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장. 습격.
-- >
<신경가속(神經加速)을 가동합니다! 순발력 보정에 중첩! 11.2배 가속에 들어갑니다!>
<시간의 지배자 효과가 발동합니다! 시간가속이 11.2배->
33.6배로 증폭됩니다!>
<평온한 가속이 가동합니다! 가속된 신경속도에 맞춰 움직임이 가속됩니다!>
막 내 몸을 붙잡으려 하던 사내들의 움직임이 거의 멈췄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느려진다. 비록 로안의 몸이 아니어서 90배의 가속이 아닌 33.6배의 가속이지만 네버랜드에서 만났던 소드마스터는 90배의 가속이 걸린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의 속도는 유지했던 것과 다르게 일반인들은 33.6배의 시간가속만 있어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느려진다.
혹시나 해서 설명하는 거지만 현재 가속 체계는 다음과 같다. (35스텟 순발력 가속 1.2배 +보조스킬 신경가속 10배.)X시간의 지배자 3배 =33.6배.
기본적으로 99스텟에서 자체 시간가속은 5배였고 125에 도달해서는 20배에 달했다. 평소에는 이 20배 가속에 신경가속 10이 붙어 30배가 된 후 다시 시간의 지배자 스킬로 90배가 되곤 했다.
뻑.
일단 내 몸을 누르던 사내의 목젖을 후려친다. 가볍게 친 거지만 내 움직임이 33.6배나 가속된 상태일 테니 생사를 오갈 정도의 타격을 받을 것이다.
쉭. 뻐억. 빡! 퍽!
내 팔을 잡던 손을 떨쳐내고 코를 주저앉힌다. 품속에서 총을 꺼내려던 녀석은 옆구리를 후려쳐 주었다.
'아, 그리고 챙길 건 다 챙겨야지.'
사내들의 품을 뒤져 무기들을 뺏었다. 권총 다섯 정과 억제기 한 개. 스마트 폰과 비슷하게 생긴 전자기기 하나와 지갑 다섯 개였다. 뻑!
마지막으로 운전석에 있던 녀석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그리고 문을 열고 차 밖으로 뛰어내렸다.
끼이이익----쾅!!!
당연하지만 운전자가 기절해 버린 승합차는 그대로 길을 벗어나 가로수와 충돌했다. 다행히 시가지는 아니었지만 교통사고가 발생하자 여기저기에서 사람이 몰려오는 게 보인다.
"다행히 멀리 오진 않았군."
차 안에서 챙겼던 백팩에 총기류를 비롯한 물건들을 챙겨 넣고 골목으로 숨어든다. 당연하지만 가장 급한 일은 팔에 낀 억제기를 벗어내는 것이다.
까앙!
"제길. 단단하잖아?"
그러나 억제기는 무슨 재질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도 없는 물건이었다. 근처 벽에 충돌시켜 봤지만 흠집조차 안 나는 것. 그러나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로안 필스타인."
치직!
마치 TV화면에 노이즈가 끼듯 온 몸이 일렁거렸다가, 삽시간에 훤칠한 키에 날렵한 몸을 가진 금발 미남으로 변한다.
끼이익--!
이번에는 억제기를 휘두르는 대신 왼 손으로 오른손에 장착된 억제기를 잡아 비튼다. 125포인트에 달하는 궁극의 근력을 가진 나는 합금이라도 찰흙 주무르듯 일그러트릴 수 있다.
쩡!
마침내 억제기가 휘어져 끊어져 버린다. 다만 의외였던 건 125나 되는 내 근력으로도 이걸 끊어버리고 나니 몸에서 땀이 날 지경이었다는 것이다.
"엄청 단단한 재질이군. 절단기로도 안 잘릴 물건이야."
게다가 이게 사람 손에 걸리는 거라면 잘라내기는 더 힘들어진다. 이걸 자르려면 대형 절단기에 준하는 물건이 필요한데 그러면서도 사람 팔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는 몹시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보조스킬. 장악(掌握)이 발동합니다!>
그때 텍스트와 함께 억제기의 구조와 효과가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얼마 전에 얻은 히페리온의 고유스킬이었는데 설마 이게 타이탄이 아닌 현대 기기에도 통용될지 몰랐던 나로서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 오오........"
머릿속에 들어오는 정보를 정리한다. 사내들은 단순히 억제기라고 불렸지만 이 물건의 정식 명칭은 T-34로 실시간 추적 장치가 달려있는 건 물론이고 최고 5000시간까지 주변 상황을 녹음&녹화하는 게 가능하며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져 일단 차면 자의로는 절대 벗을 수 없는 밀리언들의
[목줄]
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가지고 있으면 안 되는 물건이잖아? 당장 버..... 리면 큰일 나는군."
억제기를 차고 현현을 했다는 걸 깨닫고 멈칫한다. 만약 이걸 버리고 가면 국인부 녀석들이 내가 변신하는 모습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어쩌지? 시간을 돌려야 하나?'
그러나 당장 시간을 돌려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면 좀 더 버텨봐야 한다. 일단 시간을 돌려서 어떻게 행동할까 지침이라도 생긴 다음에 돌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렇다면....... 키잉!
<마나가 부족하여 보조스킬. 소유권 강탈의 사용에 실패하였습니다!>
'역시나 마나를 사용하는 스킬이군.'
혹시 억제기에 장난질을 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난 실망하며 억제기를 잡았다. 끼잉--- 깡!
억제기가 부서진다. 그리고 난 보조스킬 장악으로 파악해 낸 구조를 확인해 메모리 부분을 찾아낸 후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또 하나 챙겨왔던 억제기도 마찬가지. 다만 위치 추적기는 남겨 놓는다. 그리고.......
'어디 부산에 가서 헤매 보시지!'
때마침 지나가던 부산 시외버스 위에 억제기를 던져 올린다. 투척 궤도를 사용해서 안테나에 정확히 걸어 버렸기 때문에 부산에 가는 중간에 빠지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좋아. 그럼 이제 움직이자."
현현을 풀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다. 이런 상황에 집에 가는 건 여러모로 안 좋은 선택이지만 아무것도 없이 돌아다닌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지갑을 비롯한 물건들을 모조리 챙겼다. 다만 만약을 대비해 휴대폰은 놔두고 옷을 몽땅 갈아입은 후 집을 나온다.
"로안 필스타인."
현현한다. 그리고 집에서 챙겨온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빠른 걸음으로 집을 빠져나온다. 얼굴을 거의 가린 모습이지만 무슨 마스크를 쓴 것도 아니니 로안의 얼굴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눈에는 띄겠지만 오히려 이편이 안전해. 이 모습과 나를 연관시킬 녀석은 없을 테니까.'
로안은 잘생겼다. 너무나 잘 생겨서 수많은 사람 한가운데 있어도 눈에 띄고 한번 보면 잊기가 힘들 정도. 하지만 그렇게나 잘생겼기 때문에 오히려 얼굴을 거의 가리는 이 복장이 설득력을 가진다.
"와 저 외국인 좀 봐. 연예인 같은데?"
"어디? 오, 완전 잘 생겼다. 이탈리아 사람인가?"
역시나 시내로 나오자 여기저기에서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그게 전부다. 네버랜드 속에서처럼
[휘황찬란해 모두의 시선을 모으는]
미모라는 건 사실 물리적으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원빈이 국가급 미남이라고 해도 아무도 원빈을 모른다면 길을 걷는 것만으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고 소란스러워지지는 않는 것이다. 보는 사람들이나
'오 잘 생겼다.'
라고 생각하는 정도인 것이다.
'11시였지.'
어느새 시간이 꽤 지나 9시를 넘어가고 있는 상태다. 나는 근처 편의점에서 햄버거를 비롯한 인스턴트식품과 음료수를 샀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배는 든든히 채워 놔야 하는 것이다.
'아, 카메라는 조심해야지.'
어차피 편의점 카메라 위치는 뻔하기 때문에 최대한 얼굴이 안 보이는 각도로 물건을 사서 계산한다. 만약 보통 사람이 이런 태도로 물건을 산다면 누구라도
[앗! 범죄자인가!]
라고 경계를 하겠지만 지금의 나는 너무나 잘 생겼기 때문에
[오오. 얼굴 팔리고 싶지 않은 연예인인가.]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게 보통이다. 실제로 알바를 하고 있는 20대 초반의 여인 역시 약간 상기된 얼굴로 내 얼굴을 흘낏흘낏 보고 있다.
'생각을 해보자....... 일단 국인부(국가 인재 개발부)에서 날 잡으러 온 건 내가 밀리언이기 때문이야. 내가 마스터라는 사실은 전혀 모르는 모양이었지.'
그리고 그렇다면 그들은 내가 발휘한 힘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고도로 훈련된. 그것도 총기를 휴대한 다섯 명의 요원을 순식간에 제압하고 탈출하는 힘은 누가 봐도 이상하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밀리언인 만큼 능력을 썼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요원들은 내가 억제기를 찬 다음 고속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다.
'다 죽여 버렸어야 했나....... 근데 막상 현실에서 살인을 하라고 하면 좀 거부감이 드는데.......'
편의점에 설치된 간이 테이블 앞에 앉아 잡념에 빠져 있는데 뒤에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저, 저기요."
"음?"
햄버거를 먹다가 고개를 돌리니 웬 여인네들이 반짝이는 눈으로 다가와 있다. 클럽이라도 가는 건지 제법 예쁘장하게 꾸몄지만 요새 들어 절세 미녀들 사이에서 사는 내 입장에서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외모였다.
"싸, 싸인 좀 해주세요........ 아, 이거 알아들으려나? Give me a sign?"
되도 않는 영어로 말을 거는 그녀들의 모습에 쓰게 웃는다.
"연예인 아닙니다."
"와! 오빠 한국말 완전 잘한다. 유학 오신 거예요?"
"아뇨. 개인적인 일 때문에."
최대한 귀찮다는 심정을 담아 이야기 했지만 못 느낀 건지 아니면 느끼고도 못 느낀 척 하는 건지 눈이 초롱초롱하다.
"목소리 완전 멋있어요."
"혹시 연예인 할 생각 없어요? 가수라던가?"
"하하......"
이것들 언제 가지?? 라는 생각에 어색하게 웃으면서도 햄버거를 먹는다. 일단 배는 채워야 한다.
"앗. 왜 그런 거 먹어요? 혹시 혼자 밥 먹기 심심해서 그러세요? 저희가 아는 근사한 레스토랑 있는데, 같이 갈래요?"
햄버거 먹는 모습에 다시 수작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니 물론 그녀들이 꽤 예쁘장 한 외모의 여인네들이라는 걸 생각할 때 수작이란 말은 좀 지나친 바가 있었지만, 앞으로 긴박한 추격과 전투가 있을 거라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래 버리면 많이 귀찮은 것도 사실이다.
'상황에 여유라도 있으면 좀 놀아주겠지만.'
한숨 쉬며 고개를 흔든다.
"아뇨. 바빠서 이렇게 먹는 겁니다. 이제 약속도 있고요."
그렇게 말하고 옷깃을 추스른다. 슬슬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서 몸을 다 가릴 복장을 하고 있어도 문제가 없다.
"이 시간에 약속이라니. 술자리인가요?"
"비슷하죠."
"에에. 술 너무 많이 먹지 마요 걱정돼요."
침울한 목소리에 어이가 상실한다.
'니가 날 언제 봤다고 걱정이 되니??'