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장.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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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단 다른 곳으로 가자."
"그래. 해야 할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그녀를 따라 커피숍을 떠나며 생각한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 거야?
"이리로."
민정은 나를 끌고 근처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리저리 굽이굽이 돌더니 한 모텔로 향하는 게 아닌가?
"민정아?"
"그런 거 아냐. 조용히. 조용히 들어가."
그렇게 말하면서 모텔 입구에 도달한다. 모텔 입구에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있는 보람이 대기하고 있었다.
"미행은 없었지?"
"응. 부탁해."
민정의 말에 보람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카운터에 있던 모텔 주인을 바라보았다.
[지금 여기 있는 이 남자도 우리의 일행이야. 이제부터 아무것도 묻지 말고 의문 가지지 말고 도와줘.]
"네......."
놀랍게도 모텔 주인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단순한 설득 같은 게 아니다. 지금 보람의 목소리는 명백하게 [이능]의 영역에 속해 있었다.
"이건 대체......."
"일단 따라와. 저기랑 저기 카메라 있으니까 조심하고."
그녀의 안내를 따라 모텔 안쪽의 방으로 이동한다. 맨 끝 쪽이면서도 창문과 가까운 방향이다. 도주할 상황을 대비해 자리를 잡은 것 같았다.
딸깍.
마침내 방 안에 들어가 문을 잠근다. 나는 너무나도 당연히 이런 질문을 하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보람의 몸이 기운다.
털썩!
"보람아!?"
"아으...... 정말 죽겠네. 그 개자식들......."
바닥에 쓰러진 보람이 부들부들 떨면서 괴로워한다. 다시 자세히 보니 그녀의 상의 안쪽에서부터 목까지 피부가 보라색으로 변해 있는 것이 보인다.
"민정아? 이게 대체?"
"휩쓸리게 해서 미안....... 하지만 생각나는 게 너 밖에 없었어. 오빠한테도 연락했는데 오지 않고....... 휴대폰이고 일반 전화기고 몽땅 감시당하고 있어."
"감시하다니. 누가?"
의아해 묻자 민정이 신음하듯 말한다.
"언리미티드(Unlimited)........"
그것은 네버랜드를 만들어낸 개발사의 이름이다. 한국과 일본 정부의 후원을 받아 만들어진 언리미티드는 이제 전 세계적인 기업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성장한 상태.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할 것이 그들은 세상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가상현실을 구현한 [유품]을 소유하고 있어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언리미티드가 너희를 공격했단 말이야? 왜?"
"정확히 말하자면....... 납치하려고 했어. 다만 우리가 녀석들을 다 물리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거지."
그녀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뜬다.
'국인부가 아니라 언리미티드라?'
그 말은 그녀들이 습격당한 것과 내가 납치 될 뻔 했던 것이 전혀 별개의 사건이라는 것을 뜻한다. 언리미티드의 시초가 한국과 일본 정부의 지원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이제는 국가 단체라기보다 거대 기업에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쿨럭!"
"보람아!?"
그때 쓰러져 있던 보람이 피를 토한다. 나는 황급히 그녀를 부축했지만 달리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독이야. 마스터로서의 능력을 사용하는 것을 막는 독. 쳐들어 왔던 녀석들을 다 물리치니 한 녀석이 이상한 총을 쏘더라고. 물리 면역이라 방심했는데 이렇게 되어 버릴 줄은......."
민정의 설명을 들으며 보람의 몸을 살핀다. 독은 이미 그녀의 전신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중으로 상태가 심각해 보인다.
"그런데 물리 면역이라고?"
"응. 보람이도 나도 물리면역이야. 버프를 유지시키고 있으니까....... 그 정도는 너도 알지?"
태연한 질문이지만 나는 그녀가 나를 떠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네버랜드 속의 버프가 육체에 적용되기 시작하는 건 소유마나가 1억을 넘어서는 그 시점부터이기 때문으로 지금 그녀의 말은 내 마나가 1억을 넘었다는 가설을 깔고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그러나 숨겨봐야 뭘 하겠는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다만 면역에 이를 정도라면 초월자에 이른 고유스킬이겠군."
"....... 응."
침통한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한다. 과연 그녀는 초월자급 고유스킬을 몇 개나 가지고 있을까? 한 개는 당연하고 어쩌면 두 개가 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야매로 성장한 치트 캐릭터와 다르게 그녀는 전통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킨 절대 고수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보람아. 버틸 수 있어?"
"흐, 흥. 괜한 걱정 하지 마. 녀석들이 말에 따르면 이 독은 날 죽이는 독이 아니라고 하니까. 내 힘을 이용하고 싶은 모양인데 멋대로 죽일 수는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당장 괴로운 건 사실인 듯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아마 이대로 독이 진행되면 그녀는 마스터로서의 능력을 사용하는 게 불가능해 질 것이다.
"이건 평범한 독이 아니군."
"맞아. 애초에 능력을 쓸수록 위험해지는 독이 있다는 자체가 이상해. 다른 마스터의 스킬로 만든 걸까?"
막연한 생각에 난 고개를 흔들었다. 아마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런 기묘한 스킬이 있을 지도 의문이지만 만약 있다 하더라도 그런 액티브 방식의 스킬은 틀림없이 마나가 소모될 텐데 어찌 그걸로 남을 공격한단 말인가?
때문에 나는 다른 가설을 세웠다.'유품이군.'
예전에 말했듯 세상에는 소잉카나 헤븐즈 게이트처럼 막대한 효과를 발휘하는 유품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네버랜드에서의 스킬 등급처럼 밀리언의 등급 역시 F. E. D. C. B. A. AA. S. SS EX로 나뉘며 낮은 등급의 밀리언은 목숨을 바쳐 봐야 자잘한 효과를 가진 유품밖에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자잘한 등급의 유품들이야 말로 국인부의 힘이었지.'
솔직히 나로서도 국인부가 몰래 숨겨두고 있는 유품이 몇 개나 되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물론 낮은 등급이라도 유품은 유품인 만큼 국가가 특별 관리하겠지만, 개중에 몇 개 빼 놓는 것 역시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국인부와 언리미티드가 협력 관계인지도 모르겠어. 참고해 두자.'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보람에게 말한다.
"벗어."
"엑!? 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골골대던 주제에 버럭 소리를 지르는 그녀의 모습에 차분히
말한다.
"널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어. 다만 피부를 맞대야 하니까 벗으라고. 독이 퍼진 부분이 정확히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지?"
"대, 대충 상체 부분이지만....... 잠깐 오빠. 나 앞에서 총 맞았단 말이야. 그런데 피부를 맞대자고 하면......"
고민에 빠진 보람을 민정이 설득한다.
"잠깐만 참자. 그 독을 해독하지 못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어. 눈 딱 감고 참으면......."
"어, 언니? 지금 저 말을 그냥 믿는 거야? 거짓말일 수도 있잖아!"
기겁하는 보람을 향해 민정이 말한다.
"거짓말이 아냐."
"......."
보람보다 내가 놀란다. 왜냐하면 내 스킬에 대해 민정이 확신하는 분위기였기 때문. 그리고 그런 내 의문에 답하듯 민정이 말했다.
"그렇지? 로안 필스타인?"
============================ 작품 후기 ============================ 아 망했어요! 그러게 전화를 왜 그냥 받으셨어요?? ........... 뭐 저 두 명은 아군이라고 할 수 있는 멤버니 그냥 밝히고 시작합니다. 어차피 꽁꽁 숨기고 할 내용도 아니죠. 급박한 상황이 되면 결국 변신해야 하기 땜시;;;; PS. 요즘 본업에 충실하느라고 캔슬러에 낼 시간이 너무 없네요 ㅠㅠ 진짜 이놈의 작업을 얼른 끝내야 캔슬러도 같이 쓰고 그럴 텐데 ㅠㅠ
PS2. 본업에 충실하느라 마음에 쌓인 음습함을 풀어야 하는데 캔슬러조차도 스토리 진행 라인 ㅠㅠㅠㅠㅠㅠㅠ 아오 별 이유도 없이 여자를 안고 다닐 수도 없고;;;;캔슬러의 궁극적인 목표는 능력자 배틀도 심리물도 판타지물도 아닌데 왜 이렇게 된 거죠?? 야설을 쓰자 야설!! 하면서도 정상 스토리를 짜는 제가 너무 밉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