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163화 (163/283)

< --16장. 국인부와 언리미티드-- >

카앙!

순간 여인이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떼었고 그와 동시에 시간정지가 풀린다. 그녀의 [조건]이 바로 왼손으로 눈을 가리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이미 자신의 조건을 알다니....... 넌 분명 '각성'하지 않은 밀리언이었는데........ 게다가 시간관련 능력?"

당연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한 번도 능력을 발현한 걸로 기록되지 않은(쓰기만 하면 시간이 뒤로 돌아가니까.)상태였기 때문에 내가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세상에 오직 한명. 그러니까 아버지만이 알고 있다.

우웅-!

강대한 신성력이 몸 주위로 퍼져나간다. 내 결심이 확고해지고 있었다.

'죽인다.'

내가 어느 정도 방심하고 살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내 힘이 누구에게도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수틀리면 타임슬립이라는. 정말 최악의 상황이라도 어떻게든 반전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내 능력이 알려지고 적들이 방비를 시작하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1%이하의 확률일지도 모르지만 억제기를 만드는 기술을 응용해서 능력 사용 불가 지역에 밀어 넣은 다음 전에 보람이 맞았던 탄환처럼 이능을 억제하는 공격을 가한다면 얼마든지 당할 수 있다.

나는 개인이고 적은 단체다. 일단 내 비장의 수가 공개 되어 버리면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안심할 수 없게 된다. 언제든 당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하는 것이다.

퍼억!

"컥.......?!"

적발의 여인이 다시 뭔가를 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한타임 빠르게 그녀의 복부를 발

로 차버렸다. 사람은커녕 자동차라도 박살내 버릴 정도의 발차기였지만 그녀는 고통에 신음할 뿐 멀쩡히 살아있다.

"물리면역? 아냐 그렇다면 고통을 느끼지도 않겠지. 물리내성....... 아니면 다른 버프로군. 레전드 스킬에 붙어있는 종류인가?"

로안 상태에서는 머리가 팽팽 돌아 척보면 척이다. 대충 몇 가지 정보만 봐도 순식간에 이런저런 가설들이 세워진다.

'녀석들이 빼 먹고 말해주지 않은 건지 모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레전드 스킬을 얻으려면 관련 신과 관계된 스킬을 완성자 이상 올려야 한다.'

서대륙 일리야에는 오대신이 있다. 동대륙 한에는 오왕이 있다고 했다. 내 짐작이지만, 아마 그들 각각이 줄 수 있는 레전드 스킬은 오직 1개씩일 것이며 얻을 수 있는 레전드 고유 스킬의 개수 역시 10개일 것이다.

"이, 이익!"

따악!

키이이잉------------!!!

여인이 왼손으로 눈을 가렸지만 타임슬립을 발동해 캔슬시킨다. 그녀가 시간정지를 걸었을 때 나 역시 타임슬립을 발동시키면 그녀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충돌해 나 역시 정지한 세계에서 움직이는 게 가능하게 된다.

'어쩌면 반대로 그녀가 나와 함께 타임슬립을 하는 게 가능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어차피 지금 와서는 상관없는 이야기. 나는 그녀의 왼팔을 붙잡아 별다른 장식 없이 수수해 보이는 은팔찌를 빼앗았다.

"앗! 돌려......."

"그럴 수는 없지. 잘 가라."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녀의 목을 붙잡았다. 그대로 꺾어 버리려는 순간........

"멈춰! 나는 이미 유품 설정을 끝냈어. 날 죽이면 전 세계는 몰라도 너를 포함해 이 나라 정도는 박살 나 버리게 될 걸?"

"........!"

멈칫한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밀리언들은 자신의 능력을 궁극으로 발전시켜 평소 자신이 사용하던 힘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유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다.

이 유품이라는 건 죽기 직전 급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파악하고 익숙하게 사용해온. 그러니까 나처럼 숙련된 밀리언이라면 유품의 성능과 가진 힘을 미리 정해 놓음으로서 돌발적으로 죽게 되었을 때 발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이런 식으로 협박을 한다는 것은, 그녀의 유품이 주변을 파괴하는 종류로 설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내가 그 말을 어떻게 믿지?"

"믿지 않으면? 죽을 각오를 하고 날 죽인다고?"

하하하. 하고 웃음까지 터트리며 그녀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대단한데. 역시 너도 알고 있었어. 아무것도 모르는 비(非)각성 밀리언이 아니라 톱 시크릿의 기밀 정보까지 다 알고 있는 녀석이야. 안 그래?"

주먹질과 발길질에 상당한 타격을 받은 상태임에도 두려움 없이 내 앞으로 얼굴을 불쑥 들이민다. 그녀는 몹시 아름다운 외모였지만, 그럼에도 그 눈에는 보는 사람을 질리게 할 정도로 차갑다.

"너 이 녀석........"

"몰아쳐라! 기가 썬더(Giga thunder)!"

순간 녀석을 잡은 팔을 타고 어마어마한 전류가 몸을 강타한다. 아프로디테의 관심이 여전히 유지 중이었기에 아까처럼 그 한방에 전투불능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녀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비틀 거리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흥. 팔찌를 다시 뺏고 싶지만....... 그러다간 내가 오히려 당하겠군. 오늘은 이만 하지."

그렇게 말하며 물러서는 여인을 잡으려 했지만 충격이 보통이 아니다. 뭐라 말 하려 했지만 입을 여는 순간 이빨에서 스파크가 파파팍! 하고 튈 정도였던 것. 내 스텟이 워낙 높아 별다른 항마 기술 없이 버티는 것일 뿐 상당히 고위 주문임이 분명하다.

"팔찌를 뺏었는데도 마법을 쓰다니?"

마법을 쓸 정도로 막대한 마나량은 유품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했던 만큼 당황스러운 일. 그리고 그런 나를 피해 방 끝까지 이동한 여인이 말한다.

"팔찌는 회복력을 늘리는 유품일 뿐 마법을 사용하는 건 나 스스로의 마나지. 1000테라의 마나....... 뭐, 너도 밀리언이라면 꼼수 정도는 알겠지?"

"....... 마나 탈진."

"역시."

여인의 눈동자가 반짝인다. 나한테 얻어맞아 몸 여기저기가 부어오르고 있는 상황임에도 재미있다는 표정이다.

"설마 나 같은 유저가 또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어. 국인부에도 언리미티드에도 통제되지 않는 밀리언이자 마스터인 존재........ 아, 그런데 너 이름이 뭐야?"

문득 물어오는 그녀의 질문에 현현을 푼다. 물론 무한히 차오르는 마나 때문에 무한히 현현을 할 수 있는 나이지만 [버프로 현현 상태에서도 마나가 소모되지 않는다.]는 정보를 상대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짐작했다. 그녀는 나보다 훨씬 먼저. 아마 네버랜드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밀리언으로서의 능력을 각성해 지금껏 능력을 키워왔을 것이다. 더불어 마나탈진을 끊임없이 사용해 마나량을 늘렸을 것이다.

"김지훈. 너는?"

"마가리타 페소츠카. 하지만 조심해 지훈."

한쪽 눈을 윙크하는 마가리타의 몸에는 아찔한 염기가 가득하다.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외모는 내 커트라인에서 아슬아슬한 수준이지만 오히려 다른 여인들보다 육감적인 매력은 더한 수준. 그녀는 어느새 상당히 회복된 몸으로 말했다.

"언리미티드 녀석들이 헬리오스와 에레보스........ 그러니까 네버랜드를 만든 두 밀리언과 타협하는 데 성공했어. 이제 밀리언들이 네버랜드 속에서 능력을 발휘한다 해도 발키리 녀석이 죽이지 않는다는 말이지."

"그렇다는 건........"

"그래. 너나 나 같은 유저가 부지기수로 늘어난다는 소리야. 물론 언리미티드나 국인부에서는 유품을 만들고 싶을 테니 밀리언으로서의 능력은 봉인시키겠지만 개중 몇은 마스터가 되어 현실에서도 이능을 쓸 수 있겠지."

별다른 재능이 없는 내가 소드 마스터에 아크 메이지가 되었듯(성행위는 재능이 있었다....... 천재였다......)이 밀리언으로서 [반칙적인]능력을 가진 이들은 재능이 좀 모자라더라도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설 수 있다. 지금까지 존재하던 마스터의 숫자는 다섯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는 소리다.

"그건....... 좋은 정보군. 참고하겠어."

"오. 그럼 혹시 감사의 의미로 그 팔찌 돌려주면 안 돼?"

"당연히 안 돼지."

"진짜?"

큰 눈을 껌뻑이며 애처로운 표정을 짓는다. 어지간한 남자는 다 넘어가 버릴 것 같은 모습이지만 미녀에 익숙한 난 코웃음을 쳤다.

"귀여운 척 하지 마. 나보다 나이도 많은 게."

"뭐, 뭐라고!?!?"

한결같이 여유롭던 마가리타의 표정이 무너진다. 들어본 적 없는 말인 것 같다.

"틀린 말도 아닌데 왜 이렇게 발끈해? 설마 20대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

물론 그녀가 늙어 보이는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성숙한 누님으로서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여자들한테 나이는 어쩔 수 없는 약점이라 발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너.......! 후우! 후우! 박살을 내 놓고 싶지만 반격당하기 싫으니 봐줄게. 하지만 기억해라. 언젠가 내 발등을 핥으며 사랑을 구걸하게 될 거니까. 알았어?"

"그러는 너야말로 내 아래 깔려서 더 해달라고 몇 번이고 신음하게 되겠지."

"후후후."

"후후후."

뇌전에 노출 되었던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는 걸 느꼈지만 덤벼들지 않는다. 그녀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국인부에도. 또 언리미티드에도 소속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 이 유품 또한 시간 정지 능력으로 그들에게서 빼앗은 것이리라.

파앗!

마가리타의 모습이 사라지고 어느새 방 안에는 나 혼자 서 있다. 공간이동 능력이었다.

'다른 밀리언이라........'

중얼거리다 방 안에 설치된 캡슐로 향한다. 당장 해야 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프로디테에게 스킬을 진상하고 자리를 비워서........ 빨리. 되도록 빨리 뇌전속성 면역을 얻어야겠다.'

[시간]과 [시간]이 충돌하는 건 오직 동시에 스킬을 사용했을 때뿐이기에 그녀가 없을 때 내가 홀로 타임슬립을 할 수 있듯 그녀 역시 멀리서 시간을 멈춘 다음 접근해 나를 기습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전 속성 면역이면 어떨까?'

피식 웃으며 캡슐에 눕는다. 접속 시간이었다.

============================ 작품 후기 ============================ 마가리타가 기습하면 사실 막기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멀리서 시간정지 하고 접근하면 방어가 불가능하죠. 반면 주인공의 경우 마가리타가 없을 때 시간을 돌려버리면 마가리타가 주인공을 만났다는 사실 자체를 잊기 때문에 정보면에서 어마어마한 메리트를 가지고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시간과 시간이 충돌하는 건 둘이 [근접해서 동시에 능력을 사용하는 경우]에 한정됩니다. 다만 시간정지를 걸었을 때 시간역행을 걸면 둘다 정지된 시간 속에서 움직이고 시간역행을 걸었을 때 시간정지를 걸면 둘이 함께 타임 슬립이 가능하죠. 사실 둘이 협동을 한다 치면 세계정복-_-도 가능합니다만 그런 사이가 되려면 멀었

습니다. 많이 티격태격할 생각이거든요 ㅋ 그래봐야 정보전 이득이 너무 크긴 하네요;;;; 마가리타가 사이코패스라 개판치고 다니면 막기 힘들겠지만 나름 선량한 인물이니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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