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뒤로 걷는자 캔슬러-156화 (156/283)

< --15장.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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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현현의 조건과 1억분의 1로 줄어드는 마나량을 아는 그녀들에게 그건 그야말로 충격적인 일일 것인지 보람이 성큼 다가서 이마가 맞닿을 정도로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오빠. 우리들 해야 할 말이 무지 많은 것 같지 않아?"

"하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쪽에서만 마구 이야기 해 줄 수는 없다. 무엇보다 밀리언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으면 전 스텟 99를 납득시킬 수 없는 것이다.

"교환하자."

"뭘?"

"정보. 나만 이것저것 가르쳐 주면 억울하잖아?"

나름 합당한 의견이었는데 보람은 너무한다는 듯 투덜거린다.

"치사해. 우리 같은 미소녀들이 물어보는데 조건까지 걸다니."

"미소녀? 어디?"

"익!!"

버럭! 하고 몸을 일으키자 그리 작지 않은 가슴이 출렁거렸고 그 모습을 본 민정이 보람을 나무란다.

"옷이나 입어 멍청아."

"아차! 다들 너무 아무렇지 않다는 태도라 그만."

보람은 후다닥 옷을 챙겨 입고 침대에 걸터앉더니 그대로 다리를 꼬았다. 약간은 헐렁한 T-셔츠에 핫팬츠를 입고 있던 만큼 새하얀 다리가 눈부시게 자기 과시를 했지만--

"나부터 시작할까?"

너무나 당연히 나는 거기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런 거 어디 하루 이틀 보는가?

"웃.......!"

"왜 그래?"

"아니! 별거 아냐!! 아 거참 별거 아니네!! 그리고 질문은 나부터 할 거야!!"

"그러든지."

순순히 대답하자 보람이 분한 표정으로 부들거리더니 이내 심호흡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묻는다.

"지금 마나가 대체 몇이야?"

"쯧. 질문을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뭐 답변은 해 줄게. 5테라야."

내 대답에 민정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5억 테라....... 물론 어마어마한 양이지만 그걸로 어떻게 이렇게 오래 변신할 수 있어? 마나량이 늘어나면 뭔가 달라지는 거야?"

자연스러운 의문이었지만 나는 웃었다.

"내가 질문할 차례야."

"윽. 치사해."

"지혜로운 거지. 그럼 질문할게. 네가 나한테 와서 한 부탁을 생각해 보면 너는 1억 테라의 마나를 얻으면 게임 속 버프를 발휘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최초 정보는 어디서 나온 거지? 별다른 이유가 없으면 1억 테라의 마나를 모을 생각이 안 들 텐데."

마나는 물론 많으면 좋은 것이지만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아무런 필요가 없다. 실제로 드래곤인 에레스티아조차 지닌 마나는 겨우(?) 4천 7백만 테라에 불과하지 않은가?

경지를 넘어서면 가진 마나량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냐가 더

중요하다. 심지어 초월지경에조차 이르지 못한 존재들은 1천만 테라의 마나만 가지고 있어도 사실상 그걸 다 소모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람과 민정은 1억 테라의 마나를 모아 현현이 가능해 지게 되었다. 아마 먼저 성공한 것은 보람일 테고 그녀의 성공을 보고 정보를 얻은 민정이 급하게 마나를 상승시킨 것. 하지만 그렇다면 그녀들은 왜 1억 테라의 마나를 모았을까? 절대 쉽지 않을 텐데.

하지만 민정은 오히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말한다.

"그야 전생을 하다보면 결국........ 아니 잠깐. 잠깐만. 이게 무슨 소리야? 너, 설마 전생(轉生)을 한 번도 안 했어?"

"응."

"거짓말. 전생도 안 하고 어떻게 5억 테라의 마나를 모은단 말이야?"

기가 막힌다는 표정에 대략적인 가닥이 잡힌다. 그렇군. 그녀들이 1억 테라의 마나를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전생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몇 번이고 전생을 해 오면서 [전승]을 해 오던 것이다.

네버랜드에 있는 모든 NPC는 '인생의 목표'라는 걸 가지고 있으며 그 목표를 완료하면 [캐릭터 클리어]가 성립되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 때 클리어 특전을 받게 된다.

전생을 하는 장소는 하루에 한 번 방문할 수 있는 알렌의 신전으로 전승 내용과 각종 보너스를 정할 수 있는데 캐릭터의 업적점수에 따라 전승할 수 있는 보너스의 양이 많아진다고 한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답부터 해 주지 않겠어?"

"....... 좋아. 전생을 안 해 봤다니 대충 설명해 줄게. 일단 기본적으로 마나 전승은 거의 대부분의 유저가 사용하는 서비스야. 효과가 제법 크면서도 클리어 특전 중 가장 적은 업적치를 사용하거든."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군. 전생할 때마나 마나를 점점 늘려가는 건가......."

유저들은 레벨 업 시스템에 의해 레벨업을 할 때마다 마나가 늘어나며 100레벨에 이를 시 무려 1천만 테라의 마나가 늘어난다. 즉 이론상으로 어떤 유저라도 10회의 전생을 하면 1억 테라가 훨씬 넘는 마나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 10개의 캐릭터를 모조리 클리어하고 심지어 100레벨까지 키워야 한다는 전제가 붙기는 하지만.........

"하지만 이해를 못 하겠군. 환생도 아니면서 어떻게 5억 테라의 마나를 모을 수 있어?"

"잘 하면 되지."

태연하게 말하자 보람이 발끈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우리는 전생(轉生)만 해도 다섯 번을 했고 그중 네 번은 캐릭터 클리어를 달성했어! 게다가 게임 속 시간으로 10년 넘게 플레이해서 간신히 1억 테라의 마나를 얻었는데 전생 한 번 안하고 5억 테라의 마나를 얻었다고?? 그것도 이렇게 단시간 내에?"

"응."

"억......"

보람이 뒷목을 잡고 쓰러질 것 같은 제스처를 취하자 민정이 잠시 한숨 쉬며 차분히 물었다.

"말해줘.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지?"

"질문 답 질문 답이라는 체계는 이미 무산되엇구만."

"에이 딱딱하게 그러지 말고."

에헷. 하고 혀를 내미는 민정의 모습에 헛웃음을 지었다. 안하던 짓을 해서 그런지 꽤 귀여워 보인다.

"뭐 나는 친절하고 댄디한 남자니 답변해 주자면........ 너희와 나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야."

훗. 하고 말해주자 민정이 주먹을 꽉 쥔다.

"으으. 왠지 로안 상태에서는 잘난 척이 강해지는 것 같은데........ 후. 뭐 어쨌든 듣자. 어떤 차이인데?"

"완성자와 초월자의 차이."

나른한 대답에 민정의 눈가가 파르르 떨린다. 보람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비명을

질렀다.

"서, 성장스킬 초월자라고? 고유스킬이 아니라??"

"그래. 돌아버리는 게 아닐까 싶은 난이도였지만....... 나름 적성이 잘 맞는지 도달할 수 있었지."

"그, 그렇다면."

손을 들어 뭔가 더 물으려고 하는 보람의 입을 막는다.

"이번에는 내 질문."

"우우......!"

볼을 부풀리는 그녀의 모습을 외면하며 묻는다.

"아까 너 스킬을 사용했지? 하지만 마나는 1테라뿐일 텐데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하지?"

당연한 질문이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단 민정이 무슨 바보 같은 질문이냐는 듯 되묻는

다.

"무슨 소리야. 너도 방금 스킬 써 놓고."

"내가 스킬을 썼다고?"

"썼잖아 해독. 그건 스킬 아냐?"

"....... 어?"

순간 멍해진다. 그래. 나는 스킬을 썼다. 조화령의 격생전이를 사용해 보람의 독을 치료한 것이다. 심지어 이건 패시브도 아니고 액티브 스킬인데 어떻게 된 거지? 황당해 하는데 민정이 설명했다.

"바보. [레전드]등급의 스킬은 마나를 소모하지 않아. 집중만 하면 발동되니까. 제약이 있다면 보조스킬에 있는 쿨타임뿐이지."

"아......."

그야말로 값지다고 할 수 있는 정보였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확 늘어나는 게 아닌가?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몸 안 깊은 곳에서부터 강한 힘이 올라왔고--- 그 힘을 그대로 제어해 신성력을 발동시켰다.

<아프로디테의 관심이 발동합니다!><체력이 30포인트 상승합니다!><생명력이 30포인트 상승합니다!><근력이 30포인트 상승합니다!><순발력이 30포인트 상승합니다!><재생력이 30포인트 상승합니다!><체술적성이 30포인트 상승합니다!>금빛 기운이 은은히 몸을 휘돌기 시작하자 몸에 강한 힘이 들어차는 것을 느끼며 신음한다.

"세상에."

============================ 작품 후기 ============================ 보람 민정과의 정보 교환은 반드시 필요하죠. 배워야 할 게 많기 때문에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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