 익숙한 나는 간단히 버텨냈지만 보통 사람들은 이 쾌감에 노출되면 어떻게 된단 말인가?
답은 민정과 보람이 알려 주었다.
"흐윽....... 큭......?"
"아 이건....... 몸이......?"
문제가 생긴 듯 비틀거린다. 그러나 괴로워 보이는 얼굴은 아니다. 얼굴에서는 싱글싱글 미소가 피어오르고 몸에는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린다.
"괜찮아?"
"헤, 헤헤...... 괜찮아. 아 이거 젠장...... 뭔지 알 것 같은데......."
"으아 막 힘이 넘치는 것 같아....... 기분 좋은데....... 아 이 망할 놈들이 약먹이네......."
헤롱거리는 그녀들의 모습에 눈을 가늘게 떴다.
'마약.'
============================ 작품 후기 ============================ 사실 꼭~ 필요한 상황은 아닙니다. 사실 위 안에 캡슐을 넣어 둔다는 설정 자체가 무리수.
원래는 수갑에서 바늘이 나온다고 설명하려 했는데 로안 몸에는 바늘이 안 박히네요 ㅠㅠ 병원에서 싫어할 체질이라;;;;;;;;; 어쨌든 너무 오래 안 들어가서 괴로울 정도였던 그 씬을 좀 넣으려고요. 사실 한동안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긴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